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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965 챕터

제101화

“네, 다 확인했어요.”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승소할 수 있을까요?”지금 그녀의 관심사는 이혼 소송에서 이기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이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남자가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다.저도 모르게 오싹해지는 아주 매서운 눈빛에 유영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변호사라면 믿고 일을 맡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양승호가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승소는 백 퍼센트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상대의 기분을 최악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네요.”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유영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낼 정도면 그는 눈치가 참 빠른 사람이었다.강이한은 청하시에서 아무도 이 사건을 맡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유영은 그의 모든 착각을 깨부술 생각이었다.생각해 보면 강이한도 참 악랄한 수단으로 소은지를 소송에서 제외했다.대체 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열하게 변했을까?유영이 생각에 잠긴 사이, 바깥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스튜디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강이한이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조민정도 굳은 표정으로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들어가면 안 된다니까요?”조민정에게도 이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은 처음이었다.로열 글로벌에서 일할 때는 직원들 모두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민정 씨는 일단 나가봐요.”유영이 담담히 말했다.조민정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강이한은 유영과 옆에 있는 양승호를 번갈아보더니 두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반면, 유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어차피 왔으니까 소개할게. 우리 이혼 소송을 맡아주실 양 변호사님이야.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양 변호사님 통해서 입장을 전달하면 돼.”‘또 이혼 얘기야?’강이한은 치가 떨렸다.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지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그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디 로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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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안 그래도 화가 났던 강이한은 그 말을 듣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폭력?그게 그렇게 심각할 정도였나?“내가 왜 손찌검까지 했는지 정말 몰라?”그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유영은 날이 선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받아쳤다.“매번 한지음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당신은 나한테 폭력을 썼어. 이유가 뭐였는지 그게 중요해?”무슨 이유였든 폭력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일반인도 다 아는 논리를 그는 왜 자꾸 무시하는 걸까?유영은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서류를 검토했다.진지한 모습이 평소의 그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강이한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양승호가 앉았던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일단 그 서류 내려놓고 얘기 좀 해!”그는 더 이상 그녀의 무시를 견디기 어려웠다.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와 함께한 10년 동안 그녀는 한 번도 직장 일을 해본 적 없었다.대체 뭐가 그녀를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을까?유영은 마지막 서류에 사인한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용건이 더 남았어?”“내일 있을 할머니 칠순잔치에 나랑 같이 가.”“오늘 아니었어?”“내일이야!”날짜까지 착각한 유영을 보고 강이한은 더 큰 짜증이 몰려왔다.하지만 그 자신조차도 전에는 날짜를 헷갈린 적이 많았기에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유영이 말했다.“봐서 알겠지만 나 요즘 굉장히 바빠.”강이한의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유영의 일 처리 방식은 그를 많이 닮았다.과거 강이한이 바쁠 때 모든 일에서 예민하게 굴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 그러했다.하지만 강이한은 그녀가 이 자리에 앉기까지 그 남자에게서 받은 지원을 생각하면 다시 화가 치밀었다.“그 사람이 당신을 정말 예뻐하나 봐. 그 사람은 당신 결혼한 유부녀인 거 몰라?”그 남자 얘기만 나오면 그는 화가 났다.유영이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 남자가 유영에게 잘해준 것 또한 사실이었다.믿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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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다른 남자에게서 그 수많은 것들을 받은 주제에 이 여자는 뭐가 잘났다고 아직도 이렇게 당당한 걸까?유영은 들고 있던 펜으로 책상을 내려찍었다.“내일 칠순잔치에 안 갈 거야. 아직 시간 있을 때 다른 파트너 알아봐. 한지음이 적당하겠네.”한지음 얘기가 나오자 유영의 눈빛도 차갑게 식었다.시력을 잃었다는 것마저 가짜였는데 강이한은 끝까지 그녀를 믿었다. 오히려 그녀의 추악한 본모습을 까발리려는 유영에게 폭력까지 썼다.한지음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얼굴도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둘 사이에 언제부터 이렇게 간극이 심하게 벌어졌는지 하나하나 따지려니 끝이 없었다.그녀를 빤히 노려보던 강이한이 말했다.“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본가에 가는 거야.”경고와 협박이 담긴 명령이었지만 유영은 더 이상 그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여론전은 계속되고 있었다.