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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031 - Chapter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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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몇 시야?”부승희가 잠결에 묻자 이승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부승희를 안마 의자에서 안아 올렸다.‘뭐지?’부승희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이승우의 어깨에 손을 감았다.“7시. 옆방으로 바래다줄게.”“그냥 나 깨우면 되잖아.”부승희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러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이승우의 품은 꽤 단단하고 편했기에 옆방으로 가는 길에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으나 체온을 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또 이승우의 이마를 만지려 손을 뻗었다.이승우는 길을 걸다가 고개를 숙여 부승희의 손이 제 이마에 닿게 했다.“이젠... 안 뜨겁네...”부승희는 그 한마디만 건네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이승우는 말없이 부승희를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옆방 문을 열고 침대 위로 눕혔다.폭신한 침대에 눕고 부승희는 알아서 코알라처럼 이불을 찾아갔다.이승우는 이불을 좀 더 당겨 등을 가려줬다.요즘 들어 부승희는 자주 앉아서 근무했기에 허리며 목까지 아프다고 자주 호소했었다.이른 시간은 아니었으니 위층엔 벌써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승우는 한참 부승희를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열을 재고 약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비서에게 업무를 조달한 뒤에 편하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부승희가 자신의 옆방에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이승우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게 느껴져 바로 잠이 들 수 있었다.꿈속엔 또 얼기설기 얽힌 기억들이 떠올랐다.부승희는 많이 피곤한 것인지 오후 두 시까지 푹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한 부승희는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그리고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옆 방의 이승우를 찾아갔는데 이승우는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었다.부승희는 문에 대고 쾅쾅 노크하며 이승우를 깨웠다.부스스 잠에서 깬 이승우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더니 다시 침대에 풀썩 누웠다.“승희야, 겨우 두 시잖아.”“오후 두 시라고!”부승희는 어이가 없었다.“근데 오빠는 지금 좀 어때? 머리 아직도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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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나 지금 회사 다녀오려고 하는데 저녁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사올게.”부승희는 예쁜 가방을 골라 들며 현관 앞에 서서 말했다.이승우는 따듯하게 데워진 우유를 꿀꺽꿀꺽 마시다 답했다.“아무거나. 난 다 괜찮아.”“어젯밤 갔던 레스토랑 나쁘지 않던데 포장해올까?”부승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메뉴를 읽었다.“그러면 칠리 새우랑 갈비찜 어때?”“새우는 좋은데 갈비는 별로야.”하지만 요리가 겨우 하나인 건 조금 아쉬웠다.“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없어?”“아무거나.”“한 번만 더 아무거나 라고 답하면 오늘 밤 굶을 줄 알아.”이승우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다 마신 우유 컵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사골 곰탕?”“...”“나 사골 곰탕이 먹고 싶어.”이승우가 다시 말을 보탰다.“주변에 사골 곰탕 파는 가게가 어디 있어!”“그럼... 아무거나 사.”부승희는 이를 꽉 깨물었다.어젯밤 비를 폭삭 맞은 것만 아니었다면 이승우를 사골 곰탕으로 우릴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그러나 부승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로 흔들지도 않고 바로 문밖으로 나섰다.“나간다. 알아서 잘 쉬고 있어.”“내가 재료 손질해놓을 테니 저녁에 와서 해주라.”이승우는 고집스레 졸랐다.“시간 없어!”“시간 내줘.”펑.문이 닫혔다.“...”이승우는 굳게 닫힌 현관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성격도 참. 어제 비밀 좀 들춰본 거로 버럭 하기는.’이승우는 저도 모르게 창가로 걸어가 떠나는 부승희의 뒷모습을 쫓았다.그런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차에 오르기 전에 부승희가 고개를 휙 돌려 위층을 올려다봤다.이승우는 창문을 열고 활짝 웃었고 손을 저어 인사 하려는 찰나, 부승희는 매몰차게 차에 올라 문을 쾅 닫았다.‘쩝. 매정하긴.’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보낸 이가 바로 부승희였다.[까치집 생긴 머리로 바보처럼 웃지나 말고 머리나 빗어.]“...”