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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231 - Chapter 1240

1465 Chapters

제1231화

유이안은 강원영보다도 두 살 위였다.그런데 딸에게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다니... 어이가 없어진 유이안은 얼른 그를 매섭게 쏘아보고는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웃으며 소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이안 이모라고 불러도 돼. 이모가 다음에 만나면 케이크 사줄게.”그러자 강윤은 아빠를 껴안고 연신 애교를 부리며 기뻐했다.“우와, 예쁜 이안 이모 좋아요.”‘사회생활 한번 잘하네.’유이안은 똑똑한 아이의 말에 연신 혀를 내둘렀고 한편, 강원영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정말 미안해요, 유선생님. 내 기억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네.”유이안이 아무리 무디다고 해도 숨겨진 비밀을 깨닫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강원영은 애초에 병에 걸린 적이 없다.강원영은 결국 핑계를 대고 유이안을 집에 초대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여 유이안은 바로 떠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첫째, 그래도 체면을 지켜야 했다. 둘째, 품에 안긴 여자아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마치 말캉한 찹쌀떡처럼 얼굴이 탱글탱글했고 작은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몸 곳곳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배어있었다.그때, 강원영은 갑자기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두 개 풀며 유이안에게 말을 건넸다.“잠깐만 아이와 같이 있어 줘요. 제가... 밥할게요.”밥을 한다고? 그러나 유이안에게 있어 이건 불필요할 정도로 성대한 의식이었다. 강원영이 평소에 집에서 밥을 할 거라는 건 믿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했는지 강원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도 가끔은 집에서 요리해 먹어요. 제 요리 솜씨는 꽤 괜찮은데.”심지어 말을 하며 윤이에게 윙크를 날리기도 했다.그러자 스위치가 작동하기라도 한 듯 강윤은 곧바로 박수를 쳐주며 강원영의 말에 리액션을 해주었다.“아빠 최고!”부녀를 바라보는 유이안은 이제 진심으로 강원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여섯 살짜리 아이가 이렇게까지 리액션을 잘 해주고 그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건 평소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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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유이안은 미디엄 웰던을 선택했다.그러자 강원영은 더욱 짙어진 듯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그럼 미디엄 웰던으로 할게요.”강원영은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강원영이 귓가에 대고 사랑의 속삭임을 하는 것마냥 저도 모르게 귓불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이안은 동시에 화가 나기도 했다. 강원영은 원래 솔로로 지내며 와이프가 없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여자를 꼬시는 건 아닐까?남자는 화가 난듯한 유이안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더니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주머니, 우리 이안 아가씨에게 제가 평소에 어떻게 철벽을 치고 다니는지 말해줘요.”그러자 오씨 아주머니도 다급히 해명을 늘어놓았다.“말했어요! 미리 맞춰놓은 멘트도 잊지 않았으니... 사장님은 걱정 붙들어 매세요.”그 말에 강원영도 씩 웃으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 역시 아무리 화가 나도 강윤이 옆에 앉아 그녀의 팔을 껴안고 달콤하고 말캉한 목소리로 이모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리니 저 너머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화도 한 번에 팍 식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강원영은 다시 한번 강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강원영의 요리실력이 훌륭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강씨 가문은 식사 분위기도 매우 화기애애했다.강윤은 어른의 보살핌도 없이 홀로 큰 밥그릇 하나를 들고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그릇 안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이를 보며 유이안은 알 수 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양식이지만 강원영은 특별히 강윤을 위해 한식 반찬을 가득 만들어주었다... 유이안은 의사로서 병원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봐왔고 그중에는 야박한 남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여 강원영 정도라면 정말 훌륭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었다.순간 가슴이 뭉클해진 유이안이 강원영을 쳐다보았다. 강원영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유이안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역시나 요리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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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강원영의 말에는 사실 조금 모호한 기류가 담겨있었다.유이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강원영은 대수롭지 않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밤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롤스로이스는 고요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의도가 너무 뻔하다는 이유로, 여자는 아직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가늘 길 내내 침묵을 지켰지만 그 침묵도 마냥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유이안은 성현준과의 신혼집을 떠난 후, 그녀가 데려간 고용인은 유씨 저택에 돌려보냈고 자신은 병원 근처의 아파트에서 임시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문적인 아주머니를 집에 들이지 않았다. 매일 그녀의 비서가 사람을 불러 유이안의 집을 청소해주었고 하루 세끼는 대부분 병원에서 해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가끔 집에서 쉬게 되면 간단한 요리도 해 먹곤 했다.30분 후, 그들이 탄 자동차는 아파트 아래층에 멈춰 섰다.