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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장난인 걸 알고 있는 윤혜인은 입술을 살짝 오므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절하지 않았으니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을게요.”

김성훈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곁에서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이준혁을 가볍게 무시했고 꽤 큰 장난을 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 그는 더욱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혜인 씨.”

윤혜인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느새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도무지 혼자 견딜 수 없는 공포였고 이준혁도 이를 눈치챘다.

참다못한 김성훈이 곁에 서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고 있던 이준혁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보호자분, 와서 좀 잡아줘야 할 거 같은데요.”

그 순간,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이준혁이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윤혜인 곁에 서있었고 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을 보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김성훈이 본격적으로 주사 바늘을 손에 들자 입술을 꽉 깨문 윤혜인은 눈꺼풀마저 덜덜 떨렸다.

“못 보겠으면 보지 마.”

갑자기 입을 연 이준혁이 윤혜인 곁에 놓인 의자에 앉더니 윤혜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꾹 눌렀다.

윤혜인은 그를 단호하게 밀쳐내고 싶지만 지금은 주사 바늘이 너무 무서웠기에 잠시 고민했고 그 순간, 손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화들짝 놀란 윤혜인이 이준혁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혼자 할 수 있다며?”

머리위로 이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고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윤혜인이 다급하게 손을 거두려던 그때, 이준혁이 그녀의 얼굴을 품에 더욱 꽉 껴안으며 말했다.

“꽉 안고 있어.”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윤혜인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은 덕분에 빨개져도 그에게 들킬 일은 없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윤혜인은 그렇게 이준혁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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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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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내 얼굴이 더 뜨겁다! 왜 이렇게 약한척이야! 쫌 남자에게 의존좀 하지마라~~손이야 잡아 줄수 있겠지만 뭔 별것도 아닌걸로..저 찐따같은 더러운 놈이 역겹지도 않나? 넌 계속 그정도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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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어휴 이정도로 벌벌 떨면 애는 어찌 낳으려누? 참 나 너무 약해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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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윤혜인은 절망감에 휩싸였다.차가운 기류가 어둠 속에서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윤혜인을 지켜보며 언제든지 삼킬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윤혜인은 유일한 방한 도구인 담요를 꼭 껴안았지만 추위에 몸과 정신이 얼어붙어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이준혁뿐이었다.만약 모두가 그녀가 실종된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준혁은 아마도 윤혜인이 자신의 사무실에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다행히 평소에 곽경천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기 전 윤혜인에게 전화해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그날 밤 업무로 인해 늦어진 그는 전화 대신 윤혜인이 자고 있을까 봐 문자로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혜인아, 자?]문자를 보낸 후 다시 일에 몰두했다.파티 준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원진우의 계획을 지연시키거나 필요할 경우 그를 체포하기 위해 행사장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곽경천은 디자인 도면을 수십 번 확인하며 허점을 찾아냈다.작업을 끝마치고 밤이 깊어졌을 때, 그가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윤혜인의 답장은 없었다.‘벌써 잠에 들었나...’샤워를 마치고 나와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곽경천은 곧바로 별장에 전화를 걸었다.그렇게 전화가 여러 번 울리다가 결국 연결되었고 도우미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를 찾으시는 거죠?”곽경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이제야 받는 거야?!’“곽씨 가문 사람인데 혜인이는 자고 있나요?”그가 자신을 ‘곽씨 가문 사람’이라고 밝히자 도우미는 그가 바로 윤혜인의 오빠임을 알아챘다.하여 도우미는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아가씨께서 별로 밖에 나오지 않으셨거든요.”‘안 나왔다고?’곽경천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여은과 도지훈이 아기를 서울로 데려간 터라 윤혜인은 아기를 돌볼 필요가 없는데 하루 종일 방에만 있었다니 참 이상했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가서 확인하고 즉시 보고해요!”곽경천의 엄격한 목소리에 도우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1화

