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121 - Chapter 130

912 Chapters

제121화

서다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의 말을 끊었다. “남하준 씨, 됐어요. 모든 게 명확해졌는데 우리도 이제 이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끝내야죠.”의미가 없다고?남하준은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너무 아팠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서다인에게 다가가 책상 위의 이혼 합의서를 들고 펼쳐 보았다.서다인은 검은 펜을 꺼내 그의 앞에 놓고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사인하면 제가 제출할게요. 이제 같이 가정법원 한 번 다녀오면 돼요.”“나 다른 도시로 갈 생각이니 오래 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다른 도시로 간다고?정말 그와 깨끗하게 결별하고 싶은 걸까?남하준은 무겁게 이혼 합의서를 펼쳐보았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이 합의서는 불합리해. 다시 만들어.”서다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억울하게 불평했다.“왜 불합리하다는 거죠? 우리 사이에는 아이도 없고 당신 재산은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아요. 모두 당신에게 유리한 조건인데 왜 불만이죠?”남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다인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그래서 말이 안 되는 거야. 나 남하준이 이혼하고 전 부인한테 한 푼도 안 줬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다들 나를 어떻게 보겠어?”서다인은 그가 이렇게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길 줄 몰랐다. “그래요. 그냥 조금만 나눠줘요.”남하준은 매우 짜증 나서 서다인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등나무 의자에서 끌어 올렸다. 말투가 극도로 불쾌했다.“그렇게 빨리 이혼하고 싶어?”서다인은 그가 매우 가소롭다고 생각했다.분명히 그는 마음속으로 백하린을 사랑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녀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둘의 사랑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서다인은 다급하게 고개를 쳐들고 단호하게 남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아요.”순간 남하준은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동맥이 희미하게 뛰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그때 남하준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서다인의 손을 떼고 휴대폰을 꺼내 모니터를 본 뒤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저쪽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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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휘영청 밝은 달빛이 나뭇가지 끝을 통해 베란다로 쏟아져 들어오고 빛 그림자는 얼룩덜룩하고 희미하고 쓸쓸했다.방안은 캄캄했고 서다인은 뒤척이다가 한밤중에야 잠이 들었다.하지만 편하지 않은 하룻밤이었다.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은 더욱 어지러워져 악몽에 시달리는 듯했다.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서늘한 바람이 불어 피부가 따갑고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다인아! 너무 추워. 엄마 아빠 좀 구해줘!”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희미한 것이 허허벌판의 유령 같아 소름이 끼쳤다.그러나 그녀는 구조 요청을 듣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다인아! 뒤돌아보지 말고 얼른 뛰어! 어서!”그녀는 공포감에 젖어 어둠 속을 질주했고 온몸이 떨렸고 무서운 어둠의 기운이 밀려왔다.갑자기 날카롭고 독살스러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죽여! 저 여자를 죽이면 재산은 모두 너의 것이야. 얼른 죽여!”악마처럼 음산하고 악랄한 눈빛이 그녀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피범벅이 된 검은 손이 그녀를 향해 뻗쳐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순간 숨이 가빴다.“살려주세요.”서다인은 벌떡 일어나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방의 장식을 보고 나서야 두려움에 떨던 마음이 풀렸다.밖에 아침 햇빛이 찬란했다.알고 보니 악몽을 꾼 것이다.뜻밖에도 부모님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꿈을 꾸었다.하지만 우습게도 그녀의 부모님은 단지 그녀에게 돈만 요구했다.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이불을 젖고 침대에서 내려와 깨끗한 옷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30분 후.서다인은 캐주얼 차림으로 방에서 나왔다.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희미하게 백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발걸음을 한 번 떼고 소리를 따라 걸어갔다.거실에서는 백하린이 허윤미와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허윤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린아,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마. 너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떡하니.”백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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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서다인은 전화를 받아 귓가에 댔다.“여보세요.”맞은편에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인아, 나 지우. 나 기억해?”서다인은 어리둥절했다.“지우?”거실의 백하린은 어렴풋이 그 이름을 듣고는 얼굴빛을 약간 흐리며 긴장한 듯 귀를 쫑긋 세웠다.지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네 엄마를 통해 네 번호를 받았어.”갑자기 귓가에 있던 서다인의 휴대폰을 누군가가 후려쳤다.그녀는 경악하며 돌아서서 침착한 얼굴로 휴대폰을 빼앗은 사람을 바라보았다.바로 백하린이었다.살짝 긴장한 백하린은 서다인의 휴대폰을 들고 뒤로 물러서더니 손가락으로 화면을 그어 통화를 끊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언니한테 사과하고 싶어. 나랑 하준 오빠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서다인은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백하린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또 무슨 음흉한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지 생각했다.