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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긴장감이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다. 두 사람은 차갑게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고 소은지는 두 사람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소은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았다.소은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청하시에서도 오직 이유영만이 유일한 존재였을 뿐,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이유영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 이유영이 소은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강이한이 나타난 후로 이유영의 삶은 늘 혼란스러웠다.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은지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유영을 붙잡아주며 지탱해야 했다.파리에 온 이후, 소은지의 삶은 엔데스 명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생각을 더욱 하지 않게 되었다.그런데 지금...“흥! 현우야, 앞으로 네가 얼마나 더 보호할 수 있을지 지켜볼게.”엔데스 명우는 비웃듯 말하고는 매섭게 돌아섰다.그의 등 뒤로는 차가운 기운이 스며 나왔다.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소은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방금 전에 있었던 긴장된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현우는 가볍게 웃었다. 그 소리에 소은지는 정신이 번쩍 들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뭐가 그렇게 웃겨요?”“당신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게 웃겼어요.”두려움? 그렇다.조금 전, 엔데스 명우 앞에서 어떻게든 힘을 짜내 맞서 싸웠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그 순간, 소은지는 진심으로 두려웠다.그리고 엔데스 명우가 떠난 뒤에도 소은지의 등에선 여전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당신도 알잖아요. 당신 형은 완전히 미친 사람이란 걸!”소은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미친 사람이죠.”소은지가 엔데스 명우 곁에 있을 때 어떤 비인간적인 고통을 겪었는지, 여러 번 도망쳤다가 결국 어떻게 붙잡혔는지,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현우를 만난 뒤에야 소은지는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은지는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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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유영 씨에 대한 소식, 알고 있나요?”“유영이 말인가요?”“네.”“며칠 전에 백산 별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들은 말로는 유영이의 두 눈이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소은지의 마음은 조여드는 듯한 답답함에 사로잡혔다.예전에 정씨 가문에 있을 때, 임소미가 얼마나 이유영의 시력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렇기에 소은지마저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력을 잃는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게다가 강이한에게 끌려간 상태라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에서 늘 문제가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순간, 옆에 있던 현우의 몸이 떨렸다.소은지는 현우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엔데스 현우는 떠났다. 현우는 늘 그렇듯 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아무리 바빠도 엔데스 명우가 이곳에 올 때마다 현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돌아왔다는 점이었다.소은지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위험에 처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현우는 계약 조건에 따라 소은지를 철저히 보호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어떤 상황에서도 소은지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소은지를 철저히 보호했다.소은지는 그에게 필요한 단서를 제공했고 현우도 소은지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했다.현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미가 찾아왔다.송연미와 소은지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갔다.카페에는 둘만 남아 있었다. 송연미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손에 들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엔데스 운빈과 어제 이혼했어.”소은지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잠시 멈췄다.놀란 얼굴로 송연미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빛이 스쳤다.송연미는 그런 소은지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평온함과 해방감이 어렴풋이 비쳤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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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무언가 생각난 듯, 송연미는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송연미의 눈빛은 단순히 차가운 것을 넘어 얼음처럼 날카로웠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엔데스 가문이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고 있겠지?”“...”“우리 아버지의 지지가 현우에게 굉장히 중요해.”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송연미를 차지했기 때문이다.결혼 후, 엔데스 운빈이 아무리 송연미를 존중했어도, 송연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수년 동안, 송연미는 엔데스 운빈의 곁을 떠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드디어 아버지를 설득해 아버지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 결과가 송연미를 이렇게까지 괴롭게 만들 줄은 몰랐다.“소은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을 거라고 믿어.”소은지가 침묵하자, 송연미는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껏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그 이유는 단 하나,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가 느낀 현우의 변화를 송연미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둘이 느낀 대상은 완전히 달랐다. 송연미의 눈에는 엔데스 현우의 변화가 모두 소은지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그렇기에 송연미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이대로 두면 상황은 더욱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었다.송연미는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소은지에게 단호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소은지는 그런 송연미를 비웃으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소은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네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면 어떡할 건데?”소은지는 자신이 하는 말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하는 게 분명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송연미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그 이유는 명백했다. 송연미는 이미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엔데스 현우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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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소은지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겉으론 무심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내 생각엔, 현우가 이미 네 아버지의 지원을 거절한 것 같은데?”송연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을 이어갔다.소은지의 말투는 비아냥으로 가득 찼고 송연미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소은지는 정곡을 찔렀다. 정말 마녀 같은 여자였다.바로 그 순간, 송연미는 현우가 이렇게 오랜 세월 한곳에 머물러 있다가 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는지 깨달았다.바로 이 여자...