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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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윤혜인은 충격에 머릿속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좌석 등받이에 꾹 누른 채 창문을 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항상 침착하던 이준혁은 이성을 잃은 듯 머릿속에는 윤혜인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득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친 그의 입맞춤은 키스가 아닌 분풀이 같았다.특히 조금 전에 일부러 운전 기사에게 속도를 늦춰서 한구운의 차량과 수평선에서 달리게 한 행동은 그야말로 적나라한 분풀이였다.지금까지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야릇한 행동이나 입맞춤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윤혜인은 이렇게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에게 화가 잔뜩 났지만 손과 다리를 제압당한 탓에 꿈쩍도 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해도 그의 거친 입맞춤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준혁의 키스에는 약탈만 남았을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었고 윤혜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꽉 주었다.한편,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구운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속도를 올려 빠르게 떠나갔고 어느새 윤혜인의 눈가에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임세희와 번갈아 가며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다급하게 그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그제야 입맞춤을 멈춘 이준혁은 슬픈 얼굴로 울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두 눈이 충혈된 채 질투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이던 그는 오늘처럼 돌발 행동을 저지른 건 처음이었고 조금 전에 윤혜인의 발을 만지던 한구운만 생각하면 그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이준혁은 손가락으로 퉁퉁 부은 윤혜인의 입술을 만지다가 이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고 겨우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팍!마찰음은 차 안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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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왜 같이 있었냐는 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그녀가 맨발로 길거리를 걷다가 한구운을 만난 건 다 이준혁 탓인데…그와 임세희가 했던 더러운 짓에 윤혜인은 구역질이 났지만 그녀는 절대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녀가 아직도 이준혁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만 될 뿐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은 그에게 추파를 보내는 수많은 여인들 중 한 명에 속할 뿐이며 그녀의 마음 따위는 그 어떤 가치도 없다.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일이 임세희와 연관이 있는 이상 윤혜인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혜인을 보며 이준혁은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왜? 네가 좋아하는 선배가 돌아왔다고 이제 나랑 말도 섞기 싫은 거야? 너 예전에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유학도 가고 싶어했잖아. 못 가서 아쉬워? 그래서 지금 그 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거야?”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는 듯이 물었고 말투에는 본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질투가 가득했다.“내 뒷조사를 한 거예요?”화가 난 윤혜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분논 가볍게 무시한 채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IA 투자은행 CEO, 한구운.”말을 하던 이준혁이 명함을 탁 튕겨서 윤혜인 발 앞에 버린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윤혜인, 내가 이 사람 하나쯤 무너트리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한구운의 스펙이 화려하고 탄탄하긴 하지만 명문 가문인 이씨 가문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다.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을 보며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이준혁 씨,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화풀이하고 싶으면 나한테만 하세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잡고 늘어지지 말란 말이에요! 당신 남자가 맞긴 해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불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차 세워!”윤혜인이 주변을 돌려보니 그들은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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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차가운 바람이 윤혜인의 새하얀 피부에 닿자 그녀가 몸을 살짝 떨었지만 분노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이준혁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아래위로 훑었다.윤혜인의 가는 목에는 그가 남긴 키스마크가 보였고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피부가 연한 탓에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깊게 났으며 며칠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이준혁도 윤혜인을 이렇게 대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전에 다른 남자를 위해 그에게 손찌검을 한 것만 생각하면 몸에서 천불이 났다.아무리 화를 억누르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진심으로 겁을 먹은 윤혜인은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준혁 씨, 저 지금 생리하고 있어요…”“그래?”이준혁이 싸늘하게 웃자 윤혜인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지금 상황으로 절대 이준혁과 잠자리를 할 수 없다.“내가 직접 확인해볼게.”