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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심야 파수꾼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990 챕터

제211화

눈에 안 띄는 곳에 자리 잡은 것도 맞지만 김훈이 기분이 좋지 않은 탓에 그들 모두 연성훈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아는 사람이야?”강미주는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을 보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방금 들어간 저 사람 내 사촌 동생 남자 친구야.”강미주는 어리둥절했다.“당장 찾아가서 한 대 때려도 모자랄 판에 왜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어!”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답했다.“상황이 좀 복잡해. 너도 알다시피 인해로 돌아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상당히 큰 편견을 가지고 있어. 이런 얘기를 직접 말해줘도 듣지 않을 거야. 오히려 내가 그들을 해친다고 생각하겠지.”강미주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연정환이든 장건이든 사람들 앞에서 강간범 소리를 들먹이며 난처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녀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곳은 성훈 씨에게 너무 적대적이야. 그냥 우리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인해가 번화하고 대도시인 건 맞지만 강성도 있을 건 다 있고 비슷해. 여기보다는 강성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편할 거야.”연성훈은 고개를 돌려 강미주를 바라보더니 무의식적으로 또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강미주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난 어느 도시에도 속하지 않는 떠돌이야.”“뭐래.”강미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연성훈을 째려봤다.사실 연성훈은 줄곧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야 파수꾼이 된 후 세계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했으니 떠돌이가 맞는 말이다.비록 지금은 인해로 돌아왔지만 모든 건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고 임무가 내려지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해를 떠나 특정된 도시로 옮길 것이다.게다가 추후에 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할 생각이니 지금이나 그때나 떠돌이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그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한때 최강자였던 연성훈마저도 3년 전에 죽을뻔한 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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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러더니 조연희를 바라보며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모, 이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 어제 제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김훈 씨는 회장님을 만날 수조차도 없었을 거예요.”“시치미 떼지 마. 네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조연희는 큰 소리로 말했다.“넌 나한테 좋은 사위가 생기는 게 꼴 보기 싫은 거잖아. 내 사위가 대박 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프니? 질투심으로 가득한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부모님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그들을 밖으로 내쫓고 싶은 연성훈이다.친척이고 뭐고 연성훈은 이미 그들에게 치가 떨렸다.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받은 것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깔보며 무시하는 사람은 애초에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연성훈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조연희를 보며 말했다.“됐어요. 마음대로 생각해요.”조연희가 다시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유시영이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 이제 그만해요!”깜짝 놀란 조연희는 어리둥절해서 유시영을 바라봤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오빠, 나랑 잠깐만 나가서 얘기하자.”연성훈은 한때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철부지 여동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나가서 좀 걸을까?”유시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시영은 먼저 밖으로 나갔고 연성훈은 조연희를 힐끗 보더니 따라서 나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고마워.”유시영이 입을 열었다.“응?”연성훈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인해로 돌아온 후로 유시영은 줄곧 그에 대해 큰 적대감을 드러냈기에 고맙다는 말을 한 게 믿기지 않는 듯 귀를 의심했다.“오늘 여명 그룹에서 진 회장님이 말해줬어. 우리가 진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오빠 덕분이라고. 오빠가 연락한 거라며?”유시영의 질문에 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이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유시영이 먼저 나간 후 연성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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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같은 시각 연성훈의 아파트 단지 아래, 연성훈과 유시영은 단지 안을 거닐며 산책하고 있었는데 유시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연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영아, 우리가 외동이라 형제자매가 없잖아. 난 지금껏 마음속으로 너를 친동생으로 생각했어. 그래서 말한 거야. 김훈이 너랑 안 어울린다고.”유시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말 하지 마. 오빠가 전에 나한테 잘해준 건 사실이지만 난 오빠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걸 용서할 수가 없어. 그때 내가 중학생이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날 어떻게 괴롭혔는지 알아?”