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 돼.”진수현이 슬쩍 눈을 흘기며 바라보았다.“너 몸 허약하잖아. 네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께서 어떻게 감당해.”심윤아는 대답이 없다.“아무리 허약하다 해도 쓰러질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게다가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깬 그녀는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심윤아는 자신이 외출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도 진수현은 동의해 주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 서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심윤아는 진수현의 상처가 걱정되었다. 빨리 상처가 낫기 위해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자꾸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상처가 아물 새 없이 자꾸 벌어질 텐데 언제 다 낫겠는가.반면 진수현은 심윤아의 몸이 허약한 것이 걱정되었다. 영양실조에 평소 먹는 음식도 적은데 시장 같은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는가. 딸이 쓰러지면 할머님과 할아버님께서는 분명 놀라서 정신이 없을 것이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지극히 걱정했기에 서로 절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상대의 안위를 더 생각하는 것이다.두 사람의 말다툼은 밖에서 이선희가 다시 문을 두드릴 때까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윤아야, 현아. 준비 다 됐니?”어머님의 목소리에 심윤아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어머님, 전 준비 됐어요. 근데 수현이는 안 갈 거예요.”“뭐?”아들이 가지 않는다는 말에 이선희가 어리둥절하며 무슨 일이냐 물으려 했다. 그러나 묻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고 곧이어 아들의 냉랭한 얼굴이 보였다.진수현은 손을 문손잡이에 걸친채 마치 마치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니, 윤아도 안 가요.”“?”둘이 단단히 미친 건가. 서로가 안 간다고?“어머님, 전 가요.”수현의 뒤에서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가 폴짝 뛰며 어머니와 대화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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