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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Author: 종이워치
주경인은 순간 멍해졌다. 예천우를 의심한 게 티가 났던 걸까.

그걸 눈치챈 듯 임완유의 표정엔 눈에 띄는 불쾌함이 스쳤다. 그녀는 차분한 듯 말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경인아, 겨우 수십조 가지고 그래? 천우한테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야.”

“...”

주경인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말한 수십조는 사실 약간의 과장이 섞인 수치였다.

물론 공장 설립이나 대규모 설비 구축에는 수십조 수천조 단위의 자금이 드는 게 맞긴 했다.

하지만 그걸 가볍게 넘겨버리는 임완유의 말투에 주경인은 어쩐지 말문이 막혔다.

그런 주경인의 반응을 읽은 듯 임완유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메시지를 하나 보여주었다.

“안 믿기면 이거 한번 볼래?”

주경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화면을 들여다봤고,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20... 20조원?”

액정에 떠 있는 수치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지금껏 이런 숫자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이걸... 천우 씨가 준 거야?”

“그렇다기보다... 그때 내가 배터리 산업에 관심 있다고 하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20조 원쯤은 용돈처럼 보내더라고. 모자라면 또 말하래.”

임완유는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이쯤 되자 주경인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임완유를 오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건 정말로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20조? 그게... 용돈이라고? 이 남자는 대체 정체가 뭐지.’

주경인은 눈앞의 예천우가 점점 현실감 없는 인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오히려 믿기 힘든 감각이었다.

그때 예천우도 그 대화를 듣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가 언제 20조를 용돈이라고 했어?”

속으로 생각하며 어이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자신도 돈이 많긴 하지만 20조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용돈이라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임완유는 지금 일부러 저렇게 말하고 있었고 예천우는 그제야 눈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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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 안은 다시 한번 정적에 휩싸였다. 거기 모인 사람 중 절반 이상은 도대체 누가 이신향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듯이 이신향은 회사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이들도 있었다.사실 당사자인 이신향과 유사라조차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 봐도 이런 전개는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순간 이신향은 조금 전 예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작은 일인데 신향 씨랑도 좀 관련이 있어요.”‘그 작은 일이... 설마 이거였던 거야?’물론 승진이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 갔지만 회사 상황이나 인사 구조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는 곧 다른 의미로 해석했었다.‘그런데 이게 정말 승진이라니? 그것도 총괄 본부장?’“이걸 작은 일이라고 한 거예요. 예 대표님?”이신향은 마음속으로 외치고 싶었고 옆에 있던 유사라도 상황은 똑같았다.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다.‘예 대표님... 우리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요...’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발표에 반발이 없을 리 없었다. 회의장 뒤편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채널 사업부의 부장 황유한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예 대표님, 저는 대표님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신향 본부장님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셨고 회사 구조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셨다고 보기엔 이르지 않나 싶어 이렇게 의견을 드립니다.” 그는 말을 조심스레 이어갔지만 분명히 불편한 속내가 담겨 있었다.예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아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름이... 황유한 씨 맞죠?”“예, 예 맞습니다.” 황유한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이름 참 좋네요.” 예천우는 그저 웃는 얼굴로 말을 잇고 있었다.“근데 황 부장님, 지난 몇 년 동안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본인은 잘 아시죠?”그 말에 황유한의