연성훈은 흠칫 놀라며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제야 왜 유시영이 그에게 깊은 적대심을 품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유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영아, 믿을지 말지는 너에게 달려있지만 그 일은 나도 모함을 당한 거야. 이번에 인해로 돌아온 것도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야.”유시영은 멍하니 듣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연성훈의 말을 믿지 않는 게 분명하다. 유시영은 만약 그가 정말로 결백한 사람이라면 9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랑 김훈 사이의 일은 오빠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엄마가 오늘 말을 심하게 해서 내가 대신 사과하러 나온 거야. 겸사겸사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고. 조금 있다가 엄마 모시고 갈게.”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려던 연성훈은 유시영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다시 넣었다.지금 그 사진을 보여준다면 일부러 김훈과 헤어지게 하려고 계획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되레 김훈을 미행했다며 비난받을 수도 있으니 일단은 모르는 척 이 일을 넘기기로 했다.한참의 정적 후, 유시영은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쨌든 할 말은 다 했으니 먼저 들어갈게.”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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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날이 어두워졌다. 인해의 깊은 밤은 더없이 험난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클럽 안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고 호르몬이 폭발한 젊은이들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흥에 취해 있었다.사람들 속에서 오혁은 피 묻은 칼을 손에 쥐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무 완성. 이제 돌아가서 자도 되겠다.”말을 마친 그는 클럽을 나왔다.같은 시각 인해의 어느 한 교외 지역은 가로등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주변에 비해 유난히 어두웠다.어둠 속에는 검은 옷을 입고 긴 칼 두 자루를 등에 업은 단발머리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느새 칼집에서 빼낸 칼이 오른손에 들려있었고 싸늘하고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은 죽일듯한 기세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그곳에는 단발머리 여자와 같은 옷차림을 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양손에 칼 두 자루를 들고 있었다.그 뒤에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 서 있었다.“좋아.”단발머리 여자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너희들이 나에게 칼을 겨누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2번!”이때 키 큰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단발머리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국성이다.“이 사람은 홍연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누군지 상관없어요.”2번은 싸늘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저 인간이 3년 전 우리를 상대로 한 포위 탄압 작전에 가담했어요. 저 사람 아버지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거예요. 7번의 복수는 반드시 내가 직접 할 거예요.”“우리랑 같이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가자. 일단 가서 천천히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아.”전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게다가 연성훈도 돌아왔어.”“안 믿어요.”2번의 말투는 여전히 싸늘했다.“끝까지 그날의 진실을 숨기든지 아니면 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하지 않게 말렸어야죠.”말을 마친 그녀는 긴 칼을 빼내며 침착하게 말했다.“막지 마요. 오늘 반드시 저 사람 죽일 거예요.”전국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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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었지만 할머니의 팔순 생신인 만큼 찾아오는 친척들도 많기에 조운은 가는 길 내내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사실 연성훈의 일이 터지고 난 후로 사람들은 돈을 빌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곧 싸늘한 태도로 그들을 대해왔다.연씨 가문과는 아예 왕래를 끊었고 조운의 친척들은 그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꽤 말이 많았다.연경민이 한유 그룹의 CEO라서 많은 친척들이 자신의 아이를 한유 그룹에 입사시키고 싶었지만 연이은 연경민의 거절로 인해 그들마저도 불만이 가득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조연희와 유시영도 포함되었다.사람들 모두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는 게 틀림없다.게다가 연성훈까지 돌아왔으니 그의 일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에 의해 거론될 것이다.연경민과 조운은 연성훈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감정이 격해서 사람들과 다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조운은 계속 신신당부했다.“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 이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조운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급히 입을 열었다.“아참, 이번에 가서 큰삼촌에게 여자 친구 소개해 달라고 할까? 이참에 한 번 만나봐.”연성훈은 어리둥절했다.“오늘 같은 날에 그건 좀...”연성훈은 결혼한 적 있다는 걸 부모님에게 숨겼다. 말을 꺼내면 두 사람의 걱정이 더 커질 테니 강성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숨기기로 결정했다. “한번 만난다고 어디가 덧나는 건 아니잖아.”조운은 말을 이었다.“괜찮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해. 외숙모 친척이라서 내가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꽤 예쁘게 생겼어.”연성훈은 골치가 아팠다. 그러나 27살에 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사람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그들에게는 일찍 장가가서 결혼하는 것도 일종의 효도다.