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 때문에 최근 들어 현우가 여러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예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소은지가 등장한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현우는 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후로 파리를 떠났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간 엔데스 가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현우는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왔고 그것도 이 여자 때문이라니?송연미는 소은지를 응시했다.송연미의 눈빛은 마치 소은지를 꿰뚫으려는 듯한 날카로움으로 가득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한 말이 맞는 모양이네.”“만족스러워?”소은지의 태도에 송연미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송연미는 수년간 엔데스 가문에서 겪은 일들로 인해 이미 모든 인내심을 잃어버렸다.모든 것을 잃은 송연미는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지금 소은지의 태도는 송연미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현우의 곁에 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모든 것이 끝나야 할 타이밍이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겨우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하지만 현우가 돌아왔을 때, 현우의 곁에는 소은지가 있었다. 소은지는 그렇게 이곳 반산월에 머물고 있었다.소은지는 반산월이 가진 의미를 알 리 없었다. 그곳은 송연미와 현우가 함께 설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결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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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눈앞에서 떨고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이런 무의미한 일은 이제 그만둬.”애써 더 많은 노력을 쏟을수록 결국 더 깊은 실망만 남는 법이다. 그리고 그 실망의 원인을 현우에게 돌릴 뿐이다.소은지는 이런 광경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결국, 혼자만의 집착일 뿐이었다.송연미의 분노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이지?”“...”송연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억압이 깃들어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소은지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너와 여섯째 도련님의 일,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만약 그분이 알게 된다면...”송연미는 말을 멈추고 소은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고와 위협이 담겨 있었다.소은지는 그 속셈을 간파한 듯 가볍게 웃었다.“날 협박하겠다는 거야?”“그분이 알게 된다면, 현우는 반드시 우리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거야. 그때도 현우가 널 선택할 것 같아?”“그럼 해보던가.”송연미의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소은지는 앞에 앉아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은지의 태도는 단호했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소은지의 모습에 송연미의 마음은 한층 더 흔들렸다.그랬다.이 상황에서도 송연미는 여전히 소은지와 여섯째 도련님 사이의 일이 자신의 유리한 카드라고 믿고 있었다. 엔데스 가문의 일이 끝나기 전인데도 말이다.이 카드는 소은지에게도, 현우에게도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송연미는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썼다. 단지 소은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주길 바랐을 뿐이다.하지만... 소은지는 이 모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냉정하고 무심했다. 소은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렇다.송연미가 소은지에게 느낀 감정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여자는 마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 점이 송연미의 마음을 더 초조하게 했다.“해볼래?”소은지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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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아직도 협박할 수 있냐고?송연미가 말한 것들이 정말 소은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 여자가 두려워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송연미는 소은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꼿꼿하게 걸어가고 있는 소은지의 뒷모습은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태도가 느껴졌다.“여섯째 도련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여섯째 도련님이 날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넌 네가 원하는 걸 평생 이룰 수 없다는 거야.”차분하게 말을 마친 소은지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소은지의 발걸음은 가볍지도, 급하지도 않았다.그 발걸음에서는 오직 평온함만이 느껴졌다. 지금의 소은지는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두려움도 없는 사람 같았다.그런 소은지를 보며, 송연미는 소은지가 무엇을 두려워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밖으로 나간 소은지에게 도우미가 한 마리의 주황색 고양이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그랬다.소은지의 옆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이런 상황에서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을 여유가 있다니. 이 여자는 정말 두려움이란 감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소은지는 품에 안긴 작은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조그맣고 여린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했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일곱째 도련님께서 길에서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사모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 보내셨다고요.”길에서 발견했다니? 현우의 따뜻한 마음씨에 소은지는 미소를 지었다..보통 남자라면 이런 행동을 할 리 없는데, 현우는 달랐다. 현우의 이런 모습은 귀엽다 못해 믿음직스러웠다. 현우는 믿음직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였다.소은지는 고양이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작은 고양이는 소은지의 품 안에서 몸을 비비며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오씨 아줌마.”“네,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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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강이한은 이유영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이유영이 물었다.“대체 어디 가는 거야?”“염 선생님이 드디어 진료를 허락하셨어.”지난 스무날 동안.아무리 이유영이 강이한을 거부하고 밀어내도, 강이한은 단 한 순간도 이유영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한결같이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서주의 상황이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유영은 혼란에 휩싸였겠다고 짐작했다.그럼에도 강이한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차 안에서.이유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한다고 내가 널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감동이라도 했냐고? 전혀, 조금도 감동하지 않았다. 강이한은 이 험난한 순간에도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이유영의 말에 옆자리의 강이한이 잠시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망설임 없이 이유영을 품에 끌어안으며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용서는 필요 없어. 난 네가 낫기만 하면 돼.”용서?강이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은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랐다.그렇다.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었다.하지만 괜찮았다.강이한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이유영이 건강을 되찾는 것뿐이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강이한은 마치 지난 생에서 스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고집스러웠다.이유영은 그때도 어둠 속에서 자신을 적응시키려 애썼다. 강이한은 이런 이유영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누군가가 도우려 해도 이유영은 완강히 거부했다. 