  • 용왕 귀환   제1384화

    바로 그때였다. 회사 전체 직원들에게 회의 소집 메시지가 전달되었고 장소는 다름 아닌 1층 대회의실이었다.모든 인원이 반드시 참석하라는 지시까지 함께 내려왔다.이신향과 유사라는 잠시 멍해졌다.‘갑자기 전 직원 소집 회의? 무슨 일이지?’직감적으로 두 사람은 이번 일 역시 예천우와 관련이 있다고 느꼈다. ‘혹시 아까 마두석이랑 무슨 중대한 거래라도 한 건가?’아무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사내 메신저에 회의 알림이 쏟아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며 10분도 되지 않아 전 직원이 대회의실에 모이기 시작했다.모두 웅성이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측하기에 바빴다.잠시 후 예천우가 마두석, 채광수와 함께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런데 직원들은 곧 눈치를 챘다.마두석과 채광수, 두 사람의 얼굴빛이 심각하게 창백했고 걸음걸이도 힘이 없었다. ‘저 사람들한테...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진 게 틀림없어.’그 사이 마두석이 마이크 앞에 서더니 형식적인 인사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여러분께 새로 부임하신 백성 그룹의 실질적 대주주이자 앞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표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바로 이분... 예천우 대표님이십니다. 전 백씨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던 모든 지분을 예 대표님께 양도하였습니다. 다 함께 박수 부탁드립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모두가 충격에 말을 잃었다.백씨 가문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백씨 가문이... 지분을 전부 넘겼다고?’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이신향과 유사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짜야? 예천우 씨가... 우리 회사 대표가 됐다고?’이내 두 사람의 얼굴엔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되면... 우리 또다시 예 대표님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거잖아?’ 그 사실만으로도 둘은 왠지

  • 용왕 귀환   제1383화

    두 여자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결국 더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예천우가 말한 대로 곧 알게 된다는 말만 믿기로 했다.하지만 이신향은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혹시 천우 씨가 내 부탁 들어주려는 걸까?’이제 와서 다른 방법도 없고 그녀로선 더 이상 손쓸 길이 없었다....한편 이신향이 자리를 떠난 후 예천우는 조용히 사무실 문 앞에 섰고 문을 그대로 밀고 들어섰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마두석의 무릎 위에 앉아 서로 정신없이 입을 맞추고 있던 것이다.예천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 순간, 등을 보이고 있던 마두석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불쾌하게 외쳤다.“씨X, 누군데 막 들어와? 문도 안 두드리고!”그는 자기 사무실에 아무도 감히 그냥 들어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방금 유혹에 못 이겨 문 잠그는 것도 잊고 말았다.하지만 설마 진짜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 줄이야...“허허, 잠깐 안 본 사이에 마 대표는 아주 바쁘시네요? 위세가 대단하십니다.” 예천우가 조소 섞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제야 마두석은 돌아봤고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했다.예천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예, 예 대표님...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몰라뵈었고... 방금 그건 정말...”“됐고.” 예천우는 말을 끊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하나야. 네가 앉아 있는 본부장 자리... 이제 그만두시지.”“제, 제발요 예 대표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기회를...”마두석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간절한 표정으로 사정사정하며 손으로는 자기 뺨을 연달아 세게 때렸다. 대표 자리는 너무나 달콤했기에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비서는 충격에 얼어붙었다.저렇게 위세 높던 마두석이 예천우 앞에서 이렇게까지

  • 용왕 귀환   제1382화

    “제가 도와준 거 고마워서 그러는 거예요?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요. 별일도 아닌데요.”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감사 인사도 있지만... 사실 드릴 말씀이 조금 있어요.” 이신향의 목소리는 약간 조심스러웠다.“그래요? 오늘 오전엔 회사에 있는 거예요?”예천우는 마침 머릿속에 떠오른 일이 있었다. 바로 마두석을 정리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네, 근데 왜요?”이신향이 되묻자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마침 너희 회사에 볼 일이 좀 있어서요. 가서 얼굴 보면서 얘기나 해요.”전화를 끊은 뒤 이신향은 잠시 멈칫했다. ‘천우 씨가 회사를? 무슨 일이 있는 거지?’하지만 이내 며칠 전 어떤 이가 백씨 가문조차 예천우 앞에선 꼼짝 못 한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그리고 실제로 그녀와 유사라가 회사로 돌아왔을 때 평소 고압적이던 마두석의 태도는 정반대로 바뀌어 있었다.‘설마... 예천우 씨랑 마두석 본부장님이 아는 사이야?’게다가 마두석이 그토록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걸 보면 틀림없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백성 그룹으로 향했다. 건물 앞에 막 도착했을 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발신자는 바로 정우환이었다.“주인님, 예웅남이 모레 밤에 움직일 예정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정우환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생각보다 빠르군.”예천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예웅남 쪽에선 예 어르신께서 이미 주인님의 귀환을 준비하고 아예 족장 자리를 주려 한다는 말을 듣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정우환의 말에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제 이 모든 걸 끝낼 시간이야.” 전화를 끊은 그는 즉시 절정 노조와 함께 갈 비행기 표 두 장을 예약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바로 남궁은서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어머니가 뭘 준비하든 그는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그다음으로 양박군에게 연락해 화간종의 노조 원은희를 데리고 용도로 오게 하라 지시했다.또한 원