강원영은 운전석에 앉아 옆에 있는 유이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오늘 윤이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오늘 밤 너무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나중은 없어.”“강원영, 당신도 우린 안된다는 거 알잖아.”어두운 차 안에서 강원영의 그 눈빛은 더욱 깊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전 나중이라고 했지 지금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유이안, 난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아.”그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의 정곡을 찔렀다.그동안 유이안은 줄곧 자신에게는 남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하여 성현준과의 결혼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강원영의 한마디에 어렵게 쌓아온 탑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성현준은 자신의 모든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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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유이안은 이제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유이안이 강원영과의 관계를 해명하면 성현준은 또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그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하여 유이안은 힘껏 성현준을 밀어내고 엘리베이터 입구를 가리키며 썩 꺼지라고 욕설을 읊조렸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성현준은 한사코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유이안을 끌어당기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몸을 탐하기도 했다.강원영은 지워버리고 그녀의 남편이라는 존재를 새겨두고 싶었던 것이다.성현준은 과거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이를 유이안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사하는 순간부터 유이안은 그들의 결혼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 한편, 성현준이 무력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유이안은 곧바로 가방 안에서 늑대 방지용 스프레이를 꺼내 성현준의 얼굴에 대고 힘껏 뿌렸다. 그건 다름 아닌 고추 물이었고 성현준은 더 이상 유이안을 침범할 생각을 못 하고 얼굴을 감싸 쥔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궁지에 몰린 성현준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유이안은 그 틈을 타 재빨리 성현준을 걷어차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문이 닫히고 유이안은 입구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뒤늦게 피곤이 몰려오자 유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긴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겨버렸다.그녀는 진즉 성현준을 포기하고 이 결혼을 포기했다.하지만 성현준은 결코 믿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유이안은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바리코트를 벗어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성현준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고 수많은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오후 내내 무음 상태였기에 보지 못했다.유이안이 고개를 살짝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실패한 결혼에는 진정한 승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이안도 성현준과 마찬가지로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강원영이 떠올랐다. 여자로서 또 강원영의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고 나니 성현준과 어느 정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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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귀를 찌르고 검은색 벤틀리가 갓길에 급정거했다.차가 멈춰 서자 성현준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옆에 있던 유이안을 바라보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과 눈빛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벼웠다.“유이안, 유 원장, 그렇게 날 떠나고 싶었어? 그렇게 날 부숴버리고 강원영 곁으로 가고 싶었어?”유이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겁니까?”“왜 동영상을 내보냈어? 유이안, 난 네가 원하는 걸 모두 줄 수 있어. 너만 바라보는 결혼과 너만을 위한 사랑, 난 전부 너에게 줄 수 있어. 그런데 왜 그걸 퍼뜨렸어... 강원영 때문이야? 왜? 이제 강원영을 사랑하게 된 거야?”영상?“성현준 씨, 그 동영상은 제 손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 손에도 있죠. 그런데 현준 씨는 그 동영상이 당신으로부터 유출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굳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어요. 가치도 없고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더러운 행위가 대중들에게 드러났으니 이제 우리도 깔끔하게 해결하죠. 저도 변호사를 불러 이혼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겠습니다.”이 일은 논쟁할 가치도 없었다. 유이안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성현준은 이미 그녀가 퍼뜨린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아마 성현준은 유이안이 강원영을 사랑해서 그를 배신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조급함과 분노, 상실감, 말로 이룰 수 없는 감정이 성현준을 뒤덮었고 순간 이성을 잃은 성현준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유이안의 뺨을, 과거 누구보다 그를 사랑해주었던 애인의 뺨을 내리쳤다.뜨겁고 팽팽한 공기가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좁은 차 안에는 서로의 숨소리만 남았다.얼굴이 돌아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유이안은 굳어버렸던 눈을 깜빡였다. 이윽고 그녀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성현준을 바라보았다. 