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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176 챕터

제1021화

부승희는 반쯤 잠든 채 중학교 2학년 때의 운동회를 떠올렸다. 반의 여자아이들은 좀처럼 참가하려 하지 않았지만 최소 인원 규정 때문에 결국 제비를 뽑아야 했고 운 나쁘게도 반우희가 장거리 달리기에 걸리고 말았다.그때 그녀는 그렇게 날씬하지 않았고 뛰는 모습도 예쁘지 않았다. 반에서 한 남학생이 그녀를 좋아해서 온갖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고 했지만 부승희가 관심을 주지 않자 그는 점점 비난으로 태도를 바꿔갔다.“부승희, 너 요즘 살찐 거 알아? 뛰는데 다리가 출렁거리더라.”‘헛소리.’부승희는 원래 기가 센 성격이라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날 오후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들을 이끌고 학교 후문으로 갔다. 그리고 그 멍청이를 붙잡아 제대로 본때를 보여줬다.하지만 그 남자애의 말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다리가 좀 두꺼운 편이라 달리기도 빠르지 않아서 아마 꼴찌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경인국중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물은 연결되어 있었고 고등학교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고등학생들이 구경하러 오곤 했다.그때 부승희는 만약 이승우가 친구들을 데리고 구경 왔을 때 내가 통통한 몸으로 뒤에서 헉헉거리며 뛰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창피할까 하고 생각했다.그날 이후 그녀는 매일 방과 후 운동장에서 연습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다만 대회가 임박했을 때도 그녀는 별로 살이 빠지지 않았고 달리기 속도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어느 날 밤 부승희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관중석에 혼자 앉아 있었고 헉헉 숨을 몰아쉬며 종아리 살을 꼬집어 보니 왠지 우울했다.부승희는 내일 이승우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의자가 톡톡 두드려졌고 고개를 돌려보니 위쪽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이승우였다.그는 농구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아마 방금 훈련을 마친 듯했다. 그는 웃으며 위에서 쪼그려 앉았고 여느 때처럼 가벼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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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학생 시절 이승우는 누구보다도 인기가 많았다. 그보다 몇 년 선배인 연정훈과 부승원도 인기 있는 인물이었지만 이승우를 압도할 수 없었다.가문이 좋고 외모도 뛰어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그였기에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당시 경인국중에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 여학생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이승우가 누구와 사귀고 누구와 헤어졌는지 모두가 빠르게 큰 화제가 되었다.하지만 그 해 운동회 이후 학교 내에서 매우 비정상적이고 중2병 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부승희가 이승우의 진정한 사랑이며 두 집안은 이미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승우는 반항적이라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 마음속에서는 부승희가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해 부승희는 1등은커녕 완주조차 가까스로 할 뻔했다.그때 그녀를 비웃던 그 남자아이는 화를 삼키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보기 위해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부승희의 리듬이 깨졌고 마지막 한 바퀴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부승희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다.‘끝났어. 큰 망신이야. 이승우가 치어리더를 데리고 곡 올 텐데.’이승우는 곧 치어리더를 데리고 올 줄 알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허풍을 떨었다고 생각한 듯 치어리더도 친구들도 없이 혼자만 왔다.마지막 한 바퀴는 그가 그녀와 함께 달려줬다.장거리 달리기는 본래 인기가 없는 종목이었지만 마지막 한 바퀴에서 그들 둘만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가장 큰 화제가 되었다.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학교 웹사이트에서 그들이 함께 찍힌 사진을 본 순간이었다. 물론 다양한 추측들이 터무니없고 바보 같았지만 그날 밤 그녀는 계속 그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심지어 다른 계정을 만들어 그 열기를 즐기려 했다.