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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Chapters

제1331화

그 말이 떨어지자 회사 사람들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예 대표님, 임 대표님이랑 사이가 좀 안 좋으신 건 알지만... 임 대표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에요. 우리 회사의 희망이란 말입니다! 제발 떠나지 않게 해주실 수 없나요?”“맞아요, 예 대표님. 부탁드릴게요. 임 대표님을 보내지 말아 주세요!”“그래요! 저희에겐 임 대표님이 꼭 필요해요!”“제발요. 임 대표님을 여기 남겨주세요!”“...”누군가 앞장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간절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반응만 봐도 임완유가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예선홍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임완유마저 역시 깜짝 놀랐다.이 회사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까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많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예선홍은 속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 순간 그는 임완유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란 걸 비로소 깨달았다.‘회장님께서 그녀에 대해 그렇게 강하게 말한 것도 단지 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정말 실력이 있어서였겠지.’그래서 그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퇴직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제가 직접 임 대표님과 상의하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그도 역시 함부로 확답을 줄 수는 없었다. 솔직히 아직 임완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회사를 떠나고자 한다면 이런 자리에서 강제로 붙잡는 건 오히려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었다.예선홍의 말에 사람들은 조금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들의 행동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하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됐어요. 다들 이제 흩어지세요.”임완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예선홍을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예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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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어머님께서 이렇게까지 날 도와주는 건 역시 천우 때문일 거야. 천우를 사랑하니까 나도 아껴주시는 거겠지.’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자니 임완유는 문득 자기 엄마가 떠올랐다.‘왜 나는... 그런 엄마를 갖지 못했을까. 지금 나와 천우 사이의 격차는 엄청 클 수도 있어. 어쩌면 지금의 나는 예전에 엄마가 평가했던 천우보다도 더 뒤처진 상태일지 몰라.’그런데도 남궁은서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았고 오히려 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정하게 챙겨줬다.‘엄마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임완유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했지만 결국 누르지 못했고 자기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유은수는 한 번도 먼저 전화를 걸어온 적이 없었다.‘됐어. 이런 생각 해봤자 뭐 해...’그래도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를 떠올리는 순간 임완유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점심 무렵, 예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임완유는 전화를 받고 곧장 건물을 나섰다.출입구를 나서자마자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경인아!”“임 대표!”주경인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얼굴로 급히 달려와 임완유를 불렀다.“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급하게 뛰어다녀?”임완유가 의아한 듯 묻자 주경인은 숨을 고르며 급히 말했다.“다른 방법이 없어서. 완유, 우리는 동창이잖아. 제발 본사 좀 같이 가줘. 예 대표님을 꼭 만나야 해. 이미 각오는 다 했어. 정말 큰 희생도 감수할 생각이니 제발 예 대표님이 한 번만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주경인은 간절한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았다. 임완유가 함께 가지 않으면 자신은 본사 입구에서 쫓겨나기 십상이었다.“신재생 배터리 사업 때문에 그러는 거지?”“응.”“근데... 예 대표님은 아까 오전에 여기서 떠났어.”“뭐? 다녀가셨다고? 지금 어디 계시는 거야? 혹시... 날 데려다줄 수 있어?” 주경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빨리 물었다.“지금쯤이면 비행기 타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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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주경인은 잠시 멈칫했다. 임완유가 누구에게 물어보려는 건지 순간 떠올랐지만 더 묻지는 못했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백성그룹에서 제시한 마감일이 바로 오늘이었다.예천우가 예약해 둔 식당은 근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도보로 3분 남짓한 거리였기에 그녀들은 금방 도착했다.레스토랑은 외관부터 범상치 않았다. 가격대도 일반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내부 분위기 역시 고급스럽고 깔끔했다.예천우가 알려준 룸 번호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그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임완유가 들어서고 주경인도 뒤따라 들어왔다. 그녀들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스물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그 남자는 말끔하고 단정한 인상이었으며 단박에 시선을 끄는 외모에 균형 잡힌 체격까지 갖추고 있었다.첫눈에 봐도 여자들이 호감을 느낄 법한 인상이었다.