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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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최씨도 시녀 금숙을 데리고 왔다. 자신의 딸이 맞았다는 말에 제일 먼저 그녀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데다가 어딘가에 긁힌 흔적도 남아 있었다.국태 부인이 딸에게 약을 발라줬다는 말을 전해 들은 최씨는 딸의 마음을 위로해준 뒤 바로 서아원으로 돌아가 국태 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두 부인이 앉자마자 송석석이 나서서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내 사람을 시켜 제자예와 왕지아 그리고 증인이 되어줄 학생 몇 명까지 불러왔다.제씨 넷째 부인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멍청한 딸이 이 일을 서원에서 얘기한 것도 화가 나는데 왕지아가 심지어 방시원이 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왕지아의 말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씨 넷째 부인의 딸의 명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하지만 어찌됐든 제자예가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고 이는 말다툼과 성질이 다르기에 일단 최씨에게 고개를 숙여 대충 사과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철없는 여자애들끼리 다툼이 조금 있었던 것일 뿐이지만 그래도 제 딸이 손찌검을 한 건 잘못된 행동이니 최씨 부인께서 제 딸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최씨는 제자예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허리를 쫙 편 채 꼿꼿하게 서있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고고하고 당당해 보였다.그러자 최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따님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지요. 따님이 손찌검을 했으니 직접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 사과를 받고 나서 이해할지 말지는 제가 결정할 일이죠.”넷째 부인은 다시 최씨를 위 아래로 훑었다. 결국 평서백부는 제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줘야 하고 송석석도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사적으로 합의를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넷째 부인이 이미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전혀 넷째 부인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있다.넷째 부인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장이 난처해졌고 심지어 학원 학생들까지 있는데 이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이 일을 부모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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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제씨 넷째 부인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사과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퇴학은 너무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 말다툼하다가 벌어진 작은 소동인데 퇴학 처리까지 하면 아군 여학에서 괜한 문제를 만든다고 소문이 나지 않겠습니까? 부인께서도 아군 여학을 위해 고려하셔야죠. 제 딸이 퇴학을 당하고 나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아군 여학 명성에 오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조금 전에 최씨를 협박했던 넷째 부인은 이제 대놓고 아군 여학까지 협박했지만 듣고 있던 송석석은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사람을 때리고도 퇴학을 당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군 여학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거죠. 저희가 넷째 부인을 이곳으로 모신 건 다들 차분하게 이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겁니다. 사과할 건 하고 처벌을 받을 건 받아야죠. 당사자들끼리 직접 만나서 확실하게 얘기를 털어놓아야 두 가문에서 아이들 때문에 앙금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퇴학은 불가피합니다. 부인께서 자퇴를 거절하신다면 제가 나서서 제자예 학생을 퇴학 처리할 것입니다.”넷째 부인은 송석석과 대놓고 싸울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었다.“다들 스승인데, 학생의 이런 작은 잘못조차 포용해주지 못 하시는 거예요?”안여옥의 태도도 강경했다.“전 제자예 학생을 아군 여학에서 강제로 퇴학 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태 부인과 훈장님꼐서 제자예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퇴를 권하시는 거고요.”국태 부인도 말을 덧붙였다. “스스로 자퇴하세요. 더 얘기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겁니다.”제씨 넷째 부인은 안여옥을 날카롭게 흘겨보았다.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안여옥이 제일 먼저 퇴학 얘기를 꺼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 의견에 동의했을 뿐이다.안씨 가문과 방씨 가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당사자들만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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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제자예는 넷째 부인의 손을 뿌리치곤 최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절대 사과 안 할 거예요! 저를 뭐 어떡하실 건데요? 그렇게 억울하면 저도 한 대 치세요!”최씨를 향해 얼굴을 들이민 제자예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세상 서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최씨는 그런 제자예를 보며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 제사한테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네. 따님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버릇이 없는 건지, 참.”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말했다.“훈장님, 그때 제 증인이 되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제 제사를 만난다면 전 당연히 솔직하게 얘기드릴 겁니다.”송석석의 대답에 제씨 넷째 부인은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이 일이 어르신에게 알려지면 넷째 부인은 크게 혼이 날 것이다.