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841 - Bab 850

995 Bab

제841화

구승훈은 강하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차 문에 기댄 채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이는 남자의 얼굴은 차갑고 어두웠다.준봉이 어디선가 나타나 구승훈 옆에 섰다.“주해찬 상황은 확인했어?”구승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묻자 준봉은 고개를 끄덕였다.“감각이 돌아온 건 맞지만 일어서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의사 측에서는 주해찬 씨가 특별히 강하리 씨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매번 물어볼 때마다 둘러대며 넘어간 것 같습니다. 검사도 강하리 씨가 없을 때만 진행하고요.”구승훈은 침울한 눈빛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어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번에는 주해찬이 자신과 강하리 사이에 끼어들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대표님, 그냥 강하리 씨한테 말하지 그래요? 주해찬이 자기 몸 상태를 이용해 강하리 씨를 곁에 붙잡아두려는 거잖아요.”구승훈은 강하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주해찬이 강하리에게 숨길 생각이라면 끝까지 숨기게 둘 거다.나중에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볼 심산이었다.“지금은 말하지 마. 의사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사실대로 털어놓게 만들어.”준봉이 서둘러 대답했다.구승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입원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강하리는 입원 병동에 들어섰지만 바로 주해찬의 병실로 향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입력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구승재는 강하리로부터 전화를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났다.“강하리 씨? 왜 전화하셨어요?”“보고 싶어서요. 안 돼요?”구승재는 멈칫하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절대 형 앞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고 구승재는 곧바로 연정이에 관해 물었다.“연정이 보러 가도 돼요?”강하리가 웃었다.“물론이죠.”이렇게 말한 후 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구승재 씨, 요즘 그쪽 형 왜 그러는지 알아요?”사실 구승훈의 말을 믿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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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내뱉었다.이 여자를 어떡하면 좋을까.그렇게도 그를 믿지 못하는 건가.하지만 구승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구승재에게 지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강하리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도 계속 휴대폰을 바라보았다.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원래는... 오늘 밤 그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는데 주해찬 때문에 또다시 버리고 왔다는 생각에 문득 죄책감이 밀려왔다.이건 그녀가 구승훈에게 잘못한 게 맞았다.그녀가 옅은 숨을 내쉬며 전화를 걸려는 순간, 길고 가느다란 손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았고 곧이어 구승훈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강하리는 멈칫했다.“왜 또 왔어?”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왜일까? 자기야, 내가 한밤중에 널 다른 남자 곁에 둘 만큼 너그럽지 않잖아.”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구승재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하지만 막상 듣기 좋은 말로 남자를 달래려고 하니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밤에 또 안 잘 생각이야?”구승훈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지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강하리에게 다가왔다.“강 대표님이 날 재워 주시면 잘 수 있을 것 같은데.”강하리가 그를 올려다보았다.“정말 재워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구승훈의 눈가에 머금은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강 대표님이 재워주시면 우리 둘은 같이 자겠지.”강하리는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차면서도 이렇게 말했다.“이따가 어디 가서 눈 좀 붙여.”구승훈이 그녀의 손가락을 가져와 빈틈없이 맞잡았다.“나랑 같이 잘 거야?”강하리는 그의 손아귀에서 자기 손을 곧장 빼냈다.“구승훈, 여기 병원이야.”이 개자식은 정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구승훈이 뭐라 말하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이따가 얌전히 있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주해찬의 병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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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주해찬의 말이 나오자 구승훈은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더 살벌해지자 강하리는 심호흡하고 구승훈을 밀어냈다.“일단 여기서 기다려.”그런데 구승훈이 단번에 강하리의 손을 잡았고 미간을 찌푸린 강하리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조롱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주해찬 씨는 간병인이 부족해요? 한밤중에 여자를 불러내 곁에 있어 달라네. 주씨 가문에서 간병인 하나도 못 구하면 내가 대신 10명이라도 구해드릴게요.”주해찬은 잠시 침묵했다.“이건 저와 하리 사이의 일이지 구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구승훈이 비웃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강하리가 그의 입을 막았다.“됐어, 그만해!”구승훈은 멈칫하더니 놀랍게도 정말 입을 다물었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던 그는 마치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걸 알아달라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주해찬을 향해 걸어갔다.