이승우가 답장하기도 전에 차는 시동이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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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집으로 돌아오고 부승희는 소파에 앉아 한참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이승우는 과일을 예쁘게 썰어왔고 한입씩 부승희의 입에 넣어주며 오늘 자리 분위기가 어땠는지 물었다.이승우가 아픈 뒤로 부승희는 계속 이승우의 집을 오가며 보살폈고 며칠 내내 이승우의 집에서 잠을 잤다. 저녁만 되면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거나 보드 게임을 했고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오늘 오후, 부승희가 이승우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던 비서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었다.“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오래된 부부 사이인 줄 알겠어요.”그 말을 듣고 부승희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때 오렌지 과즙이 톡 터져 입안으로 퍼졌다.마침 테이블에 올려 둔 이승우의 핸드폰이 울렸고 부승희는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오빠 전화 왔어.”“네가 대신 받아줘.”‘아, 귀찮게.’부승희는 나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겨우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수신자를 확인한 부승희는 입안의 오렌지도 채 씹지 못하고 멈춰 섰다.이승우는 해장국을 끓이다가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거의 다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그 말이 끝나자마자 부승희는 핸드폰을 들어 이승우에게 보였다.그리고 사과 한 조각을 아삭아삭 씹으며 말했다.“이거 봐봐. 오빠 찐 사랑한테서 걸려온 전화니까 오빠가 직접 받아.”이승우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지은설은 화서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새 남자친구를 만났고 바로 결혼해 아이도 낳았다.이승우는 지은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이승우는 지은설에게 보상금을 건네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었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다고 말이다.그러나 오래 시간이 지나도록 지은설은 단 한 번도 이승우를 찾지 않았었다.해장국은 보글보글 끓고 있고 부승희는 소파에 앉아 이승우가 통화하는 걸 지켜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여보세요?”그 목소리에 부승희의 입꼬리가 경직되었다.부승희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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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정말 내가 돕지 않길 바라?”“응.”“그래. 알겠어.”이승우는 핸드폰을 꺼내 직접 지은설의 번호를 차단하는 걸 보여줬다.부승희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 행동을 막아섰다.“뭐하는 거야?”“앞으로 돕지도 않을 텐데 연락처 남길 필요도 없지.”“아깐 그렇게 미안해하더니 왜 지금은 의리 없이 바로 차단하는 건데?”이승우는 침착하게 말했다.“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내가 도우려고 했던 건 단순히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지만, 네가 싫다면 기꺼이 나쁜 사람 할래.”“오빠도 오빠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기나 해?”“그래. 많은 사람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겠지. 그런데 난 상관없어.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몰라도 너한텐 좋은 사람 되고 싶어.”“나 때문에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차단하고 돕지 않는 행동 자체가 나쁜 사람인 거야.”“그럼 차단 풀고 네 말대로 그 아이 도울게.”“그만!”‘젠장.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네.”이승우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은 한참 문 앞에 서서 대치했다.부승희는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과거 찐 사랑이라 칭했던 그 사람과는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게 확실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짜증이 났다.부승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등을 돌렸다.“오빠 마음대로 해!”“돕든지 말든지!”“어차피 우린 겨우 협력 파트너일 뿐이지 연인도 아니잖아. 내가 뭔 상관이야.”이승우는 하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로 말을 삼켰다.부승희는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안 가고 뭐 해?”부승희는 이승우가 역병인 것처럼 내쫓았다.며칠 동안 사이가 겨우 풀어졌는데 전화 한 통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이승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승희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술 많이 마셨으니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말고 일찍 쉬어.”