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912 챕터

제171화

진화연은 서다인을 바라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우리 딸이 참 많이 변했어. 우리 딸이 이렇게 바르게 자랄 줄이야. 정말 넌 엄마의 자랑이야.”서다인은 형식적인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테이블 위에 양손을 엎드린 채 물었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데요?”진화연 역시 두 손을 포개고 서다인에게 다가갔다.“어렸을 때는 네 아빠를 닮아서 좀 못생겼어. 크면 성형하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렇게 자연스럽고 예쁘게 변했을 줄이야. 얼굴이 동그란 것이 좀 귀엽기도 하고 어려 보이기도 하네.”서다인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진화연이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성격도 온순해졌어. 전에는 호랑이처럼 사납더니 지금은 온화하고 부드럽고 목소리까지 달콤해졌어.”“군전 그룹 수장이 반할 만 하단 말이야. 지금의 넌 너무 완벽해.”“전에는 만날 오빠랑 싸우고, 나랑 네 아빠랑 싸우더니 지금은 얼마나 유해졌어.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도 알고. 네 아빠 같은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이제 나한테 효도할 줄도 알고 예의 바르고 정말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엄마는 너 같은 딸을 낳아서 정말 자랑스럽단다.”서다인은 호기심에 물었다.“내가 다른 사람 같지는 않아요?”진화연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경악해서 바라보았다.“넌 내 딸이다. 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내 딸이라고!”서다인은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진화연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들로 미루어 보아 그녀의 정체를 모를 것이다.진화연도 속고 있는 것이다.그럼 도대체 누가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걸까?식사를 마친 후, 서다인은 진화연에게 현금 40만 원을 주고 호텔 방으로 배웅한 후에야 떠났다.그녀는 남씨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택시를 타고 안성을 나와 몇 시간 동안 다른 도시로 가서 훔쳐 온 진화연의 혈액과 자신의 혈액으로 다시 유전자 검사를 했다.신원 정보를 등록할 때는 친구 지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했다.특권이 없어서 결과가 나오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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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미리 알리지 않아 남하준에게 걱정을 끼쳐 너무 미안했다.남자는 서다인에게 다가가 검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안성을 나갔던 거야?”서다인은 움찔하여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남하준이 어떻게 알았을까?그녀에게 위치 추적기라도 달았을까?그녀는 병원에서 모두 현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행방이 누설되지 않았을 것이다.서다인의 얼굴에 의심이 가득한 것을 본 남하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가 타고 온 차량을 가리켰다.“안성 택시 아니잖아. 도로 관리 정책 때문에 외지 번호판은 보통 안성에서 손님을 태우지 않아.”서다인은 멀어져 가는 차를 돌아보고서야 문득 깨달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아, 맞아요.”“무슨 일로 나갔는지 말해주면 안 돼?’“아니요.”여자의 단호한 대답은 남하준의 가슴을 찔렀다.더 이상 캐묻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부부 사이에 100% 솔직하지 못하면 감정이 깊지 않은 것이다.서운한 마음에 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서다인은 그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남자의 손은 두껍고 따뜻했다. 서다인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달콤하며 약간의 행복감이 마음속에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너무 거짓말 같았다.평소 이 남자는 걸음이 매우 빠르지만 지금은 보폭도 작고 천천히 걸으며 짧은 거리를 몇 분이나 걸었다.위층으로 올라가 안방 입구 앞에 도착하자 남하준은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그녀의 손을 놓았다.새벽인데도 서다인은 아직 자고 싶지 않고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하지만 이 말은 오해받기 쉬우니 밤에 잘 때 하면 안 되었다.서다인은 아쉬운 듯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그녀는 돌아서서 문 옆에 기대어 문밖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윽하고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먼저 초대하지 않으니 그도 자진해서 들어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쳤고 찌릿한 기류가 감돌았다.“잘 자요.”서다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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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이 딥키스는 한 세기가 지난 것처럼 오래 지속 되었다.서다인은 입술과 혀가 저리고 아파 났고 숨이 가빴다.더 이상 그를 밀쳐내지 않으면 세상에서 처음으로 키스하다 죽게 된 여자가 될 것 같았다.서다인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짚고는 천천히 밀어냈다.남하준은 아쉬운 듯 그녀를 놓아주었고 그녀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맞대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주변의 공기마저 건조하고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는 눈을 늘어뜨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내일 회사 돌아가. 나랑 같이 가자.”서다인은 움찔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간다고?생각해보면 그는 그룹과 나랏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 있겠는가?이런 남자가 하루 시간을 내는 것도 어쩌면 사치가 아닐까?시어머니는 남하준이 그녀와 결혼한 후에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1년 반이 지나도록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다고 한다.