이 지경까지 밑바닥을 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성현준이 앞뒤 상황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유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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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그는 회사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누른 뒤,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점점 올라가는 빨간 숫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후, 성현준이 조용히 물었다.“회사 법무팀에서는 뭐래? 이번 사태를 어떻게 대처할 거래?”그러자 주 비서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법무팀도 현재 상황이 좋은 건 아닙니다. 여러 방안을 생각해보았지만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바로 대표님께서 사모님과 합의 이혼을 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대표님께서도 법적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중들도 두 날 정도 토론을 하다가도 전부 잊어버릴 겁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성현준이 아연실색하며 입을 열었다.“한참을 연구해서 연구해낸 게 이것밖에 없어? 아니, 난 절대 대중들에게 합의 이혼을 했다는 입장을 내세우지 않을 거야. 난 애초에 이혼할 마음이 없으니까.”이 상황에서는 주 비서도 최대한 그의 맞장구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그러게요.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이윽고 그녀는 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대체 누가 저지른 짓인지... 정말 몰상식하기 그지없네요.”순간 멈칫한 성현준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성현준은 밖으로 나가며 입을 열었다.“유이안이야.”네? 주 비서가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아니,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이윽고 성현준은 장장 두 시간을 거쳐 이번 사태에 대한 회의를 열었고 오전 시간이 지나고 아니나 다를까 권성기술회사의 주식은 롤러코스터처럼 직선으로 추락했다. 이제 회사 측에서 부부 사이의 금술 좋은 영상을 아무리 내보내도 역부족이었다. 주식 투자자들은 쓰레기 남의 주식을 사주지 않는다. 더욱이 쓰레기 남 주제에 성공하는 꼴은 더더욱 못 본다.10시 반.성현준은 회의실에 혼자 앉아 묵묵히 줄담배를 피워댔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고 유이안의 전화라 여긴 성현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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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강원영은 여전히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으로 유이안을 놀려주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수려한 유이안의 얼굴에 머무르고 태연하던 목소리가 팽팽하게 굳어버렸다.“얼굴은 왜 그래요?”곧이어 강원영도 권성기술회사의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그러자 강원영은 미안한 안색으로 연신 유이안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애초에 자신이 그 영상을 넘겨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책하고 있다. 유이안이 영상을 퍼뜨렸다는 의심은 추호도 없었다. 오직 유이안이 당한 일에 대해 그녀를 대신하여 억울해하고 슬퍼해 줄 뿐이었다.그의 말에 유이안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강원영이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녀의 남편 성현준, 7년 동안 부부로 지내면서도 그는 사고가 난 즉시 그녀가 한 짓이 틀림없다며 무작정 단정을 짓고 자신의 감정에 눈이 멀어 뺨까지 때렸다. 그 순간, 유이안은 과거 7, 8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회상해보았다. 유이안은 줄곧 평범한 생활에 만족해했고 그런 그녀와 달리 성현준은 줄곧 사업장의 술과 재물 운에 눈이 멀어 일찍이 초심을 잃고 점점 유이안과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후, 권하윤과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완전히 폭발해버린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유이안은 어딘가 조금 씁쓸해졌다.하지만 그녀는 강원영에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괜찮아. 나도 따귀 두 번으로 맞받아쳤고 그 영상이 노출 된 것도 난 신경 쓰지 않아. 오히려 잘 됐어. 이제 비로소 순조롭게 이혼을 할 수 있어.”싱긋 미소를 짓는 유이안의 얼굴을 보며 강원영의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현재 그와 유이안의 사이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선을 넘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가 결국 유이안을 난감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강원영은 아내를 때린 그 남자 역시 그냥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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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성현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떴다.평생 고귀하게 살아왔던 성현준이 싸움에 패배한 수탉처럼 형편없이 퇴폐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유이안과의 혼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는 어딘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유이안과 무려 7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 지경까지 끌고 왔는가?성현준은 이 감정을 이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한편, 유이안은 멀어져가는 성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복잡한 심경을 곱씹었다. 결혼생활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괴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때, 강윤이 살며시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이모.”강윤의 귀여운 목소리에 유이안은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아 강윤을 품에 끌어안았다.그녀는 말없이 얼굴을 어린아이의 부드러운 배에 파묻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두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감돌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쏟아지지 않아 그저 괴로울 나름이었다. 