“돌려줘.”서다인은 화를 내며 손을 내밀었다.허윤미도 백하린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하린아, 왜 다인이 휴대폰을 뺏어? 방금 통화 중이었는데 그렇게 뺏으면 어떡해?”백하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긴장한 얼굴로 허윤미를 돌아보며 뻣뻣한 미소를 지었다.“나 그냥 언니한테 사과하고 싶어서요. 하준 오빠가 나를 선택했으니 이 결혼생활도 조만간 끝날 거잖아요. 너무 미안해서요.”서다인은 이 여자가 정말 징그럽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자신의 휴대폰을 되찾았다.백하린은 놀라서 서다인의 휴대폰을 뺏으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의 휴대폰을 뺏어도 중학교 동창이 그녀를 찾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서다인은 휴대폰을 돌려받고 두말없이 거실을 나섰다.백하린 같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은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다.별장을 나온 후, 서다인은 방금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곧바로 전화를 받더니 즉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인아, 제발 도와줘. 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 너한테 연락한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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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서다인은 과일 바구니를 사고 지우가 준 주소를 따라 종양과 병동에 도착했다. 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서다인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좁은 병실에는 여섯 개의 병상이 있었고, 침대마다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서다인은 누가 지우의 아버지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한 여자가 코너에서 나타났다. 검은색 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아름다운 외모에 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서다인을 바라보았다.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유일한 젊은 여자였기에 서다인은 그녀가 지우일 거라고 생각했다. 서다인은 다가가서 미소 지으며 물었다. “지우 씨 맞죠?”지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누구시죠?”“저는 서다인이에요.” 지우는 멍한 눈으로 서다인을 바라보면서 몇 초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서다인은 급히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있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 그는 매우 수척해 보였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서다인은 작은 목소리로 지우에게 말했다. “불편하지 않으면 우리 밖에서 이야기할까요?”지우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물병을 내려놓은 후 아버지의 커튼을 잘 닫고 서다인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은 창가에 서서 멀리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우가 먼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서다인은 또 무슨 속임수를 쓰려는 거예요? 아무나 데려와서 자신인 척하고 또 기억 상실인 척해서 돈 안 갚으려고?”서다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우 씨, 당신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예전 일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3년 전에 기억을 잃었거든요.”지우는 안경을 고쳐 쓰며 냉소적으로 웃었다. “머리를 바꿨어?”“의사들은 내가 성형 수술을 했대요.” 지우는 놀라며 서다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어디를 그렇게 많이 고친 거야? 점점 자연스럽고 예뻐졌네. 예전엔 마녀 같은 뾰족한 턱이었는데, 이제는 둥글둥글하고 고등학생 같잖아. 요즘 사람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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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서다인은 급히 설명했다. “이혼 문제가 아니라, 잠깐이면 돼요.”“말해봐.” 남자의 목소리는 약간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차가웠다.서다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우를 바라보았다. 지우는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에 불안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서다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남하준 씨, 당신 카드에서 1억 2000원을 꺼내도 될까요? 제가 빌리는 거예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남하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카드는 당신 거야. 안에 있는 돈 마음대로 써도 되고 갚지 않아도 돼.”이 말에 서다인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고마워요.”남하준이 갚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서다인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 있었다. 서다인은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이때 남하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려운 일이라도 생겼어?”서다인은 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회사 일로 바쁜 그에게 굳이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에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서다인은 천천히 말했다.“알았어.” 그가 대답했다.“그럼 끊을게요.” 이때 남하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잠깐만.”“네?”남하준은 말하려다 멈추고, 잠시 침묵했다. 잠시 후, 그는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알겠어요.” 서다인은 괜히 마음이 무거워져 얼른 전화를 끊었다. 단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다니...남하준은 유리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뒤에는 수십 명의 부서 직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회의 중간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던 남하준이 왜 이렇게 긴장하며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직원들은 조용히 남하준이 회의를 시작하기를 기다렸다.