    윤혜인은 따스하고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이준혁과 함께했던 위험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그녀를 위해 나타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윤혜인을 위해 이준혁은 얻은 수많은 상처들, 그의 몸에 새겨진 흉터는 사랑의 증표였다.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증명했다.그러니 더 이상 윤혜인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윤혜인의 마음은 이제 분명했다.이준혁에 대한 감정은 결코 동정이 아니었고 그녀는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이준혁을 사랑하기 때문에.외롭고 긴 밤마다 끝없는 악몽 속에서도 윤혜인은 이준혁을 잃고 싶지 않았고 그를 잃는 고통을 견딜 수 없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이준혁을 사랑했다.그와 함께, 그리고 한 가족으로 평화롭게 함께 지내며 다시는 떨어지지 않길 바랐다.하여 윤혜인은 이준혁의 사무실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 마음을 전하려 했다.하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윤혜인은 남자가 앉았던 의자에 몸을 맡기고 그의 다리를 덮었던 듯한 어두운색 담요를 집어 스스로를 덮었다.곧 그의 독특하고 따뜻한 향기가 온몸을 감싸며 윤혜인은 그 향기에 취해 잠이 들었다....회의가 끝난 후 이준혁은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비서에게 물었다.“제 사무실에 아직 사람이 있나요?”비서가 답했다.“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준혁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결국... 갔구나.’윤혜인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준혁은 그녀의 선의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지 않았다.잠깐의 동행 후에 떠나는 것은 더 깊은 상처를 남길 테니 차라리 짧은 고통이 나을 것이었다.‘내가 고집을 부리면 우리 두 사람 결국 모두 불행하게 될 거야. 차라리 혼자 그 고통을 감당하는 편이 낫지.’...윤혜인은 사무실에서 잠을 자다가 한기를 느껴 깨어났다.밤이 된 북안도는 얼음 창고나 다름없었다. 난방이 없으면 젊고 강한 사람이라도 얼어 죽을 수 있을 만큼 추운 곳이었다.“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0화

    윤혜인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들지 못했다.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뒤늦게 밀려오는 창피함이 그녀를 휘감았다.이준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문밖의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시간 맞춰서 갈 겁니다.”비서는 대답을 듣자마자 얼른 문을 닫아주고 나갔다.윤혜인은 바로 이준혁의 품에서 몸을 떼려 했지만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그러자 당황한 윤혜인이 물었다.“그... 회의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준혁은 태연히 대답했다.“1분 정도는 문제없어.”윤혜인의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조금 전의 용기도 사라지고 그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듯했다.“일단 회의에 가세요. 우린 이따가 얘기해요.”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날렵하고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물었다.“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거야?”이 질문 하나로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준혁 씨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동정하고 있는 건가? 정말 그런 건가?’잠시 동안 윤혜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이준혁의 깊은 눈동자에는 점차 어두운 빛이 어렸다.“네 동정은 필요 없어.”이준혁이 말했다.그는 그녀가 자비로운 마음에 얽매이는 걸 원치 않았다.감정이란 단순한 감동이나 연민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만약 동정으로 얻게 되는 감정이라면, 이준혁은 차라리 윤혜인을 자유롭도록 놓아주고 자신이 홀로 평생 아픔을 감수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곧 이준혁은 윤혜인은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가 제대로 서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이제 돌아가.”그런 다음 스위치를 눌러 휠체어를 움직여 윤혜인 앞에서 천천히 떠났다.윤혜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있었다.조금 전 왜 동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속으로는 이 감정이 동정이 아님을 알았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이준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에게 많은 고통이 함께 밀려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9화

    이준혁은 모든 과정을 매우 능숙하게 해냈다.한눈에 보기에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것이 분명했다.동작이 빨랐지만 윤혜인은 그의 한쪽 다리가 무력하게 늘어져 있는 걸 분명히 보았다.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며 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표정을 본 이준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혹시 주 비서가 뭔가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건가?”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도 눈이 있으니까...”하지만 이준혁은 완전히 믿지 못하는 듯했다.요즘 주훈이 점점 겉으로는 알아듣는 척하면서도 뒤로는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항상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주훈이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지금 모습만 봐도 주훈이 분명 무슨 말을 했구나 싶었다.‘탄페니아에서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네? 아직 더 단련시켜야겠어.’윤혜인이 주훈에게서 아무 말도 들은 게 없다고 부정하자 이준혁도 굳이 그 말을 들춰내지는 않았다.대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다리는 괜찮아.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아.”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그가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감추고 있다고 느꼈다.그녀는 문득 자신이 미워졌다.‘준혁 씨는 자신의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늘 자존심 강하고 뛰어났던 사람인데...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야.’정말이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견뎌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이준혁은 혼자서 견뎌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곁을 떠나고 그를 밀어내는 동안, 이준혁은 홀로 아픔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윤혜인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순간 윤혜인은 모든 것을 잊고 이준혁을 껴안았다.뒤이어 그녀의 눈물이 이준혁의 양복을 적셨다.“준혁 씨... 많이 아팠죠?”‘많이 아팠죠?’라는 말은 이준혁의 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8화