‘저 사람이 혹시 임 대표의 남자 친구일까? 근데 진짜 잘 생겼다... 눈도 좋네. 근데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과연 능력은 있을까? 아니면 그냥... 얼굴로 먹고사는 스타일인 건 아니겠지?’주경인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임완유는 당당한 회사 대표이니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라면 당연히 눈여겨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예천우도 자연스럽게 주경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차분해졌다.임완유는 주경인을 굳이 데려온 김에 일이 잘 풀리면 협력 얘기도 해보자는 생각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소개를 건넸다.“천우, 이쪽은 내가 말했던 친구야. 한통 재료 회사의 주경인 주 대표야.”그리고 이어서 잠시 머뭇거리던 임완유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경인아, 이쪽은 내 남편 예천우야.”원래 임완유는 남자 친구라고 소개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남편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다.그녀 마음속에서 예천우는 언제나 단 하나뿐인 남편이었다.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든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남편이셨어?”주경인은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내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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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주경인은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협상 얘기로 들어가는 거야? 그럼 혹시... 이미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뜻?’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었다.‘그래 분명 그럴 거야!’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예 대표님께선 어떤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하세요?”그러자 예천우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주 대표님이 먼저 말해보시죠.”그 말에 주경인은 잠시 망설였고 아버지가 언급했던 조건이 떠올랐다. 너무 높은 욕심을 부릴 순 없었고 지금은 그저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가능하다면 1,000억 원을 투자받고 지분은 60%를 드릴 수 있어요. 대신 회사의 운영과 관리는 저희가 계속 맡고 싶습니다.”지금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더 이상 바랄 수는 없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1,000억으론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파급 효과조차 나기 힘들죠.”그는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하죠. 저희가 4조 원을 투자하고 지분 80%를 갖겠습니다. 대신 회사 운영은 완유가 맡는 걸로.”“4... 4조 원이요?”주경인은 숨이 멎는 듯했다.그 숫자는 그녀가 상상했던 선을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지분 80%에 회사 운영권도 임완유에게 넘어가는 조건이었다.그녀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아버지께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물론이죠.”예천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주경인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예상대로 조급하고 긴장감이 가득했다.백성 그룹에 회사를 넘기면 조건도 나쁘겠지만 그 뒤에 어떤 문제들이 기다릴지 알 수 없었다.예천우의 제안을 들은 주 회장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4조 원이라는 금액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회사의 연구 개발과 설비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회사 운영권을 잃는다는 건 아버지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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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주경인은 순간 멍해졌다. 예천우를 의심한 게 티가 났던 걸까. 그걸 눈치챈 듯 임완유의 표정엔 눈에 띄는 불쾌함이 스쳤다. 그녀는 차분한 듯 말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경인아, 겨우 수십조 가지고 그래? 천우한테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야.”“...”주경인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말한 수십조는 사실 약간의 과장이 섞인 수치였다. 물론 공장 설립이나 대규모 설비 구축에는 수십조 수천조 단위의 자금이 드는 게 맞긴 했다.하지만 그걸 가볍게 넘겨버리는 임완유의 말투에 주경인은 어쩐지 말문이 막혔다.그런 주경인의 반응을 읽은 듯 임완유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메시지를 하나 보여주었다.“안 믿기면 이거 한번 볼래?”주경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화면을 들여다봤고,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20... 20조원?”액정에 떠 있는 수치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지금껏 이런 숫자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이걸... 천우 씨가 준 거야?”“그렇다기보다... 그때 내가 배터리 산업에 관심 있다고 하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20조 원쯤은 용돈처럼 보내더라고. 모자라면 또 말하래.” 임완유는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이쯤 되자 주경인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임완유를 오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건 정말로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20조? 그게... 용돈이라고? 이 남자는 대체 정체가 뭐지.’주경인은 눈앞의 예천우가 점점 현실감 없는 인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오히려 믿기 힘든 감각이었다.그때 예천우도 그 대화를 듣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내가 언제 20조를 용돈이라고 했어?”속으로 생각하며 어이없는 표정이 떠올랐다.