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연성훈은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그때, 씁쓸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곽우영과 마주쳤고, 그는 연성훈을 보고선 흠칫 놀라더니 황수빈의 말투를 흉내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형...”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해결했어?”“보냈어요.”그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X발, 이게 다 황수빈 그 자식 때문이에요. 전에 수빈이가 전현아한테 밥 사줄 일이 있다고 해서 같이 따라갔거든요? 그날 만나서 꼬신 여자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진이가 절 꼬셨어요.”곽우영은 욕설을 퍼부었다.“그때만 해도 전현아는 수빈이가 운영하는 기획사 소속이었어요. 그 회사에 우리 넷 다 지분을 갖고 있었고, 솔직히 처음에는 여자 연예인들이랑 놀려고 세운 회사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워낙 잘나갔으니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투자하면서 규모가 점점 더 커진 거죠. 나중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키고 싶다며 계약을 애원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 사람들도 돈줄을 얻고 싶었겠죠...”연성훈은 비참한 현실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개고생하며 돈벌었던 3년 전의 연성훈과 달리 이 망할 놈의 부잣집 도련님들은 재미로 회사를 만들었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돌아갔다.“전현아가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다 수빈이 덕분이거든요. 유진이는 전현아 친구예요. 처음에는 영화에 동반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전현아랑 세트로 묶어서 계약했으니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었죠. 그날 유진이는 전현아와 같이 밥 먹으러 왔어요. 제가 회사에 지분이 있고 돈 많은 사람이란 걸 알고서는 어찌나 치근덕거리던지...”곽우영이 격분하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혈기 왕성한 남자가 어떻게 제 발로 찾아오는 여자를 내칠 수가 있겠어요! 그걸 참으면 남자도 아니지.”곽우영은 연성훈을 바라보며 물었다.“형, 내 말 맞죠?”순간 빨간 장미가 떠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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