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환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고 몸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그는 두 손에 주먹을 꽉 주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 그제야 마음속에 맺힌 우울한 기분을 깨끗하게 다 털어냈다.그리고 그의 눈빛도 결국은 철저하게 냉랭해졌다.이 순간, 임유환은 서인아의 결심을 제대로 이해했다. 그리고 자기가 서인아의 마음속 위치도 알았다.마치 7년 전처럼...“그래서 서인아 씨, 당신은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그저 저에게 이 말을 하려고 왔어?”임유환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맞아.”서인아의 대답은 이상할 정도로 단호했다. 마치 일말의 망설임도 있으면 임유환이 무엇을 알아챌까 봐.“알겠어.”임유환은 철저하게 체념했다.말투도 한없이 차가워졌다.“십 일 뒤의 결혼식에는 나타나지 않을게. 하지만 나랑 정씨 집안의 원한이 아직 남아있어. 훗날 내가 그 사람들에게 찾아가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장담은 못 해.”“그리고 결혼 축하해.”“고마워, 유환아.”서인아는 아픈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대답했다.“천만에. 별일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임유환은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그의 결연한 뒷모습 때문에, 서인아는 몸서리를 쳤다.서인아는 임유환이 결혼 축하한다고 말했을 때의 결심을 알고 있다.앞으로, 서인아와 임유환은 옛정이고 뭐고 다 없이 진정으로 남남이 되는 것이었다.임유환이 코너를 돌고 없어질 때까지, 서인아는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소리 없는 눈물들이 어느새 얼굴을 뒤덮였다.서인아는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심장이 한 조각 한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 것만 같았다.다른 한편, 임유환은 아파트 입구로 돌아왔다.기다리고 있던 윤서린과 수미는 임유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괜찮아. 우리 들어가자.”임유환은 애써 억지웃음을 지어냈다.“유환 씨, 정말 괜찮아요?:윤서린은 도통 마
Last Updated : 2024-06-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