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김훈도 자리에 있었는데, 그들은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연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나정옥을 향해 다가간 후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 저 왔어요.”잡담을 나누며 떠들썩하던 테이블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지더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연성훈을 향했다.나정옥의 주름이 자글한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고 웃고 있는 연성훈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정옥은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빨리 연성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가 우리 손자 좀 볼까?”연성훈도 마음이 울컥했다. 그도 감성적인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걸 돌려주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졌다.나정옥은 예전부터 연성훈을 많이 아꼈다. 늘 마음속에 이를 간직했던 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나정옥은 연성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괜찮아, 돌아왔으면 됐어. 이제야 우리 가족이 다 모인 것 같구나.”조준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일단 앉아 계세요.”연성훈이 급히 말했다.나정옥은 자리에 앉고서도 연성훈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9년 만에 돌아온 연성훈이 갑자기 또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연성훈은 웃으며 조준호와 조이를 바라봤다.“형, 누나.”조이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성훈아, 그래도 이모부가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야. 집안 형편이 좋으니까 우리 아빠가 너에게 여자 친구도 소개해 주고 참 별 볼일이네. 형편이 별로였다면 이번 생은 망한 거나 다름없을 텐데...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됐어. 앞으로는 사고 치지 말고 제발 사람답게 살아. 법을 어기는 행동도 절대 하지 말고. 알겠지?”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개의치 않은 듯 나정옥의 옆에 앉았다.시간이 지나자 호텔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친척이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탓에 연성훈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와 달리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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