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08화

Author: 진헤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13 19:00:00
그리고 이곳 우천시의 기후는 정말 좋았다.

지금은 여름이었다.

하지만 이유영의 몸 상태 때문에 이처럼 기후가 좋은 곳에서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진료를 받는 도중.

강이한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유영은 어두운 진료실 안에서 진하게 퍼지는 한약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냄새는 유난히 강렬했다.

“연기에 화상 입은 건가요?”

염 선생님은 이유영의 눈을 살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완전히 실명한 건 아니었죠?”

“맞아요.”

“왜 그땐 수술을 받지 않았죠?”

당시 상황에서는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의사들은 보수적인 치료로는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경고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시력이 급격히 악화될 거라고 했다.

모두 그렇게 말했다.

“적합한 시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정씨 가문 아가씨 아닌가요?”

“네.”

이유영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

염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정씨 가문이라면 수술을 받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보아하니 염 선생님은 단순한 의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상류층에 대한 사정은 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유명한 의사라면 당연히 상류층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을 것이다.

“수술이 절실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유영의 어조는 담담했다. 이유영은 자신의 실명에 대해 아무런 원망도, 후회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평정 속에는 깊은 체념이 스며 있었다.

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이유영의 맥을 짚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이내 염 선생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가씨는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

복이 많다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염 선생님은 이어서 말했다.

“그 아이가 아가씨 같은 딸을 둔 것도 그 아이의 복이죠.”

“...”

“그리고 그런 남편을 둔 것도 아가씨의 복이에요.”

남편?

강이한? 염 선생의 말에 이유영의 온몸이 순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9화

    “사실 난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염 선생님은 너처럼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수백 명도 더 치료해 봤어. 경험이 아주 풍부하시니, 날 믿어.”믿으라고? 이유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이유영의 싸늘한 반응에 강이한의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렸다. 하지만 이유영을 탓할 자격은 그에게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이 지경까지 만든 건 바로 자신이었다.강이한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가장 기대고 싶고 믿고 싶었던 순간에, 강이한은 번번이 이유영의 곁에 없었다. 이유영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모든 것은 그의 자업자득이었다. 이 쓰라린 결과는 오로지 그가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정원에는 한약 냄새가 짙게 깔려 공기마저 쌉쌀하게 느껴졌다. 지난 몇 년간 임소미와 함께 지내며 이유영은 이 한약 냄새에 익숙해졌다.그러나 이번 약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쓰고 거북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 그릇의 약이 이유영의 앞에 놓였다.“먼저 약부터 마셔.”강이한의 목소리에는 모든 미안함과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한때 이유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모두 보상하고 싶었다.“이 약은 얼마나 더 먹어야 해?”임소미와 함께 있을 때부터 이유영은 끊임없이 약을 먹어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약 복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이유영을 더 지치게 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약을 마실 때마다 임소미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이유영은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모든 약을 마셨다.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쓴 약이라도 어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지와 우현이 직접 약을 챙겨왔고 이유영이 약을 마시는 것까지 확인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임소미가 직접 회사를 찾아와 확인하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그때는 몰랐다. 왜 고모인 임소미가 그렇게까지 이유영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지.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진정한 가

    Last Updated : 2025-01-1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10화

    이유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서주에서 벌어진 상황이 이십여 일 만에 얼마나 엉망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이한은 두 달 동안 이곳에 남겠다고 했다. 두 달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긴 시간이다. 아직 이유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이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건 네 몸 상태가 괜찮을 때의 얘기야.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반년이 걸릴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두 달도 버거운 시간인데 반년이라니?“유영아,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 내가 네 곁에 끝까지 있을게.”강이한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의 진심이 흔들림 없이 전해졌다.하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이온유,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지?”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유영의 어투에는 여전히 강이한에 대한 냉소가 배어 있었다.얼마 전 큰 병을 앓고 겨우 회복한 이온유를 두고 정말 여기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맞아.”강이한이 솔직히 대답했다.“여기에 있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이유영의 질문에는 여전히 의심이 묻어 있었다. 과연 이럴 여유가 있을까? 두 달이든 반년이든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얼마나 걸리든, 이번엔 반드시 네 곁에 있을 거야.”“말은 잘도 하네.”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서주 쪽 상황이 이런데, 강이한이 정말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유영 또한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주의 일들로 계속 바쁘다는 것을.“일단 약부터 마시자.”강이한은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과거 이유영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이번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갚겠다는 각오가 강이한의 마음을 채웠다.그리고 이유영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지금 강이한의 마음에는 오직 하나, 이유영의 건강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뿐이었다.“너무 써.”약의 쓴맛이 마치 입안을 사로잡는 듯했다. 황련보다 더 쓴 느낌이었다.너무 쓰다 못해 괴로