숨이 가쁘고 죽을 것 같았을 때 그는 여유롭게 그녀의 옆에서 달리며 리듬에 맞춰 숨을 쉬고 괜찮다고 달리지 못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10월의 오후는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운동장도 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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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의사는 곧 도착했다.“보통 감기일 것 같아요. 여름에 온도 차가 심하니 감기 걸리기 쉽습니다.”부승희는 그 큰 웅덩이를 떠올리며 아마도 이승우가 병에 걸린 이유는 그 물 때문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둘 다 바쁘고 세 끼도 불규칙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아프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그러면 일단 열 내릴 수 있도록 수액 놔주세요.”그녀가 말하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준비하고 이승우에게 수액을 놓아주었다.새벽 4시 이승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부승희는 그의 안마의자에 기대어 졸며 지켜보고 있었다.“좀 어때?”“토할 것 같아.”“다 토했잖아? 아까 상황 보니까 이제 더 이상 토할 게 없을 것 같던데?”부승희가 앉은 자세로 물었다.이승우는 대답했다.“토할 게 없으니까 더 힘들어.”“좀 더 지나고 안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데려다줄게.”부승희가 말했다.“응...”부승희는 다시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이승우는 물 한 병을 다 마시고 조금 기운을 차려서야 말할 힘이 생겼다.“우리 이렇게 보면 서로 의지하는 그런 느낌이네.”이승우는 또 말장난을 쳤다.“난 아니야. 난 전주에 온 뒤로 아픈 적 없잖아. 그런데 너는 두 번째 아니야?”부승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난 정말 두려워. 창업이 반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질까 봐.”“그건 안 되지. 아직 너와 결혼도 못 했는데.”부승희는 그의 말을 반박하려고 했지만 이승우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됐어.’“그러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네가 해줄 거야?”“내가 한 걸 너 먹을 수 있어?”“당연하지. 독약이라도 먹을 거야.”‘쳇.’부승희는 핸드폰을 꺼내며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너도 시켜줄게. 기다려.”시간이 너무 늦었고 경인에 있는 게 아니어서 주문해도 비싼 배달 음식만 가능했고 부승희는 메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고르고 있었는데 맘에 드는 메뉴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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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사골곰탕은 성산시를 대표하는 음식이었고 이승우의 어머니는 성산시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주력 요리가 되었다.물론 어쩌면 그녀가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요리는 이것 하나뿐일지도 몰랐다.들리는 이야기로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던 이승우의 아버지가 바로 이 요리에 마음과 입맛을 빼앗겼다고 한다.이승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작은 뚝배기에 담긴 국물을 남김없이 비우고는 팔짱을 낀 채 여운을 곱씹었다.부승희는 그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고 얼른 눕기나 하라고 했고 그는 순순히 다시 누웠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표정이 남아 있었다.잠시 후 그는 몸을 돌려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옆에 앉아 있는 부승희를 바라봤다.“부승희, 너 이거 영상 보고 배운 거 아니지?”“...”“먹어보니까 알겠어. 꽤 잘 만들었더라.”“...그냥 타고난 거야.”“누구한테 배운 거야?”이승우가 갑자기 그렇게 묻자 부승희는 순간 멈칫했다.“내가 먹고 싶어서 배운 거야. 문제 있어?”“그럴 리가 없는데.”그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갈 기세를 보이자 부승희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내가 진실을 말하면 너 충격받고 쓰러지지 않을 자신 있어?”이승우는 눈을 깜빡였다.“왜?”“정말 알고 싶어?”“말해 봐.”부승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해외에 있을 때 배웠어.”해외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승우의 경계심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부승희는 무심한 얼굴로 그에게 잔인한 소식을 전했다.“모연준 씨, 할머니가 성산시 사람이야. 모연준 씨도 이 요리를 엄청 좋아했어. 그래서 우리가 연애할 때 내가 일부러 배워서 해줬지.”‘푹.’마치 가슴 한가운데 칼이 꽂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이승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부승희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봤다.“이제 만족해?”‘굳이 물어보고는.’