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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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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혜 태비는 아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입맛이 워낙 다를 뿐만 아니라 대화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후는 한 달에 몇 번은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나 당부했다. 하인들이 입방아를 찧으며 사여묵과 석석이 불효한다는 소문을 퍼뜨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휴, 사람 사는 게 원래 다 이런 거지. 항상 여기저기서 얽매여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으니 말이야.'고 씨 유모는 늘 혜 태비를 향해 복을 누리면서도 그 가치를 몰라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에 진정으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나날을 보내더라도 그 나름의 걱정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 해도 그 부유함에 따른 고민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아무튼 그녀는 기쁠 때는 마음껏 기뻐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누구도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고민하는 것도 자신의 권리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사여묵과 송석석은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기에 보통 시만자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시만자는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데 능숙하여 지루하고 딱딱한 식사 시간을 흥미롭고 생기 있게 바꿔 놓곤 했다.한편, 전북망은 결국 사직하지 않았다. 며칠 후 관복을 다시 입고 풀이 죽은 채 복직했다.숙청제는 그를 다시 불러들여 얼굴에서 조금이라도 투지를 읽으려 했으나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북망은 마치 집을 잃은 개처럼 온몸에서 나약함과 패배감만 뿜어냈다.숙청제는 속으로 크게 화가 치밀었다. 전북망을 순수한 신하로 만들어 잘 훈련시키면 훗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적을 토벌하고 전장을 누빈 경험이 있는 무장이자, 몰락한 가문의 출신으로 황제의 은혜에 깊이 감사할 줄 아는 전북망은 최소한 충성심 하나만큼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숙청제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충성심이 중요한 건 맞지만 능력이 없는 충성심은 쓸모없다는 사실을 말이다.숙청제는 전북망이 조금 더 분발하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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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장기문이 무술을 배우기 위해 사부를 모신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술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승진을 위해서였다.하지만 그는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3년 안에 안 되면 5년을 기다리고, 5년 안에 안 되면 10년을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험이 쌓이니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성공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물론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3년 안에는 부위장에, 5년 안에는 위장에 오르는 것이었다.그러나 황제가 그를 소환해 현철위 부사령관 직책을 내렸을 때,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어전에서 한번도 실례를 범한 적이 없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옆에 있던 오월이 그를 발로 툭 차며 웃으며 나무랐다.“멍하니 뭐하느냐? 어서 은혜에 감사드리지 않고!”장기문은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은 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미천한 신하를 발탁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신은 반드시 충성을 다하고 몸 바쳐 헌신하겠습니다.”숙청제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월, 그를 데리고 가서 네 형제들에게 술 한잔 얻어먹으라고 해라.”그날 승진된 세 사람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장기문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했고 척귀는 약간 실망스러워했으며, 노아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과거 정탐조로 활동했던 만큼 비밀을 지키는 데 익숙해 감정을 겉으로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마음속에 감췄다.장기문은 당연히 동료들에게 술을 대접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걸음걸이조차 가벼워, 구름 위를 걷는 듯했고, 이 모든 일이 믿기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원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하늘에서 떡이 떨어져 그의 머리에 딱 맞아떨어진 격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얼떨떨해 정신을 차리고 오월에게 물었다.“부사령관직은 전 대감께서 맡고 계신 거 아닙니까? 어째서 저를 이렇게 승진시키신 겁니까?”오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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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다음 날, 장기문은 부모님과 처자식을 데리고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시만자를 찾아갔다. 당연히 많은 예물도 정성껏 준비했다.시만자는 전날 밤 석석이 미리 전해주어 장기문의 승진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관직이 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장기문이 모든 가족을 데리고 와서 감사 인사를 드리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모두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 있었고 마치 금덩이를 발견한 듯 활짝 웃고 있었다. 