서다인도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조사해야 하고 일주일 뒤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기다려야 했다.“나... 당분간 못 가요.”서다인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남하준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그녀를 내려놓았다.그녀는 발이 땅에 닿자 온몸이 나른해졌고 손은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 닿아 있었다.“오고 싶을 때 미리 전화해. 내가 사람 보낼게.”서다인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욕망을 억누르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나 내일 아침에 가.”“배웅할게요.”서다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괜찮아. 늦게까지 푹 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네.”서다인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벌써 아쉬움이 몰려왔다.남자는 뜨거운 눈동자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자.”서다인은 얼른 몸을 비켜 그가 문을 열게 했다.“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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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서다인은 그녀의 이혼을 지지하지만 그녀에게 집을 주는 것을 거절하고 대신 그녀에게 나가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키워 더 강해지라고 권했다.진화연은 아무런 이득도 챙기지 못하자 결국 낙담하여 집으로 돌아갔다.일주일 뒤. 서다인은 DNA 검사 보고서를 얻었다.비록 그녀는 감히 확신할 수 없었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지만, 결과를 보는 순간 그녀는 여전히 무너졌다. 병원 입구에서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혈연관계가 없는 몇 개의 붉은 글씨체를 흐릿하게 바라보았다.이 보고서는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불합리함을 증명했다.그녀는 서다인이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구일까?그녀는 누구이고, 그녀의 가족과 친구는 또 어디에 있을까?왜 사람들이 고의로 각종 증거와 허상을 날조하여 그녀를 꼭 서다인으로 위장해야 했을까?그 속의 음모는 또 무엇일까?서다인은 차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 줄곧 이런 문제들을 생각했다.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다. 서다인은 이 모든 걸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고 문득 남하준이 보고 싶었다.차창 밖은 햇살이 내리쬐고 길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차들이 멈춰 서자 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용기를 내어 휴대전화를 꺼내 남하준의 번호를 찾았다.잠시 망설이다가 긴장된 숨을 크게 내쉬며 용기를 내어 다이얼을 돌렸다.전화는 곧 연결되었다.그 순간 서다인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다인아.”남하준의 아주 묵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무선 네트워크 너머로 들려왔다.서다인은 심장이 떨렸다.이 남자는 일주일 동안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더없이 부드럽고 애틋한 것 같았다.그녀의 착각일까?“바빠요?”서다인은 조심스레 물었다.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그와 대화를 하게 되면 늘 쩔쩔매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아니.”“아.”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마음속의 비밀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그를 백 퍼센트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무슨 일 있어?”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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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미소를 머금었다.“좋아요.”남하준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쉽지만 회의는 계속 진행해야 했다.“다인아, 별일 없으면 나 먼저 끊을게.”서다인은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통화한 지 2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끊으려 하다니.다른 장거리 연애 커플은 어떻게 전화 통화를 몇 시간, 심지어 한나절이나 할 수 있을까?‘됐어. 그건 다른 사람 연애지.’남하준은 그녀에게 감정이 없으니 연애에 ‘연’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 바쁘지 않더라고 그녀와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요.”서다인은 약간 실망한 말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먼저 통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채 차창 밖을 내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서글픔이 일순간에 감돌았다.내일 남하준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데려갈까?서다인은 마음속에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다음 날.서다인은 일찌감치 일어나 머리를 빗고 단장을 하고 물건을 챙기고는 기쁨에 겨워 집에서 남하준의 전화를 기다렸다.이따금 베란다 밖으로 뛰쳐나와 군전 그룹 차량이 마중 나오는지 확인했다.그녀는 정오까지 계속 기다렸다.점심 식사 후 남하준이 아닌 백하린과 백인호 두 사람이 선물 뭉치를 들고 방문했다.백인호가 있어서 남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리 백하린을 싫어해도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서다인은 이 두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 정원 밖 수영장 옆에 숨어서 앉아 조용히 군전 그룹의 사람들을 기다렸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러갔다.서다인은 지쳐서 다시 일어나 수영장 주변을 서성거리며 기대에 부풀었다.“내가 너한테 한 방 먹을 줄이야.”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서다인의 뒤에서 들려왔다.