그렇게 유이안은 한참 동안 강윤을 품에 끌어안은 채 묵묵히 뜨거운 감정을 가라앉혔다...강윤은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들어 강원영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어리둥절한 딸아이를 바라보며 강원영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천천히 다가가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침묵을 지켰다. 유이안을 바라보는 강원영의 눈빛에는 동정 어린 사랑이 가득했다. 강윤을 바라보는 듯, 그리고 그해의 아름다웠던 여고생을 바라보는 듯...강원영은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가능하다면 그는 진심으로 유이안이 행복하기를 바랐다....병원에 왔다면 아무리 유이안과의 협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어도 성현준은 연우를 보러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권하윤이 있는 곳에서만 성현준은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따뜻한 가을 햇살이 마침 VIP 병실을 환히 비춰주었다.연우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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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다만 이제 모든 것은 끝이 났다.성현준은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또 말을 덧붙였다.“이번 동영상의 일은 네가 저지른 일이고 권성기술회사는 이번 일로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어. 그러니 난 너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 그렇게 알아.”그 말에 유이안이 피식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걱정 마세요, 권하윤을 제외하면 아무도 당신 돈을 원하지 않으니까.”“유이안, 불쌍한 어머니를 헐뜯지 마. 권하윤은 너처럼 강력한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권하윤에게는...”“너밖에 없다고. 그렇죠?”...성현준은 차마 무어라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그러나 유이안은 뜻밖에도 더 이상 질척이지 않았고 오직 조건 하나를 제기했다.“먼저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고 변호사가 이혼 증명서를 다 작성하고 나서야 기자회견에 참석해줄 거예요.”그녀의 조건에 성현준이 이를 악물었다.“유이안, 너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파산할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알겠어.”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고 같이 권성기술회사에 가서 서명하기로 약속했다.전화를 끊고 성현준은 베란다의 문을 열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권하윤은 다정한 모습으로 연우를 재우고 있었는데 이윽고 돌아온 성현준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앞으로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땐 내가 나서서 말할게. 전부 다 내 잘못이라고, 내가 널 꼬신 거라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날 나쁜 여자라고 생각할 뿐 널 탓하지는 않을 거야.”권하윤은 정말 대인다운 늠름함과 다정함이 공존하고 있었다.“현준아, 난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난 정말 그저 네 행복만 바랄 뿐이야.”...마음이 편해지고 무한의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이제 성현준의 마음속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고 현재의 결정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강건하게 권하윤을 선택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권하윤은 이렇게도 다정하고 온화한데 이건 유이안이 평생 가져다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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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하지만 성현준은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그는 심지어 당장이라도 눈앞의 합의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이렇게 하면 그는 여전히 유이안과 부부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의 상상일 뿐이다. 성현준과 유이안의 결혼생활은 이미 종점에 이르렀다.유이안도 성현준을 원망했으니 동영상을 공개했겠지.하지만 반면, 성현준의 그윽한 눈빛을 보며 유이안은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하여 그녀는 한치의 미련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혹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서명했고 기자 회견 참석해줄게요.”인정사정없는 유이안의 모습을 보니 성현준은 괜히 마음 한구석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기자 회견에서 유이안이 두 사람은 이제 부부가 아니라는 것을 발표할 때 성현준은 분명 그녀의 눈가에 희미하게 맺힌 눈물을 봤었다. 그 순간 성현준은 또 이혼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적으로 후회하며 이제 성현준 본인도 유이안에 대한 그의 감정은 과연 사랑일지 원망일지 알 수 없었다......이번의 기자 회견으로 권성기술회사 주가는 다시금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게 되었다.유이안도 성공적으로 이혼 증명 서류를 발급받게 되었다. 떠나기 직전, 성현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이안의 곧은 뒷모습을 향해 말을 꺼냈다.“이안아, 같이 저녁이나 먹자.”“헤어진 기념으로.”...그러나 유이안은 그저 우스웠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점점 내려가는 빨간 숫자를 올려다보며 긴 머리를 쓸어넘겼다.“당신 말처럼 우리 둘은 이미 헤어졌는데 다 헤어진 마당에 무슨 밥을 먹어요?”그러나 성현준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유이안의 손목을 움켜쥐고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너 분명 이혼만 하면 연우 치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성현준 씨, 내가 정말 악덕 의사였다면 권하윤과 그 딸이 아직도 제 병원에서 지낼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그렇게 좋은 병실에서? 만약 내가 정말 일말의 양심도 없는 악덕 의사였다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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