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했고 따라 내린 부승희는 이러한 상황에도 아주 덤덤해 보였다. 부승희는 트렁크에 비상 타이어가 없다는 말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하라고 지시했다.“오빠, 견인 부르고 오 사장한테 차량 새로 부탁해.”이승우는 오정범이 액운을 불러온 거라 투덜거렸다.그러나 사건은 꽤 빨리 해결되었다.이승우가 전화를 걸고 있는데 부승희가 핸드폰을 뒤적이며 이렇게 말했다.“오빠, 여기 콜택시 잡혀.”그러자 이승우는 오정범에게 걸고 있던 통화를 바로 종료하고 부승희의 핸드폰을 바라봤다.“너 콜택시 별로 안 좋아하잖아.”“돼지 농장도 운영하는 내가 그런 걸 따질 것 같아?”‘내가 언제 그렇게 까다로웠다고.’부승희는 고개를 숙이며 핸드폰을 조작했다.“일단 이 차량 길가에 가져다 대고 견인 차량이 오면 맡기고 택시 타자. 더 질질 끌다가는 해가 떨어지겠어.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 타서 여기 근처 왔다가 차량 구해서 다시 전주로 돌아가는 거야.”“그래.”두 사람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5억이 넘는 차량을 아무렇게나 길가에 세워두고 콜택시를 부르기 시작했다.가백산은 해발이 높지는 않았지만 풍경이 좋았고 등반하고 하산까지 소요 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초여름이고 산이다 보니 온도는 아주 낮았다. 게다가 이름 모를 벌레들도 많았다.등산 전, 이승우는 가방에서 스프레이를 찾아 부승희의 팔과 다리에 분사했다.부승희는 큼지막한 돌멩이에 앉아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았고 이승우가 이렇게 세심한 건 미처 몰랐다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가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며 이승우를 불렀다.“저기, 혹시 스프레이 좀 빌릴 수 있을까요?”이승우가 물었다.“몇 명인데요?”여자는 더 쑥스러워하며 멀지 않은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웬걸, 척 보아도 여덟명이나 되어 보였고 모두 반소매 반바지 차림이었다.이승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그쪽 한 명에게 빌려주는 건 몰라도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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