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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966 챕터

제621화

그건 두 사람이 함께 산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전날 밤부터 이승연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계속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혁재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이승연은 그저 곧 생리 올 때라 그런 거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다음 날 아침, 이혁재는 잠결에 옆방에서 이승연이 고통을 참는듯한 낮은 신음을 들었다. 그는 전날에도 불길한 예감에 선잠을 자고 있었기에 소리를 듣자 바로 일어나 달려갔다.“승연 누나, 왜 그래?”이승연은 배를 움켜쥔 채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배가 너무 아파...”“병원에 데려다줄게!”“성민 씨한테 전화해서 나 좀 병원에 데려가라고 해.”그때 그녀의 눈에 이혁재는 단지 질풍노도의 시기에 집을 떠난 소년일 뿐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었고 오성민은 그녀의 남자 친구였다.이혁재는 그때 몰래 이승연을 짝사랑하고 있었고 오성민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바로 외투를 입혀 안아 들고 병원으로 데려갔다.이승연은 아픈 와중에도 어린 소년이 언제 이렇게 힘센 청년으로 자라났는지 속으로 놀랐었다. 이혁재는 그렇게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응급실에 가서 줄을 서고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받고… 이전에 그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어떤 일이 생기면 지시만 내리면 해결되었지만 그날은 핸드폰을 들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모든 병원 절차를 혼자 다 했다.검사 결과 이승연은 맹장염 진단을 받았고 꽤 심각해서 바로 수술해야 했다.그 당시 이혁재는 17살이었고 수술이라는 말을 듣자 아주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고 수술실로 따라가면서 울먹였다.이승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을 거야.”“정말?”“당연하지, 난 오래 살 거라고.”“약속해.”“약속할게.”...5시간 후, 수술실의 불이 꺼지고 두 명의 외국 의사가 나왔다.이혁재는 차마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같이 결과를 기다리던 서지욱이 다가가 대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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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하늘은 다시 어두워졌다.이혁재는 홀로 차를 몰고 부둣가에 도착했다. 오늘 밤은 바람도 약하고 파도가 잔잔하여 공기는 습하고 답답했다.이곳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바로 예전에 유월영의 시체를 던진 장소였다.신주시에는 그 뒤로 새로운 컨테이너 부둣가가 생겼고 이곳은 이미 황폐해진 지 오래서 평소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가 도착했을 때 부두에는 이미 네다섯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고 차마다 두 명씩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건장한 경호원들은 무표정한 채로 서 있었으며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피 맛을 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살기가 있었다.그 사람들 사이엔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검은 망토를 쓰고 모든 사람에게 등을 돌린 채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짧은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었다.이혁재는 그 짧은 머리 여자를 본 적이 있었다. 현시우의 곁에 있던 사람이라는 확인하자, 그는 다른 한 사람이 누군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망설임 없이 걸어가 검은 망토를 쓴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유월영, 진짜 당신이야?”검은 망토를 쓴 여자가 몸을 돌리며 고개를 들었다.부두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오직 달빛만이 바다에 희미한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여자의 턱은 하얗고 옥같이 매끄러워 마치 진주처럼 빛났다.지금 이승연의 일로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더라면 이혁재는 정말 자신이 귀신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정말 안 죽었어? 혹시 현시우가 널 구해주고 같이 해외로 데려갔어? 도망쳤으면서 왜 돌아온 거야? 내 아내를 해친 주범이 구슬아와 이연희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럼 누군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나에게 전화했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유월영, 이 모든 게 네 계획이었어?”그는 연속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한세인은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대표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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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충동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요. 혁재 씨가 바로 구슬아와 이연희에게 복수해서 속이 시원했을지 모르지만 거의 너 혁재 씨 자신도 망칠 뻔했어요. 혁재 씨 아버님 원래 혁재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구슬아를 유산시키고 얼굴도 망가뜨렸는데 왜 감옥에 보내지 않았겠어요? 그래도 친아들이라는 이유로 참아준 거예요. 하지만 만약 또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는 절대 당신을 구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연희 일에 대해서도 말이죠.”한세인이 덧붙였다.“이승연 씨는 평소에 사교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승연 씨네 가문의 인맥은 이 몇 년 동안 친척들이 유지해 왔어요. 이 대표님이 이연희 씨의 아들을 잡아 가두고 그녀를 고문한 일도 저희 아가씨가 먼저 친척들의 입을 막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 대표님 벌써 경찰에 잡혀갔을 거예요.”이혁재는 돌아서서 유월영을 똑바로 바라봤다.