그리고 대신 문까지 닫아줬다.문이 닫히는 소리에 부승희는 입을 삐죽거렸고 얼굴을 굳힌 채로 문에 기대앉았다.부승희는 샤워하지 않고 한참 문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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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지은설의 연락 한 번에 이승우는 지금까지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뻔했다.하지만 더 큰 불행이 찾아오고 있었는데... 배여진이 다시 돌아와 버렸다.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아직 이혼하지 못했다. 배여진이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의 오랜 대치에 애꿎게 새우등이 터진 건 이승우였다.선기현은 계속 이혼을 고집했고 전주까지 찾아왔다.부승희는 배여진의 옆을 지켰고 이승우는 선기현을 만났다.“기현이는 그래도 이혼하고 싶어해. 아이도 지우길 바라고.”조금 티가 난 배여진의 배를 보며 부승희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부승희와 배여진은 꽤 오랜 인연이었으며 성격도 아주 비슷했다. 과거 배여진은 부승희보다도 한 성격을 했었는데 꽃다운 청춘을 선기현의 짝사랑하며 보냈고 선기현 한 사람에게만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드디어 선기현이 마음을 받아줘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는데 또 다른 막장의 시작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정말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룸안의 배여진은 술을 마실 수 없었으나 만취한 것보다도 더 심란해 보였다.배여진은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고 그동안 선기현과의 아름답던 추억을 수도 없이 꺼냈다.“내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몇천 자나 되는 장문을 보냈었어.”“나만 보이고 나만 좋아해 준다고 약속도 했는데.”“그렇게 하늘에 대고 맹세를 했는데 어떻게 그 약속을 이렇게 쉽게 저버릴 수 있어? 정말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젠장. 이 시나리오 왜 이렇게 익숙하지?’부승희는 이승우가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이 세상 모든 남자는 결국 다 똑같은 걸까?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았다.그러나 이어진 배여진의 눈물 섞인 목소리에 부승희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만약 기현이가 나에게 돌아와 버렸다 않았다면 난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어쩌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굳이 날 돌려세운 기현이 너무 미워.”“승희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라고 하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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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배여진은 깨진 유리 컵으로 손목을 그었다.깊게 파인 상처만큼 배여진은 삶의 미련이 없었다.마치 선기현을 위해 결혼식 당일 도망친 것처럼 배여진이 선기현을 향한 사랑은 나방이 불꽃을 날아드는 것처럼 무모했다.부승희는 많이 당황했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배여진의 심정이 많이 이해가 갔다.그리고 배여진이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승희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그 마음이 변하는 걸 지켜보는 게 얼마나 지옥인지 알아?”이승우와 선기현도 빠르게 병원으로 움직였다. 의사는 배여진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수혈을 하고 있었다.부승희는 선기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대신 주먹부터 날리려 했다.“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여진 언니 배신하면 천벌 받을 거라고 맹세했다면서! 그럼 천벌 받아!”선기현은 몰아치는 주먹에도 막아서지 않았고 잔뜩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부승희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자 이승우가 막아서며 말했다.“먼저 여진이부터 만나게 해줘.”“만나긴 뭘 만나? 여진 언니가 기현 오빠 만나고 더 흥분하면 어떡하라고.”부승희는 한참 생각하다가 선기현의 팔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더는 여진 언니 자극하지 마. 벌써 나이가 서른셋인데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 언니 지금 아이도 임신 중인데!”선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부승희는 병실 앞을 지켰고 안쪽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몰라도 수혈 중인 배여진이 선기현의 품에 안겨 엉엉 우는 게 보였다.만약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정말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면 배여진은 정말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다 버릴 것 같았다.부승희는 그 광경을 보며 점점 손발이 차가워졌고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랐다.