우지와 우현이 곁을 지켰음에도 이유영은 그 누구의 손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 생에서, 이유영의 곁에는 강이한 밖에 없었고 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강이한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그러나 이번 생은 달랐다. 이유영 곁엔 가족도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어둠 속에 익숙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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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그리고 이곳 우천시의 기후는 정말 좋았다.지금은 여름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의 몸 상태 때문에 이처럼 기후가 좋은 곳에서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진료를 받는 도중.강이한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유영은 어두운 진료실 안에서 진하게 퍼지는 한약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냄새는 유난히 강렬했다.“연기에 화상 입은 건가요?”염 선생님은 이유영의 눈을 살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때 완전히 실명한 건 아니었죠?”“맞아요.”“왜 그땐 수술을 받지 않았죠?”당시 상황에서는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의사들은 보수적인 치료로는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경고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시력이 급격히 악화될 거라고 했다.모두 그렇게 말했다.“적합한 시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정씨 가문 아가씨 아닌가요?”“네.”이유영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염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정씨 가문이라면 수술을 받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보아하니 염 선생님은 단순한 의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상류층에 대한 사정은 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유명한 의사라면 당연히 상류층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을 것이다.“수술이 절실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이유영의 어조는 담담했다. 이유영은 자신의 실명에 대해 아무런 원망도, 후회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평정 속에는 깊은 체념이 스며 있었다.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이유영의 맥을 짚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이내 염 선생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아가씨는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복이 많다니?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염 선생님은 이어서 말했다.“그 아이가 아가씨 같은 딸을 둔 것도 그 아이의 복이죠.”“...”“그리고 그런 남편을 둔 것도 아가씨의 복이에요.”남편?강이한? 염 선생의 말에 이유영의 온몸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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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사실 난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염 선생님은 너처럼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수백 명도 더 치료해 봤어. 경험이 아주 풍부하시니, 날 믿어.”믿으라고? 이유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이유영의 싸늘한 반응에 강이한의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렸다. 하지만 이유영을 탓할 자격은 그에게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이 지경까지 만든 건 바로 자신이었다.강이한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가장 기대고 싶고 믿고 싶었던 순간에, 강이한은 번번이 이유영의 곁에 없었다. 이유영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모든 것은 그의 자업자득이었다. 이 쓰라린 결과는 오로지 그가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정원에는 한약 냄새가 짙게 깔려 공기마저 쌉쌀하게 느껴졌다. 지난 몇 년간 임소미와 함께 지내며 이유영은 이 한약 냄새에 익숙해졌다.그러나 이번 약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쓰고 거북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 그릇의 약이 이유영의 앞에 놓였다.“먼저 약부터 마셔.”강이한의 목소리에는 모든 미안함과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한때 이유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모두 보상하고 싶었다.“이 약은 얼마나 더 먹어야 해?”임소미와 함께 있을 때부터 이유영은 끊임없이 약을 먹어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약 복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이유영을 더 지치게 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약을 마실 때마다 임소미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이유영은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모든 약을 마셨다.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쓴 약이라도 어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지와 우현이 직접 약을 챙겨왔고 이유영이 약을 마시는 것까지 확인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임소미가 직접 회사를 찾아와 확인하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그때는 몰랐다. 왜 고모인 임소미가 그렇게까지 이유영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지.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진정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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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이유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서주에서 벌어진 상황이 이십여 일 만에 얼마나 엉망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이한은 두 달 동안 이곳에 남겠다고 했다. 두 달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긴 시간이다. 아직 이유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이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건 네 몸 상태가 괜찮을 때의 얘기야.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반년이 걸릴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두 달도 버거운 시간인데 반년이라니?“유영아,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 내가 네 곁에 끝까지 있을게.”강이한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의 진심이 흔들림 없이 전해졌다.하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이온유,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지?”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유영의 어투에는 여전히 강이한에 대한 냉소가 배어 있었다.얼마 전 큰 병을 앓고 겨우 회복한 이온유를 두고 정말 여기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맞아.”강이한이 솔직히 대답했다.“여기에 있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이유영의 질문에는 여전히 의심이 묻어 있었다. 과연 이럴 여유가 있을까? 두 달이든 반년이든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얼마나 걸리든, 이번엔 반드시 네 곁에 있을 거야.”“말은 잘도 하네.”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서주 쪽 상황이 이런데, 강이한이 정말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유영 또한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주의 일들로 계속 바쁘다는 것을.“일단 약부터 마시자.”강이한은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과거 이유영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이번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갚겠다는 각오가 강이한의 마음을 채웠다.그리고 이유영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지금 강이한의 마음에는 오직 하나, 이유영의 건강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뿐이었다.“너무 써.”약의 쓴맛이 마치 입안을 사로잡는 듯했다. 황련보다 더 쓴 느낌이었다.너무 쓰다 못해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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