병원 쪽에서, 서다인은 지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000만 원을 갚을게요. 그리고 아버지 치료비와 빚 갚는 데 쓸 1억 원을 더 빌려줄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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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서다인이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그녀는 백하린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늦게 돌아왔다. 하지만 백하린은 아직 집에서 가지 않았다.서다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백하린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다인 언니, 돌아왔어?”그 언니라는 말이 서다인에게는 너무나 역겹게 들렸다. 거실에는 남하준의 부모님과 몇몇 형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서다인은 너무 차갑게 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응이라고 대답했다.이때 허윤미가 서다인을 불렀다. “다인아, 이리 좀 와봐.”서다인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고, 큰형님 유가영이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백하린도 함께 앉았다.현장의 분위기는 어색했다. 서다인은 시부모님의 난처한 표정과 형님들의 불편한 눈빛을 보며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허윤미가 입을 열기 전에, 서다인이 먼저 말했다. “어머님,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허윤미은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 아버지가 말하는 게 좋겠어.”남창민은 잠시 멈칫하다가 아내를 째려보며, 유가영에게 말을 넘겼다. “네가 말해라.”유가영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제가요?”서다인은 그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보며 좋은 소식이 아님을 직감했다. 아마 또 이혼을 강요하는 것일 것이다. 그녀는 지쳐서 힘없이 말했다. “말씀하세요, 괜찮아요.”모두가 눈빛을 피하고 있을 때, 유가영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동서, 사실은 말이야, 하린 씨가 우울증에 걸렸어. 의사 말로는 중증이어서 감정이 매우 불안정하대.”서다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비웃었다. 백하린의 중증 우울증이 이렇게 빨리 찾아왔다니, 참 놀라운 일이었다. 유가영은 계속 말했다. “집에는 연세 많은 어르신만 계시지. 할머니는 친구들과 자주 여행을 다니고,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셔도 아직 가업을 관리하시고, 삼촌은 매일 병원 일로 바쁘고. 그래서 하린 씨 혼자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기 쉬워...”서다인은 유가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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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서다인은 공부를 하다 갑자기 몇몇 책의 내용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예전에 읽었던 책들인 듯했지만, 다시 보니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다. 남씨 집안의 가사 도우미들은 깜짝 놀라서 수군거렸다.“사모님 정말 학구열이 대단하신 것 같아. 이 반달 동안 심리학 책만 해도 백 권은 읽은 것 같은데.”“밤에도 불을 켜놓고 공부하시던데, 심리상담사 자격증이라도 따려는 걸까? 심리치료사 되시려는 건가?”“아무튼 정말 열심히 공부하셔. 내가 방에서 청소하는 동안 전혀 눈치 못 채시다가, 물 마시러 나왔을 때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잖아.”“맞아, 정말 대단해.”서다인은 백하린 같은 여자의 심리를 연구하고 어떻게 반격할지를 고민하는 동안, 백하린이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든 사람들 눈에 백하린은 착하고 예의 바르며 이해심 많은 여성으로 보였다. 공손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그녀는 시부모님께 마사지도 해드리고 보양식도 챙겨드렸다. 그리고 형님들에게 명품과 고가의 선물을 주었으며 도우미를 도와 집안일까지 함께 해 남 씨 집안 모든 식구들이 그녀를 좋아했다.백하린은 자신을 완벽하게 포장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서다인은 도저히 그녀와 비교될 수 없었다.저녁쯤 서다인은 도우미의 부름에 시큰거리는 눈을 비비며 서재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려고 내려갔다.부엌에는 백하린이 밥그릇을 놓고 국을 퍼주며 이 집안의 며느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백하린은 남창민에게 국을 건네며 말했다.“아저씨, 이건 제가 직접 끓인 꽃게 해삼 오골계탕이에요. 한번 맛보세요.”남창민은 기뻐하며 국을 받아들었다. “고맙구나. 아저씨는 네가 요리도 잘하고 국도 이렇게 잘 끓일 줄 몰랐어. 정말 최고의 솜씨다. 어떤 남자가 너를 아내로 맞이할 진 몰라도 행복할 거야.”허윤미도 거들었다. “맞아. 하린이는 정말 현모양처야.”서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국을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하린은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서다인을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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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짝사랑이란 혼자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이제야 서다인은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움에 목이 메면서도 마음속에서 수없이 그를 바라보면서도 쳐다보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 아프고 원망스러우며 심지어 미워하면서도 그를 놓을 수가 없었다.남하준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마음은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 찼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척해야 했다. 그의 시선을 피하려 노력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남하준이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백하린은 환호하며 달려가 “하준 오빠!”라고 외쳤다. 남하준은 피할 새도 없이 그녀의 품에 안겼다.그녀의 손이 그의 허리를 꼭 감싸자 불쾌함이 밀려왔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녀의 손을 뒤로 돌려 잡아떼어냈지만 백하린은 놓아주지 않았다. “하준 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허윤미는 따뜻한 미소로 맞았다. “준아, 왔니? 미리 연락도 없이 와서 깜짝 놀랐어.”