말을 하던 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바지를 내리려고 했고 순간 당황한 윤혜인이 다급하게 제지했다.“안 돼요. 더럽단 말이에요…”하지만 이준혁은 의미심장하게 웃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생리가 왔으면 대신 이 입술이 있잖아…”이준혁의 말은 노골적이면서도 모욕감 가득했다.결혼 생활 2년 동안 그는 단 한번도 윤혜인에게 그런 짓을 시킨 적이 없는데 이제는…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준혁은 오늘밤 윤혜인을 단단히 혼내 줄 생각이었으며 누가 그녀의 남자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했던 말은 단순히 그녀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2년 동안이나 그녀에게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다.대신 윤혜인이 본인의 입으로 다시는 그 남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아내야 한다.그는 파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약해졌다.“네가 말만 잘 들었으면 내가 왜…”하지만 이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다못한 윤혜인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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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준혁의 물음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여 구급상자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아, 구급상자에 상처에 바르는 약이 있어서요. 사모님에게 약 좀 발라드리려고요.”“혜인이가 어디 다쳤어요?”이준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도련님 못 보셨어요? 조금 전에 보니까 사모님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던데.”이준혁은 도우미의 말에 흠칫했다.윤혜인의 발이 다쳤다고?조금 전까지 분노에 휩싸였던 그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아 참,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도우미 아주머니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오후에 임세희 씨라는 아가씨가 찾아왔어요. 두 분이 한참 대화를 나누시다가 임세희 씨가 가고 나서 사모님이 외출하신 겁니다.”임세희? 임세희가 이곳에 다녀갔다고?오후쯤 이준혁이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주훈은 그저 그에게 윤혜인이 외출했다는 도우미의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을 뿐, 임세희가 이곳에 왔었다는 말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스카이 별장의 경호가 매우 엄한 편인데 아마도 임세희가 이준혁의 운전 기사에게 부탁해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왜 진작 말하지 않으셨어요?”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인 줄 알았습니다.”“중요하지 않다니요? 앞으로 혜인이에 관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저에게 보고하세요!”“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전 이만 사모님께 약을 발라드리러 갈게요.”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자 이준혁이 아주머니를 불렀다.“약을 저한테 주세요.”한편, 방안에서.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윤혜인이 찢어진 옷을 벗은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발 뒤꿈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숙여보니 상처가 다시 찢어진 듯 감고 있던 붕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윤혜인은 서러운 마음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예전에 그녀에게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도 받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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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이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짓은 안 시켜.”“네…?”입을 꽉 틀어막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다시 물었고 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낮게 깔린 섹시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그러니까 너에게 입으로 하라고 하지 않는…”“그만해요!”듣고 있던 윤혜인이 다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다가 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자 황급히 손을 거뒀다.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이준혁이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은 채 알코올 솜을 꺼내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조심스럽게 약을 바른 뒤 붕대로 꼼꼼히 감싸기도 했다.“오늘 오후에 세희가 왔었어?”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그를 힐끔 쳐다보며 본인이 들어오게 허락까지 해 놓고 왜 묻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윤혜인이 대꾸하지 않자 이준혁이 다시 물었다.“세희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우리가 언제 이혼하는지 물었어요.”윤혜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억지 웃음을 보였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이준혁은 임세희가 계속 이준혁 와이프 타이틀을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세희가 어릴 때부터 너무 곱게 자라서 그래. 커서는 건강 상태도 안 좋고 경미한 우울증도 앓고 있어서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보고 말을 막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는 될수록 세희와 만나지 마.”우울증?저렇게 기세 등등한 임세희에게 우울증이라니. 그리고 정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도 그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핑계는 되지 못한다.윤혜인이 비꼬듯이 말을 건넸다.“이준혁 씨, 그 여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이혼만 하면 전 이준혁 씨와 그 여자까지 둘 다 절대 다시는 안 만날 거예요.”이준혁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지만 윤혜인은 못 본 척 말을 이어갔다.“이틀 뒤, 손에 있는 실밥만 풀면 제가 직접 준혁 씨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말씀드릴게요. 