이승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걸 참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부승희가 그의 어깨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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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이승우는 어이없다는 듯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부승희는 두 팔을 가슴 앞에서 꼬고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이제 불만 없지?”이승우는 힘없이 대답했다.“없어. 얌전히 있을게.”부승희가 콧방귀를 뀌며 문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느긋하게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 잘 자.”이승우도 그녀가 피곤하다는 걸 알기에 더 붙잡지 않고 조용히 바라봤다.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온 듯했고 부승희는 두어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왜 그래?”“용 박사가 그러는데 두 시간 후에 네 체온을 다시 재야 한대.”“너 그냥 가. 내가 알아서 잴게.”‘됐어.’이승우의 무심한 말투를 들어보니 스스로 체온을 잴 가능성은 없었다.부승희는 얼굴을 한 번 문지르며 한숨을 쉬더니 거실로 나가 담요를 집어 들었고 그런 다음 다시 방으로 돌아와 그의 침대 옆 안마의자에 몸을 묻었다.“사람을 돕기로 했으면 끝까지 도와야지. 아무튼 네가 완전히 나으면 내게 보답하는 거 잊지 마.”이승우는 옆으로 돌아누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그냥 옆방 가서 자. 의자에서 자면 불편할 거야.”“시끄러워. 잔소리 그만해.”부승희는 자세를 조금 조정한 후 안마의자를 뒤로 젖혔다.“이거 꽤 편하네. 침대보다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이승우는 입을 열려다 부승희가 눈을 감는 걸 보고는 말을 삼켰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는 옆으로 누운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1초 2초... 많은 시간이 흘렀다.부승희는 중간에 눈을 떴다가 그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방금 만든 사골곰탕이 떠오르며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고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날카롭게 말했다.“뭘 봐? 안 자고?”“이제 잘 거야.”“안 자면 뒤돌아. 나 쳐다보지 마.”그녀가 말하자마자 이승우는 바로 눈을 감았다.‘쯧.’부승희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다시 눈을 감았지만 눈을 감자마자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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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여름의 해는 일찍 떠올랐고 다섯 시가 넘으면 창밖에서 이미 밝은 빛이 비쳤다.이승우는 조심스럽게 커튼을 닫고 부승희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다시 한번 그녀를 엿보게 되었다.그 해 그녀를 만나러 갔던 일이 떠올랐다.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승희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대방은 괜찮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 부승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치 지난 세월의 일처럼 느껴졌고 그때는 오늘 같은 일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제 부승희는 이승우의 곁에 누워 조용히 잠들어 있다.전주로 온 지 반년이 넘었고 부승희는 항상 일을 성실히 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 미팅이 없으면 정성스럽게 화장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어린 시절의 ‘거침없음'과 닮아서 그는 그녀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다.사실 부승희는 거의 서른이 되었고 이승우도 이미 서른을 넘었다.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그 시절이 이제는 1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이승우가 어렸을 때 부승희에 대한 첫인상은 친구 집의 말 안 듣는 어린 동생이었고 조금 더 커서는 둥글둥글하게 생긴 성깔이 있는 소녀였다.부승희가 이승우에게 몰래 입맞춤했을 때 그는 비로소 그녀를 제대로 신경 쓰게 되었다.그때 이승우는 매우 당황했으며 함께 농구나 수영할 때를 빌미로 부승원에게 그녀를 좀 타일러 달라고 간접적으로 물어봤지만 부승원은 태연하게 말했다.“너는 그냥 평범하고 인품도 평범하고 부승희는 아직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한테 관심을 두지 않게 될 거니 너무 생각하지 마.”‘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부승원은 이승우보다 두세 살 많았고 이전에는 함께 어울리기도 했지만 부승원은 연정훈처럼 공부에 몰두한 타입으로 일찍 대학에 진학했다.그래서 부승희의 초등학교 시절은 친오빠가 돌보지 않았고 오히려 그는 처음에는 친구 집의 동생을 돌보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부승희가 자신에게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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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부승희가 술에 취했을 때 꼭 해변에 가서 조개를 줍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부승원은 무심한 오빠답게 그녀를 데려가서 재우기로 결심했지만 조개를 주러 가자는 제안에는 절대로 응할 생각이 없었다.