    Last Updated : 2025-01-1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11화

    강이한은 이유영이 참아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안타까웠다.가능하다면, 이 쓰디쓴 약을 대신 마시고 싶었다. 그러면 이유영이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싶어서였다.“강이한, 내가 너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이유영은 앞으로도 이 약을 오랫동안 삼켜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몸이 떨렸다.그동안 마음 깊이 감정을 눌러 담고 살아왔던 이유영은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강이한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강이한이 너무 미웠다.“알아.”알고 있다니.“아니, 넌 몰라. 너는 아무것도 몰라.”이유영의 낮은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강이한은 아무것도 모른다.사람이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강이한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이유영에게 강이한은 단순히 미운 사람이 아니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의 상처 그 자체였다. 이유영이 받았던 고통의 근원이자 도저히 치유되지 않는 아픔이었다.“그래, 난 몰라.”강이한은 고개를 떨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마치 끝없는 안개 속에 가려진 듯 희미하고 불확실했다.그런 불확실함이 강이한을 두렵게 만들었다.밤이 깊어졌다. 또다시 이유영은 약 한 그릇을 힘겹게 삼켰다. 그러나 결국, 이유영은 약의 쓴맛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이 약은 강이한조차 감당하기 힘든 맛이었다. 이유영처럼 예민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더 고통일 것이다.강이한은 무력하게 이유영을 지켜보며 굳어버렸다.그러나 토해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다시 약을 마셔야만 했다.약을 억지로 다 마신 뒤, 이유영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미 기진맥진한 이유영을 강이한은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강이한의 눈빛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애틋함과 고통이 담겨 있었다.처음에 우지와 우현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다가서는 것조차 불편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강이한이 얼마나

    Last Updated : 2025-01-1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화

    “우리 이혼해요.”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갑자기?”“네.”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손 이리 줘봐.”탁!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법원으로 가요.”“이유영.”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Last Updated : 2023-12-0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화

    또각또각.익숙한 하이힐 소리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함께 가까워지고 있었다.한지음!강이한의 첫사랑이자 그녀의 망막을 가져간 여자.유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용인 부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불렀으니까.”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여긴 왜 왔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또 뭘 바라고 온 것일까?한지음은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전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들을래?”유영은 고개를 돌려버렸다.“너 임신했더라.”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음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이한 씨는 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 나도 임신했거든.”쿵!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유영의 얼굴에 금이 갔다.‘강이한, 이런 거였어?’혈색을 잃은 그녀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고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유영은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여자는 자랑하러 온 것이다. 이미 모든 걸 잃었는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었다.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어제 그 사람한테 내가 이혼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유영도 그녀의 기분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망막까지 빼앗아 가고 임신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 그이는 네가 이 집의 안주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봐.”강이한을 좋아해서 한지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여자에게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었다.강이한과는 이미 끝내기로 했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도발하는 여자에게 가만히 당하고 싶지도 않았다.“하, 그래서 이한 씨가 널 사랑한다고 말하고