서다인은 돌아서서 백하린이 가슴에 손을 얹고 거만한 걸음으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백하린의 그 날카로운 눈빛에는 악독한 한이 가득했다.서다인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백하린은 그녀와 반 미터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와 입술을 삐죽거렸다.“나약한 줄로만 알았는데 꽤 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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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서다인은 익사할 것 같다.온몸이 끝없는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물속에서 벌벌 떨었고 물에 잠겨 숨을 쉴 수 없다.그 순간 죽음이 지척에 다가왔고 그녀의 머릿속에 남하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죽음의 문턱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아쉬운 사람은 남하준 한 사람뿐이었다.백하린은 갑자기 그녀를 놓아버렸고 물에 빠진 척 허우적대며 소리쳤다.“살려줘요!”서다인은 백하린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에 이어 두 번 쾅 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서다인은 의식이 희미하고 두려움이 에워싸는 마지막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물속을 떠다녔다.그녀가 물 위로 떠 올라 흐릿한 눈을 떴을 때, 남하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는 백하린을 안고 수영장 옆으로 헤엄쳐 갔다.환각일까?남하준은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그가 백하린을 구했다고?두려운 무중력감이 서다인에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남하준은 아내와 첫사랑 사이에서 수영할 줄 아는 첫사랑을 선택하고 수영할 줄 모르는 아내를 내버려 두었다.그 순간 서다인의 마음은 무너졌다.그녀는 눈을 감고 몸부림을 완전히 포기했다.몸이 한 치 한 치 아래로 가라앉고 무서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혔으며 끔찍한 무중력감으로 그녀는 곧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떨었다.큰 손이 그녀를 안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고 순간 그녀의 머리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그녀는 의식이 없는 사이에 백인호가 긴장하여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정신 차려! 조금만 더 버텨!”그녀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았다.죽는 것도 좋았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그녀는 미래를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몰랐다.손이 닿지 않는 캄캄한 동굴 속에서 서다인은 무중력하게 아래로 계속 떨어졌다.갑자기 움찔하더니 그녀는 넋이 나간 듯 놀라서 눈을 떴다.하얀 천장이 눈에 띄었고 그녀의 시선은 천천히 빗나가 병원 장식이 보였다.곧이어 보이는 것은 남하준의 깊고 무거운 눈동자와 그 옆에 있는 백인호였다.“다인아.”남하준은 긴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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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남하준이 병실을 나서자 백인호가 그 뒤를 따랐고 병실 문을 닫았다.백인호는 남하준의 서늘하고 어두운 뒷모습을 보고 음험한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준아, 사실 너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하린이 사랑하고 있지?”남하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온몸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하린이가 네 맘을 돌리려고 그동안 많은 잘못을 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모두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두 사람 이번에 함께 수영장에 빠진 건 단순 사고였을 거야.”“시간 날 때 하린이한테도 가 봐. 어렸을 때부터 부유 공포증이 있었으니 아마 많이 놀랐을 거야.”백인호가 한바탕 말을 늘어놓았지만 남하준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남자의 성급한 발걸음을 보고 백인호의 눈에는 독기가 올랐다.사람을 죽일 수 있는 눈빛이었다. 지금의 백인호는 미천한 그 여자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완자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 완자의 목숨을 위협하다니!남하준은 병원 문을 나서 군전 그룹의 무장 차량에 올라탔다.류청과 정호는 걱정스러운 듯 뒷좌석의 남하준을 돌아보며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남하준은 지친 듯 눈을 감았고 무거운 어깨가 보이지 않는 좌절감에 눌려 숨이 가빴다.“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도련님, 무슨 일이든 저희한테 시키세요. 사모님은 지금 도련님이 필요합니다.”남하준의 찡그린 미간이 더욱 팽팽해졌고 허벅지에 올려놓은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그는 눈을 감고 머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석연치 않은 죄책감과 자책이 치밀어 올랐다.좋아하는 여자가 눈앞에서 죽을 뻔했는데 그는 백하린을 구했다.서다인이 그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단지 그의 가슴 아래의 오장육부가 모두 시큰시큰하고 아파서 매우 괴로웠다.잠시 후,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수영장 옆에 있는 CCTV 확인했어?”정호: “도련님, 남씨 별장의 모든 CCTV가 한 시간 전에 해킹당해서 모든 자료가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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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깼어?”하루 종일 냉정함을 되찾고 마음을 다잡은 서다인은 지금 태연하게 그를 대할 수 있었다.서다인은 눈에는 냉랭한 기운이 스쳤다.“나 괜찮으니까 가서 쉬어요. 여기 있을 필요 없어요.”남하준은 오늘 일을 애써 해명했다.“난 네가 물속에 있는 거 못 봤어. 그리고 하린이 수영할 줄 몰라.”서다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이유는 약간 황당했다. 부잣집 아가씨가 어떻게 수영을 못 할 수 있을까?서다인은 화난 표정으로 남하준을 바라보며 말투도 거칠어졌다.“설명할 필요 없어요. 소용 없으니까.”