“오성민의 원래 계획은 구슬아와 이연희를 이용해 승연 언니를 유산시키고 혁재 씨와 이혼하게 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되면 그는 승연 언니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남철우가 너무 날뛰는 바람에 지금의 결과를 초래한 거죠.”유월영이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혁재 씨까지 감옥에 가게 된다면 누가 승연 언니를 보호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오성민을 뭐 어떻게 하려고요? 그를 때리기라도 할 건가요? 아니면 그를 죽일 거예요? 그런 쓰레기들을 위해 자신을 망치고 싶어요?”이혁재는 혀끝으로 뺨을 누르면서 비웃었다.“그렇다면 너는? 너는 죽은 척하고 도망쳤다가 이제 와서 나한테 나타나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야? 유 비서, 아니, 정확히는 레온 가문의 아가씨라고 불러야겠군.”유월영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당신이 오성민과 원한이 있지만 나도 오성민과 원한이 있어요. 우리 협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이혁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와 내가 손을 잡는다고?”대화는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깊은 밤이 되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이혁재는 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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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두 사람은 오랫동안의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었기에 연재준은 당연히 이혁재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너도 정신 차리고 일어나야 해. 이 변호사도 너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야.”이혁재는 말없이 뜨거운 수건으로 이승연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닦아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창백하고 차가웠다.시간이 늦었기에 연재준은 더 머무르지 않고 이혁재에게 밥을 챙겨 먹으라고 당부한 후 병원을 떠났다.이혁재는 이승연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병실을 나왔다. 밖에는 이미 이마가 피로 가득한 이연희가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계속 병실 문 앞에서 지냈으며 의식을 잃으면 찬물을 끼얹어 다시 절을 하게 했다.거의 정신을 잃을듯한 이연희를 이혁재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저 사람 끌어내.”“네.”부하들이 즉시 이연희를 끌고 갔다.이혁재는 유월영이 준 종이를 비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 봐.”비서는 쪽지를 보고 전화번호와 통화 날짜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대표님, 이게 무슨 정보죠?”이혁재는 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확인하면 바로 알려줘.”그는 확인해야만 그 “죽었다가 부활한” 여자와 협력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정보를 확인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다음 날 비서는 이혁재에게 종이에 적혀있는 모든 정보가 맞다고 알렸다.이혁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그리고 그는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이틀 후, 이승연의 상태가 안정되자 이혁재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같은 시각, 이혁재 아버지 이진화는 갑자기 외부에 이혁재와의 부자 관계를 끊고 재산 상속에서 그를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연재준과 서지욱은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같이 진주만으로 갔다.이혁재는 안방을 전문 병실로 꾸미고 의료 장비를 잔뜩 설치했다. 이승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서지욱은 코를 쓱 만지고 말했다.“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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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6월이 끝나기 무렵, 해성 그룹은 프링스 아르사 그룹과 장기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두 회사는 한국과 프링스에 57개의 실험실을 공동으로 건설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심층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두 나라의 민간 기업이 체결한 가장 큰 협력 프로젝트였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아무도 해성 그룹의 첫 프로젝트가 이렇게 크고 게다가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신흥 산업을 목표로 삼고 있는 줄 몰랐다.이런 움직임은 해성 그룹이 분명히 업계 리더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걸 확연히 보여주었다.그도 그럴 것이 4대 가문이 연합하여 만든 회사가 업계의 선두가 되는 건 당연했다.해성 그룹은 명성에 걸맞게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국내외 여러 대기업과 연이어 협력 계약을 체결하였고 기업 가치는 매 순간 상승하고 있었다.그렇게 해성 그룹은 한 달 만에 일반 기업이 평생 도전하지 못할 만큼 크게 성장했고 연말이 다가올 때쯤, 해성 그룹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여 코스피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이제야 사람들은 연재준이 해성 그룹 개업식에서 ‘해성이 올해 코스피에 상장되기를 바라며 나스닥에서도 종을 울리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해성 그룹이 상장된 그 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전례가 없었고 해성 그룹이 시장의 점유율 대부분 가져가면 자신들에게 남는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외부의 사람들이 불안해할수록 해성 그룹 사람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연말에는 성대한 송년회와 축하연을 열어 친지와 친구를 초대했으며 심지어 언론도 전 과정을 기록했다.서지욱도 최근에 회사 일을 너무 외부로 과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해성 그룹의 대표직을 달게 된 이혁재에게 물었다.“누가 방송국 사람들을 초대했어?”“재준이.”뜻밖의 이름에 서지욱은 더 놀랐다.“난 윤영훈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재준이도 이렇게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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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왜 이 사람을 보고 계시는가요? 