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백건은 잠에서 깨어나 품에 안겨 잠든 여자를 쳐다보더니 급히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음소거를 누르고 발신 번호를 흘끗 보았다.진우석, 그는 진우석이라는 이름을 보자 갑자기 얼굴이 굳어져서 바로 끊어버렸다.핸드폰을 내려놓고 남서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꼭 껴안고 계속 잤다.몇 분 후, 벨이 또다시 울렸다.극도로 짜증이 난 백건은 품에 안긴 남서연을 살짝 밀어내고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 밖으로 나가 귀에 댔다.휴대폰 너머 진우석의 목소리가 아주 부드러웠다.“서연아, 잘 잤어? 오늘...”백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끊었다.“서연이 아직 자고 있어. 무슨 일이야?”진우석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태도가 180도 바뀌어 극도로 불쾌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왜 서연이 전화를 받아?”“나도 받고 싶지 않아. 아까 한 번 끊었는데 계속 전화하니 급한 일인가 보다 했지. 아니면 이렇게 눈치 없진 않겠지?”“서연이 바꿔. 내가 할 말이 있어.”“서연이 지금 자고 있다고 말했잖아?”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은은한 불꽃이 튕기고 있었다.진우석은 이를 깨물며 경고했다.“두 사람이 약혼하든 말든 앞으로 서연이 사생활은 존중하길 바랄게. 다시는 서연이 전화 받지 마.”“우리 사이에 사생활은 없어.”백건이 일부러 이렇게 말하자 진우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백건. 말 다 했어?”백건은 느릿느릿 경고했다.“앞으로 내 약혼녀와 거리를 뒀으면 좋겠어. 평범한 친구가 가져야 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더 이상 서연이에게 그 어떤 환상도 갖지 마.”말을 마친 백건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휴대전화를 쥐고 베란다 밖에 서서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이미 깨어난 남서연은 침대에 앉아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비비며 그녀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휴대폰을 분명 침대 옆 캐비닛에 뒀는데?”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건네주며 말했다.“진우석이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왔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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