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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심야 파수꾼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990 챕터

제561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연성훈을 바라봤다.“성훈 씨, 전에 가희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자, 이쪽부터 소개하죠.”말을 이어가던 그는 손을 내밀었다.“이쪽은 가희의 할아버지인 방승준입니다.”사실 연성훈이 들어온 후부터 방승준은 줄곧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 감탄, 흥분이 담겨있었고 이 자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연성훈과 겨룰 기세였다.“안녕하세요.”그는 선뜻 손을 내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안녕하세요.”연성훈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는 방승준이 무술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같은 세대에 태어난 방씨 가문 자제들이 워낙 제구실 못한 탓에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어쩔 수 없이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 이유로 무술과도 점점 거리가 생겼고 한동안은 손을 놓게 되었다.그 후 방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재빨리 가업을 넘겨줬고 그는 꿈에 그리던 무술에 다시 집중하게 되었다.그가 최고급에 오른 지도 수년이 지났다. 현재 어떤 실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단정할 수는 없으나 ‘천’ 차트에 그의 이름이 없는 건 확실하다.물론 연성훈은 잘 알고 있다. 방승준 같은 사람은 평범하게 도시를 돌아다니며 활동하기에 언더그라운드와는 거의 접촉하지 않기에 아무리 강하더라도 직접 손을 쓰는 일이 적었고 ‘천’ 차트에 이름이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이때 방욱이 입을 열었다.“이쪽은 손민호예요. 곽태호 씨가 주최한 연회에서 서로 만난 적 있죠?”“맞아요, 아주 잘 아는 사이예요. 서로 오해가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딱히 신경 안 써요.”손민호는 웃으면서 한발 먼저 그의 말에 답했다.“그렇게 서로 오해하고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죠. 아참, 가희의 약혼자이기도 해요. 이렇게 겸사겸사 상견례를 하는 거죠. 나랑 가희 엄마는 아주 만족...”“아빠!”방가희가 급히 입을 열었다.“민호 오빠 안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전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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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방승준의 호통을 들은 손민호 일가는 움찔하며 연성훈의 눈치를 살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곧이어 방승준은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성훈 씨, 마침 얘기가 나와서 언성이 높아진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연성훈은 재빨리 답했다.“정말 괜찮습니다. 전 이만 가볼 테니까 편하게 얘기하세요. 가희 씨의 일은 당연히 제가 도와야 할 일이었고 서로 윈윈하는 관계이니 너무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자리를 피하려는 그의 확고함에 손민호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눈살을 찌푸렸다.방승준의 표정도 살짝 일그러졌다.“꼭 가야만 한다니 어쩔 수가 없네요. 방욱아!”“네.”방승준의 말을 들은 방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곧바로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성훈 씨,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잠깐 이쪽으로...”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고 방욱을 따라나섰다.그는 연성훈을 데리고 거실을 가로질러 거대한 서재로 안내했다.“앉으세요.”“무슨 일이세요?”연성훈의 질문에 방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홍연과 블랙 섀도우가 왜 가희 타깃으로 삼고 방씨 가문을 공격하는지 알고 계시죠?”연성훈은 잠시 고민하며 말했다.“방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뭔가를 얻으려는 게 틀림없어요. 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 용골일 것 같네요.”방욱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에 임성화 씨가 아버지를 몰래 찾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물론 얘기를 나누다가 쫓겨났지만요.”그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늘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건 심야 파수꾼도 마찬가지겠죠? 저희는 늘 가문의 계승과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리고 있어요. 물론 그중에는 가희의 혼사로 포함되겠죠? 성훈 씨가 방금 직설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시큰둥한 눈빛과 표정에서 전부 느껴졌어요. 돈도 많으면서 아이의 행복을 희생하는 저희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셨죠?”그의 말에 연성훈은 반박할 수 없었다.아무리 막강한 재벌가여도 몰락하는 건 한순간이기에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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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정사각형 모양인 상자 위에는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어 매우 고풍스러워 보였다.연성훈은 3년 전 임무 수행 중에 받았던 철제 상자와 똑같은 겉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방욱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이 방씨 가문을 공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상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연성훈은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이 상자가 뭘 의미하는지 그 역시도 몰랐다.추인혜의 말에 따르면 심야 파수꾼에서도 이 철제 상자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고 한다.“이게 뭐죠?”연성훈이 물었다.“여기에는 언더그라운드 전체와 관련된 거대한 비밀이 담겨 있어요.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거든요.”말을 이어가던 그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방씨 가문이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이 철제 상자와 용골 덕분이에요. 물론 그에 따른 어려움도 아주 많았죠.