유영에 대한 온갖 비난글이 인터넷에 폭주했고 네티즌들의 반응도 그녀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끔 그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글도 보이긴 했지만 곧 수많은 악플 공격을 받고 사라졌다.퇴근하려고 밖에 나가자 정국진이 보낸 경호원이 바깥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유영을 취재한다고 찾아왔던 기자들도 전부 그들이 처리했다.한편, 청하병원.강서희는 틈만 나면 한지음의 병실로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유영을 빨리 이 집에서 내쫓을지 의논했다.TV를 틀자 기자들에게 포위된 유영이 묵묵히 차에 오르는 모습과 경호원이 그녀의 주변을 지키는 모습이 나왔다.강서희는 그 모습마저 불만이었다.“저런 인간을 경호하는 경호원이 다 있네.”솔직히 유영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전에는 강이한이 지켜주더니 나중에는 해외에서 만난 남자가 그녀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아직도 이혼을 안 하고 있는 걸까?생각할수록 강서희는 짜증이 치밀었다.한지음은 와인잔을 흔들며 강서희에게 질문을 던졌다.“해외에 있는 그 남자랑은 둘이 진짜 뭐가 있어?”“당연히 뭐가 있으니 저렇게까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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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돌변한 한지음의 표정에 강서희가 화들짝 놀랐지만 유영을 처리하겠다는 의지에 다시 표정을 수습했다.그녀는 오랜 시간 그들이 이혼할 날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다.절대 실패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그 시각, 유영은 순정동으로 돌아왔다.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단히 샤워를 마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은지가 오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간단한 요리도 준비했다.소은지는 그녀의 강아지를 안고 순정동으로 방문했다.해외에 있을 때 가장 그리웠던 것들 중에 반려견도 포함되어 있었다.소은지는 강아지를 안은 채 유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전에는 네 외삼촌이 그냥 벼락부자인 줄 알았는데….”지금은 정국진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뀐 순간이었다.포르쉐만 해도 조카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순정동을 방문하자 이런 멋진 삼촌이 다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런 외삼촌이라면 트럭으로 가져다 줘도 환영할 것 같았다.유영은 강아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뭉치 이리 와.”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뭉치와 보낸 시간은 참 힐링되는 시간이었다.뭉치는 소은지네 집에서 대접 받고 지냈는지 전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것 같았다.소은지가 물었다.“외삼촌 결혼하셨어?”“그건 왜?”“아니, 결혼 안 하셨으면 나는 어떠냐 해서.”소은지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항상 차분하고 냉정함을 않는 친구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정국진이 얼마나 유영을 총애하는지 알 수 있었다.유영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친구를 흘기며 답했다.“외숙모 건재하시거든? 안 그래도 외삼촌 때문에 강이한이 아버지 뻘 되는 남자 만난다고 나 엄청 욕했단 말이야.”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강이한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냥 강이한이 멍청한 것 같기도 했다.소은지도 비슷한 상상을 했는지 유영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강이한 그 자식, 그분이 네 외삼촌인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난 전혀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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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해외에 거주하는 3개월 동안은 유영에게 꿈과도 같은 시간이었다.친절하고 자상한 외숙모와 외삼촌의 사랑,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좋은 건 다 그녀에게 챙겨주던 동생까지.그들은 이산가족을 맞는 심정으로 유영을 품어주었다.강이한과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지만 사실 마음은 계속해서 피폐해져 간 것 같았다.“은지야.”“응?”“난 한지음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유영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를 악역으로 몰아가고 현재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압력을 가하는 존재들에게 이제는 반격을 해줄 시간이었다.전에는 박연준이 준 과제 때문에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녀의 진짜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난 널 응원할게.”소은지가 말했다.세강 일가의 핍박을 오랜 시간 받아왔으니 이제 돌려줄 때도 되었다.그녀에게 해를 가한 자들은 아직도 유영을 만만하게 보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들에게 정국진과의 관계를 숨긴 건 태도가 급변하는 그들의 추악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지만 그렇다고 괴롭힘을 당하고도 반격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유영은 조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 생각이니까 준비해 주세요.”“알겠습니다.”오늘 아침까지 그냥 무시하겠다던 유영이 갑자기 정면에 나선 것이 의아했지만 조민정은 그녀의 말을 따라주기로 했다.어차피 이대로 공격이 계속되면 그냥 무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유영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강이한도 고역을 겪고 있었다.조형욱이 정국진 아내에게 보낸 문자는 바로 답장이 왔다.답장은 아주 간결했다.[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라고 하세요.]문자를 확인한 강이한은 또 깊은 분노를 삼켜야 했다.그는 상처를 입은 맹수처럼 온갖 곳에서 짜증을 드러냈다.“대체 뭐 하는 여자길래 이렇게 차분해? 남편한테 마음이 없는 거야?”조형욱은 난감한 얼굴로 코끝을 매만졌다.“아마 이 일을 크게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네요.”조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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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 시각, 유영은 소은지와 함께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소은지가 말했다.