“됐어. 내가 데려갈게.”그는 습관적으로 말을 꺼냈고 그동안 몇 년간 부승희의 엄마처럼 엉망이 된 상황을 얼마나 처리했는지 모른다.하지만 해변에 도착한 후 부승희는 두 개만 줍고 나서 그만 돌아가자며 이승우에게 업혀 가자고 했다.부승희가 해변에 앉으려 하자 금방 입은 새 옷이 망가질 것 같아 이승우는 머리가 아픈 듯했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항복했다.“알았어. 업어줄게. 정말 넌 대단하다.”부승희는 기뻐하며 이승우에게 등을 돌리라고 한 후 그의 등에 올라탔다.“그만 얌전히 있어.”이승우는 그녀가 술에 취해 얌전히 있지 않는 걸 알기에 그런 말을 하며 허리를 굽혀 등을 두드렸다.“조심히 엎어. 너무 세게 움직이면 내가 바다에 던져버릴 수도 있어.”부승희는 몇 번 찡얼대며 결국 조심스럽게 그의 등에 올라탔고 그사이에 계속해서 그가 버틸 수 있을지 물었다.“나 좀 뚱뚱한데...”‘뚱뚱하다니? 어디가?’부승희는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엎으니 생각보다 가벼워서 놀랐다.“부승희 집에서 학대당해?”“응. 맞아.”그녀는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오빠에 관한 일상적인 악성 소문을 퍼뜨렸다.“우리 오빠는 밥도 안 주고 항상 나를 학대해.”이승우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냐?”“응. 진짜 힘들어.”“나중에 네 오빠한테 말할게. 집에서 못 살겠다며 우리 집으로 와. 우리 엄마도 딸을 원하고 계셔. 우리 집에서는 절대 너한테 그런 일 없을 거야.”그는 말을 이어갔지만 부승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부승희? 잠들었어? 자지 마. 집에 가서 자야지 감기 걸린다.”“안 자.”부승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이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 자면 됐어.”그는 그녀가 피곤한 걸 알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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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너의 여동생이 나를 좋아한다고.”그는 다시 한번 부승원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부승원은 무엇이든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뛰어났다. 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내가 이 말을 듣는 이유는 나를 시험해 보려는 거야? 혹시 나중에 너희가 헤어지면 내가 너랑 사이가 나빠질까 봐 확인하려는 거야?”“이승우 미리 말해둘게. 나는 분명히 너랑 사이가 틀어질 거야. 난 여동생 하나밖에 없어. 네가 부승희를 다치게 하면 친구로서도 끝이야. 두 집안은 다시는 엮이지 않게 될 거야.”‘이거 봐. 얼마나 독하냐.’이승우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감정을 즉시 진정시켰다.그녀는 다름 아닌 부승희였고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부승희에게 만큼은 상처를 줄 수 없었다.‘넘겨버리자. 어린 소녀의 마음은 언젠가 변할 수도 있어.’부승희가 이승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그는 이런 이유로 자신을 안심시키며 긴장을 풀려고 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움이 밀려왔다. 왜냐하면 혹시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이승우는 부승원의 말을 듣고 그 시점부터 부승희와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과소평가했다. 그녀는 그가 멀리해도 결국 자신에게 다가오는 방법을 찾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들 사이의 거리는 좁혀졌다.그는 계속해서 심리적인 방어를 하고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부승희에게 끌려 점점 그 궤도에서 벗어났다.언제부터였을까 부승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승우가 제일 먼저 알아챘고 그녀를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서 그녀의 집 앞에 걸어놓고 싶었다.시간이 지나면서 그도 점점 혼란스러워졌지만 부승희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들만의 비밀로 남게 되었다.그녀의 사랑은 뜨겁고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하늘로 올라가며 떨어질 때조차 빛을 발하고 있었다.이승우는 점점 혼란스러워지며 갈등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녀의 좋은 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미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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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기쁘냐고? 기쁘지 않다.’이승우는 27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이 없었고 밤새 불면증에 시달렸다.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하나의 법칙을 알려주었다.