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994 챕터

제941화

남서연은 잠결에 몸을 돌렸다.그러자 머리카락이 욱신욱신거려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졸린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뜻밖에도 백건의 팔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불을 덮고 벌거벗은 채 서로 붙어 있었다.백건은 그녀의 비명에 잠이 깨어 흐릿한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말투로 긴장한 듯 물었다.“서연아, 왜 그래?”남서연은 서둘러 이불로 가슴을 덮고 얼굴이 뜨거워지며 수줍게 물었다.“내 머리카락이 눌렸어요.”백건은 황급히 팔을 들었다.남서연은 그의 팔에서 벗어나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다시 그의 탄탄한 복근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왜 오빠 방에 있어요?”백건이 웃으며 답했다.“이젠 네 방이기도 해.”남서연은 머리를 긁적거렸지만 어젯밤의 기억이 희미했다. 술을 조금 마신 후로 필름이 끊겨버렸다.그녀는 주량이 약해 쉽게 취했다.“우리...”남서연은 부끄러운 듯 이불을 들추고 몸을 보더니 또 덮고 물었다.“또... 했어요?”백건은 조금 실망했다.“기억이 안 나?”남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건은 가볍게 웃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어젯밤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얼마나 잘 적응하고 그의 마음을 홀렸는지 모르고 있었다.사랑하는 여자가 침대에서 분방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갑자기 술이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백건은 그녀의 허리를 덥석 잡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몸을 뒤척여 그녀를 누르고 다정하게 바라보았다.그러자 남서연은 바짝 긴장했다.“내가 어젯밤에 실수한 건 없죠?”그가 샤워할 때 뛰어들어 화장실을 간 것도 실수에 속할까?옷을 벗고 달려들어 그와 함께 목욕한 것도 실수에 속할까?백건은 사랑스럽게 속삭였다.“없었어.”“그럼 우리...”“내가 참지 못했어.”백건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다정하게 말했다.“어차피 동거할 건데 각방 쓰지 말자. 난 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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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잠자리는 언제나 즐거웠다.동거 첫날, 그들은 출근하지 않고 아침에 한 번, 점심을 먹고 서재에서 또 한 번 했다.피곤하면 껴안고 낮잠을 잤다.저녁이 되자 날이 저물었다. 샤워를 끝낸 남서연은 다시 침대에 눌려 격정에 휩싸여 밤늦게까지 열기가 넘쳤다.그들은 마치 평범한 연인들처럼 미친 듯이 뜨겁고 방종하게 서로의 가장 사적인 접촉을 즐겼다.몸과 마음이 에너지를 최대치로 방출했을 수도 있고 잠을 너무 많이 잤을 수도 있다.밤이 되자 남서연은 깨어나 휴대폰을 들어 보니 휴대폰이 꺼진 상태였다.어쩐지 하루 종일 전화가 없더라니.가족들이 다 그녀를 걱정 안 하는 줄 알았다.그녀가 전원을 켜니 십여 개의 부재중 전화가 모두 진우석에서 걸려왔고 많은 메시지가 있었다.그녀 어머니의 메시지도 있었다.[서연아, 왜 전화를 껐어? 건이가 너 잘 있다면서 나더러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그래도 내 메시지를 봤으면 답장을 해야지. 우석이가 집에 너 찾으러 왔는데 아주 다급해 보이더라고.]남서연은 어머니의 메시지에 답장했다.[엄마,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이윽고 침대에서 내려와 베란다 밖으로 나가 진우석의 번호를 눌렀다.벨이 울리자 진우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연아, 너 어디야? 왜 하루종일 내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해? 가족들이 너 집에 살지 않는다고 하던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어디...”남서연이 즉시 말을 끊었다.“그만그만. 단숨에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답을 해요?”진우석은 심호흡을 한 후 이성을 찾고 물었다.“너 어디야?”“약혼자 집이요.”진우석이 불쾌하게 물었다.“백건의 집?”“네.”“두 사람 같이 살아?”“네.”진우석은 꾹 참으며 화를 냈다.“남서연, 너 미쳤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같이 살아?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너 원래 그런 애 아니었잖아?”남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예전에 매우 고분고분한 스타일이었지만 결코 보수적이란 뜻은 아니었다.그녀는 혼전 성관계를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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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백건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품에 안았다.그는 남서연의 나른한 몸을 안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과 초조함을 몰래 털어냈다.