  • 용왕 귀환   제1381화

    이 말이 떨어지자 박민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까지 사부님인 멸정 사태는 언제나 남자는 다 똑같은 쓰레기라며 가까이하지 말고 멀리하라 가르쳐왔는데 이제 와서 직접 남자에게 다가가라고 하다니...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그녀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고 멸정 사태는 그런 제자의 반응을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너더러 정을 주라는 말이 아니야. 네 외모라는 무기를 활용하라는 뜻이지.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마. 만에 하나라도 진심이 생기면 너는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이 모두 허사가 될 것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옥패의 힘은 그녀에게도 크나큰 유혹이었다. 만약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자신의 무공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며 진정한 천하제일의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세상의 남자들 따위가 아닌 여인이야말로 이 세상을 지배할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멸정 사태 본인도 강하긴 했지만 결코 무적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비룡위의 창시자인 용진성만 해도 이미 오십 년 전에 육지 신선 경지에 도달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더군다나 최근엔 모든 실무를 청룡에게 맡기고 자신은 온전히 내공 수련에 몰두하고 있다고 하니 그 실력은 더욱 깊이를 알 수 없었다.“알겠어요.”박민정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적부터 멸정 사태에게 길러졌고 사부님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번 예천우를 한 번 본 적 있었던 그녀로서는 그 남자에게 호감까진 아니더라도 혐오감은 없었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단호히 거절했을 테지만 예천우라면 그래도 억지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좋아. 단... 절대 감정에 빠져선 안 돼. 더더욱 관계를 맺는 일은 있어선 안 되고.” 멸정 사태는 마지막까지 우려를 감추지 못한 채 신신당부했고 박민정은 조금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용왕 귀환   제1380화

    양서은은 순간 멍하니 예천우가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자 그녀의 눈빛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미 거절당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예쁘지 않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입은 옷차림이며 메이크업이며 회사에 있던 남자 동료들만 해도 눈을 떼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예천우는 오직 임완유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가볍게 웃는 얼굴 뒤로도 감정 하나만을 지켜가는 지독할 정도로 한 사람에게만 진심인 남자, 예천우는 그런 남자였다....예천우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완유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일이 다 끝나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냥 예천우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 곁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게 신경 쓰였다.‘천우는 정말 좋은데... 그게 문제야. 너무 여자한테 잘해. 그래서 더더욱 안심이 안 되네.’괜히 남겨두고 바쁜 일만 하게 둘 순 없어서 얼른 나와 함께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그 시각, 용도의 비룡위 본부.“뭐라고? 예천우가 이미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게다가... 특수한 에너지의 도움까지 받았다고?”천도 용진성의 눈빛에 반짝이는 흥분이 스쳤다.“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예천우의 사부님인 옛 용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왜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안 한 거야?”“지금 연락하면 바로 의심받을 겁니다. 오히려 역효과나 나타날 수 있죠.” 옛 용왕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조만간 천우는 분명 용도에 올 거니 그때 직접 만나 확인할 생각입니다.”“지금은 움직이지 않을 거야?”용진성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며칠 차이로 달라질 건 없어요.” 옛 용왕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정말 예천우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천우를 손에 넣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훗날 우리가 모두