자신도 돈이 많긴 하지만 20조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용돈이라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임완유는 지금 일부러 저렇게 말하고 있었고 예천우는 그제야 눈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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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됐어요. 완유를 봐서라도 그냥 넘어가 줄게요.”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막 전화를 걸려던 찰나 갑자기 주경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마... 두석이예요.”주경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오, 잘됐네요. 전화비 아꼈네요.”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주경인은 난감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고 예천우가 옆에서 듣기 쉽도록 바로 스피커폰을 켰다.“마 대표님, 안녕하세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싸늘했다.“주 대표님, 우리 쪽 제안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목소리엔 일말의 여유도 없었고 거들먹거리는 기색마저 느껴졌다.주경인은 슬쩍 예천우를 쳐다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다가왔다.“마 대표님, 그 조건은 솔직히 너무 과합니다. 저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그래요? 그 말은 곧 거절하겠다는 뜻이군요?”마두석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졌다.주경인은 다시 한번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주경인은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로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좋아요. 그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봐주지 않겠습니다.”목소리에는 노골적인 협박이 실려 있었고 주경인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국 예천우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고 그제야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마 대표님, 제법 위세 등등하시네요?”“누구야?”전화기 너머에서 마두석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그 목소리엔 분명 낯선 듯한 불쾌감이 나타났지만 곧바로 확신에 가까운 두려움이 드러났다.“설마... 예 대표님이신가요?”“나야.”예천우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근데 예 대표님이라 부르지 마. 괜히 불편하게 그러지 마시고 그냥 계속하던 대로 반말해. 마 대표님께서 화나시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아, 아뇨! 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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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주경인의 마음속은 한마디로 폭풍 그 자체였다.처음 마두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보인 그 절박한 공포감부터가 그녀를 놀라게 했지만 그다음 마두석의 반응은 거의 죽기 직전 사람처럼 살려달라 애원하는 수준이었다. 단지 전화로 목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무너지는 걸 보니 마두석이 예천우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벌벌 떨 수가 있지?’그건 단순한 겁이 아니었다. 그건 권위, 신분, 영향력 그런 것들이 합쳐졌을 때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이제야 주경인은 아까 예천우가 한 말이 떠올랐다.전화 한 통이면 해결된다고 했을 때 그녀는 속으로 의심했다. 정말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보니 전화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냥 한마디 기침만 해도 마두석은 바로 바닥에 무릎 꿇고 빌었을 것이다.그 모습을 보며 임완유도 잠시 말을 잃었다. 물론 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주경인이 말한 것처럼 상대는 동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백씨 가문이었다. 그리고 백씨 가문의 핵심 기업인 백성 그룹조차 예천우 앞에선 꼼짝 못 한다니...“예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제가 너무 무지했어요. 감히 대표님의 능력을 의심하다니요...”주경인은 자신이 조금 전 보였던 태도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이 정도의 인물이라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미 다 꿰뚫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 사람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였다.“괜찮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요.”예천우는 담담히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이제 특별한 일 없으면, 주 대표님은 가보셔도 돼요. 완유가 시간 날 때 연락드릴 겁니다.”“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경인은 얼른 일어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실 더 있고 싶었지만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자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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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예웅남이 자기 친아버지인 예 어르신을 해치려 한다고?’예천우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하지만 지금의 예씨 가문은 이미 사방에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균열은 깊고 넓게 퍼져 있었다.‘좋아. 그럼 며칠만 더 기다려보자.’‘그 틈에 기어 나올 자들이 더 있을 거야. 한 놈도 빠짐없이 죄다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예씨 가문에 맑은 하늘을 되찾아주자.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사부님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그것도 지켜봐야 해.’ 