절대 어르신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넷째 부인은 이를 악문 채 제자예에게 말했다.“얼른 왕지아에게 사과해.”제자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 전 사과할 수 없어요. 쟤들이 날 괴롭혔고 날 서원에서 쫓아내려고 했어요.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쟤들이에요.”넷째 부인은 최씨와 송석석을 힐끗 흘겨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야.”제자예는 자신이 며칠동안 서러운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머니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더욱 서럽고 슬펐다.“싫어요. 절대 사과 못 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 전 절대 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하던 제자예는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이내 송석석에게 잡혀 다시 최씨 곁으로 돌아왔다. 송석석이 최씨를 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저희 아군 서원에서 벌어졌으니 서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자예 학생이 왕지아 학생의 얼굴에 상처를 냈으니 관아로 보내는 건 어떠세요? 관아의 처리에 따라 저희 아군 서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송석석의 말에 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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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최씨와 딸 왕지아는 마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당에는 나무와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지만 그리 무성하게 자라지 못했으며 특히 올해 겨울엔 더더욱 일찍 시들었다.“지아야, 너 왜 고모부… 방시원 장군님 편을 든 거야?”최씨는 손수건으로 왕지아의 상처 주위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물었으며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고 싶었다.평서백부에 이런저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아이들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으며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밖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너무 많았기에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왕지아는 벌겋게 부은 얼굴을 살짝 들었다. 분명 맑고 순진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지만 나이와 맞지 않는 성숙한 눈빛이 보였다.“엄마, 예전에 고모부가 고모와 함께 우리 집안에 처음 왔을 때 나에게 뭘 선물했는지 기억하세요?”왕지아의 말에 최씨가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엄마 기억으론 장군을 보필하는 마마가 너와 현이에게 금덩이 하나와 금열쇠 하나씩 선물했던 것 같은데?”왕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똑 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국태 부인의 산하지를 저에게 선물해 주셨어요. 그때 당시 고모부가 저에게 해준 말이 있었거든요. 지금 세상에 태어난 여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기 어렵다고 했어요. 다른 지역으로 시집을 가지 않는 이상, 집 밖으로 나간다는 건 쉽지 않지만 넓은 바깥 세상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했어요. 우리 상국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고 바깥 하늘이 얼마나 푸르고 높은지도 보아야 시야가 넓어지고 쓸데없는 일에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고 하셨죠.”최씨는 딸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때 당시 방시원을 처음 봤을 때 최씨도 돈만 밝히는 사람이어서, 상대방이 무슨 선물을 들고 왔는지부터 따지기 바빴다.“고모부는 고모와 혼인을 하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 찾아와서 따지거나 고모를 힘들게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엄마,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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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송석석은 최씨와 함께 돌아갔다. 송석석은 자신이 타고 온 말을 하인에게 끌게 한 뒤 최씨와 함께 최씨의 마차에 타고 있었다.송석석은 최씨에게 전할 말이 있었다.“오사형께서 안 좋은 걸로 골라서 또 몇 개 팔았고, 판 돈은 전부 왕경루 지하에 넣어뒀어요.”최씨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희 평서백부가 그분께 빚진 겁니다. 그 돈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편하게 쓰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따로 모아둔 돈도 조금 있습니다.”“오사형은 그 돈을 쓰지 않을 겁니다.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니깐요.”잠시 침묵하던 송석석은 다시 입을 열었다.“황제 폐하께서 고청우 신분을 조사하셨습니다. 고청우가 노주에 계신 한 부인을 양모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시씨는 강남 시씨 가문의 방계의 성씨를 따른 것 같습니다. 그 가문도 노주에서 장사를 하는 집안입니다. 전에 부인께서 고청우가 누군가와 비밀리에 왕래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상대방은 아무래도 시씨 가문 사람인 것 같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지금 그 사람에게 손을 쓰면 좋은데 아직 움직임은 없으십니다. 그럼 평서백께서 깊이 연루될 가능성이 큽니다.”송석석은 중요한 정보까진 최씨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노주에서 사병을 엄하게 조사할 거라는 등등… 이런 말들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정도 정보를 얘기한 것도 최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배려였다. 왕표가 지금이라도 멈추면 그저 작위만 잃을 뿐, 평서백부는 어떻게든 발을 뺄 수 있을 것이기에 처참한 최후는 면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것이 비록 평서백 부인이 왕표를 말릴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되지만 최씨 부인은 그저 조용하게 듣고 있다가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최씨는 최선을 다했지만 왕표가 그녀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그 사실을 눈치챈 송석석은 최씨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고는 도중에 마차에서 내려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이 있다.