    Last Updated : 2023-12-0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화

    “악!”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피부에서 아직도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남자의 거친 손이 다가와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꿈꿨어? 조금만 더 자자.”유영은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이한의 준수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유영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앞이 보여? 이게 어떻게 된 거지?’눈을 다시 감았다 뜨니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창문이 보였다.천장, 커튼, 그리고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설마?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찾았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화재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회귀… 한 건가?강이한은 뒤척이는 소리에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아침부터 왜 이래?”그러거나 말거나 유영은 핸드폰에 찍힌 날짜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납치하기 전 날로 돌아와 있었다.“당신 왜 그래?”그녀의 이상한 반응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유영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화상 자국이 있어야 할 팔뚝도 말끔했다.아직도 불길이 자신을 덮친 그날의 느낌이 생생한데 그녀는 그 사고가 있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유영은 바닥에 앉아 양팔로 자신을 껴안고 중얼거렸다.“유영아, 하늘이 널 불쌍히 여겨 기회를 준 거야.”욕실을 나선 유영은 침대로 다가가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이혼해.”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에 강이한이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은지한테 부탁해서 이혼 서류 준비시킬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도 변호사 불러.”“대체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거야?”강이한은 이 상황이

    Last Updated : 2023-12-0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화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그럼 한 비서는 어떻

    Last Updated : 2023-12-0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화

    이유영은 홧김에 손을 번쩍 들고 남자의 귀뺨을 때렸다.남자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목을 잡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어. 대체 무슨 일인지 이유는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강이한은 그제야 이유영이 단지 기분이 나쁜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줄곧 온화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얌전한 현모양처였다. 정말 화가 나는 순간이 와도 그녀는 혼자 삭히고 오히려 먼저 그에게 다가와 줄 줄 아는 여자였다.이유영은 자신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곧 있으면 법원 직원들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야. 일단 서류부터 제출하고 다시 얘기하자.”“이유영!”남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이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슴을 밀쳤다. 하지만 남자는 태산처럼 요지부동이었다.강이한은 운전 기사에게 곧장 집으로 갈 것을 명령했다.어차피 기분이 엉망이라 돌아가서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도 무리였다.돌아가는 길, 운전기사의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집에 도착한 뒤, 이유영과 강이한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이제 얘기해 봐.”“더 얘기할 것도 없어. 말하긴 뭘 말해?”반년 사이 비서와 바람이 난 사실을 온 청하시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작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해주지 않았다.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이유영을 잡아먹을 것처럼 훑어보았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에 남자의 표정이 점점 더 험하게 일그러졌다.“이유영, 세강 일가에게 이혼이란 존재할 수 없어. 사별이면 몰라도.”이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녀는 착잡한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그래서 지난 생에 나를 불에 태워 죽인 거니?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첫 이혼이면 되겠네. 아니면 나가서 죽거나.”강이한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거만한 표정으로 이유영을 내려다보았다.왕의 기질을 타고난 이 남자는 화가 날 때면 항상 이

    Last Updated : 2023-12-06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11화

    강이한은 이유영이 참아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안타까웠다.가능하다면, 이 쓰디쓴 약을 대신 마시고 싶었다. 그러면 이유영이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싶어서였다.“강이한, 내가 너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이유영은 앞으로도 이 약을 오랫동안 삼켜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몸이 떨렸다.그동안 마음 깊이 감정을 눌러 담고 살아왔던 이유영은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강이한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강이한이 너무 미웠다.“알아.”알고 있다니.“아니, 넌 몰라. 너는 아무것도 몰라.”이유영의 낮은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강이한은 아무것도 모른다.사람이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강이한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이유영에게 강이한은 단순히 미운 사람이 아니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의 상처 그 자체였다. 이유영이 받았던 고통의 근원이자 도저히 치유되지 않는 아픔이었다.“그래, 난 몰라.”강이한은 고개를 떨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마치 끝없는 안개 속에 가려진 듯 희미하고 불확실했다.그런 불확실함이 강이한을 두렵게 만들었다.밤이 깊어졌다. 또다시 이유영은 약 한 그릇을 힘겹게 삼켰다. 그러나 결국, 이유영은 약의 쓴맛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이 약은 강이한조차 감당하기 힘든 맛이었다. 이유영처럼 예민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더 고통일 것이다.강이한은 무력하게 이유영을 지켜보며 굳어버렸다.그러나 토해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다시 약을 마셔야만 했다.약을 억지로 다 마신 뒤, 이유영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미 기진맥진한 이유영을 강이한은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강이한의 눈빛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애틋함과 고통이 담겨 있었다.처음에 우지와 우현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다가서는 것조차 불편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강이한이 얼마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10화