그의 관대함은 가장한 것이고 그의 이해도 가짜였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남서연이 진우석과 왕래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비록 순수한 우정일지라도 그는 질투하고 발광할 것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러나 남서연의 앞에서 자신이 인색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결혼하기 전에는 너무 많은 결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했다....햇살이 좋은 아침.진우석이 찾아왔다.별장 앞마당에서 남서연이 백건과 나란히 걸어 나오자 진우석이 성큼성큼 다가와 두 사람 사이로 다가왔다.마주친 두 남자는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 사이의 분노가 은근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눈빛의 파도가 소리 없이 밀려왔다.“왔어요?”남서연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진우석이 남서연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차량을 향해 끌고 갔다.“가자. 차에 타.”“어디 가려고요?”“묻지 말고 따라오면 돼.”남서연은 끌려가면서 고개를 돌려 백건에게 인사하고 싶었지만 진우석이 너무 빨리 당겨서 그대로 차에 밀어 넣었다.백건은 시종일관 냉랭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진우석은 차량에 시동을 걸고 유턴해서 떠났다.백건을 노려보며 중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주먹이 다 깨지게 생겼으면서 젠틀한 척하기는. 정말 가식적이야.”그 말을 들은 남서연은 크게 당황했다.차창을 내밀고 고개를 내밀어보니 역시나 백건은 곁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주먹을 꽉 쥐고 분노가 은근히 배어 있었다.그녀가 백미러를 통해 뒤를 보니 그들이 이미 멀리 갔지만 백건은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냉엄한 카리스마가 사람을 얼릴 정도였다.남서연은 속으로 불안해졌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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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남서연은 완전히 어이가 없어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며 계속 묻지 않았다.1시간 뒤.차량이 고급 단지로 진입했다.어느 호화로운 고층 주택 아래에 차를 세운 후 진우석은 남서연을 단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남서연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진우석에게 이끌려 호화로운 단층 스위트룸으로 들어가 그 집의 주인을 만나자 기분이 싹 가라앉았다.진우석이 그녀를 데리고 만나러 온 사람은 유미였다.바로 유승아의 고모.유미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해 정중하게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고 도우미에게 다과를 부탁했다.남서연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마음속 깊이 진우석을 목 졸라매고 싶은 심정이었다.진우석이 그녀를 데리고 유미를 만나러 올 줄은 정말 몰랐다.인사말 몇 마디를 나누고 유미가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서연아, 오해하지 마. 아줌마는 승아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단지 네 친구인 우석이가 승아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승아가 아무것도 몰라 나를 찾아온 거야.”남서연이 어색하게 웃었다.“너도 알다시피 아줌마 남편의 관직은 누군가를 조사하는 일이 아주 쉬워.”남서연은 이를 깨물고 진우석에게 물었다.“백건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 거예요?”그러자 진우석이 당당하게 말했다.“맞아. 내가 승아에게 부탁해서 유미 씨가 이미 철저하게 조사했어. 이제 그 남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봐.”남서연은 화를 꾹 참고 심호흡을 하며 괴로운 감정을 달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좋아요. 어디 한번 다 말해보세요. 백건이 나의 대학과 유학에 손을 쓴 것 외에 또 어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죠?”유미는 일어나서 서재로 들어가더니 곧 자료 뭉치를 가지고 나왔다.그녀는 남서연 앞에 앉아 자료를 펼쳐 들고 문서 한 장을 건넸다.“이건 백건이 정자를 보관한 병원이야.”남서연은 주먹을 꽉 쥐고 버럭 화를 냈다.“이건 철저한 개인 정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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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남서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일기가 이것 하나 뿐은 아니겠죠? 다른 것도 보여주세요.”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다른 건 너와 상관없는 거라 중요하지 않아. 이 페이지뿐이야.”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자료를 내려놓고 물었다.“다른 건요?”“이걸로 부족해?”진우석이 화를 내며 묻자 남서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부족해요.”