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박예찬이 일찍 철이 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은 아이일 줄은 몰랐다.“할아버지가 사실대로 말해주면 절대로 하랑 이모랑 우리 인우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알겠지?”박예찬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네.”김훈은 그제야 오늘 병원에서 들은 결과를 말해줬는데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했다. 계속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검사해 보니 심장병이 맞았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김훈은 여태껏 사람들 앞에서 줄곧 꾀병을 부리는 듯한 행동을 보여줬다.“증조할아버지, 그런데 왜 하랑 이모랑 은우 삼촌한테 비밀로 하나요?”박예찬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인우가 자기 앞에서 김훈이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불만을 토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만약 자기 할아버지가 진짜로 병에 걸렸다는 걸 알면 그런 소리도 못 할 텐데 말이다.그리고 조하랑도 마찬가지다.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김훈에게 알려주면 엄청 기뻐할 텐데 애석하게도 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바보야, 사람이 늙으면 죽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그걸 뭣 하러 말해? 말해봤자 괜히 걱정만 시키겠지. 남은 사람이라도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박예찬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그러자 김훈이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예찬아, 방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해. 절대로 두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 아니면 이 할아버지가 진짜로 화낼 거야.”“네.”박예찬은 자꾸만 목이 메어와 겨우 답했다....다른 한편.조하랑은 김훈의 부탁대로 김인우의 방문 앞까지는 왔지만 뭐라고 문을 두드려야 할지 막막했다.바로 이때, 방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김인우는 또다시 자기 눈앞에 서 있는 조하랑과 마주하게 되었다.“왜요? 또 무슨 일 있어요?”조하랑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네, 아, 아니요.”혼란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김인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맞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그, 그게 혹시 지금 어디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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