예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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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그러자 제 상서는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인지하게 되었다.아군 여학의 학생들 일을 조정에서 얘기하려고 하다니 말이다. 제 상서는 그렇게 대신들이 전부 물러갈 때까지 멍하니 서있다가 숙청제의 부름에 궁에 남게 되었다.숙청제는 제 상서를 어서방으로 불렀지만, 계속 안으로 들어오라는 얘기도 안하고 밖에 세워 두기만 했다. 그렇게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 제 상서는 두 시간이나 서있었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에게 들어오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온몸을 덜덜 떨면서 서있던 제 상서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어찌됐든 제 상서는 황제의 장인 어른인데 아무리 잘못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장인 어른을 이렇게 추위에 방치하는 건 너무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제 상서의 몸은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오 대반이 제 상서에게 작은 손 난로 하나를 쥐여 주었다.한편, 오월은 빠른 걸음으로 어서방에 들어갔다가 조금 뒤, 밖으로 나와 제 상서에게 다가갔다.“제 상서, 왜 이곳에 이러고 계신가요?”제 상서가 이를 악문 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황제 폐하께서 저를 안으로 불러주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제 상서의 말에 오월이 입을 떡 벌리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폐하께서 조금 전에 저를 불러 제 상서를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어서방으로 불렀는데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하셨는데 얼른 들어가 보세요. 폐하께서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제 상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굳어버린 두 다리를 힘겹게 옮기며 어서방으로 향했다.평소와 같이 황제에게 인사를 올렸고 자리에 앉으라는 허락도 받았지만 제 상서는 황제가 지금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제 상서를 두 시간 동안 밖에 세워둔 것도 그에게 확실하게 주의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방 안은 따듯했고 제 상서도 얼어붙은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때, 오 대반이 따듯한 차 한 잔과 함께 조사 보고서를 제 상서에게 건넸다.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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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조금 뒤, 저택으로 돌아간 제 상서는 넷째 부인을 불러 크게 호통을 치자, 그녀가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저희도 그저 마마의 뜻에 따랐을 뿐이에요. 광릉후의 셋째 도련님께 혼사를 제안하려고 했지만 마마께서 우리 가문에 무장의 힘이 없다고 하셨거든요.”넷째 부인은 제황후가 혼사를 허락하려고 했지만 태후에게 제지 당한 일을 얘기했다.“방씨 가문도 참 어이가 없네요. 우리 제씨 가문의 귀한 딸을 대체 뭐가 싫다고 거절한 거예요? 방씨 가문은 지금 우리 제씨 가문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 거라고요!”“방씨 가문에서 왜 우리 가문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돼? 그럼 우리가 방씨 가문을 만만하게 여기지 않았어?”제 상서가 버럭 화를 내며 되물었다. 이게 바로 문제점이다. 언젠가부터 제씨 가문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제씨 가문의 체면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제 상서는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제씨 가문은 어느새 사람들 눈에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말문이 턱 막힌 넷째 부인이 한참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저희는 제씨 가문이잖아요.”이 일을 계기로 제 상서는 제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소집하여 그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말과 행실을 조심하라고 했으며 절대 자만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고 괜히 잘난 척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그러다가 반역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제 상서의 말에 가문 사람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제 상서는 그래도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대황자가 멍청한 짓이나 악한 짓을 저지르기 전까지 제 상서는 괜히 대황자를 위해 모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차피 대황자는 태어날 때부터 선택 받은 자로 태자의 자리는 결국 대황자의 것이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황자의 녹록함은 점점 더 눈에 띄게 드러났고 심지어 녹록할 뿐만 아니라 성격과 품행도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황제도 분명 이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니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 모략하는 건 황제의 의심을 더욱 크게 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다행히 대황자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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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며칠 뒤, 숙청제는 장춘궁에 나타났고 제황후는 붉어진 눈시울로 제자예가 퇴학 당한 일을 꺼냈다.한편, 이미 제씨 가문에게 이 일에 대해 주의를 주었는데 제황후가 다시 언급하자 숙청제는 속으로 살짝 언짢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치를 보던 제황후는 화가 난 듯한 황제의 표정에 이내 화제를 돌렸고 요즘 명문 가문 귀부인들이 너도나도 송석석의 인품을 칭찬하고 있다고 했다.숙청제는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제황후를 쳐다보며 말했다.“듣고 있으니 짐은 궁금하기도 하오. 왜 세가의 부인들은 황후가 아닌 송석석을 칭찬하는 걸까? 황후는 한 나라의 국모로써 짐에게 시집오기 전에는 진성에 소문이 자자한 천재 소녀였소. 그럼 황후야말로 백성들의 모범이고 찬송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겠소?”제황후는 황제의 말이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헷갈렸다. 