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대를 이어오면서 저희를 공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특급이 많아서 안전이 보장된 예전과 달리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예요. ‘천’ 차트에 겨우 12명뿐이고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도 20명이 넘지 않을 겁니다. 실력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것들을 노리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그의 말을 듣고 연성훈은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방욱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논의한 끝에 이걸 성훈 씨에게 드리기로 결정했어요.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생각해 줘요. 어떻게 처리할지는 성훈 씨에게 맡길게요.”말하면서 그는 물건들을 연성훈에게 건네줬다.연성훈은 정사각형의 상자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고 곧바로 용골이 들어있는 또 다른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네 개의 뼈가 있었는데 가장 큰 것은 족히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살며시 쓰다듬어 보았으나 몸속으로 녹아드는 느낌이 들지 않아 잠시 고민에 빠졌다.‘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 물건이야.’“고마워요.”연성훈의 말에 방욱은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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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직장인이자 워커홀릭인 구윤아에게 야근은 밥 먹듯이 있는 일이다.은행 입구에 도착한 연성훈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구윤아를 발견하고선 차를 멈추고 차창을 내렸다.“얼른 타.”자연스레 조수석에 올라탄 그녀는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왜 이렇게 바빠? 강성이나 인해에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빈둥빈둥 놀기만 해서 그런지 이렇게 바쁜 사람인 줄 몰랐어.”연성훈은 헛기침하며 말했다.“일이 한꺼번에 밀리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연경에 왔으면 밥이라도 사줬어야 했는데 미안해.”구윤아는 싱글벙글 웃었다.“괜찮아, 농담이야. 나도 연경에 오자마자 너무 바빴거든. 아직 업무에 적응도 못했는데 이것저것 인계받느라고 엄청 스트레스였어. 오늘 간만에 부자를 만났으니까 제대로 한번 먹어줘야지.”“그래.”연성훈은 웃으면서 말했다.“돈 많으니까 마음껏 먹어.”“진짜지? 그럼 비싼 곳으로 갈 거야.”구윤아는 신이 나서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꽤 비싼 레스토랑을 골랐다.“여기로 가자.”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연성훈은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후 구윤아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레스토랑은 연경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그런지 문전성시를 이루지 못했으나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연경의 알짜배기라 할 수 있는 부유층이었다.연성훈과 구윤아가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미녀 웨이터가 다가왔다.“두 분이세요?”“네.”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세요.”그들은 미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창가 쪽에 앉았고 구윤아는 음식을 주문한 뒤 입을 열었다.“아참, 미주 요즘 뭐 하는지 알아? 나랑 연락이 끊긴지 꽤 됐거든.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심야 파수꾼에 들어간 후 줄곧 트레이닝을 받느라 연락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심지어 이제는 크라임 시티로 갔으니, 외부와 연락이 닿을 방법이 더더욱 없다.그는 웃으며 답했다.“미주 씨는 아버님이랑 잠깐 다른 곳으로 갔어. 당분간은 연락이 안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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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원한다면 지금 바로 여자 친구가 생길지도?”구윤아는 발그레 달아오른 두 볼과 함께 연성훈을 바라봤다.연성훈은 어리둥절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속에 담긴 뜻을 어찌 모르겠는가?솔직히 구윤아는 성격, 행동, 외적인 것까지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었고 결혼 상대로도 아주 적합했다.하지만 연성훈은 지금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걸 몸소 느끼면서 막강한 책임감을 탁일우에게 넘길 수도, 그가 칼에 맞아 희생되는 걸 지켜볼 수도 없었다.그러니 때가 오면 반드시 앞장서서 모든 걸 마주할 텐데 이 상황에서 연애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나 다름없다. 생리적인 욕구가 밀려올 때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들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다.구윤아는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선 괜스레 밝은 척 웃으며 말했다.“장난친 건데 이렇게 진지할 일이야?”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눈에서는 실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바로 이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윤아 씨!”어디선가 울린 낯선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포마드 머리를 한 젊은 남자가 옆에 서 있었고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윤아를 바라봤다.“식사하러 오셨어요? 이분은 설마 남자 친구?”남자를 본 구윤아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나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맞아요, 남자 친구예요.”그녀는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이분은 우리 은행 고객님이셔. 성함은 남강우, 남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돼.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청년 사업가야.”남강우는 연성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윤아 씨, 지금 농담하는 거죠? 설마 제가 최근에 고백한 것 때문에 아무나 불러서 상대하는 건가요?”연경에 온 지 불과 며칠 만에 고백을 받다니, 연성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구윤아를 바라봤다.