주해찬은 자연스럽게 구승훈의 입을 가리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가슴이 조금 씁쓸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그에겐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태도로 말한 적 없이 늘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이번에도 어머니의 역겨운 행동에도 그의 곁에 머물며 빚진 건 꼭 갚으려 하는 모습에 주해찬은 쓴웃음을 지었다.구승훈과도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질까?강하리는 다가와 주해찬을 밀고 방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을 따라갔고 주해찬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구 대표님께서는 제 간병인이 되어주시려고 남아 계시는 건가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못 할 것도 없죠. 주해찬 씨가 제 보살핌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죠.”구승훈은 말하며 진짜로 행동에 옮길 기세로 다가왔다.“안아서 침대에 올려드릴까요?”주해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살짝 굳어지자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로 밖으로 밀어냈다.구승훈은 방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 바로 강하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난 진심으로 챙겨주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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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너한테 그렇게 많이 상처 줬던 건 잊었어? 하리야, 나는 네가 더 이상 그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아.”주해찬은 말하며 휠체어를 밀고 강하리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너만 원한다면 내가 연정이를 친딸처럼 챙길게.”강하리는 주해찬의 손을 피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선배, 미안해요.”주해찬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가 툭 떨어졌다.“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 소개해 줄 수도 있어.”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선배, 난 그 사람 포기 못 한다고요. 내 말 알겠어요?”주해찬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알았어.”그의 말이 끝나자 병동에는 침묵이 흘렀다.주해찬은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사실 처음부터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알았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막상 대답을 들으니 그래도 내키지 않았다.“미안해, 하리야. 방금은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욕실로 데려다줄게요.”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다가갔지만 주해찬은 거절했다.“넌 돌아가, 하리야.”강하리가 멈칫하자 주해찬이 고개를 들어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다시는 오지 마.”강하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선배...”주해찬은 웃으며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넌 나한테 빚진 것도 없고 애초에 너에게 보답을 바라고 구해준 것도 아니야. 하리야, 난 그냥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강하리는 다소 죄책감을 느꼈다.“미안해요, 선배.”주해찬은 미소를 지으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나한테 계속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넌 미안해할 거 없어.”주해찬은 말을 마치고 혼자서 휠체어를 밀며 화장실로 향했다.들어가기 직전에 그가 덧붙였다.“나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돌아가.”강하리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전화를 걸어 주해찬을 챙겨줄 간병인을 불렀다.주해찬이 방금 그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더 이상 여기 있는 것도 이상했다.괜히 두 사람 사이가 더 어색해질 것 같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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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여자는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섬세하고 완벽한 곡선이 돋보이는 심플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하얀 얼굴과 살짝 물기를 머금은 눈, 자세히 보면 붉은 입술이 살짝 부어 있었다.그리고 남자의 손가락은 여자의 눈가를 어루만지며 두 눈에 애틋함과 사랑이 흘러넘쳤다.누가 보더라도 무척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하필 이 타이밍에 진시연이 나타났다.그들을 발견한 진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얼마 전 강하리와 구승훈이 또다시 싸웠다는 소리를 들었고 구승훈이 연성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둘이 다시는 화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그녀는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보다가 일그러지는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하리 씨.”진시연의 목소리엔 놀라움이 가득했다.“해찬 오빠 보러 왔어요?”구승훈의 말에 살짝 흔들리던 강하리의 심장은 진시연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다시 차분해졌다.진시연이 놀라긴 해도 그 놀라움이 결코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진시연은 강하리에게 질문을 마친 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구승훈 씨, 언제 돌아왔어요? 왜 말 안 했어요?”구승훈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진시연 씨, 우리가 친한 사이인가요?”진시연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고 구승훈은 무표정하게 진시연을 바라보다가 강하리를 데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두 발짝도 떼기 전에 진시연이 갑자기 외쳤다.“하리 씨,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데 시간 날 때 보러 올 수 있어요?”하지만 강하리는 진시연을 무시했고 진시연은 굴하지 않고 다시 소리쳤다.“아빠가 하리 씨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도 안 와요. 