웬지 요즘 따라 점점 황제의 마음을 알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제황후는 황제에게 차 한 잔을 올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현재 북명 왕비의 위신이 매우 높습니다. 여학과 소진 소주방도 점점 잘 되고 있고 예전에 왕비에게 손가락질을 했던 사람들도 다들 칭찬하기 바쁩니다. 뿐만 아니라 북명왕도 황제 폐하의 큰 신임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마냥 좋은 일은 아닌 듯합니다.”숙청제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제황후는 황제의 반응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황제는 북명왕 부부에게 거리낌을 느끼고 있었다. 북명왕 부부는 너무 많은 찬송과 영예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부부에게 신뢰가 깊었기에 황제는 견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한편, 송석석은 민소와 홍현 등 여인에게 교대로 여학을 지키라고 했다.예전의 제씨 가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제씨 가문 부인들은 각자 꿍꿍이를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자예가 학교에서 쫓겨난 일로 황후는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이다.특히 넷째 부인은 막무가내로 미쳐서 날뛸 때가 많았기에 언제든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한동안 시만자와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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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시만자는 현재 사부 외에도 석소 사저 등 몇 명과 함께 팀을 이루어 여성들에게 변태 짓을 저지르는 범인들을 잡으러 다녔다.처음에는 이 일이 매우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범인을 잡아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인정할 때까지 때려서 관청으로 보낸 뒤, 범인들은 자신들이 맞아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석소 사저는 몰래 피해자 여성들을 찾아가 봤지만 다들 부인하기 바빴다. 심지어 자신은 절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버럭 화를 내면서 석소 사저를 쫓아내기까지 했다.증거가 없는 탓에 범인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고 시만자는 풀려난 범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이제 소속이 없는 자유의 몸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왕야는 공문 소속이고 송석석도 현갑군을 관리하고 있기에 시만자는 살인자가 될 수는 없었다.그렇게 밤낮없이 범인을 잡느라 갖은 고생은 다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한 명도 감옥에 가두지 못했다.송석석은 화가 잔뜩 난 시만자를 위로했다.“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어쨌든 확실하게 팼으니까 범인들도 네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서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할 거야.”“패는 걸로 분이 안 풀려. 그 놈들이 전부 관청에 끌려가서 벌받았으면 좋겠어.”시만자가 턱을 괸 채 한숨을 푹 내쉬자, 송석석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들에게 당한 여인들은 쉽게 나서지 못할 거야. 되레 그 사실을 꽁꽁 숨기려고 하겠지.”“그럼 저 나쁜 놈들이 저렇게 밖에 돌아다니게 내버려둬? 방법이 아예 없는 거야?”“다음에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관청으로 끌고 갈 필요도 없어. 일단 죽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패는 거야. 손이나 발을 잘라버려. 아니면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들어도 좋고.”시만자는 송석석의 말에 착잡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좋은 방법이네.”“근데 조사는 확실하게 한 거야?”시만자가 가슴을 퍽퍽 치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확실하게 조사했으니깐. 절대 죄 없는 사람은 잡지 않아. 하지만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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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북명왕 저택에는 호위병 외에 따로 비밀 호위무사를 양성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밖에서 정보를 캐내는 무술 실력이 강한 부하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다들 매우 바빴기에 거의 한 달에 한번 저택으로 돌아와 얻은 정보를 보고하곤 했다.물론 정탐조도 있지만 이들은 적의 동향을 살피는 자들이기에 사적인 일로 움직일 수 없었다.비밀 호위무사를 두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사여묵이 남강에 파견되기 전에 이미 큰 전공을 세웠고 현갑군도 거느리고 있었기에 선황제는 사여묵이 저택에 너무 많은 부병을 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두 번째 이유는 사여묵이 남강 전쟁에 투입되고 나서 이런 부분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기에, 전쟁을 승리하고 돌아왔을 땐 황제의 의심과 경계 때문에 더더욱 비밀 호위무사를 키울 수 없었다.지금 만약 황제가 대외적으로 사여묵을 노주로 정찰을 보낸다고 발표한다면 현갑군에서 병사들을 보낼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가는 것이기에 저택에 있는 사람들만 데리고 갈 수 있었다.“제가 같이 갈까요?”송석석의 물음에 사여묵은 피식 웃으며 송석석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괜찮소. 위험한 건 아니오. 그저 정보만 수집하는 일이라 몸을 쓸 일은 없소. 몸을 써야 한다면 우리 몇 명만 가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리고 이제 연말이라 경위부도 사건 사고가 많을 테니 이곳을 지키는 게 좋겠소.”사여묵이 말한 것처럼 연말에 경위부와 순방영은 평소보다 훨씬 일이 많았기에 송석석이 간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하지만 몇 명만 보내기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음날,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심청화는 10일 뒤면 서원도 수업이 끝나니 며칠 앞당겨서 사여묵과 함께 떠날 수 있다고 했다.심청화가 함께 간다고 하니 송석석은 훨씬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이 일은 국태 부인과 상의를 해야 한다.심청화가 국태 부인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다들 동의했으며 출발까지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 서원 시험만 보면 된다고 했다.심청화는 당연히 진짜 행방을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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