지금 이 시점에서조차 가벼운 의심이 예천우의 마음 한구석에서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시간이 좀 남자 예천우는 문득 마두석이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니 마두석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바로 조사 지시를 내렸다.‘참, 이신향이랑 유사라가 백성 그룹에 다니고 있었지. 차라리 둘을 불러내어 백성그룹의 내부 사정을 좀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예천우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유사라에게 전화를 걸까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서 괜히 오해 살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예천우는 이신향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이신향과 유사라는 최근 회사 내부 인사에 변화가 생길 거라 기대하며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던 그녀들이었지만 여전히 마 대표는 건재했고 나머지 간부들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들은 실망감이 컸다. 다만 오늘은 유난히 시비를 걸어오던 도성욱이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가 바뀌는 와중에 움직이기 조심스러운 걸지도 모른다.오후가 되자 이신향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곧장 전화를 받았다.“천우 씨!”“네. 지금 회사에 있어요?”“네. 근데 통화는 괜찮아요.”“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면 신향 씨랑 사라 씨 좀 봐요. 제가 저녁 살게요.”“좋아요. 꼭 시간 낼게요.”“몇 시에 퇴근해요?”“6시요.”“좋아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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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고 이신향과 유사라는 회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 도성욱이 수를 써서 퇴근을 막는 건 아닐지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웬일인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그때 마침 예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끊은 이신향이 유사라에게 물었다.“사라 씨, 바로 짐 챙겨서 도망갈까요? 아니면 우선 천우 씨 약속부터 갈까?”유사라는 잠깐 망설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미룰 수도 있었겠지만 예천우와 저녁을 먹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일단 약속 먼저 가요. 밤에 도망치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니까요.”“그래요. 사라 씨 말이 맞아요.”이신향은 고개를 끄덕였고 당부하듯 말했다.“근데 우리 일은 천우 씨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요.”“알아요. 여긴 성도고 천우 씨도 만능은 아니잖아요. 괜히 천우 씨한테까지 짐 지우지 말자고요.”이신향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결심을 굳힌 두 사람은 길가로 나와 조금 걷자 곧 예천우의 차가 시야에 들어왔다.예천우 역시 그녀들을 발견했다.두 사람 모두 흰 셔츠에 타이트한 H라인 스커트를 입은 정장 차림이었고 그 미끈한 몸매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가늘고 긴 다리, 드러난 하얀 피부까지.그냥 스쳐 지나가도 누구든 한 번쯤은 돌아볼 만큼 눈에 띄는 외모였다.하지만 예천우는 무르지 않았다. 그 정도 외모는 이미 익숙했고 마음이 쉽게 흔들릴 만큼 약하지도 않았다.두 사람이 차에 타자 그는 자연스럽게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어요?”두 사람은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근처 식당 하나를 말했고 그곳은 다행히 집 근처이기도 했다.취직하고 나서 바로 근처 원룸을 잡았기 때문에 돌아가기도 쉬웠다.예천우는 곧장 차를 돌려 그 장소로 향했고 도착해서 보니 그곳은 꽤 평범한 야외 포장마차 스타일의 고깃집이었다.예천우는 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두 여자의 외모가 워낙 눈에 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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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유사라는 예천우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고맙고 든든한 사람이라 해도 지금 그가 상대하게 될 상대는 동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백씨 집안이었다.그런 그를 이런 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정말 아무 일 없어요?”예천우는 그녀의 얼굴에 스친 미묘한 기색을 놓치지 않았고 곧 이신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신향 씨, 둘이 늘 붙어 다니잖아요. 신향 씨가 말해봐요.”이신향은 눈을 피하며 웃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천우 씨, 아까 그 얘기... 듣고 싶다던 건 뭔데요?”이신향은 아무렇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예천우는 잠시 두 여자의 태도를 살펴보다가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군.’특히 이신향은 역시 말 돌리는 솜씨는 유사라보다 한 수 위였다.**성격도 그렇고 임완유 쪽에서 꽤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기회 되면 얘를 내 회사 쪽 관리직으로 써도 괜찮겠는데... 아예 대표로 세워둘까?’예천우는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굴렸다.‘내가 꼭 직접 회사를 직접 운영할 필요는 없어. 돈이야 어차피 넘치니까.’“진짜 아무 일 없어요, 천우 씨.”“자. 그러면 오늘은 그냥 즐겁게 마시죠.” 유사라도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렸다.“정말 고마웠어요. 늘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요.”테이블 위에는 이미 시원한 맥주가 놓여 있었고 유사라는 잔을 들어 예천우에게 건넸다.“괜찮아요. 이런 거야 뭐 별거 없죠.” 예천우도 잔을 들어 가볍게 맞부딪쳤다. 다만 그는 살짝 한 모금만 마셨다.‘이 둘, 분명 뭔가 속이고 있는데... 일단은 넘어가 주자.’하지만 유사라는 그 한 잔을 단숨에 비웠다.이신향도 곧이어 잔을 들었고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또 한 잔 마셨다“이제 슬슬 얘기해 볼까?”예천우가 맥주를 내려놓으며 본론을 꺼냈다.“두 분은 원래 백성 그룹에 있었잖아요? 그쪽 상황 좀 얘기해 줘요.”“네?”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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