“결혼 직전 기대가 전혀 없다면 그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 너의 엄마랑 결혼하기 한 달 전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이승우, 우리 집은 결혼율은 낮지만 한 번 하면 끝까지 가. 그러니 잘 생각해 봐.”그의 갈등과는 달리 지은설은 오히려 더 깨달음을 얻었고 헤어지자는 말도 그녀가 먼저 꺼냈다.“승우 씨, 사실 당신은 나랑 결혼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가끔은 내가 당신의 결혼에 대한 고민을 시험하는 실험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하고 싶으면서도 두려운 거죠. 하지만.... 결혼은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이 아니에요. 승우 씨가 두려워하는 건 결혼 자체가 아니라 나랑 하는 결혼이겠죠. 만약 두 달 후 결혼식장에서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부승희 씨라면 그때도 여전히 두려울까요?”‘만약 부승희라면....’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이미 지은설의 말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결국 부승희를 잃었다는 슬픈 현실이 그를 짓눌렀다.결국 그는 지은설과 결혼하지 못했다.지은설은 그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성숙했고 그가 남긴 보상을 받아들인 채 깔끔하게 화서시로 유학을 떠났다.이승우는 한동안 혼란스러웠고 결국 참지 못하고 부승희가 있는 도시로 향했다.그는 부승희의 아파트 아래에서 희미하게 그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 역시 그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승우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러났다.아마도 그녀는 이제 평생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부승희의 아파트 아래에서 밤을 지새웠고 몇 개의 담배를 피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원래는 해외에 더 머물 생각이었지만 국내에서 일이 생겼다. 그와 함께하던 사업에 작은 문제가 발생했고 그녀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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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카이도에서 돌아온 후 그는 부승희가 그리워서 견딜 수 없어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끊고 그녀가 있는 도시로 가서 학교를 찾아갔지만 결국 그녀와는 만날 수 없었다.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이승우는 부승희가 한 남자의 팔을 잡고 길을 건너는 모습을 목격했다.그와 단 한 번 스쳐본 것만으로 이승우는 다시 물러섰다.그 후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귀국했으며 이 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녀에게 인사조차 건넬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초라한 떠돌이 개처럼 보였을 것이다.이승우는 혼자 있을 때마다 자신에게 묻곤 했다.‘만약 부승희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여전히 좋아할까? 아마 아닐 거야. 나조차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데.’그는 그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결국 나중에 알게 되었다.그 이후 그는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 게임을 만들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며 돈을 벌고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우는‘이승우 도련님’에서‘이승우 대표’로 변했다.이승우의 고모는 그를 볼 때마다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이승우는 정말 천재야. 갑자기 확 깨달은 것처럼 변했네. 예전엔 왜 그렇게 사업에만 집중하지 않았을까?”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업에 몰두한 이유는 모연준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였고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마주했을 때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부승희와 다시 무언가를 기대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좋은 연애를 하고 있었고 이승우는 그녀가 헤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더군다나 부승원은 부승희가 선택한 사람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부승희가 해외로 떠난 이후 그는 부승원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고 자주 만나긴 했지만 예전처럼 친밀하진 않았다.그는 부승원에게 먼저 연락해 유도장에서 함께 훈련하자고 했지만 둘은 별로 말을 섞지 않았다.유도는 부승원이 강한 종목이었고 이승우의 전문 분야는 아니었다.그는 스스로 부승원에게 얻어맞으러 간 셈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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