하리 씨 때문에 아빠가 불효자라는 말을 들어야겠어요?”그제야 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추며 진시연을 돌아보았다.“아빠가 집에 가든 말든 그건 아빠가 알아서 할 일이죠. 그런 일까지 날 탓할 필요는 없어요, 진시연 씨.”진시연은 순간 억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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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하지만 꼭 눈치 없이 끼어드는 사람 때문에 이젠 침대가 아니라 소파도 겨우 애원해야 차려질 것 같았다.구승훈은 걸어가며 달래는 어투로 강하리에게 말했다.“왜 저런 여자랑 말을 섞어.”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뿌리쳤고 그는 그 틈에 바로 허리를 감아왔다.강하리가 몇 번 몸부림쳤지만 남자는 더 단단히 감쌀 뿐이었다.두 사람이 커플처럼 가까워진 것을 본 진시연은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최상층을 눌렀다.주해찬은 화장실에서 강하리가 간병인을 부르는 통화를 듣고 쓴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오늘 밤 강하리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강하리가 그를 단지 선배로 생각한다는 걸 잘 알았고 입 밖에 꺼내면 둘 사이가 더 어색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오늘 구승훈이 강하리를 벽에 밀착해 키스하는 모습을 본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주해찬은 심호흡을 한 뒤 시선이 다리로 향했다.여전히 포기가 안 되었다.강하리가 그를 좋아하지 않으면 물러날 순 있어도 그녀의 곁에 남아있는 남자가 구승훈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해찬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들어와요.”그는 대답하고 휠체어를 밀어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방문객을 본 그는 살짝 당황했다.강하리가 부른 간병인이 온 줄 알았는데 진시연일 줄이야.“무슨 일로 왔어?”진시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보러 왔지. 좀 어때? 다친 건 잘 회복하고 있어?”주해찬이 웃었다.“네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진시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떠날 생각이 없었다.주해찬은 그녀가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진시연,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진시연도 주해찬을 바라보며 더 말을 돌리지 않았다.“해찬 오빠, 강하리 좋아하지?”주해찬은 잠시 멈칫했다.“응. 비밀은 아니지만 너랑은 상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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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진시연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굳어버렸다.주해찬의 성격이 온화하고 그의 약점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막무가내로 찾아온 건데 주해찬이 받아들이기는커녕 되려 그녀를 협박할 줄은 몰랐다.진시연의 입꼬리가 살짝 굳어졌다.“해찬 오빠, 정말 강하리가 구승훈이랑 만나게 놔둘 거야?”주해찬은 정말 원치 않았지만 강하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진시연, 오늘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진시연은 내키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해찬이 강하리에게 손대지 않아도 할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까.진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해찬 오빠, 생각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해.”주해찬은 진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소 우울한 웃음을 내뱉었다.솔직히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인간의 욕심이란 원래 끝이 없으니까.그는 심호흡하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고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차 안에서 강하리는 주해찬의 연락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간병인 문제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주해찬이 이렇게 말했다.“하리야, 진시연 조심해.”강하리는 멈칫했다.“선배, 무슨 일 있어요?”주해찬이 피식 웃었다.“아무것도 아냐.”강하리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면 주해찬이 전화를 걸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선배...”“하리야.” 주해찬은 강하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내가 너한테 한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것 때문에... 날 멀리하지도 말고. 알았지?”강하리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가며 이윽고 입술을 다문 채 웃었다.“안 그래요.”“그럼 됐어.”주해찬의 목소리엔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주해찬이 또 오래?”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답했다.“아니.”그녀는 문득 주해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주해찬과 멀어질 생각은 없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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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별장 문 앞에는 정원이 있었고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정원에 달빛이 환하게 비추자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안은 채 리시안셔스가 가득한 정원을 지나갔고 강하리는 묵묵히 꽃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이사 가자고 했던 곳이 바로 여기라는 걸 알 것 같았다.강하리는 왠지 모를 느낌이 들며 오랜만에 마음속 안정을 느꼈다.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니 남자의 서늘한 옆태엔 아직 미소가 살짝 남아 있었다.기억 속 구승훈은 잘 웃는 사람이 아니었고 항상 그녀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 아니면 설령 웃는다고 해도 무심한 조롱의 표정이었다.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녀를 볼 때면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하리가 시선을 거두며 구승훈의 어깨에 기대자 걸음을 멈춘 구승훈이 품 안에 안긴 강하리를 내려다보았다.