준혁 씨 어머니가 반드시 우리 이혼을 동의하게 설득한다고요.”임세희 목에 있던 키스마크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헛구역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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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듣기 거북할 정도로 비꼬는 이준혁의 말에 잔뜩 화가 난 윤혜인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똑같이 비꼬았다.“이준혁 씨, 모든 사람들이 이준혁 씨 같은 줄 알아요?”그녀는 정정당당했으며 바람 피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어떤 사람인데?”싸늘하게 굳은 이준혁의 눈빛에 날카로운 빛이 반짝거렸고 윤혜인의 팔을 덥석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기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말해봐, 너와 2년 동안 잠자리를 가진 남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데?”윤혜인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이준혁이 그녀를 품속으로 더욱 꽉 잡아당겼다.“이준혁 씨, 정신 좀 차려요 제발, 생리적인 요구가 있으면 임세희 그 여자를 찾아가라고요!”윤혜인의 말에 이준혁의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손을 툭 놓은 그는 입가의 미소마저 거둔 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내가 세희를 찾아가길 원하는 거야?”윤혜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원하는 거냐고? 그녀는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기나 할까? 그녀는 단지 이준혁 마음속에 있었던 생각을 그보다 먼저 입 밖에 꺼냈을 뿐이다.이준혁은 윤혜인이 그토록 바라던 유일한 사랑을 전부 임세희에게 주었기에 그의 마음에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담아둘 공간이 없을 것이다.이준혁은 이제 더럽혀졌고 윤혜인은 더 이상 그런 이준혁을 갖고 싶지 않았다.“네.”윤혜인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했다. 간단한 한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 일에 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 써버렸다.그 뒤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윤혜인은 침대에 쓰러진 채 눈물을 줄줄 흘렸다.심장은 구멍이 난 것 마냥 너무 아팠다.‘윤혜인, 저 남자는 이미 더럽혀진 남자야. 대체 왜 저런 남자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한편, 병원에서.이준혁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임세희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물을 건네고 있었다. 이준혁을 보자마자 임세희는 얼른 임씨 아주머니에게 따듯한 차 한 잔 준비하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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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방해가 될 건 없어. 많이 아프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이준혁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 결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을 이어갔다.“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세희 넌 일찍 쉬어.”이준혁이 떠나고 병실에는 임씨 아주머니와 임세희만 남았다.“아줌마, 들었어요? 조금 전에 준혁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들었어요?”임세희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서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면 될수록 만나지 말라고? 저 뜻은 그녀에게 윤혜인을 그만 찾아가라는 거잖아!윤혜인이 벌써 이준혁에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된 건가? 그녀를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가?가쁜 숨을 몰아쉬던 임세희는 얼굴까지 일그러지고 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임세희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위로했다.“아가씨, 상심하지 마세요. 준혁 도련님이 결혼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꾹 참으셔야 합니다.”“제가 더 어떻게 참아요! 그 나쁜 년은 임신까지 했단 말이에요!”얼굴이 퍼렇게 질린 임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그 말에 임씨 아주머니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확실해요?”“그 여자가 임신한 게 확실해요. 아줌마, 나 이제 어떡해요?”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묻자 임씨 아주머니가 사악하게 웃었다.“그럼 그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면 되죠.”“근데 그러다가 준혁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준혁 오빠가 예전만큼 나를 믿지 않아요.”“아가씨, 아가씨가 직접 손을 쓰는 건 아주 바보 같은 방법이에요.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일 처리할 줄도 알아야죠. 그리고 아가씨는 깔끔하게 빠지는 겁니다.”임씨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임세희 목에 남겨진 키스마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임세희가 울고불고하던 그때, 동작이 너무 커서 목에 있던 빨간 흔적이 살짝 드러난 것이다.“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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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두 사람은 이내 병원에 도착했고 입구에 들어설 때 앞에서 걷고 있던 이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던 순간, 고개를 든 윤혜인은 핸드폰에 찍힌 ‘설’자에 마음이 씁쓸했다가 재빨리 시선을 거둔 채 이준혁을 추월하여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어차피 이준혁은 임세희의 전화를 받을 것이고 두 사람의 통화는 늘 그렇게 길어질 것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핸드폰 울림소리가 멈췄고 이준혁이 빠른 걸음으로 윤혜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물었다.“왜 그렇게 혼자 빨리 걸어?”순간 멈칫하던 윤혜인은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이준혁의 손도 발견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이었다.지금 이준혁이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은 건가? 그럴 리가! 그가 그렇게 신경 쓰고 애지중지 여기는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데?