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개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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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그 외 김훈도 자리에 있었는데, 그들은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연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나정옥을 향해 다가간 후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 저 왔어요.”잡담을 나누며 떠들썩하던 테이블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지더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연성훈을 향했다.나정옥의 주름이 자글한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고 웃고 있는 연성훈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정옥은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빨리 연성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가 우리 손자 좀 볼까?”연성훈도 마음이 울컥했다. 그도 감성적인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걸 돌려주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졌다.나정옥은 예전부터 연성훈을 많이 아꼈다. 늘 마음속에 이를 간직했던 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나정옥은 연성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괜찮아, 돌아왔으면 됐어. 이제야 우리 가족이 다 모인 것 같구나.”조준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일단 앉아 계세요.”연성훈이 급히 말했다.나정옥은 자리에 앉고서도 연성훈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9년 만에 돌아온 연성훈이 갑자기 또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연성훈은 웃으며 조준호와 조이를 바라봤다.“형, 누나.”조이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성훈아, 그래도 이모부가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야. 집안 형편이 좋으니까 우리 아빠가 너에게 여자 친구도 소개해 주고 참 별 볼일이네. 형편이 별로였다면 이번 생은 망한 거나 다름없을 텐데...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됐어. 앞으로는 사고 치지 말고 제발 사람답게 살아. 법을 어기는 행동도 절대 하지 말고. 알겠지?”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개의치 않은 듯 나정옥의 옆에 앉았다.시간이 지나자 호텔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친척이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탓에 연성훈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와 달리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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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깜짝 놀란 나정옥은 의아한 눈빛으로 연성훈을 바라봤다.옆에서 듣고 있던 조준호는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성훈아, 네가 이렇게까지 속 좁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김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요, 수백억에 버금가는 투자잖아요. 프로젝트가 워낙 좋아서 파트너를 찾는 건 아주 쉬워요. 전 그냥 성훈 씨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정말이니?”나정옥은 눈살을 찌푸리며 연성훈을 바라봤다.“김훈 씨, 오늘은 할머니의 팔순 생신이야. 이런 자리에서 당신이랑 다투고 싶지 않거든? 당신이 우리 가족들 앞에서 개망신당할까 봐 말을 아끼고 있는 건데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얘기하지 마. 게다가 그깟 형편없는 회사는 날 질투 나게 할 자격도 없어.”옆에서 듣고 있던 조이는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왜? 너는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말하면 안 돼? 9년 전 너 때문에 가족들이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긴 하니? 시영이가 능력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나서 우리가 덕을 좀 볼지도 모르는데 그걸 망쳐? 형편없는 회사? 이모부가 아니었으면 넌 일자리도 못 찾아.”연성훈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래도 유시영과 김훈이 만나면서 가족들이 많은 도움을 받은듯하다.비록 연성훈은 그들의 사촌이지만 9년 전 일로 인해 이미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는 입술을 깨물며 김훈과 조연희를 주의 깊게 본 후 핸드폰을 꺼냈다.그런데 이때 유시영이 입을 열었다.“김훈, 엄마 이제 그만해요. 애초에 진 회장님이랑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오빠 덕분이었어요.”“응?”조연희와 김훈은 그녀가 연성훈의 편에 서서 이야기할 줄은 전혀 몰랐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김훈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뚫어져라 유시영을 바라봤고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만나러 간 날에 진 회장님이 직접 말해주셨어요. 김훈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 얘기를 못 들었나 봐요.”나정옥은 고개를 돌려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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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말을 하던 그는 옆에 있던 상자를 집어 들었고 곧이어 상자를 열었다.“제가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서 산 옥팔찌예요.”연성훈은 팔찌를 살펴보더니 한눈에 팔찌가 비싸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백만 원이 넘는 가격은 일반 가정을 놓고 봤을 땐 그래도 좋은 걸 선물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곧바로 유시영도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그렇게 나정옥의 관심은 빠르게 선물로 전환됐고 화제를 돌리는 데도 성공했다.사진을 보여주며 완전히 개망신을 당하게 한 후 유시영과 헤어지게 만들려던 연성훈의 계획은 또 한 번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갔다.