    윤혜인은 차에서 내려 이준혁이 일하는 회의장 밖에 도착했다.이미 소식을 들은 주훈이 미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혜인은 그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주 비서님, 우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이번엔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나요?”주훈은 순간 멈칫하며 혹시 이준혁이 자신의 피의 대부분을 헌혈한 사실을 윤혜인이 알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그는 약간 망설였다.지난번에도 사실을 말하다가 이준혁에게 한 소리 듣고 근 반년 동안 탄페니아에 보내져서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감독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급여나 처우는 그대로였지만 황토를 마주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고단한 생활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 하나 찾기 힘든 환경을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그곳의 여자들은 주훈을 보고 마치 신선이라도 만난 것처럼 여기며 하룻밤에도 서너 명이 그의 천막으로 찾아와 친해지려 하는 일들이 많았다.겁이 난 나머지 주훈은 급히 벽돌로 집을 짓고 문을 굳게 닫고 지냈다.물론 그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뿐이다.그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떠올리며 주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말씀하세요.”윤혜인은 물었다.“대표님의 다리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요.”주훈은 두어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다리에 대해 질문한다는 건, 이준혁이 어떻게 다리를 다쳤는지 아직 모른다는 의미였다.‘그럼 이제 그 얘기로 해도 되는 거 아닌가?’곧 주훈은 무겁게 입을 떼며 말했다.“대표님은... 북안도의 전문가들 소견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평생 목발과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거라네요.”“회복 불가능하다고요?”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고 주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수술받으면 서서히 회복될 거라 하지 않았나? 심지어 퇴원하기 전에는 혼자 서 있는 모습까지 봤었는데?’그녀는 주훈의 팔을 꽉 쥐고 다급히 물었다.“그날 밤, 오빠 보러 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7화

    대략적인 계획을 설명한 후, 곽경천은 윤혜인이 눈꺼풀이 축 처진 채로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젯밤 잠을 못 잔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좀 잠을 설쳤어.”곽경천은 그녀가 이번 작전 때문에 걱정하는 줄 알고 위로하듯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가 네 안전은 꼭 지킬 테니까.”“응. 나 걱정 안 해.”윤혜인이 말했다.“그런데 오빠... 혹시 이준혁 씨 다리에 관한 얘기 알고 있어? 다리 상태가... 어느 정도인 거야?”그러자 곽경천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사실 이준혁이 비밀로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그가 원하지 않는 이상 곽경천이 윤혜인에게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게다가 곽경천은 내심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과거의 죄책감에 다시 빠져들어 더 힘들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만약 윤혜인이 직접 물어보고 이준혁이 대답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곽경천은 이준혁이 분명 윤혜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잘 달래줄 거라고 믿었다.윤혜인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오빠, 난 자꾸... 내가 다가가면 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 같아서 두려워.”곽경천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심리 전문가가 아니지만 윤혜인의 엉킨 감정이 끊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곽경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혜인아, 때로는 불행의 반대가 행운일 수도 있어. 사람마다 선택하는 건 다 달라. 넌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무의미하게 살아갈 거야?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매 순간이 소중하고 기억될 시간을 보낼 거야?”“그러니까 우리 자신을 한쪽 시선에 가두지 말자. 마음이 편치 않으면 그 문제를 풀어가며 완전히 놓아줄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야.”곽경천의 말에 윤혜인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늘 원지민의 말에 현혹되어 있었다.자신이 이준혁에게 불행을 안겨준 원흉이라고 생각해온 것이다.그러나 지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6화

    이 말을 하고 나서 윤혜인은 남자가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고 마치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더 있다가는 자신의 감정이 드러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특히 그가 방금 정유미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윤혜인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뚜렷하게 느꼈다.너무 위험했다.‘간신히 그 자책감에서 벗어났는데... 정말 다시 빠져들고 싶지 않아.’...다음 날.윤혜인은 퇴원하여 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떠날 때, 그녀는 이준혁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자꾸만 피어오르는 감정을 차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윤혜인은 자신이 쉽게 흔들린 이유가 이준혁의 다리 때문이라고 여겼다.‘그래. 다리가 불편하니까 더 우울해 보였던 거야. 그래서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고 동정이나 연민을 느낀 거야.’그리고 윤혜인은 이 감정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별장에 돌아온 후, 마음이 진정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는 이준혁의 모습이 떠올랐다.그 장면은 마치 각인이라도 된 듯 윤혜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 순간 윤혜인은 자신이 얼마나 이준혁을 곁에서 격려해주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북안도의 날씨는 늘 예측할 수 없었다.갑자기 밖에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윤혜인은 창밖의 눈발을 바라보며 따뜻한 실내에 있음에도 그 냉기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일종의 심리적인 효과였다.그녀는 아직 북안도의 날씨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자신조차 이곳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준혁은 다리가 아픈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걱정되었다.타국인 북안도에서 통증을 홀로 견디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점점 선명해졌다.또다시 이 장면에 마음이 흔들린 윤혜인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가르쳐주신 한 방법이 떠올랐다.바로 추운 날씨에 고통이 심해질 때 도움이 되는 간단한 방법이었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자세한 방법을 적은 후 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5화