진우석과 유미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예상을 빗나간 남서연의 반응이었다.남서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건이 오빠가 언제부터 내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아마 나를 좋아했으니 내가 아이를 낳아주길 바란 거겠죠?”진우석은 화가 치밀어 손가락으로 남서연의 머리를 쿡 찔렀다.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 자식은 고등학교 때부터 너를 노렸어. 대학교 진학을 방해하고 네 출국도 막았고 네 주변의 이성 친구도 피해를 봤어. 나도 그 피해자라고.”남서연이 호기심에 물었다.“오빠가 왜 피해자예요?”진우석이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내가 무료로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건 백건이 몰래 돈을 줘서 얻은 기회였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목적이었지.”“우리를 갈라놓는다고요? 우리가 연인도 아닌데 왜 갈라놓아요?”“그러니까 무서운 인간이라는 거야!”유미가 남서연을 보고 또 진우석을 보더니 말했다.“더 무서운 건 뒤에 있어.”말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묶음의 사진을 꺼내 남서연에게 건네주었다.“마음이 좀 뒤틀린 애야.”유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연아,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다시 신중하게 고려해봐.”남서연이 사진을 넘겨받았다.그녀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고 가슴이 먹먹해졌다.남서연이 어린 시절부터 전부 은밀한 각도에서 몰래 찍힌 사진이었다.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든 전부 몰래 찍혀 있었다.심지어 그녀가 자는 사진도 있었다.모든 사진이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그녀가 치마를 입었을 때 다리와 가슴 부위에 초점을 맞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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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남서연이 백건을 사랑한다고?그럼... 방금 백건을 변태처럼 포장해서 남서연이 겁을 먹고 떠나기를 바랐던 노력은 무엇인가?이제 보니 이 모든 건 도움의 손길에 지나지 않았다.유미는 다시 진우석을 바라보며 그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녀에게 남서연은 백건을 좋아하지 않고 단지 속았을 뿐이라고 했다.진우석은 이마를 짚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쓰러져 더 이상 설득할 힘이 없었다.남서연이 유미를 보며 말했다.“혹시 승아 언니도 오빠가 이런 사람이란 거 알아요?”유미가 어색하게 말했다.“당연히 알지. 승아는 똑똑해서 이렇게 무서운 남자를 선택하지 않아.”“그럼 다행이네요. 이런 무서운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저에게 남겨주세요.”진우석은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남서연!”남서연은 화들짝 놀라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무섭게 내 이름을 불러요?”“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한 줄 알아? 그동안 배운 지식과 지혜들은 전부 어디 가고 지금 바보 멍청이 같은 말을 해? 백건에게 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바보 같다고!”남서연은 진우석의 매서운 말에 울다가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난 그저 한 사람을 좋아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심하게 말해요? 백건이 몰래 내 사진을 찍고, 나와 잠자는 환상을 갖고, 내가 아이를 낳아주길 바라고, 심지어 악의적으로 이성을 쫓아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빠와 함께 가는 유학을 막은 이 모든 것들! 오빠가 보기에 이 모든 일은 끔찍하고 비뚤어진 거겠죠. 하지만 난 백건이 몇 년 동안 줄곧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데 내가 그 마음을 몰라줘서 백건이 그렇게 맘고생 한 줄 몰랐어요. 그래서 난 지금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고 감동 받았다고요.”유미는 코웃음을 치고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일어서서 거실을 나갔다.진우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잇지 못했다.남서연은 코를 훌쩍이고 눈물을 닦고 말했다.“백건이 나를 짝사랑하는 줄 알았다면 몇 년 전에 내가 먼저 고백해서 진작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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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말을 마친 남서연은 돌아서서 성큼성큼 떠났다.그녀는 길목을 벗어나 택시 한 대를 잡고 회사로 돌아갔다.하루 종일 그녀는 마음이 무거웠다.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녀는 정안에게 전화를 한 통 걸었다.멀리 변경에 있는 정안은 남서연의 전화를 받고 매우 의외였다.