그 남자는 쓰레기일 뿐이에요!”신연우 조수인 여자 조교는 전에 유월영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으며 내부 사정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녀는 커피를 들고 와 신연우 핸드폰 화면에 있는 연재준을 흘끗 보더니 극도로 반감을 드러냈다.그녀의 눈에는 연재준은 아내를 죽인 살인자로 보였고 그런 사람이 더 잘 먹고 잘살게 되자 하늘이 정말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조교는 증거가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을 뿐이지, 증거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신고했을 것이라고 했다.신연우가 말했다.“어제 교실을 지나가다 들었는데 김 선생님이 강의하고 있더군요. 고대인의 지혜는 언제나 새롭고, 그 글에서 한 구절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조교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어제 김 선생님의 강의라면,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구절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신연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갑자기 이렇게 유명세를 타니까 누가 너무 고의로 치켜세우는 것 같지 않아요?”“하지만 해성과 해운의 현재 지위를 고려할 때 어떻게 독이 될 수 있겠어요?”신연우가 가볍게 말했다.“저도 화 안 내는데 왜 나보다 더 화내요?”조교는 입술을 깨물다 말했다.“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이제 곧 5월인데, 유월영 씨가 떠난 지도 1년이 되었네요.”신연우도 생각에 잠겼다.‘그러네. 황야에서의 사고는 작년 5월 일이었지.’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저 아직 15일의 휴가가 남아있죠?”“네, 맞습니다.”“그럼 해외로 좀 나갔다 올게요. 파리에 다녀오려고.”조교는 의아해하며 물었다.“파리요? 휴가로요?”신연우는 커피를 들고 안경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가족을 만나러.”조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누구를 만난다는 걸까?’신연우는 더 설명하지 않고 창가로 가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가족을 만난 후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면 국내에 돌아와 준비를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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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결혼식 날짜는 12월 24일로,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아르사는 몇 달 전부터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에 연재준과 그의 일행은 이 결혼식에 참석할 시간을 비워두었으며 그래서 모두 23일 오후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오직 오성민만이 일을 마치지 못해 그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그는 24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세 사람은 각자의 비서와 경호원을 데리고 공항을 나섰고 아르사의 집사가 곧바로 나와서 인사를 건넸다.그는 프링스 사람이었지만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연 대표님, 현 대표님, 윤 대표님. 파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시는 길에 고생하셨습니다. 차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바로 저택으로 모시겠습니다.”윤영훈이 웃으며 말했다.“한국말 배운 지 얼마 되셨어요?”“10년 동안 배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서툴 수 있는데 잘못 말한 부분이 있다면 윤 대표님께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집사는 길을 안내하며 말했고 일행은 차량으로 향했다.집사는 일부러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연재준 옆에 섰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연 대표님, 듣기로는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저택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싶으시다면 방해받지 않게 따로 차를 준비하겠습니다.”연재준은 잠시 멈추며 물었다.“누구한테 들었어요?”그는 확실히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한 적 없었다. 그건 그의 주변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만 알 수 있는 일이었다.연재준의 비서인 하정은도 경계하며 집사를 쳐다보았다. 집사는 그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귀한 손님들이 먼 길을 오시는데 소홀히 대접할까 봐 특별히 알아보았습니다.”연재준은 몇 초간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괜찮습니다.”세 사람과 집사는 한 차량에 타고 나머지는 뒤따르는 차량에 탔다. 차는 리무진 캠핑카로 넓고 편안했다.차가 출발하자 집사는 간식을 가져왔다. 연재준에게는 녹차, 신현우에게는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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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윤영훈이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이 없자 집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맞아요, 이 꽃은 정말 아름답고 의미도 좋죠. 결혼식에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해요.”그러고 나서 손을 내밀며 안내했다.“세 분, 이쪽으로 가시죠.”연재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집사님, 실례가 안 된다면 먼저 내일의 결혼식 현장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집사는 물론 괜찮다고 말하며 그들을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프링스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주인답게 저택은 모든 것이 화려했다.저택은 여러 채의 바로크 양식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고, 손님들은 별도의 건물에 머물렀으며, 연회장도 별도의 건물에 있었다. 연회장에 들어선 세 사람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윤영훈과 신현우는 바로 연재준을 돌아보았다.