하긴 솔로인 데다가 성격까지 좋으니 매력이 충분했고 이런 미녀를 남자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여자 친구랑 밥 먹다가 그쪽을 우연히 마주친 건데 상대하기 위해 아무나 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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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그의 말을 들은 구윤아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러지 마세요. 정말 제 남자 친구예요.”남강우는 가볍게 웃었다.“아닌 거 알아요. 솔직히 윤아 씨의 눈이 이렇게 낮을 리가 없잖아요?”연성훈은 입술을 깨물더니 웨이터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분이 계산하신다고 하니 그렇게 해주세요. 아참,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술이 얼마죠?”그의 말을 들은 남강우는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웨이터는 흠칫 놀랐으나 줄곧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보이며 친절하게 답했다.“가장 비싼 술은 1억 원에 달하는 와인입니다.”“열병 주세요. 아참, 계산은 이분이 할 거예요. 돈이 엄청 많거든요.”태연하게 말하는 연성훈과 달리 남강우는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남강우는 밑바닥부터 자수성가한 청년 사업가로서 아마 수백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중 유동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건 수십억에 불과했기에 연성훈이 단번에 10억의 술을 주문하자 어안이 벙벙했다.“그걸 다 마실 수 있다고요?”남강우는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당연하죠.”연성훈은 어깨를 으쓱였다.“왜요? 설마 10억조차 없어요? 윤아 연봉만 해도 10억은 훨씬 넘을 텐데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절 무시하다니 기분이 상당히 나쁘네요.”남강우는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테이블 옆의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그럼 10병 주문할게요. 그걸 다 마실 수 있다면 제가 계산하고, 조금이라도 남기면 그쪽이 계산하는 거로 하죠.”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좋아요.”“왜 그래...”구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걱정하지 마.”술을 다 마시지 못하더라도 연성훈은 충분히 계산할 수 있었기에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구윤아는 이런 곳에 돈을 쓰는 게 무척이나 아까웠다.웨이터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곧바로 준비하러 갔고 남강우는 자리에 앉아 뚫어지라 연성훈을 쳐다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술 10병이 도착했고 연성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부 다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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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잘 모르겠어.”구윤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사실 너랑 슬기 씨가 연경에 있어서 이쪽으로 발령받은 거야.”그들은 정말 옆에 앉아있는 남강우에게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았고 자연스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곧 남강우에게도 손님이 찾아왔다. 업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이었으나 그는 전혀 집중하지 못했고 와인을 마시고 있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졌다.이렇게 비싼 술은 그 역시도 마시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연성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컥벌컥 마셨고 그 모습을 보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한편으로는 정말 10병을 다 마실까 봐 걱정되었다. 10억이 그에게 작은 액수가 아니었기에 고작 이런 일로 큰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어느덧 연성훈의 앞에는 빈 병 두 세개가 놓였고 와인을 주스처럼 마시는 모습을 보자 남강우는 마음이 초조해졌다.“대표님, 계속 이런 태도로 임하실 거면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겠네요.”맞은편에 앉은 고객은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는 남강우을 발견하고선 짜증스럽게 말했다.남강우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허 대표님, 죄송합니다. 잠깐 정신이 팔렸네요. 계속 얘기하시죠.”“됐습니다.”허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허 대표는 존경받지 못하는 느낌과 불친절한 태도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인게 분명하다.그가 떠나는 것을 본 남강우는 재빨리 뒤쫓아 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몇 분 후 풀이 죽은 채로 돌아왔다.연성훈 때문에 고객 한 명을 잃었다.‘X발.’그는 속으로 조용히 욕설을 퍼부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고 남강우의 얼굴도 서서히 창백해지기 시작했다.연성훈은... 아홉 병째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게다가 여덟 병을 마셨음에도 정신이 말짱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남강우는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다.그렇게 또 30분이 흘렀다. 연성훈의 앞에 놓인 마지막 와인 두 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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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그 말을 들은 남강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저도 모르게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남 대표님...”웨이터는 눈치를 살피더니 쭈뼛거리며 말했다.남강우는 웃는 듯 마는 듯 약 올리는 연성훈의 표정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좋아요. 제가 계산할게요.”애써 밝은척하며 카드 한 장을 꺼냈으나 그의 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남 대표님은 손이 참 크신 분이네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는 저희가 살게요.”‘저희’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남강우는 화가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연성훈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구윤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꼈다.