그녀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도움 요청이었다.남서연은 불쾌해하며 물었다.“작은 엄마의 엄마는 대체 왜 그래요? 오빠 일기를 훔쳐보고 승아 언니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어요. 왜 계속 오빠에게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거예요?”남서연은 말하다가 사무실에 엎드려 몰래 울었다.백건이 너무 안쓰러워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정안은 의혹스러운 듯 물었다.“서연아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지금 합세해서 나와 건이 오빠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해요. 너무 슬퍼요.”“누가 그러는ㄴ데?”“건이 오빠 엄마와 유승아의 고모요.”정안은 경악했다.“우리 엄마와 유미가?”“네.”“서연아 울지 마. 건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넌 겁먹을 것 없어. 건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해. 절대 쉽게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누구도 두 사람을 갈라놓지 못해. 그러니까 너도 절대 흔들리지 마.”“작은 엄마, 나 너무 무서워요. 아줌마가 계속 나 안 받아주면 어떡해요? 오빠와 같이 아줌마를 만나러 갈 용기도 없어요.”정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윤아의 고집, 유미의 더러운 수단과 유승아의 여우 짓을 생각하니 남서연이 너무 안타까웠다.정안은 생각하다가 말했다.“서연아, 겁먹지 마. 우리 부모님은 그래도 널 많이 좋아하셔. 다만 건이의 결혼을 이익으로만 계산해서 장단점을 재고 있는 거야. 승아가 건이 아내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셔. 진심으로 승아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승아가 가진 권력과 능력이 마음에 드신 거야.”“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저를 받아주실까요?”정안이 싱긋 웃었다.“일부러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건이가 계속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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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남서연은 덤덤하게 말했다.“네. 하지만 당신만큼 중요하지 않아요.”“그 자식이 나랑 헤어지라고 했지?”남서연은 침묵했다.그러자 백건은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리고 천천히 팔에 힘주어 그녀를 더 꽉 안았다. 눈을 감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서연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절대 나와 헤어질 생각하지 마. 내가 너를 잡은 이상 절대 놓지 않을 거야.”남서연은 마음이 괴로웠고 그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짝사랑이 너무 안쓰러웠다.그녀도 마찬가지로 백건을 짝사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순수하게 그를 사랑하는 마음 외에는 그 어떤 노력도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심지어 넘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남서연은 손을 뻗어 백건의 목을 걸고 발끝을 세워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비밀 하나 말해줄까요?”백건은 궁금한 마음에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다가가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나 사실 10년 넘게 짝사랑한 남자가 있어요.”남서연이 속삭이자 백건은 몸이 뻣뻣해져서 멍해졌다.그는 안색이 돌변해 남서연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아당겨 목에서 빼고 거리를 두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듣고 싶지 않아.”남서연은 갑자기 차가워진 그의 안색에 놀랐다.백건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겨 식탁을 돌아보며 물었다.“아직 저녁 안 먹었어?”“아직이요.”남서연은 마음이 좀 아팠다. 방금 그 좋은 분위기에서 백건에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지금 그의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였다.“앞으론 나 기다리지 마. 나 제때 밥 챙겨 먹지 않아서 저녁은 안 먹는 날이 더 많아.”남서연은 억울해하며 말했다.“아.”백건은 양복 재킷을 벗고 식탁으로 향했다.“내가 음식 데울 테니까 같이 먹자.”백건은 음식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고 남서연이 천천히 따라갔다.그는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었고 남서연은 주방 입구에 서서 그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두 손으로 연단을 받치고 고개를 숙인 채 음식을 기다리는 그의 온몸에는 은은한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남서연은 용기를 내어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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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나 당신 사랑해요. 