화제가 바뀌었으니 다시 자연스레 그 얘기를 꺼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김훈은 여전히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여명 그룹의 투자를 따내지 못한 게 전부 연성훈이 훼방을 놓은 탓이라고 착각했고 진미영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도 그가 망신 주려고 일부러 계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김훈은 시종일관 게임 프로젝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이 넘쳤고 연성훈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그들이 말을 심하게 해서 원한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그래서 그는 가족들 앞에서 연성훈의 입지를 처참하게 짓밟아 버리려고 했다.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유시영이 연성훈을 도와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은 오히려 그와 조연희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그나마 다행이건 조준호가 성공적으로 화제를 돌렸다는 것이다.여럿이 선물을 건네자 김훈도 웃으며 말을 꺼냈다.“할머니,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말을 마친 그는 긴 상자를 꺼냈는데 그 안에는 인삼이 들어있었다.조이는 순식간에 두 눈이 반짝였다.“인삼이에요? 엄청 비싸죠?”김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안 비싸요. 몇천만 원이면 할머니가 몸보신하기 딱 좋은 금액이죠.”나정옥의 주름진 얼굴은 충격으로 창백해졌다. 아무리 지금 생활환경이 좋아졌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온 탓에 몇천만 원은 어르신들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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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김훈은 입을 삐쭉 내밀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연성훈의 말을 무시한 채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성훈 씨, 할머니 팔순 생신인데 당연히 선물은 준비했겠지? 9년 동안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선물조차 준비 안 한 거면 너무 파렴치한 행동이야.”“말 돌리지 마.”연성훈은 김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리 아빠는 너랑 약속한 적이 없어. 그리고 내가 한유 그룹 투자팀도 소개해 줬고 진미영 회장님도 소개해 줬는데 아직 아무런 성과를 따내지 못한 거면 네 게임 프로젝트가 투자할 가치가 없는 거야.”김훈은 눈썹을 치켜올린 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도와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것보다 오늘 할머니의 팔순 생신인데 선물은 준비했어? 우리도 궁금하니까 얼른 꺼내봐.”“빈손으로 온 걸 보면 선물은 아예 준비하지 않았나 보네.”옆에 있던 조이는 경멸하 듯 말했다.“성훈아, 얼른 준비한 거 꺼내봐.”조연희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김훈이 값비싼 물건을 준비한 덕분에 체면이 살았는지 표정이 환해지더니 곧바로 비웃는듯한 웃음을 지으며 연성훈을 바라봤다.옆에 있던 연경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성훈아, 설마 준비 안 한 건 아니지?”연성훈은 의미심장하게 김훈을 바라보고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나정옥의 손에 건네줬다.“할머니,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열쇠?”조연희는 비웃었다.“열쇠를 생신 선물로 준비했다고? 지금 장난하는 거야?”조이와 조준호도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온갖 생각이 다 든 연경민과 조운을 뒤로하고 연성훈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할머니에게 어떤 걸 선물해야 할지 몰라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까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집 한 채를 준비했어요.”그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집 한 채다! 인해에서 집 한 채는 최소 몇억에 달하고 좋은 집은 수백억 없이는 아예 살 수조차 없다.사람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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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이제 아무도 연경민이 돈을 줬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연경민조차도 별장에 살아본 적이 없었으니까.그저 송빈에게 집 한 채를 부탁했을 뿐인데 별장으로 준비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연성훈도 움찔하며 놀랐다.송빈은 연성훈의 부탁을 듣고 그가 혼자 살고 싶어 집을 알아보는 줄로 오해했다. 그래서 크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그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별장으로 준비했다.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채 놀란 표정으로 연성훈을 바라봤다.오션뷰 별장에 사는 건 부자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의 신분으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특히 김훈의 얼굴에는 충격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사람들이 수백억이라고 예상하는 그 지역의 집값이 과소평가 됐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회사를 팔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을 정도로 실제 가격이 어마어마하다.김훈은 이를 악문 채 비아냥거리며 연성훈에게 물었다.“성훈 씨, 감옥에서 금방 나온 사람이 도대체 무슨 돈으로 별장을 산 거야? 설마 또 불법적인 일을 한 건 아니겠지?”조연희는 재빠르게 맞장구쳤다.“맞아. 너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잖아.”그들의 말이 끝나자 연성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한껏 부자연스러워졌고 오직 연경민과 조운만이 걱정이 앞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전체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연성훈의 행동이 말이 안 되는 건 맞으니 놀란 사람들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김훈의 거듭된 도발에 연성훈은 결판을 내리기로 결심했다.그는 한숨을 내쉰 후 나정옥을 향해 웃더니 곧바로 인삼 상자를 집어 들어 김훈을 향해 던지며 태연하게 말했다.“이모와 시영이의 체면을 생각해서 더 이상 따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계속 이렇게 절 겨냥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어쩌려고?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나를 죽일 셈이니?”조연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하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연경민과 조운은 표정이 살짝 바뀌더니 재빨리 연성훈을 끌어당겼다.“불법적인 일은 단 한 번도 저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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