“살면서 이런 진수성찬은 처음 먹어 봐. 너희 외삼촌, 입맛도 꽤 까다로운가 봐?”입맛이 까다로운 주인을 모시고 사는 주방장만 만들어낼 수 있는 풍미였다.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외삼촌이 모든 면에서 좀 까다롭긴 하지.”매번 정국진과 함께 외식을 나갈 때면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 드물었다.“부럽다. 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잖아. 내가 너희 집에서 같이 살면 아마 한 달에 10킬로는 찔 것 같아.”소은지는 키가 컸지만 먹는 대로 살이 찌는 체질이었다.반면 유영은 체중 변화가 거의 없었다.그녀의 외모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전혀 달라진 게 없을 정도로 동안이었다.“그렇긴 하지만 나도 고민 정도는 있어. 잘 챙겨 먹느라고 해도 머리가 자꾸 빠져. 이러다 탈모 오는 거 아닌지 몰라.”아마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는 이유는 세강 일가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었다.“괜찮아. 넌 원래 머리숱이 많잖아. 좀 빠져도 돼.”소은지가 말했다.그렇게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번호인 것을 확인한 유영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영 씨, 맞죠?”수화기 너머로 유경원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를 알아들은 유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무슨 일이시죠?”유영이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강이한과 살면서 그와 관련된 스캔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대놓고 집까지 찾아온 여자는 유경원이 유일했다.지난 생에서는 나타나지도 않았던 인물이었다.조민정에게 부탁해서 알아봤더니 진영숙이 왜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훌륭한 가정 환경에서 사랑 받고 자란 공주님, 그게 유경원이었다.“내일 이한 씨가 본가로 같이 가자고 할지 모르는데 가지 마세요.”온화한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말투였다.유영은 순간적으로 분노를 느꼈다.아직 공식적으로 이혼한 것도 아닌데 이젠 별별 사람들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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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유경원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진영숙이 그녀를 그만큼 예뻐하지 않았으면 절대 그녀를 데리고 강이한이 사는 집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가고 싶으면 가도 돼요. 하지만 그러면 위자료는 한푼도 받아갈 생각하지 말아요.”협박 섞인 발언에 유영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이 여자가 왜 그렇게 칠순잔치에 집착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유경원뿐이 아니라 아마 한지음도 참석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것이다.어쨌든 세강의 안주인 자리를 바라보는 여자들은 강이한과 함께 참석하는 가족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최근 유영과 강이한의 이혼설이 도는 시점에 그와 함께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할머니의 칠순잔치에 참석한다면 은연 중에 가족들의 인정을 받은 거와 다름없었다.홍문동에서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유경원은 꽤 머리를 쓸 줄 아는 여자였다.하지만 내일 강이한은 어떻게든 유영을 끌고 칠순잔치에 참석하려고 할 것이다.“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요?”유영이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여자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건 아니고요. 그냥 그쪽이 이한 씨랑 이혼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였어요.”“하!”유영은 헛웃음만 나왔다.뻔뻔한 말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는 인간은 처음이었다.더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걱정스럽게 그녀를 지켜보던 소은지가 물었다.“누구야?”“강이한 추종자.”유영은 결혼 상대로 너무 잘난 남자는 별로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소은지가 먹던 킹크랩을 내려놓고 말했다.“그 여자들은 너희가 이혼하기만 기다리고 있을걸?”“누가 아니래?”아직 이혼 절차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저렇게 안달을 내다니.한심하고 우스웠다.소은지가 물었다.“병원에 있는 걔는?”“누구든 상관없는데 걔는 안 되지.”유영은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진영숙이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냈으니 한지음도 지금쯤 안달이 나 있을 것이다.그 시각, 강이한은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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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들을 둘러싼 여론은 계속되고 있었다.한지음을 비난하던 여론도 가세해서 유영을 공격하고 있었다.그녀가 한지음의 병실을 찾아간 사진이 뉴스 일면을 장식하면서 모든 여론은 한지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이날 아침, 유영은 간단히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경호원들과 경비팀이 질서 유지에 힘쓰고 있었다.기자들은 요즘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유영에게 해명을 바라는 입장이었지만 유영은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질문지까지 준비해서 온 기자들도 듣다 보니 그녀의 화려한 언변에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에게 알려진 유영은 호화저택에서 두문불출하는 전업부부에 바쁜 남편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으로 알려졌다.그래서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수단이 너무 잔혹해서 욕을 먹었다.하지만 지금 단상에서 조리정연하게 사업 기획을 발표하는 그녀를 보며 기자들은 그녀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원하던 답변은 못 들었지만 미래를 향한 그녀의 열정과 자신감에 찬 말투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앞으로 5년 동안 저는 부단히 노력하여 오로라 스튜디오를 전국 최강 디자인 작업실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사회에 외면당한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단체를 설립하여….”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마친 유영은 담담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았다.