  • 용왕 귀환   제1379화

    임완유의 말을 들은 예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말처럼 정상적이라면야 아무 문제 없겠지. 심지어 개 한 마리 앉혀놔도 별일 없이 굴러갈 거야.’하지만 문제는 임완유의 어머니 유은수는 개보다 못하다는 데 있었다.‘개는 시키면 얌전히라도 있지만 유은수는 어디 그런 스타일인가?’“왜 그래? 설마 나 못 믿는 거야?”임완유가 귀엽게 투정을 부렸다.그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심지어 하문에게 전적으로 어머니를 보조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놨기에 정말 문제없을 거라 믿고 있었다.“아냐. 당연히 믿지.”예천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완유는 더 이상 깊게 묻지 않았다. 이미 본인이 회사를 떠난 이상 모든 권한과 책임을 어머니에게 넘긴 상황이니 괜히 자신이 이래라저래라 하면 못 믿어서 참견한다고 느낄까 봐 일부러 회사 상황도 묻지 않고 전화 한 통 넣지 않았다.만약 어머니가 자신이 뭔가를 캐고 다닌 걸 알게 된다면 또 어긋난 오해가 생길 게 뻔했다....식사를 마친 뒤 임완유는 다시 야근을 시작했고 예천우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외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그 와중에 그의 손에는 부하들이 보내온 자료가 도착했다. 바로 백성 그룹 관련 내부 보고서였다.그리고 그중에서도 요주의 인물인 스스로 대표 자리를 자처했던 마두석이었다. 자료를 읽어 내려가던 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이 자는 정말 제대로 된 놈은 아니네.’문제는 그를 자른다고 해도 그 자리를 채울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보고서 속 백성 그룹의 고위직들을 보니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들은 대부분 마두석과 한통속이었고 그 외의 인물들은 실력이 너무나 부족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었다.‘비리로 얼룩졌어도 일 잘하는 놈들은 확실히 뭔가 있긴 하네.’예천우는 잠시 고민하다 마두석과 영업부장 채광수는 반드시 자르고 나머지 이들은 딱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그리고 공석이 된 자리는 이신향에게 맡겨볼까?’그녀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능력

  • 용왕 귀환   제1378화

    “아니.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 예전엔 그렇게 이득 챙겨주더니 지금은 하나도 안 준다니. 이게 말이 돼?”유은수는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했다.“도대체 얼마나 뻔뻔해야 이럴 수 있는 거야. 천우한테 말해서 어떻게 좀 못 해?”임완유는 잠시 말을 잃었다.처음엔 누가 엄마를 괴롭히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런데 듣고 보니 단지 예전처럼 이득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을 욕하고 있는 거였다.이건 명백히... 엄마가 너무했다.“왜 말이 없어? 설마 이런 일도 도와주기 싫은 거야?” 유은수의 목소리엔 벌써 짜증이 묻어났다.“그게 아니라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요즘 임연 그룹은 성장세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드린 화장품의 레시피도 그대로 드렸잖아요. 수익률도 아주 높은데 굳이 그쪽에서까지 이득을 더 받아낼 필요는 없어요.”“뭐? 이득을 받아낸다니? 그건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야. 예전에 줬으면 지금도 계속 줘야 하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 딱 잘라 태도를 바꿔? 이건 완전 날 무시하는 거잖아.”유은수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실은 그녀가 독단적인 운영 이후 회사에는 여러 문제가 쌓여 있었다.예를 들어 자신과 대립했던 하문 같은 인재들을 무작정 쫓아낸 결과 큰 거래처들이 계약을 끊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 버렸다.그 외에도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내부 공정에서 계속해서 사소한 트러블이 발생했다.그 결과 임연 그룹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몇몇 거래처에선 아예 손절을 선언했다.이럴 때일수록 그녀에겐 외부의 도움, 특히 양 회장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기업들의 지지가 절실했다.하지만 내부 문제에 더해 양대복 등 주요 인사들이 더 이상 그녀를 봐주지 않자 유은수는 점점 불안해졌다.이전엔 적당히 봐주고 이익을 나눠주던 그들이 이제는 원칙만 들이대며 철저히 거리두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그런 상황에서 임완유가 그 도움을 거절하자 유은수는 폭발했다.“완유야, 너 왜 이렇게 변했니? 엄마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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