시만자는 그들의 기쁨에 전염되듯 승진의 의미를 실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승진하려면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황제를 구하는 대단한 공을 세우지 않는 이상, 몇 년이고 묵묵히 버텨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문 가족이 그녀에게 보여준 깊은 감사는 시만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가 승진하는 데 있어서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그가 스스로 노력해 얻어낸 결과였다.장기문은 부모님과 처자식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낸 뒤 자신은 황실에 남았다. 그는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나중에 혹시 있을지 모를 오해와 갈등을 예방하고 싶었다.모든 설명을 마친 뒤, 그가 말했다.“물론 이는 제 추측일 뿐입니다. 황제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저희가 감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제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양심에 어긋나는 지름길이라면 결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부님과 송 사백께서 이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송석석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뭔가 말하려다 시만자가 장기문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말없이 넘겼다. ‘그래, 사백이면 어때.’ 황제가 장기문을 갑자기 발탁한 것은 전북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신호로 보였다. 전북망은 황제의 기대를 여러 번 저버린 셈이다. 황제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를 감싸줬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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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송석석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듯 몽동이에게 물었다.“그럼, 그녀의 시신을 인수해 간 사람은 있어?”“공대인께서 그녀의 친정을 찾아갔지만 부모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형수 부부가 집안을 주관하고 있다더군. 그런데 여자가 이혼을 당해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강물에 몸을 던진게 불길하다며 시신을 인수하길 거부했대.”“그럼 남편 쪽은?” 시만자가 물었다. 하지만 묻고 나서야 스스로 부질없는 질문임을 깨달았다. 이미 내쫓은 아내를 어떻게 다시 거두겠는가?“그녀의 남편은 며칠 후 새 신부를 맞이할 예정이라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녀의 장례를 치러 주겠어?”시만자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화를 냈다.“그렇게 빨리 새 신부를 들이다니! 저런 개 같은 놈! 양심이란 게 있긴 한 거야?”송석석은 담담히 말했다.“아마 오래전부터 이미 준비해 둔 상대였겠지.”그러자 시만자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그 자수공은 아이가 없어서 버림받았다지. 그럼 혼수품은? 혼수품까지 그 남편 쪽이 다 챙긴 거야?”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평범한 백성이라 큰 혼수품을 갖고 있을리가 없지. 있다 해도 그동안 다 써버렸을거야.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그 자수공이 손재주가 아주 좋아서 평소에 자수를 팔아 꽤 많은 은화를 벌었대. 하지만 대부분 집안 살림에 보태느라 다 썼다고 해.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녀 몸에는 삼 냥짜리 동전 세 개뿐이었다고 하더라.”시만자가 벌떡 일어서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너 그걸 다 조사한 거야?!”“경조부에 다녀왔었어.” 송석석은 오히려 차분히 답했다. 그녀 역시 시만자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사를 해본 후에야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었다.“다만 내가 갔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친정이 시신을 거두지 않을 줄은 정말 몰랐어.”“네가 다녀온 줄 알았으면 나는 가지도 않았을 거야.” 몽동이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듯했다.“지금 그녀의 시신은 의장에 안치되어 있어. 내가 갔을 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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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이씨 부인은 그녀의 성이 자신과 같은 이씨라는 것을 듣고 더욱 안타까워했다.그녀를 위해 간소한 관 한 구와 옷 두 벌이 마련되었다. 한 벌은 이혜심의 시신에 입혔고 다른 한 벌은 순장용으로 사용되었다. 이씨 부인은 마음을 써서 그녀가 생전에 자수로 생계를 이어갔던 한 의류점에서 옷을 샀다. 점주의 말에 따르면, 그 두 벌의 옷에 수놓아진 자수는 모두 이혜심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이혜심은 34년 전 3월에 태어나 올해 3월에 묻혔다. 생일과 사망일이 단 8일 차이였다.버림받은 여인의 죽음은 마치 작은 돌멩이가 호수에 던져진 것처럼 잠시 작은 물결만 일으키고는 곧바로 잊혀졌다.그나마 한 이야기꾼이 이혜심의 장례를 도운 소진 공방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녀의 남편과 친정의 매정함도 함께 언급했다.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몇 마디 욕을 하고는 곧 그 이야기를 잊어버렸다. 그들은 자녀가 없으면 칠출지조에 따라 내쫓긴다는 예법을 받아들였고, 그런 전통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남편의 야박함은 정말로 매정하다고 느꼈다. 여러 해를 부부로 지냈으면서도 시신조차 거두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냉정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남편의 냉정함보다 친정의 매정함이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다시금 이 모든 것이 또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내쫓긴 이상 남편은 더 이상 남편이 아니므로 그녀의 장례를 치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친정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집간 딸은 이미 떠난 물과 같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 물이 여전히 친정을 이롭게 한다면 좋겠지만 이제는 친정을 부끄럽게 만드는 존재라면 친정 사람들 역시 그녀에게 화가 날 만했다.결국 이 일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에 대해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 일이 자신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다만 이 일이 잠시나마 작은 물결을 일으켰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물결이 지나간 자리에서만큼은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 흔들었을지도 모른다.3월의 날씨는 가는 봄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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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녀가 어떻게 공방까지 갔지?”