    이유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서주에서 벌어진 상황이 이십여 일 만에 얼마나 엉망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이한은 두 달 동안 이곳에 남겠다고 했다. 두 달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긴 시간이다. 아직 이유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이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건 네 몸 상태가 괜찮을 때의 얘기야.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반년이 걸릴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두 달도 버거운 시간인데 반년이라니?“유영아,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 내가 네 곁에 끝까지 있을게.”강이한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의 진심이 흔들림 없이 전해졌다.하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이온유,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지?”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유영의 어투에는 여전히 강이한에 대한 냉소가 배어 있었다.얼마 전 큰 병을 앓고 겨우 회복한 이온유를 두고 정말 여기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맞아.”강이한이 솔직히 대답했다.“여기에 있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이유영의 질문에는 여전히 의심이 묻어 있었다. 과연 이럴 여유가 있을까? 두 달이든 반년이든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얼마나 걸리든, 이번엔 반드시 네 곁에 있을 거야.”“말은 잘도 하네.”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서주 쪽 상황이 이런데, 강이한이 정말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유영 또한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주의 일들로 계속 바쁘다는 것을.“일단 약부터 마시자.”강이한은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과거 이유영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이번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갚겠다는 각오가 강이한의 마음을 채웠다.그리고 이유영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지금 강이한의 마음에는 오직 하나, 이유영의 건강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뿐이었다.“너무 써.”약의 쓴맛이 마치 입안을 사로잡는 듯했다. 황련보다 더 쓴 느낌이었다.너무 쓰다 못해 괴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9화

    “사실 난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염 선생님은 너처럼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수백 명도 더 치료해 봤어. 경험이 아주 풍부하시니, 날 믿어.”믿으라고? 이유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이유영의 싸늘한 반응에 강이한의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렸다. 하지만 이유영을 탓할 자격은 그에게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이 지경까지 만든 건 바로 자신이었다.강이한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가장 기대고 싶고 믿고 싶었던 순간에, 강이한은 번번이 이유영의 곁에 없었다. 이유영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모든 것은 그의 자업자득이었다. 이 쓰라린 결과는 오로지 그가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정원에는 한약 냄새가 짙게 깔려 공기마저 쌉쌀하게 느껴졌다. 지난 몇 년간 임소미와 함께 지내며 이유영은 이 한약 냄새에 익숙해졌다.그러나 이번 약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쓰고 거북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 그릇의 약이 이유영의 앞에 놓였다.“먼저 약부터 마셔.”강이한의 목소리에는 모든 미안함과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한때 이유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모두 보상하고 싶었다.“이 약은 얼마나 더 먹어야 해?”임소미와 함께 있을 때부터 이유영은 끊임없이 약을 먹어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약 복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이유영을 더 지치게 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약을 마실 때마다 임소미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이유영은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모든 약을 마셨다.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쓴 약이라도 어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지와 우현이 직접 약을 챙겨왔고 이유영이 약을 마시는 것까지 확인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임소미가 직접 회사를 찾아와 확인하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그때는 몰랐다. 왜 고모인 임소미가 그렇게까지 이유영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지.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진정한 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8화