구윤아는 술을 많이 마신 연성훈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부축했으나 남강우의 눈에는 두 사람이 보란 듯이 면전에서 애정 표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이봐요, 10억 더 주면 윤아 씨 곁에서 꺼져줄래요?”연성훈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20억 줄 테니까 그쪽이야말로 윤아한테 치근덕거리지 말고 꺼져요. 눈치가 없나? 윤아가 싫어하는 게 안 보여요?”“20억? 감당할 수 있겠어요?”남강우는 가볍게 비웃었다.사실 이때 연성훈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아무리 주량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해도 와인 열병 앞에서는 별수 없었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남강우의 말을 듣자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쿵!그는 다이아몬드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태연하게 남강우를 바라봤다.“신해 은행을 다니고 있으면 당연히 이게 뭔지 알겠죠?” 남강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다이아몬드 카드? 그쪽이 왜 이걸 갖고 있죠?”“제가 말했잖아요. 꼭 당신처럼 돈 많다고 티를 내야만 부자인 건 아니라고. 고작 그깟 돈으로 내 앞에서 허세부리다니, 참 역겹네요.”연성훈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경멸하듯 말했다.“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윤아를 귀찮게 하면 신해 은행과의 모든 계약을 파기시킬 수도 있어요. 파산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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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추인혜, 황슬기, 명소민이 떠난 집은 온기를 잃은 듯 쓸쓸했고 왠지 모르게 마음마저 공허해졌다.찬물로 샤워를 마친 연성훈은 방이 비어있음에도 습관적으로 소파로 걸어갔고 그 위에 털썩 누웠다.그렇게 눈이 감기더니 서서히 깊은 잠에 빠졌다....같은 시각 그의 아파트 단지 입구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섰다.“어르신, 여기가 연성훈이 사는 곳입니다.”운전하고 있던 이태현이 입을 열었다.뒷좌석에는 이동민이 앉아 있었고 그 외에도 민머리에 도사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생명을 다한 듯 간신히 눈을 뜬 남자는 이태현의 말을 듣고 눈이 반짝였다.“어르신, 저 자식을 잡기만 한다면 그 방법을 쓸 수 있다는 말씀이죠? 그럼 연명은 여기에 달린 거나 다름없네요. 그래도 용골을 흡수할 수 있다니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이동민이 말했다.“지금 바로 손을 쓸 건가?”남자의 질문에 이동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 움직이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고, 섣불리 행동하다가 심야 파수꾼의 눈에 띌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실력자들이 모이는 순간 저희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그럼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저희 손에 있는 용골을 탐내고 있으니... 덫에 걸려들게 만들어야죠.”...아득히 넓은 바다에는 어둠이 찾아왔으나 섬 위의 도시는 온통 불빛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도로에는 때때로 차들이 오갔지만 길에는 행인이 거의 없었고 길 양쪽에 있는 상가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크라임 시티로 향하는 밤은 인적이 뜸하고 조용하다. 자신만만한 사람을 제외하고는.이때 도시의 가장자리에서 강위의 욕설이 울려 퍼졌다.“X발, 가까운 줄 알았는데 하루 꼬박 걸렸네. 저 차들은 인정이라는 게 없는 건가? 어떻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고서도 도와주겠다는 말 한마디가 없지? 매정하네.”그 옆에는 강미주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버티고 있었고 김소희는 그녀를 부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김소희는 강미주가 이렇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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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크라임 시티로 향하는 도로는 구불구불했다. 어슴푸레한 가로등 아래에는 배낭을 멘 황슬기가 터벅터벅 걷고 있었고 배낭 양쪽에는 푸른 검이 걸쳐져 있었다.도시에서 검을 메고 다니는 건 매우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이 섬에서는 이런 게 자연스러웠다. 무기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에 일반인들도 칼이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그들보다 하루 늦게 출발한 황슬기는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도로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위처럼 크라임 시티까지 걸어가기 보다는 해변 근처의 도로에 자리를 잡았다.희미한 불빛 아래, 황슬기의 표정은 극도로 차분했고 다소 울퉁불퉁한 길에는 여전히 오가는 차들이 꽤 있었다.황슬기는 히치하이킹을 원하는 듯 차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뻗어 흔들었지만 놀랍게도 지나가는 차들 중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크라임 시티가 가까워졌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동정심은 사치니까.그래도 크라임 시티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런 게 익숙한 듯 그녀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그렇게 또 한참이 지난 후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고 황슬기는 재빨리 손을 뻗었다.찌지직...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나면서 차는 황슬기의 곁에 멈춰 섰다.고급스러운 스포츠카인데, 어림잡아 수십억은 될 듯 비싸 보였다.차 안에는 외국이 두 명이 타고 있었고 운전석에 앉은 중년 남성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이렇게 예쁜 여자는 오랜만이네?”말을 이어가던 그는 노골적인 시선으로 황슬기를 훑어보더니 흥분한 듯 입술을 핥았다.“아가씨, 크라임 시티로 가는 길이야? 오늘밤 우리를 만족시킬 자신이 있다면 내가 데려다줄게.”황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손을 뻗어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끌어냈다.조수석에 있던 사람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고 입이 귀에 걸린 채로 헤벌쭉 웃었다.“아주 화끈하네, 딱 내 스타일이야.”곧이어 한바탕 주먹질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차에 시동이 걸렸다. 그렇게 얼굴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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