소진 소주방은 외부에 이미 알려진 곳으로, 문전 박대를 당해 갈 곳이 없고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여인들을 받아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의라면 상황이 다르다. 가의는 비록 이혼을 당해 내쫓겼다 해도 생계를 유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송석석이 아는 바로 가의는 몇 채의 저택과 가게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쫓긴 뒤에도 여전히 부유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처지였다.이씨 집안의 시녀가 말했다.“그녀가 갈 곳이 없다고 억지를 부리며, 계속 공방에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부인께 욕까지 하면서요. 공방이 내쫓긴 여인들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자신도 조건에 부합한다면서, 받아주지 않으면 공방은 위선적이고 보여주기식이라고 계속 비난하고 있습니다. 부인께서 화가 많이 나셔서 왕비님과 시 소저께 이 일을 말씀드리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시만자는 이씨 부인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말을 듣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가볼게.”이상서는 늘 이씨 부인을 호랑이라고 불렀지만 그래도 그녀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의처럼 무리하게 논쟁을 벌이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이씨 부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가의는 이제 버림받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식으로 막 나가고 있었고, 이씨 부인은 공방의 명성을 지켜야 했기에 직접 나서서 그녀를 내쫓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더욱 화가 난 것이었다.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시만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염선생께서 왕야께 그쪽 일을 전해 드리도록 하시지요! 이미 제가 염선생께 다 말씀드렸으니, 염선생 측에서도 어느 정도 내막을 알아봤을 겁니다.”염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녀오세요.”두 사람은 시녀를 데리고 소진 소주방으로 향했다. 공방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시녀가 나서서 문을 두드리며 신분을 알리자 문이 열렸다.소진 소주방의 정원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보통 외부 손님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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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했던 가의는 송석석과 시만자를 보자마자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그녀는 옷깃을 꽉 쥐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귀에는 작은 금빛 나비 모양의 귀걸이가 걸려 있었는데 지금 입은 거친 옷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자존심과 체면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혼자였다. 곁에는 시녀 한 명조차 없었다.“왕비, 시 소저, 딱 잘 왔네.”이씨 부인은 화가 잔뜩 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말했다.“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공방에 들어오겠다고 하더니 심지어 이름까지 바꾸라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무슨 이유로 쫓겨났는지 물어봤더니 우물쭈물하면서 말도 제대로 안 하더군요.”이씨 부인이 화를 낼 만했다. 공방을 설립할 당시, 송석석과 이씨 부인은 규칙을 정했다. 악랄하거나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러 쫓겨난 사람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래서 가의가 찾아왔을 때는 당연히 이유를 물어야 했고 그 이유를 조사한 뒤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변명만 늘어놓으며 제대로 대답하지도 않고, 오히려 거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으니 이씨 부인이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송석석과 시만자가 자리에 앉았다. 가의는 그들의 비단옷과 화려한 장신구를 바라보며 자신이 군주로 지내던 시절과 다름없는 그들의 모습에 눈길이 멈췄다. 반면, 지금의 자신은 거친 옷을 입고 나무 비녀를 꽂은 초라한 모습에 화장조차 하지 못한 채 늙고 빈곤해진 상태였다. 이 강렬한 대비는 그녀의 마음에 분노와 수치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그러나 이곳에 오지 않을 수는 없었고 송석석 앞에서 예전처럼 거만한 모습을 드러낼 수는 더더욱 없었다. 송석석은 조정의 관리였고, 그녀의 어머니 사건은 사여묵이 맡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정말 공방에 들어오고 싶은 겁니까? 여기에서 산다는 게 비단옷을 입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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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가의는 송석석과 이씨 부인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송석석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잊은 듯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역시 너희는 위선자였어. 억울하게 내쫓긴 여자들을 받아들일 마음도 없으면서 착한 척은 왜 하는 건데? 내가 너희의 정체를 다 까발리고 말거야!”그녀는 당당하게 외쳤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리에 앉은 채로 이씨 부인을 노려보기만 했다. 송석석은 가의를 바라보며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씨 부인의 시녀가 가의의 방문 소식을 전했을 때는 단순히 소란을 피우러 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방에 와서 본 그녀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지금도 그녀는 목소리만 높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자리를 떠날 기색조차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설마 내쫓긴 이후로 정말 이렇게까지 궁핍해진 건 아니겠지?’ "듣자 하니 우리 소진 소주방의 이름을 바꾸려 했다고?"