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021 - Chapter 1026
1026 Chapters
제1021화
그러다 발을 헛디뎌 첨벙 소리와 함께 지아의 얼굴에 물보라가 튀었다.“누구야?”지아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대자로 뻗어있는 도윤을 발견했다.지아는 그를 놀리고 싶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윤은 당황한 얼굴로 물속을 더듬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지아야, 어디 있어? 괜찮아?”그렇게 불쌍한 도윤을 보니 갑자기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도윤 씨, 난 괜찮아.”지아의 목소리를 들은 도윤은 급히 물속을 헤엄쳐 그녀에게 다가가 단숨에 품에 끌어안고 횡설수설했다.“지아야, 어디 있었어? 날 놀라게 하지 마, 힘들게 찾았는데.”동굴 안에는 지아가 가져온, 그리 밝지 않은 빛을 내는 작은 태양열 램프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저 하늘에서 비추는 달빛만 있었다.지아는 걱정으로 가득 찬 도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순간의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순간 목이 메었다.그토록 고고하고 강인했던 도윤이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지아는 꿈을 꾸는 듯 어색했다.“지아야, 왜 말을 안 해? 무슨 일인데? 나 앞이 안 보여, 놀라게 하지 마.”도윤은 짜증이 나서 감고 있던 눈의 붕대를 잡아당겼다.“난 왜 앞이 안 보이는 거야. 지아야, 뭐라고 말 좀 해봐...”지아는 도윤을 밀어내고 차분하게 말했다.“도윤 씨, 무슨 일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돌에 부딪혀 상처가 난 도윤의 손바닥을 지아가 붕대를 감아주었는데 조금 전 힘을 준 탓에 상처가 찢기며 새빨간 피가 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거즈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온몸이 흠뻑 젖은 도윤의 머리카락을 타고 물방울이 한 방울씩 흘러내려 눈앞의 물 위로 떨어지며 파문을 일으켰다.“도윤 씨, 이럴 필요 없어.”도윤은 개의치 않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네가 괜찮기만 하면 난 괜찮아.”지아의 마음은 폭우가 쏟아진 듯 축축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어떤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와 걷잡을 수 없이 휩싸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괜히 짜증이 난 지아가 도윤을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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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물에 젖은 두 사람이 한데 얽혔고 도윤은 엉망진창이 된 채 일어나려고 허둥대다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원래는 침착하고 자제력이 뛰어난 남자였지만, 지아만 보면 침착함이나 자제력이 모두 사라졌다.조심하면 할수록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움직이지 마, 내가 할게.”지아는 힘없이 말했다.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어떻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괜히 도윤이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까 일단 그를 다독인 뒤 지아는 깨끗한 옷을 그의 손에 건넸다.“여기 옷과 바지야. 알아서 갈아입을 수 있지?”“응, 그런데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야?”“됐어, 내가 할게.”어차피 남자의 몸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지아는 체념하고 손가락으로 허리에 묶인 끈을 잡아당겨 가운을 벗겼다.남자의 탄탄한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3년 전 지아를 구하느라 남은 흉터였다.지금도 지아는 그때의 처참한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벌써 이렇게 지났다니, 시간이 참 무섭다.지아는 깨끗한 수건으로 도윤의 얼굴과 몸에 묻은 물기를 부드럽게 닦아주었고, 도윤은 얌전한 대형견처럼 그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전에는 이럴 때가 있었나?도윤은 워낙 강한 남자였고,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과거 도윤과 만날 때 그는 일부러 자신의 마음을 숨겼고, 지아는 가까이 지내면서도 그를 전혀 몰랐다.살결이 부딪힐 때에야만이 비로소 도윤의 존재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도윤이 자신의 마음을 전부 꺼내 지아에게 보여주어도 보는 척도 하지 않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지난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는 수염이 두툼하게 자랐고 머리카락도 조금 더 길어졌다.게다가 중독된 탓에 사람이 무척 초췌해졌다.도윤은 눈을 가린 붕대를 뜯어내자 지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지금 지아의 시선도 하늘의 달빛처럼 부드러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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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도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지아의 몸에 밀착하고 다시는 헤어지지 못하게 영혼 깊은 곳에 새길 기세로 그녀를 몇 번이고 품에 끌어안았다.전에는 지아에게서 그런 약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게다가 지금은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몸의 모든 감각이 증폭되었다.원래는 적당히 가볍게 입만 맞추려 했는데, 홍수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다.손가락이 지아의 머리 뒤쪽 비녀에 닿아 부드럽게 당겨졌고 풍성한 머릿결이 쏟아지며 그의 손가락을 휩쓸고 지나갔다. 부드럽고 가벼운 그것은 은은한 향기까지 풍겼다.적당히 흘러가는 분위기에 지아도 거절하는 것을 잊은 듯했다.도윤의 손은 점점 더 거침없어졌고 아이를 하나 더 낳은 탓인지 지아는 예전보다 몸매가 더 좋아진 것 같았다.지아는 앞가슴이 서늘해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 개자식이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자신은 악마에게 홀린 듯 그의 손에 휘둘리고 있었다.이성이 돌아온 지아는 도윤을 밀어내며 말했다.“선 넘지 마!”도윤도 그제야 꿈에서 깨어나며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걸 상기했다. 자칫 이 작은 새가 놀라서 도망이라도 가면 또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우연한 사건으로 지아의 마음속에 아직 자신이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 충분했다.도윤은 어린 시절 좋아하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힘들게 한 푼 두 푼 모으며, 이따금 유리창 앞에 엎드려 기쁨과 동경이 가득한 채 물건을 집에 가져갈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는 지아를 놓아주었다.