하지만 이준혁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도 임세희였다. 그러나 이준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기까지 했다.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깜짜 놀란 윤혜인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자 이준혁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이 어색한 듯 얼굴을 살짝 피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랑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이준혁은 고개를 돌린 윤혜인을 보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조금 뒤, 두 사람은 한 진료실 앞에 섰고 윤혜인은 문 앞에 붙어 있는 ‘특급 VIP 진료실’이라는 몇 글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보통 이런 실밥을 푸는 간단한 처치는 간호사가 하는 거 아닌가?이때, 윤혜인의 귀에 익숙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혜인 씨, 앉으세요.”고개를 들어보니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눈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다름아닌 김성훈이었다.“얼른 앉아요.”멍하니 서있는 윤혜인을 보며 김성훈이 다정하게 웃으며 재촉했지만 윤혜인은 오늘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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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장난인 걸 알고 있는 윤혜인은 입술을 살짝 오므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절하지 않았으니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을게요.”김성훈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곁에서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이준혁을 가볍게 무시했고 꽤 큰 장난을 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 그는 더욱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세요, 혜인 씨.”윤혜인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느새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도무지 혼자 견딜 수 없는 공포였고 이준혁도 이를 눈치챘다.참다못한 김성훈이 곁에 서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고 있던 이준혁에게 말을 걸었다.“저기요, 보호자분, 와서 좀 잡아줘야 할 거 같은데요.”그 순간,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이준혁이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윤혜인 곁에 서있었고 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을 보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김성훈이 본격적으로 주사 바늘을 손에 들자 입술을 꽉 깨문 윤혜인은 눈꺼풀마저 덜덜 떨렸다.“못 보겠으면 보지 마.”갑자기 입을 연 이준혁이 윤혜인 곁에 놓인 의자에 앉더니 윤혜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꾹 눌렀다.윤혜인은 그를 단호하게 밀쳐내고 싶지만 지금은 주사 바늘이 너무 무서웠기에 잠시 고민했고 그 순간, 손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화들짝 놀란 윤혜인이 이준혁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혼자 할 수 있다며?”머리위로 이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고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윤혜인이 다급하게 손을 거두려던 그때, 이준혁이 그녀의 얼굴을 품에 더욱 꽉 껴안으며 말했다.“꽉 안고 있어.”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윤혜인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은 덕분에 빨개져도 그에게 들킬 일은 없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윤혜인은 그렇게 이준혁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근두근… 2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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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감사합니다, 김 대표님.”윤혜인이 약을 받으며 인사를 했고 김성훈이 실눈을 살짝 뜬 채 그녀를 괜히 놀렸다.“에이, 뭘 아직도 김 대표라고 불러요, 자, 이제 성훈 오빠라고 불러줘요.”“그만해!”윤혜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진료실을 나섰고 김성훈이 뒤에서 끝까지 언성을 높이며 장난을 쳤다.“혜인 씨, 우리 약속을 잊지 말아요!”이준혁은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병원을 나섰고 윤혜인은 하마터면 그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할 뻔했다.병원을 나서자 이준혁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저놈은 신경 쓰지 마.”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준혁이 말을 보탰다.“저놈이 장난치고 있는 거야.”“알아요.”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김성훈이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윤혜인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이준혁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담담하게 물었다.“어디로 갈 거야? 내가 바래다줄게.”“아니에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이준혁이 차문을 열며 그녀를 차에 태웠다.“오늘 나의 임무는 너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왠지 의심스러웠다.이준혁이 문현미의 말을 저렇게까지 잘 듣는다고? 그럼 이혼하지 말라는 말은 왜 안 듣는 거지?“그럼 저를 준혁 씨 본가에 데려다주세요.”윤혜인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본가로 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다.“혹시 시간 있으면 같이 갈래요? 지금 본가로 가서 준혁 씨 어머니께 잘 말씀드리면 오후에 이혼 수속 밟을 수 있어요.”윤혜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준혁은 굳은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 같기도 했다.“그래.”이준혁의 대답에 윤혜인이 재빨리 차에 탔고 매우 고분고분한 모습이었다.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준혁은 셔츠 팔을 대충 거둔 채 가늘고 긴 손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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