    그리고 이곳 우천시의 기후는 정말 좋았다.지금은 여름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의 몸 상태 때문에 이처럼 기후가 좋은 곳에서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진료를 받는 도중.강이한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유영은 어두운 진료실 안에서 진하게 퍼지는 한약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냄새는 유난히 강렬했다.“연기에 화상 입은 건가요?”염 선생님은 이유영의 눈을 살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때 완전히 실명한 건 아니었죠?”“맞아요.”“왜 그땐 수술을 받지 않았죠?”당시 상황에서는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의사들은 보수적인 치료로는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경고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시력이 급격히 악화될 거라고 했다.모두 그렇게 말했다.“적합한 시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정씨 가문 아가씨 아닌가요?”“네.”이유영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염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정씨 가문이라면 수술을 받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보아하니 염 선생님은 단순한 의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상류층에 대한 사정은 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유명한 의사라면 당연히 상류층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을 것이다.“수술이 절실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이유영의 어조는 담담했다. 이유영은 자신의 실명에 대해 아무런 원망도, 후회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평정 속에는 깊은 체념이 스며 있었다.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이유영의 맥을 짚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이내 염 선생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아가씨는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복이 많다니?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염 선생님은 이어서 말했다.“그 아이가 아가씨 같은 딸을 둔 것도 그 아이의 복이죠.”“...”“그리고 그런 남편을 둔 것도 아가씨의 복이에요.”남편?강이한? 염 선생의 말에 이유영의 온몸이 순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7화

    강이한은 이유영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이유영이 물었다.“대체 어디 가는 거야?”“염 선생님이 드디어 진료를 허락하셨어.”지난 스무날 동안.아무리 이유영이 강이한을 거부하고 밀어내도, 강이한은 단 한 순간도 이유영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한결같이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서주의 상황이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유영은 혼란에 휩싸였겠다고 짐작했다.그럼에도 강이한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차 안에서.이유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한다고 내가 널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감동이라도 했냐고? 전혀, 조금도 감동하지 않았다. 강이한은 이 험난한 순간에도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이유영의 말에 옆자리의 강이한이 잠시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망설임 없이 이유영을 품에 끌어안으며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용서는 필요 없어. 난 네가 낫기만 하면 돼.”용서?강이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은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랐다.그렇다.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었다.하지만 괜찮았다.강이한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이유영이 건강을 되찾는 것뿐이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강이한은 마치 지난 생에서 스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고집스러웠다.이유영은 그때도 어둠 속에서 자신을 적응시키려 애썼다. 강이한은 이런 이유영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누군가가 도우려 해도 이유영은 완강히 거부했다. 우지와 우현이 곁을 지켰음에도 이유영은 그 누구의 손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 생에서, 이유영의 곁에는 강이한 밖에 없었고 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강이한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그러나 이번 생은 달랐다. 이유영 곁엔 가족도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어둠 속에 익숙해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6화

    아직도 협박할 수 있냐고?송연미가 말한 것들이 정말 소은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 여자가 두려워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송연미는 소은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꼿꼿하게 걸어가고 있는 소은지의 뒷모습은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태도가 느껴졌다.“여섯째 도련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여섯째 도련님이 날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넌 네가 원하는 걸 평생 이룰 수 없다는 거야.”차분하게 말을 마친 소은지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소은지의 발걸음은 가볍지도, 급하지도 않았다.그 발걸음에서는 오직 평온함만이 느껴졌다. 지금의 소은지는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두려움도 없는 사람 같았다.그런 소은지를 보며, 송연미는 소은지가 무엇을 두려워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밖으로 나간 소은지에게 도우미가 한 마리의 주황색 고양이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그랬다.소은지의 옆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이런 상황에서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을 여유가 있다니. 이 여자는 정말 두려움이란 감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소은지는 품에 안긴 작은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조그맣고 여린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했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일곱째 도련님께서 길에서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사모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 보내셨다고요.”길에서 발견했다니? 현우의 따뜻한 마음씨에 소은지는 미소를 지었다..보통 남자라면 이런 행동을 할 리 없는데, 현우는 달랐다. 현우의 이런 모습은 귀엽다 못해 믿음직스러웠다. 현우는 믿음직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였다.소은지는 고양이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작은 고양이는 소은지의 품 안에서 몸을 비비며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오씨 아줌마.”“네, 사모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5화