남하준은 차분하게 인사를 나누며 모든 사람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그러나 서다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거실을 둘러보다가 멀리서 밥을 먹고 있는 서다인을 발견했다. 서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국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고개를 들어도 그와 눈이 마주칠 텐데,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남하준은 그녀의 무관심에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는 백하린을 밀쳐내며 한숨을 쉬었다.백하린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고 그의 목에 손을 감고 다가가려 했다. 그때, 류청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를 강하게 끌어냈다. “백하린 씨, 제발 도련님한테 매달리지 마세요. 도련님께서 다치셨어요.”남하준이 다쳤다는 말을 듣자 모두 놀라서 걱정스레 물었다. “어머, 준아. 어디를 다쳤니? 많이 다쳤어? 응?” 현장은 아주 시끄러웠다.서다인도 남하준이 다쳤다는 말을 듣자마자 멈칫했다. 마음이 아파왔고 긴장되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그쪽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백하린이 그렁그렁한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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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서다인은 저녁을 먹다 말고 서재와 안방에 어지럽혀진 책들이 떠올라 급히 정리하러 갔다. 정리를 마치고 다시 내려와 저녁을 먹기 시작했지만, 남하준이 비서를 데리고 올라간 이후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의아해졌다. 혹시 백하린과 같은 방에 있기 싫어 객실에 간 걸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서다인이 식탁에 돌아왔을 때 이미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난 후였다. 그녀는 풀이 죽어 남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지만 마음이 울적해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거실에서 백하린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아까 전화로 정호 씨에게 물어봤는데, 하준 오빠가 어젯밤 어깨에 총을 맞았대요. 막 총알을 뺏는데 병원에 입원하기 싫어서 무리하게 돌아왔대요.”허윤미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입을 가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어젯밤에? 총을 맞았다니?” “우리 아들...”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급히 계단을 오르며 울먹였고, 백하린도 그녀 뒤를 따라 올라갔다.서다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젓가락을 든 손이 덜덜 떨렸고 몸은 마치 미라처럼 굳어버렸다. 두려움과 불안이 밀려왔고, 갑자기 남하준의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궁금해졌다.저녁을 마친 후 서다인은 바로 방으로 가지 않았다. 남하준과 백하린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워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에서 꽃과 달빛, 밤하늘을 감상하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방문을 여니 불은 켜져 있었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곤한 걸음으로 침대에 다가가 앉자마자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침대에 기대었다. 이 시간에도 남하준이 여기에 없다면, 분명 백하린의 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일처다부제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그때 갑자기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다인은 놀라 눈을 뜨고 발코니를 바라보았다. 남하준이 밖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유리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서다인은 긴장해 몸이 굳었고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남하준는 커튼을 치고 나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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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남하준은 천천히 다가와 침대 저편에 앉았다. 서로 등진 채 말이다.남자는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분위기는 너무 무거웠고, 그의 마음은 이유 없이 지쳐 있었다.서다인은 단 한 마디만 물었고 그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남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하린이 왜 들어와 살고 있지?”서다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벌써 한 달 넘었어요.”“막지 않았어?”“난 막을 자격이 없어요.”남하준은 침묵했다가 또 물었다. “자격증 준비해?”“아뇨.”“여기서 사는 거 불편하지 않아?”“괜찮아요.”“백하린이 너 괴롭히진 않았어?”“네.”그들은 또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남하준은 계속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서다인은 단답형으로 대답해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고, 분위기는 점점 더 어색해졌다.“나 씻고 올게요.”서다인은 이 말을 남기고 침대를 떠나 옷장에 가서 잠옷을 가지고는 샤워를 하러 갔다.남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저녁에 집에 돌아온 이후로 눈을 붙이지 않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의 대화는 점점 더 서먹해졌고, 그녀는 그와 말을 섞는 것조차 꺼려하는 듯했다.반 시간 후, 서다인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남하준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몸을 구부린 채로 말이다. 그의 모습은 고독하고 무거운 슬픔을 내뿜고 있었다.‘회사 일 때문에 이렇게 지쳐있는 거야?’서다인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준 씨, 어제 수술 받고 왔잖아요. 누워서 쉬어야 해요.”남하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깊고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서다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눈빛이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느꼈다.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서다인은 긴장하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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