시만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전처럼 날카롭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특히 지금의 가의는 자존심를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 없는 처지였기에 그녀의 모습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가의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나는 단지 죽은 사람 이름으로 공방을 부르는 게 불길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불길하면 오지 마."시만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어디까지 추락했든, 사람을 화나게 하는 능력만큼은 여전하군.’ 시만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탐이라도 난다고 생각해?” 가의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듯 말했다. 독설 몇 마디를 더 하려다가도 송석석의 침착하고 단호한 표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그럼 가라니까? 진짜 웃겨! 여기까지 와서 싫다느니 뭐니 불평은 왜 하는거야? 여기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여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곳이야.”가의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절대 안가. 나는 그저 너희가 진짜 위선자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야."송석석은 이씨 부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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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이 일은 송석석과 시만자까지 나설 필요가 없었다.노 집사는 평양후부 집사와 오랜 친구였기에 다음 날 두 사람이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알고 보니 지난해 새로 첩이 된 조 씨의 성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재능이 우수한 자였으며, 그녀 또한 학문이 깊어 일찍이 혼사를 논했었다. 하지만 2년 전 약혼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남편을 잡아먹는 팔자라는 소문이 돌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어떻게 평양후와 인연이 닿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평양후가 그녀를 눈여겨보고 첩으로 들인 것이다.풍집사의 말에 따르면, 조미진을 들인 이유 중 하나는 그녀에게 집안일을 도우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측실 부인이 오랫동안 병약했고 작년 겨울에는 거의 죽을 뻔했다. 올해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서 겨우 회복된 상황이었다.조미진은 집안일을 잘 알았고 들어온 후부터는 항상 노부인의 집안 관리도 도왔다. 노부인도 그녀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그러나 가의는 당연하게도 조미진을 좋아하지 않았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항상 그녀를 괴롭혔다. 노부인이 몇 차례 꾸짖고, 거기에 그녀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까지 겹쳐지고 나서야 겨우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세 달 전, 조미진은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임신 초기 증상이 심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유독 그녀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벼운 요리만 찾았다. 노부인은 한때 아이를 가진 경험이 있어 임신 중에는 집 생각이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미진의 어머니를 초대해 곁에서 함께 하게 했다.그런 가의가 조미진에게 모질게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된 노부인은 몇 차례 그녀를 꾸짖었다. 가의는 이 화를 화풀이할 곳이 없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소환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었다.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을 때, 노 집사는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전소환은 평양후부에 들어온 후, 정말 그녀에게 시달리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시만자는 재촉하며 물었다."전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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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송석석은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돌아온 것을 보고 눈매가 활짝 휘어지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사건은 다 처리했나요?""아니, 하지만 오늘은 밤을 새고 싶지 않아서."사여묵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무심코 얼굴에 온화한 기색이 돌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염선생은 뒤돌아 차를 내오라고 지시했다."목이 타들어가겠군. 개여주차를 준비해 주시오."시만자가 웃으며 물었다."염선생님, 오늘 뭘 하셨길래 목이 쉴 정도로 바쁘셨습니까?""가게를 둘러보고 사람들과 가격 협상을 했습니다."염선생은 송석석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시만자는 가게 정리에 관심 없었다. 곧바로 사여묵에게 물었다."시경님께서 아까 가의의 상황을 안다고 하셨는데, 대체 무슨 일인가요?"사여묵이 대답했다."그녀에게는 본래 은전도 많지 않았소. 사온의 역모 사건 때 가의가 운영하던 가게들의 수익이 전부 사온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소. 게다가 그녀가 일부 부인들과 제귀태비, 덕귀태비와 함께 운영하던 가게들까지 모두 사건에 연루되었소. 그리고 관련된 가게들은 이미 조사 후 폐쇄되었소. 그녀의 개인 가게 두 곳이 남아 있었으나 그 또한 당시 고부진의 명의로 되어 있었소. 고부진이 처형되면서 그 가게들 역시 몰수되어 국가 소유로 전환되었소. 이 사실을 가의는 평양후에게 끝까지 숨겼소. 평양후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수입이 끊긴 그녀는 손에 있는 은전을 꺼내 고리대금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소. 수익은 꽤 괜찮았던 모양이오. 그러다 연왕비 시민주에게 만 냥을 빌려 함께 고리대금을 돌리며 이익을 반씩 나누기로 했다하오."사촌 언니가 이것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시만자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하지만 최근 조정에서 고리대금업을 엄격히 단속하기 시작했소. 그녀도 바로 적발되어 ㅇ벌금으로 많은 돈을 물게 되었소. 평양후에게 쫓겨날 때 가져갔던 돈도 모두 벌금으로 내고도 모자라서 집과 장신구를 팔아야 했소.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갈 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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