정말이에요. 진심으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요.”남서연이 진지하게 대답하자 백건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그의 진한 키스는 매우 뜨거웠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바짝 끌어당겼는데 그녀를 마음속 깊이 새겨넣고 싶어 했다.그들은 부엌에서 키스를 나눴다.거실에서 남우영이 들어와 사방을 기웃거렸다.그는 주방 문으로 가서 휙 스쳐 지나갔는데 어색하고 난처한 듯 즉시 몸을 돌려 나가며 큰소리로 외쳤다.“삼촌!”남서연은 소리를 듣고 백건을 밀어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지고 숨을 헐떡였다.“우영 오빠 목소리에요.”아직 키스에 취한 백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신경 쓰지 마.”“안 돼요!”남서연은 두 손으로 백건의 가슴팍을 힘껏 밀었고 백건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남서연이 먼저 주방을 나갔다.거실에 도착한 남서연은 남우영의 의미심장한 표정과 놀리는 듯한 눈빛을 보고 왠지 모르게 수줍고 당황했다.“오빠 무슨 일이에요?”남서연은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남우영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답했다.“네가 잘 지내는지 보려고 왔지.”남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나 잘 지내요.”“그럼 됐어. 우리 엄마의 뜻을 받들어 내가 너와 삼촌이 무사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남서연이 의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남우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가 나더러 내일 너를 데리고 우리 외할머니 만나러 가서 결혼에 대해 상의하라고 하셨어.”남서연이 긴장해서 돌아보자 백건이 음식을 들고나와 식탁에 올려놓았다. 남우영의 말을 들은 그는 걸어와 덤덤하게 말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남우영이 불쾌하게 말했다.“삼촌, 이건 피할 수 없는 거야. 서연이 언젠가는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야지.”백건은 남서연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는 걸 원치 않았다.“만날 필요 없는 사람은 안 만나면 그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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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백건의 얼굴빛이 돌변했다.“그건 절대 안 돼.”남우영과 남서연은 어리둥절하여 근심 가득한 표정의 백건을 바라보았다.남서연이 물었다.“왜 안 돼요?”“난 그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어. 같이 살게 되면 너만 더 상처받고 힘들어질 거야. 난 반대야.”남서연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두 분은 계속 내게 잘해주셨어요.”“서연아, 지금 네 신분이 달라졌잖아.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야.”“나 시도해보고 싶어요. 네? 내게 기회를 주면 안 돼요? 정말 나를 받아들이게 할 자신 있단 말이에요.”남우영이 옆에서 부추겼다.“난 너 지지해 서연아.”백건은 차가운 눈으로 남우영을 쏘아보았다.“너 오늘 한가해?”남우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한가하지는 않지만 멀리 계신 엄마가 서연이의 결혼을 걱정하셔서 내게 꼭 서연이를 보호해 달라고 당부하셨어.”“이 일은 절대 안 돼.”백건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남우영이 남서연에게 눈빛을 보냈다.남서연은 그 눈빛을 알아채고 황급히 백건의 옆에 앉아 그의 팔을 잡고는 애교를 부렸다.“오빠, 나 한 번만 시도해볼게요. 혹시 알아요? 내가 해낼지?”마음이 조금 약해진 백건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서연아, 내가 우리 부모님을 잘 알아.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너만 더 힘들어져.”남서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듯 볼을 부풀렸다.남우영이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서연아, 네 필살기를 보여줘.”남서연은 어렴풋이 남우영의 힌트를 듣고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납작한 입술로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촉촉한 큰 눈을 깜박이며 억울한 듯 울먹였다.“오빠, 나 사랑하지 않죠?”백건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억울하게 울먹이는 남서연의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반짝이는 수정 같은 눈물이 눈에 밟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백건은 그녀의 울먹이는 작은 얼굴을 끌어안고 당황할 정도로 긴장했다. “서연아, 아니야... 나 너 사랑해. 난...”“아니에요. 오빠는 나 사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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