    윤혜인은 정유미가 생각나 티 나지 않게 슬쩍 물었다.“유미 씨는 왜 안 보여요?”이준혁이 휠체어에 앉아 앞을 주시하며 말했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갔어. 여기 남아있으면 뭐 하게?”윤혜인이 멈칫했다.“잘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도 없고 환경도 낯선데 나갔다가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해요?”“이하진 따라다니잖아.”이하진의 이름이 나오자 윤혜인의 심장이 덜컹했다.“하지만 하진이는 유미 씨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준혁 씨가 챙겨주는 게 낫지 않아요?”이준혁이 멈칫하더니 해명했다.“하진이가 성격이 대범해 보이긴 해도 정말 위험이 닥치면 절대 정유미 씨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정유미 씨?’윤혜인은 이 호칭에서 이준혁이 정유미에 대한 거리감을 확 느낄 수 있었다. 정유미 씨라는 호칭은 아예 정유미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준혁의 성격이 늘 그랬듯 차가웠기에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준혁 씨 따라서 온 사람인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준혁 씨도 피곤해질 거 아니에요.”윤혜인이 타일렀다. 정유미가 남자를 바꿔가며 잠자리를 가지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비록 농담인 건 알고 있었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술집에 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북안도의 치안은 서울의 10퍼센트도 미치지 못했다.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다 생각이 있겠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윤혜인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이 말에 이준혁이 휠체어를 멈추더니 눈꺼풀을 들고는 까만 눈동자로 윤혜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준혁의 눈빛에 윤혜인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속사포 질문을 한 게 결국에는 이걸 물어보고 싶은 거였어?”윤혜인의 심장이 덜컹했다.‘내가 오해했나?’윤혜인은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게 신기했다.“내가 뭘 또 속사포 질문을 했다고 그래요. 그냥 유미 씨를 별로 안 챙기는 것 같아서 물은 거지.”이준혁이 덤덤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4화

    정원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뒤따라온 건 지울 수 없는 어색함이었다.윤혜인은 기세등등해서 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꼬시고 싶다고, 두 사람 다 싱글인데 좋아한다고 뭐가 문제냐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아까는 정말 뭐에 홀린 것 같았다. 이준혁의 체면을 가리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할 말 못 할 말 한꺼번에 다 내뱉었지만 그 말이 휩쓸고 간 자리가 너무 어색했다. 윤혜인은 혹시나 이준혁이 난감해질까 봐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아까는 급해서 헛소리했는데 신경 쓰지 마요. 필요하면 내가 해명...”윤혜인은 정유미가 생각났다.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이준혁이 정유미가 한 말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정유미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하진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윤혜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필요하면 내가 해명할게요.”윤혜인의 해명을 다 듣고 나서야 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괜찮아 난 신경 안 써.”이준혁이 신경 쓰지 않는다니 윤혜인도 뭐라 더 말하기 그랬다. 윤혜인은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가 아까 몰래 일어서는 연습을 하려던 모습이 생각나 코끝이 찡했고 심장이 저릿했다. 이런 고통은 겪어도 겪어도 적응하기 어려웠다.‘다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어떤 것부터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겐 관심할 자격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두 사람 곁에는 이미 각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지금 관심하면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윤혜인은 다른 사람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가지는 게 싫었다.“푹 쉬고 빨리 나아요.”윤혜인은 그래도 이 말만은 참을 수가 없어 말하고 나서 얼른 몸을 돌렸다.“혜인아.”이준혁이 윤혜인을 불러세웠다.“아이는 잘 지내?”이준혁이 물었다.윤혜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약간은 울먹이며 말했다.“아이는 아주 잘 지내요. 아주 귀여워요. 준혁 씨 나으면 같이 놀아줘요.”“그래. 아이들 꼭 잘 챙겨야 해.”두 아이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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