갑자기 열린 기자회견이라 참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연설을 다 들은 현장의 기자들은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그녀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했으며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세강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오늘 연설의 모든 주체가 이유영 본인이었다.조민정은 단상으로 올라가서 공손한 자세로 유영을 에스코트했다.“아주 잘했어요.”그녀가 유영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유영은 내려오면서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일부 기자들이 그녀에게 몰려오고 있었다.“유 대표님, 간단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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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그리고 기자들은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일부는 그녀가 찔려서 그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계속 웃음만 짓고 있던 유영이 갑자기 깊은 슬픔에 잠기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사건이 있던 날 오전에 친구랑 아침을 먹다가 그분을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오후에 그분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고요.”현장이 갑자기 숙연해졌다.“남편은 줄곧 제가 그분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요했어요. 사실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한지음 씨한테 뭘 잘못했는지. 그날 아침에도 저는 한지음 씨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거든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항상 냉정하게 취재를 이어가던 기자들마저 들뜨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유 대표님 말씀은 남편분께서 대표님의 해명을 전혀 믿지 않고 한지음 씨의 말만 들었다는 말씀인가요?”“남편은 항상 저를 믿어주던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번 지음 씨 사건이 너무 잔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가 꼭 사과를 해야 그분의 기분이 풀릴 거라고 했어요. 아마 기분이 좋아지면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죠.”유영은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대답했다.오늘의 기자회견은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플랫폼에서 회견을 시청하던 사람들 중에는 오늘 칠순잔치 때문에 다망한 본가 식구들을 제외하고도 병원에 있는 한지음 일당과 강이한도 있었다.아까 단상에서 조리 정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말하던 아내에게 감탄한 순간에 갑자기 절언 발언이 나오자 그도 순간 당황했다.유영은 자신은 한지음에게 해를 가한 적이 없으며 단지 사건이 잔혹해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다고 돌려 말하고 있었다.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었다.“강 대표님은 어떻게 아내를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있지?”“그러니까. 그러니까 상간녀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 자기 와이프한테 하지도 않은 잘못을 사과하라고 강요한 거잖아?”현장의 기자들마저 이렇게 수군대고 있었다.현재 생방송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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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두 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에서 유영은 자신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이상을 설명했다. 기자들이 민감한 질문을 던질 때, 유영이 초라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모든 잘못의 근원을 강이한과 한지음에게 돌리고 혼자 유유히 빠져나갔다.“넌 네 오빠랑 저 여자가 이혼하면 목표를 이룬 거겠지만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한지음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이제 그 사과마저 저 여자는 네 오빠가 강요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어. 더 깊게 파고 들면 내가 여우짓을 해서 네 오빠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얘기한 거나 다름없다고!”아마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한지음은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유영이 이토록 완벽한 반격을 준비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전에는 그냥 나약하고 아무 힘도 없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고단수가 따로 없었다.강서희가 일그러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여우 같은 년!”기나긴 악플과 택배 폭탄에 반쯤 미쳐버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여론을 뒤집을 줄은 몰랐다.이제 유영은 그들이 건드릴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갔다.그녀는 무능한 전업주부 이미지를 철저히 벗어던졌다. 예전에 사람들은 세강의 안주인은 능력도 없고 남편에게 기대어 사는 기생충으로 알았다.하지만 이제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냈다.기자들마저 그녀를 대표님으로 호칭하지 않았던가?이 짧은 시간 안에 그녀는 확고히 자신의 영역을 다졌다.한지음의 두 눈은 증오로 가득했다.대체 뭐가 잘나서? 왜 이렇게 된 걸까?세강과 관련된 모두에게 커다란 엿을 선사한 유영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사무실로 돌아갔다.사무실 문을 여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이상했다. 수시로 그녀를 곁눈질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그런데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불청객이 와 있었다.언제 온 건지, 강이한이 그녀의 자리에 앉아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다.과거에 그는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언제 봐도 몸에서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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