    눈앞에서 떨고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이런 무의미한 일은 이제 그만둬.”애써 더 많은 노력을 쏟을수록 결국 더 깊은 실망만 남는 법이다. 그리고 그 실망의 원인을 현우에게 돌릴 뿐이다.소은지는 이런 광경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결국, 혼자만의 집착일 뿐이었다.송연미의 분노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이지?”“...”송연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억압이 깃들어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소은지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너와 여섯째 도련님의 일,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만약 그분이 알게 된다면...”송연미는 말을 멈추고 소은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고와 위협이 담겨 있었다.소은지는 그 속셈을 간파한 듯 가볍게 웃었다.“날 협박하겠다는 거야?”“그분이 알게 된다면, 현우는 반드시 우리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거야. 그때도 현우가 널 선택할 것 같아?”“그럼 해보던가.”송연미의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소은지는 앞에 앉아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은지의 태도는 단호했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소은지의 모습에 송연미의 마음은 한층 더 흔들렸다.그랬다.이 상황에서도 송연미는 여전히 소은지와 여섯째 도련님 사이의 일이 자신의 유리한 카드라고 믿고 있었다. 엔데스 가문의 일이 끝나기 전인데도 말이다.이 카드는 소은지에게도, 현우에게도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송연미는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썼다. 단지 소은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주길 바랐을 뿐이다.하지만... 소은지는 이 모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냉정하고 무심했다. 소은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렇다.송연미가 소은지에게 느낀 감정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여자는 마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 점이 송연미의 마음을 더 초조하게 했다.“해볼래?”소은지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4화

    소은지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겉으론 무심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내 생각엔, 현우가 이미 네 아버지의 지원을 거절한 것 같은데?”송연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을 이어갔다.소은지의 말투는 비아냥으로 가득 찼고 송연미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소은지는 정곡을 찔렀다. 정말 마녀 같은 여자였다.바로 그 순간, 송연미는 현우가 이렇게 오랜 세월 한곳에 머물러 있다가 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는지 깨달았다.바로 이 여자...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 때문에 최근 들어 현우가 여러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예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소은지가 등장한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현우는 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후로 파리를 떠났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간 엔데스 가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현우는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왔고 그것도 이 여자 때문이라니?송연미는 소은지를 응시했다.송연미의 눈빛은 마치 소은지를 꿰뚫으려는 듯한 날카로움으로 가득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한 말이 맞는 모양이네.”“만족스러워?”소은지의 태도에 송연미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송연미는 수년간 엔데스 가문에서 겪은 일들로 인해 이미 모든 인내심을 잃어버렸다.모든 것을 잃은 송연미는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지금 소은지의 태도는 송연미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현우의 곁에 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모든 것이 끝나야 할 타이밍이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겨우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하지만 현우가 돌아왔을 때, 현우의 곁에는 소은지가 있었다. 소은지는 그렇게 이곳 반산월에 머물고 있었다.소은지는 반산월이 가진 의미를 알 리 없었다. 그곳은 송연미와 현우가 함께 설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결혼하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3화

    무언가 생각난 듯, 송연미는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송연미의 눈빛은 단순히 차가운 것을 넘어 얼음처럼 날카로웠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엔데스 가문이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고 있겠지?”“...”“우리 아버지의 지지가 현우에게 굉장히 중요해.”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송연미를 차지했기 때문이다.결혼 후, 엔데스 운빈이 아무리 송연미를 존중했어도, 송연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수년 동안, 송연미는 엔데스 운빈의 곁을 떠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드디어 아버지를 설득해 아버지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 결과가 송연미를 이렇게까지 괴롭게 만들 줄은 몰랐다.“소은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을 거라고 믿어.”소은지가 침묵하자, 송연미는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껏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그 이유는 단 하나,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가 느낀 현우의 변화를 송연미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둘이 느낀 대상은 완전히 달랐다. 송연미의 눈에는 엔데스 현우의 변화가 모두 소은지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그렇기에 송연미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이대로 두면 상황은 더욱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었다.송연미는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소은지에게 단호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소은지는 그런 송연미를 비웃으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소은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네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면 어떡할 건데?”소은지는 자신이 하는 말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하는 게 분명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송연미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그 이유는 명백했다. 송연미는 이미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엔데스 현우도 결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