연재준의 얼굴도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연회장은 모든 것이 정교하고 화려했으며 아름다움의 극치였다.하지만 연재준의 시선은 천천히 연회장을 스쳐 지났다. 크리스탈 샹들리에에서 카펫, 식탁, 심지어 그릇과 그 안의 다과까지 모두 그와 유월영의 결혼식을 연상시켰다.그는 순간 다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았다.그때 갑자기 귓전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 연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2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2층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사는 화를 내며 말했다.“어떻게 그렇게 부주의할 수 있지? 접시를 깨뜨리다니, 빨리 치워!”소리 나는 쪽으로 바라보니 가정부가 실수로 접시를 깨뜨리고 황급히 사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마치 예전에 한세인이 2층에서 아래로 총을 쏘는 소리와 같았다...연재준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지만 미간에 잡힌 주름은 펴질 줄 몰랐다. 빨라지는 심장 박동을 진정시키며 연재준은 다시 차분하게 연회장을 살펴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결혼식 현장은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을 안심시켰다.윤영훈이 집사에게 물었다.“결혼식에 원래 신랑과 신부의 사진을 전시해야 하지 않나요?”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원래는 그래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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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그 사람은 한세인이었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연재준의 의심은 점점 강해졌고 긴장한 듯 그의 목젖이 목폴라 아래에서 굴렀다. 그는 바로 한세인을 쫓아가서 확인하려 했지만 복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하인에게 막혔다.하인은 불어로 죄송하다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선생님. 이곳은 아가씨의 대기실로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연재준은 한세인의 뒷모습이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저 여자는 왜 들어갈 수 있죠?”가정부가 한 번 보고 대답했다.“그분은 한 비서님입니다. 아가씨의 비서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아가씨의 비서라.’연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댁의 아가씨가 왜 한국인을 조수로 고용했어요? 그분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요?”가정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하객분께서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저희 아가씨는 원래 한국인입니다.”그의 생각과 하나씩 맞아떨어질 때마다 연재준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아가씨 성함이 뭐죠?”“초대장을 받지 않으셨나요? 초대장에 쓰여 있습니다. 저희 아가씨 이름은 테미스입니다.”“내가 묻는 건 그녀의 한국 이름이야!”연재준이 큰 소리로 묻자 가정부는 깜짝 놀라며 대답하려 했지만 그때 윤영훈이 나타나서 가정부의 대답을 끊었다.“연 대표님도 저와 같은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연재준이 냉정하게 말했다.“윤 대표님은 마치 제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윤영훈은 그들이 파리에 도착한 두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대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취향과 습관을 잘 알고 같은 종류의 수국을 사용하고 비슷한 스타일로 결혼식장을 꾸몄어요. 그 여자는 실제로 아르사의 친조카가 아니며 한국인 양녀라는 것. 이 많은 공통점이 있는데도 연 대표님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연재준이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윤 대표님은 그 여자가 유월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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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외출했다가 막 저택으로 돌아온 아르사 회장은 연재준 일행이 이미 도착해서 결혼식장을 둘러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 나왔다. 세 사람에 대한 환영의 표시와 마음을 보여주고자 아르사 회장은 직접 가서 인사를 건네고 본관으로 가서 식사하자고 청했다.식사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윤영훈은 일부러 자연스럽게 물었다.“테미스 양은 왜 같이 식사하지 않나요?”“테미스의 친구가 왔어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식사해야 한다네요.”윤영훈은 연재준을 쳐다보았다. 연재준은 무표정하게 그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윤영훈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아, 그렇군요.”식사가 끝난 후, 집사는 세 사람을 객실로 안내했다.집사가 나가자마자 윤영훈과 신현우는 바로 연재준의 방으로 향했다.파리의 한겨울의 날씨는 추웠지만 방에는 벽난로가 있어 따뜻했다.연재준은 방에 들어와 외투를 벗고 목도리를 풀었다. 검은색 니트만 입은 그는 좀 더 야위어 보였다.“어쩐지 내가 냉침차를 좋아한다는 걸 알 때부터 이상하다 했어요. 예전에 그 여자가 내 비서였을 때 매일 아침에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면 항상 냉침 차를 준비해서 줬거든요. 그녀는 내 개인 비서 외에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한 명이었어요.”신현우는 이미 윤영훈에게 들은 바 있어 그의 말투는 냉랭했다.윤영훈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개인적 감정으로는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녀가 정말 살아있다면 우리의 문제가 커질 거예요. 아르사와의 협력이 해성 그룹의 연간 수익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녀가 돌아온다면 아르사와 해성의 협력을 계속 진행하게 두지 않을 것이고 갑작스럽게 이 큰 협력 건을 잃게 되면 해성은 위험해져요.”신현우가 고개를 저었다.“꼭 그렇진 않아요. 아까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했는데, 집사의 말은 절반만 신빙성이 있어요.”“나머지 진실은 아르사가 소로 가문과 혼인을 맺으려 했지만 소로 가문은 아르사의 딸을 원하고 있어요. 아르사는 친조카를 양녀로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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