남하준은 그녀의 말투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닫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다인아, 그런 상황에서 난 하린이를 못 본 척 할 수 없어.”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람의 진심을 아는 법이다.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은 혼란스럽고 오로지 마음의 본능으로 모든 판단을 내린다.남하준이 원래 백하린을 그렇게 사랑했으니 인제 와서 어떻게 그를 원망할 수 있을까?하지만 서다인은 여전히 속상하고 슬펐다.못난 눈물이 핑 돌았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고 남하준을 바라보며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준 씨, 백하린은 수영할 줄 알아요. 백하린이 날 수영장으로 밀었고 날 물 밑으로 눌렀어요. 내가 당신을 뺏었다고 생각해서 나 죽이려고 했었어요.”남하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침묵이 흘렀다.서다인은 손을 뻗어 뺨의 눈물을 닦았다. 마음속으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로인해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통제할 수 없었다.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CCTV 영상 있어요?”남하준은 덤덤히 대답했다.“없어.”서다인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어이없는 냉소를 지었다.“그러니까, 증거가 없으니 난 지금 헛소리를 하는 거네요?”남하준은 지금 이 문제에 대답할 방법이 없었다.서다인은 가슴에서 한기가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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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류청과 정호는 여은수를 잡아당겨 수영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백하린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물속을 마구 두들겨 댔고 헤엄칠 줄 아는 여자 같지는 않았다.“살려줘요!”백하린은 물을 마시며 큰소리로 외쳤고 두 손으로 마구 허우적댔다.“오빠... 나 수영할 줄 몰라.”2층 별장에서 백인호가 소리를 듣고 베란다에서 뛰쳐나왔는데 이 광경을 보고 황급히 집안으로 뛰어들었다.남하준은 수영장 옆에 서서 물속의 백하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녀는 물속에서 몇 분 동안 파닥거려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여은수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집사와 백인호를 외쳤다.백인호가 돌진해 내려올 때, 정호에 의해 통제되었다.“남하준, 미쳤어? 하린이 수영 못 해. 얼른 구해줘!”백인호는 핏줄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하린이를 죽여야 성에 차겠어?”여은수는 울화통이 터졌다.“하준아, 이 할머니가 사정하마. 제발 우리 하린이 살려줘. 수영 못한단 말이야.”남하준은 얼음처럼 차갑게 서서 움직이지 않고 냉철한 눈빛으로 수영장에서 몸부림치는 여자를 지켜봤다.성난 욕설과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집사가 왔다.류청은 한 손으로는 여은수를, 다른 한 손으로는 노 집사를 통제하며 세 사람을 막았다.여은수는 미친 듯이 울었고 백인호가 고함을 질렀다.“서다인을 위해 하린이를 죽이려고?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야. 너 왜 이렇게 몰인정해졌어?”남하준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호야, 얼마나 지났지?”“15분 지났습니다.”의사인 백인호는 물속에 떠 있는 백하린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멍청한 여자, 죽는 게 저렇게 두려울까? 아니면 머리가 둔한가? 숨 참으며 아래로 가라앉아야지!’‘남하준이 널 구할 거라 믿는 거야? 바보 멍청이. 어서 가라앉으라고!’백인호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물에 빠진 척 연기할 줄도 몰랐다.대략 5분가량 지나자 남하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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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음음!”백인호는 화가 치밀었지만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억지로 끌려갔다.백하린은 어리둥절해서 허약한 척 비틀거리다가 여은수에게 기댔다.“오빠, 나 하마터면 사레들어 죽을 뻔했어요.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나 수영 못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이러냐고요... 흑흑... 진짜 나 죽일 셈이에요?”수영할 줄 모르지만 물속에서 20분 동안 가라앉지 않고 버틸 수 있으며 뭍에 올라서도 여전히 정신이 또렷했다.부유 공포증의 증상이나 반응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자 여은수도 백하린의 손을 꼭 잡고 의아한 듯 그녀를 훑어보았다.“하린아, 너 공포증 다 나았어? 이제 괜찮은 거야?”“할머니, 무서워 죽겠어요. 흑흑... 지금 온몸이 떨려요.”남하준은 침울한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류청과 정호가 급히 따라갔다.“하준 오빠...”백하린이 뒤에서 울며불며 소리쳤다.“가지 말아요! 나한테 왜 이래요!”여은수는 가슴 아파 백하린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차량은 백씨 집을 떠나 병원으로 향했다.남하준은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무시무시한 음모감이 일순간에 감돌았다.그의 생각은 1년 전으로 돌아갔다.백하린이 금방 돌아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달려들어 남하준을 껴안고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더니 울면서 소리쳤다.“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너무.”그는 외국 교육이 항상 조심스럽고 수줍음을 타던 여자아이의 성격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했다.문득 남하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류청, 이틀 안에 하린이 최근 10년 동안 기록을 모두 조사해.”“하린 아가씨를 조사하라고요?”“그래.”류청과 정호는 눈이 마주치며 이상하게 여겼다. 왜 백하린을 조사할까?백하린은 번듯한 가문에서 태어나 그와 함께 자랐으니 아마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의심스럽지만 류청은 공손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차량이 병원으로 돌아왔다.병실은 휑하니 텅 비어 있었다.남하준은 병실을 샅샅이 뒤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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