이승우는 이런 부승희를 이끌고 복도에 있는 좌석에 앉혔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두 사람이 아무리 노력하고 잘 지내보려고 해도, 배여진이 피를 흘리는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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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끝내 피를 보고 배여진은 점점 흥분을 가라앉혔다.의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와 이승우를 데리고 나갔다.부승희는 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보며 머릿속이 텅 비었고 다급하게 의사의 뒤를 따랐다.불행 중 다행인 건, 칼날이 이승우의 왼쪽 볼을 스쳤고 피가 많이 흐르긴 했으나 눈이나 코가 다친 건 아니었으며 상처가 깊은 편도 아니었다.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부승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몇 바늘 꿔매야 하나요? 회복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의사는 정확하게 대답을 하지 않고 더 검사를 받아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부승희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그럼 빨리 검사부터 받게 해주세요.”주변에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여 있었고 부승희는 이승우와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었다.이승우가 잠시 말을 할 수 없는 것도 대화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잠시 밖에서 기다리니 간호사가 밖으로 나와 상처 봉합을 마쳤다고 말해줬다.“입원할 필요는 없을까요?”“네. 집으로 돌아가셔서 조심하시면 문제없을 거예요.”부승희는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부승희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승우가 먼저 밖으로 나왔고 깜짝 놀란 부승희가 말했다.“왜 벌써 나온 거야?”이승우의 왼쪽 얼굴엔 거즈로 덮여 있었다.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였는데 거즈가 이승우의 미모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이승우가 입을 열려는데 부승희가 빠르게 말렸다.“말 하지 마. 상처가 땅겨지면 어떡해?”이승우는 부승희가 많이 놀란 걸 알아차렸고 말없이 부승희를 바라만 봤다.그리고 속으로 배여진 부부를 실컷 욕했으며 기분은 저기압으로 가라앉았다. 이승우는 본인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걸로 얼굴을 꼽았고 그딴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망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잡쳤다.그러나 잔뜩 긴장한 부승희를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이승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분위기를 띄워보려 입을 열었다.“저기...”“말하지 마라니까!”부승희는 혀를 쯧 하고 찼다.“안 아파?”“아파.”“아프면 조용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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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부승희는 조금 다친 ‘경호원’을 옆에 끼고 배여진을 찾아갔다. 병실 밖엔 잔뜩 피곤해 보이는 선기현이 먼저 보였고 배여진은 선기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쓰레기 같은 사람.’배여진은 부승희를 보고 한참 침묵하더니 눈을 붉히며 사과를 했다.“아니야. 승우 오빠 멀쩡하니까 언니 몸이나 잘 챙겨. 그리고 언니, 내가 오지랖이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세상엔 본인 목숨과 아이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리고 언니 지금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이는데 제대로 검사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배여진은 이불 끝을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부승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 병실에 붙여둘 테니까 입원해서 몸 잘 추스르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퇴근하면 언니 보러 올게.”그 말에 배여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친구로서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였다.병실을 나서고 배여진은 선기현을 지나쳐 이승우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배여진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이승우를 집에 바래다주고 보니 밥때를 놓친 게 생각났다.이승우는 소파에 앉아 메시지를 보냈다.[혹시 밥도 챙겨주나?]“입을 벌릴 수는 있겠어? 안 아파?”[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잖아.]“...”부승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하룻밤 굶는 건 큰일 아니잖아. 상처가 좀 아물려면 내일 아침 먹는 게 좋겠어.”이승우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부승희를 바라봤다.‘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부승희는 웃음을 꾹 참다가 말했다.“죽 끓여주면 빨대로 먹을래?”[고깃국, 계란찜, 각종 죽 다 먹을 수 있어.]부승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먹고 싶은 것도 많네.”