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별로 크진 않았지만 민시후는 아주 똑똑히 들었다.그는 육현석을 힐끗 째려보고는 고은서를 향해 아양을 떨며 말했다.“은서야, 방금 깎아준 사과 엄청 달고 맛있는데 한 조각만 더 먹여주면 안 될까?”나머지 세 사람은 충격적인 그의 모습에 입을 쩍 벌렸다.육현석은 진저리를 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민 대표님, 은서랑 얘기 더 나누세요. 저는 먼저 밥 먹으러 가볼게요.”박지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하고는 쌩하고 달아났다.병실 안에는 고은서와 민시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다음에는 연기하기 전에 나한테 미리 따로 신호 보내주면 안 될까?”고은서는 아직도 방금전의 놀라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곽승재 껌딱지 새끼를 가만두면 안 되지.”민시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한 시간 후, 육현석은 곽승재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형, 민시후 그 새끼 진짜 사람 약 올리는 데는 짝이 없어. 형수님 옆에 꼭 붙어있으면서 심지어 사과까지 먹여달라고 한다니까.”방금전 민시후의 모습을 떠올린 육현석은 씩씩거리며 말했다.“형수님을 바라보는 눈길은 또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형수님을 완전히 자기 소유로 생각하고 있다니까. 환자만 아니었으면 정말 달려가서 한 대 치는 건데.”그는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그 많은 여자 중에서 왜 하필 형수님을 좋아한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다니까.”그러다 육현석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곽승재를 보며 물었다.“형, 내 말 듣고 있어? 형은 화 안 나?”곽승재는 방금전부터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육현석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형,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하필 그 위급한 상황에 백유미를 구하려고 한 거야?”육현석은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답답해 났다.“그 많은 인력과 재력을 소모하면서 힘겹게 형수님을 찾았으면 당시 상황이 어떻든지를 막론하고 형수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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