“자기야, 이러면 나 못 참는데.”하지만 강하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움직이지 않았다.“언제는 참은 것처럼 얘기하네.”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하지만 이러면 내가 당장 네 옷을 벗겨버릴 수도 있어.”강하리의 몸이 경직되자 구승훈은 웃으며 그녀를 안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별장 안 가구와 인테리어는 그 익숙한 아파트로 돌아간 듯 러그부터 컵 하나까지 모두 똑같았다.전부 그녀가 직접 산 것이었지만 구승훈과 함께 가차 없이 버린 것들이기도 했다.그런데 지금 그 물건이 구승훈과 함께 눈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강하리는 깜짝 놀라서 잠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땐 싫다고 했는데 아직 좋아해?”구승훈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묻자 강하리는 시선을 거두며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했다.“좋아. 늘 좋아했어.”숨이 턱 막힌 구승훈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이미 잠겨 있었다.“자기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강하리의 손가락이 그의 옷깃을 감싸 쥐며 말하기도 전에 구승훈은 곧장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숨돌릴 틈도 주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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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둔탁한 아픔이 구승훈의 가슴을 강타했다.그는 몸을 숙여 강하리를 품에 꼭 안고 입맞춤했다.“미안해 자기야, 미안해.”강하리는 눈시울을 붉힌 채 그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구승훈이 거짓말을 했다는 분노를 모두 쏟아내듯 자비 없이 강하게 깨물었다.구승훈은 낮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강하리가 깨물도록 내버려두었다.강하리는 구승훈을 깨물고도 아직 미움이 풀리지 않은 듯 그의 어깨를 두 번 더 세게 치고 나서야 그를 놓아주었다.구승훈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시선이 붉어진 그녀의 눈가로 향했다.“아직도 화났어?”남자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고 그의 눈빛에는 아픔이 가득했다.“화 풀어, 응?”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앞으로 나한테 또 거짓말하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구승훈이 괜히 마음에 찔렸지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몸에 관한 것 빼고 다시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또 깨물 거야?”강하리가 그를 밀어냈다.“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물기도 힘들어.”구승훈의 입가에 마침내 작은 미소가 번졌다.“안 두꺼운 데 있는데 한번 물어볼래?”멈칫한 강하리는 그가 어디를 말하는 건지 깨닫고는 이내 얼굴을 붉혔고 구승훈은 웃으며 일어나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고는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내려줘, 나 혼자 걸을 수 있어.”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같이 씻을까?”강하리가 구승훈을 밀어내자 혀를 찬 구승훈이 옆에 있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간 그는 옷장에서 미리 준비해 둔 강하리의 옷 한 벌을 꺼낸 뒤 문 옆에서 기다렸다.안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멈추고 나서야 구승훈은 문을 두드렸다.“강 대표님, 시중 들어드릴까?”“필요 없어!” 강하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고 구승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나온 강하리는 몸을 닦을 때가 되어서야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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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어디 다친 데는 없나 내가 잘 살펴봐 줄게.”강하리가 그 말의 뜻을 알아채기도 전에 구승훈이 큰 손으로 그녀의 목욕 타월을 낚아챘고 그녀가 깜짝 놀라는 사이 구승훈은 이미 타월을 민첩하게 열어젖혔다.순식간에 살결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구승훈이 제대로 보기도 전에 강하리가 옆에서 이불을 잡아당겼다.구승훈은 몸을 꽁꽁 가린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릴 수밖에 없었다.“강 대표님, 내가 참다가 죽길 바라?”강하리는 그의 손에서 속옷을 가져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가서 씻기나 해.”구승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순식간에 검게 물든 눈동자를 번뜩이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기다려.”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강하리는 이불속에 감춘 손을 꽉 말아쥐며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개자식!”얼굴에 달아오르는 열기를 참으며 이불 속에서 옷을 입고 타월을 두른 뒤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잠옷을 찾아 입은 강하리는 잠시 안방을 돌아보았다.구승훈이 얼마나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침실의 구조도 연성의 집과 똑같았다.심지어 침대 시트마저 그녀가 직접 산 것이었다.침울한 눈빛으로 침대 옆에 서 있던 강하리는 허리를 굽혀 침대 협탁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석연란이 몰래 찍은 사진 중 하나로 사진 속 남자는 그녀를 차에 밀어붙이고 있었다.강하리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별 사진을 다 꺼내놓는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구승훈이 뒤에서 다가와 그녀를 감싸 안았고 남자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잠시 어루만지던 그가 물었다.“다쳤어?”말을 마친 그의 손이 잠옷 옷깃 사이로 안을 파고들었다.“확인해 볼게.”말로는 확인한다면서 손으로는 거침없이 그녀의 잠옷을 찢고 다른 한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채 그대로 키스했다.강하리가 그의 입술을 깨물자 구승훈은 곧바로 몸을 뒤집어 그녀를 덮쳤다.안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구승훈이 무의식적으로 침대 협탁을 열었다가 행동을 멈추었다.“안전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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