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양시연이 전화를 걸어오자 부승원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정인 그룹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반우희는 코알라처럼 매달려 저녁을 차려달라고 졸랐다.“돌아와서 해줄 게. 지금은 일단 회사로 가봐야 할 것 같아.”“그럼, 나랑 같이 가요.”“더 안 쉬어도 괜찮겠어?”반우희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오후 내내 쉴 만큼 쉬었는걸요.”부승원은 반우희를 실컷 괴롭히고 나니 이젠 반우희가 하자는 대로 모두 따라줬다. 그래서 반우희가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 걸 기다렸다가 나란히 아래층으로 향했다.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나니 반우희는 기분이 퍽 좋아져 회사로 가는 내내 조잘조잘 떠들었다.회사 아래에 도착하고 보니 직원이 적지 않게 모여 있었다.부승원은 차량을 깊숙한 곳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기 전 반우희에게 골프용 모자를 씌웠다.반우희는 그 뒤를 졸졸 따르며 푸념했다.“이 모자는 너무 크잖아요!”부승원은 손을 잡다가 어깨를 감싸며 모자를 다시 꾹꾹 눌러줬다.“그리고 마스크도 너무 불편하고 답답해요.”반우희의 말에 부승원이 답했다.“다음엔 좋은 거로 챙겨줄 테니까 오늘만 봐줘.”반우희는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배고파요...”“올라가면 먹고 싶은 거 시켜줄게. 미리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둬.”반우희는 바로 신이 났다.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난 게 아닌, 부승원이 자기 말대로 고분고분 따라주는 것에 신이 났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반우희는 몰래 부승원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꼬실 걸 그랬어요.”부승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몇 번 잤다고 이렇게 다정해지다니. 적응이 안 되는걸요?”“변호사님은 의외로 마음이 약한 사람인가 봐요?”“그런데 처음 그때에는 왜 모른 척했지?”반우희가 어느새 진지하게 고민에 빠지자 부승원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라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반우희가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말을 이어 하려는 반우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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