이승우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문자를 보냈다.[여진이는 네 친구잖아.]‘그러니까 네가 책임져.’“선기현 그 개자식은 오빠 친구잖아!”이승우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지난번에 벌써 절교했어. 이번엔 네가 부탁해서 만난 거라고.]그 말인즉슨 부승희가 책임을 돌릴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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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부승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어쩌면 부처님이 정말 오빠 천벌 주시려다가 한번 봐주신 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몸 좀 사리는 게 좋을 거야. 이게 마지막 경고일지도 몰라.”이승우는 마음이 급해 입을 열었다.“그건 안돼.”그리고 상처가 땅겨져 또 앓는 소리를 냈고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향해 손을 뻗었다.다행히 부승희가 재빠르게 이승우의 손을 낚아채 상처에 닿지 못하게 했다.이승우는 고개를 들어 부승희와 눈을 마주했다.부승희는 바로 이승우에게 뺨을 날리려 했으나 지금 얼굴 어딜 건드려도 위험할 거라는 생각에 허공에서 멈칫하다가 오른쪽 귀를 잡아당겼다.“아직 덜 아픈 거지?”이승우는 감히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조심스레 부승희의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그리고 입술을 최소한도로 열어 말했으며 목소리도 아주 낮았다.“아파. 엄청 아파.”부승희는 이승우의 작은 숨결이 입가 주변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고 이승우에게서 병원 소독수 향이 느껴지자 손의 힘이 점점 줄어들었다.“아프면 가만히 좀 있어. 다 먹었으면 빨리 잠이나 자든지. 나랑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면 아직도 힘이 넘치는 것 같아.”이승우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부승희의 옆으로 조금 더 붙었다.‘너랑 좀 더 있고 싶어서 그러지.’“...”부승희는 이승우의 오른쪽 귀를 더 세게 잡아당기려 했으나 힘을 주기도 전에 이승우는 상처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척 보아도 연기인 게 보여 부승희는 이를 악물고 귀를 꽉 잡아당기며 등이라도 내리치려 했다.이승우는 본능에 따라 몸을 작게 말았다.‘뭐야. 진짜 때리게?’부승희는 겁에 질린 이승우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다시 꾀병 부리기만 해봐? 오빠 나이가 서른이 넘어. 아직도 어린 아이인 줄 알아?”‘세상에. 나이 공격이라니.’이승우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 손을 휘휘 저었다.‘그만해.’부승희는 입꼬리를 올렸다.“이건 듣고 싶지 않아? 그럼 빨리 얌전히 침대로 가.”‘가라고 하면 못 갈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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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이승우는 배여진이 하루빨리 경인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지금 배여진의 상태를 보아 앞으로 또 언제 미친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씨 가문과 선씨 가문 부모님께서 전주를 찾았다. 선기혁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배여진을 위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였다. 두 가문 모두 배여진을 재촉하는 대신 전주의 병원에서 배여진의 옆을 지켰다.그 소식에 이승우는 어이가 없어졌다.“전주가 뭐가 좋다고 여기 죽치고 있는 거래?”이승우는 부승희에게 투덜거렸다.부승희는 문서를 뒤척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비꼬듯 말했다.“오빠 구사일생의 아홉 번 채워야 하잖아. 두 사람이 옆에 있으면 기회도 많아지고 얼마나 좋아. 기회가 없어지면 오빤 손톱 작게 갈라진 것도 한 번으로 쳐달라고 하며 어영부영 넘어갈 사람이야.”이승우의 논리대로면 며칠 안으로 아홉 번을 다 채울 기세였다.이승우는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말했다.“그거 약지 손톱이었어.”“오빠 동맥은 약지 손톱에 있나 봐?”“우리 앞으로 결혼하면 결혼반지 약지에 껴야 하는 건데 손톱이 갈라지는 건 큰일이잖아.”“...”‘멍청하긴.’두 사람은 별 같지도 않은 일로 한참 티격태격했고, 그러다가 요즘 거래 유도 중인 업체에서 연락이 와 빠르게 회의실로 향했다.열심히 일하는 이승우의 모습은 꽤 봐줄 만 했다.점심 기간이 되고 부승희는 아래층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부승희의 테이블을 작게 두드렸다.“부승희 씨?”여자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부승희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하얗고 청순하게 생긴 그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부승희는 그제야 누구인지 알아봤다.‘아, 하루빨리 씨네.’바로 지은설이었다.“무슨 일이시죠?”지은설은 부승희의 맞은 편 자리를 살펴보더니 예의를 차려 물었다.“자리에 좀 앉아도 될까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부승희는 지은설이 자신을 찾아온 의도가 뭔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지만, 이마에 땀이 맺힌 지은설을 보며 며칠 전 이승우가 지은설의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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