“미안해, 지아야, 너만 보면 나도 모르게 그만.”지아는 매섭게 말했다.“한 번만 더 손대면 경훈 씨한테 맡길 거야.”도윤은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안돼, 경훈이는 너무 딱딱해서 사람을 잘 돌보지 못해.”“그럼 얌전히 있어.”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얌전히 있을게.”혀를 내미는 대형견 사모예드처럼 아무런 공격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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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아니, 이 개자식이 아예 다른 사람이 됐네?이게 정말 예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캐릭터가 전혀 다른데.하지만 아내에 비하면 이미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내가 도망간 마당에 무슨 품위가 필요하겠나.지아의 대답을 듣지 못한 도윤은 곧바로 다시 말을 돌렸다.“미안, 너무 무례한 부탁이지. 못 들은 걸로 하고 얼른 쉬어. 난 혼자서도 괜찮아.”지아는 도윤이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단 걸 알았지만 눈이 멀고 독에 걸리고 뱀굴에 빠진 건 전부 사실이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결국 체념한 듯 이불과 담요를 끌어안고 도윤의 옆자리에 다가가 자리를 폈다.“내가 왔으니까 이제 자도 돼.”“고마워, 지아야.”잠시 후 지아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옆 사람에게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오지 마.”지아는 눈을 떴다.“왜 그래?”그 순간 남자가 이불 속으로 들어왔고, 지아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며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지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도윤이 먼저 말했다.“지아야, 뱀, 뱀이 너무 많아.”그 말이 분노의 불길을 잠재우는 비가 되어 지아는 꾹 참고 말했다.“다 지나갔어, 괜찮아.”“하지만 뱀이 기어 오던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어... 지아야,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네가 안아주면 너만 생각할 테니까.”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일부러 그러는 거지?”도윤은 천진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나 무서워.”지아는 의심스러웠지만 도윤이 계속 이렇게 뒤척이면 자신도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아 조금 더 다가온 뒤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고 손을 등에 올려놓았다.“이제 됐지?”“응.”‘너무 좋지.’지아는 도저히 도윤과 실랑이할 힘이 없어 웅얼거리며 말했다.“빨리 자.”지아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익숙한 품이 왠지 모르게 안정감을 주었다.도윤은 품에 안긴 여자의 호흡이 평온해지자 입꼬리가 미치도록 올라가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뱀을 무서워해?허, 죽음도 무섭지 않은데 그딴 걸 무서워할 리가.처음부터 끝까지 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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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그날 밤 도윤은 잠을 전혀 이룰 수 없었다.지아를 안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알기에 도윤은 당연히 보물을 놓을 수 없었다.지아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눈을 감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두 팔을 감싸안았고, 그의 눈에는 깊은 사랑이 가득했다.지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잠을 잤다.눈을 뜨자 초점 없는 도윤의 눈을 마주한 지아는 바로 깜짝 놀랐다.“밤새운 거야?”도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뱀만 생각하면 무서워서. 그리고 네가 나한테 꽉 매달리는데 도저히 잘 수가 없었어.”지아가 시선을 내리자 문어처럼 두 손과 두 발로 그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서둘러 도윤을 밀어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일부러 그런 거라도 괜찮아.”도윤은 미소를 지으며 지아를 바라보았다.“난 상관없어.”지아는 손을 뻗어 도윤의 눈앞에서 흔들었고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도윤은 어젯밤보다 눈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지아의 이목구비 위치가 어렴풋이 보였고, 여전히 흐릿했지만 시력이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었다.“이제 좀 쉬어도 돼. 날이 밝으면 위험한 것도, 뱀도 없으니까.”“지아야, 나 배고파.”지아는 어이가 없었다.“알았어, 아침 만들어줄게.”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해 이 나이 먹고 어린이로 살 생각인지.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애지중지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지아는 간과했다.척박하던 마을에 지아가 와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농사와 축산 기술을 가르쳐서 지금은 매우 잘살게 되었다.처음 며칠 동안은 죽이나 과일만 먹다가 이제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되자 도윤이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지아는 좁쌀 한 줌으로 죽을 만들고, 밭에서 갓 딴 옥수수를 갈아 전을 부친 다음, 직접 담근 작은 장아찌를 잘게 썰었다.이런 건 도윤이 평소에 먹기 힘든 음식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들이었다.“지아야, 요리 실력이 늘었네.”“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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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끼익-문이 열리고 약을 들고 온 지아는 침대에 누워 있는 도윤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왜 저래요?”경훈은 차마 사실을 들킬까 봐 도윤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그가 알려준 대로 말했다.“보스가 요즘 밤에 잠을 못 자요, 눈만 감으면 그날 밤이 떠올라서. 푹 쉬지 못하니 회복도 더뎌요.”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요 며칠 도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약을 배달하는 것 외에는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아직도 밤에 잠이 안 와?”지아는 도윤의 짙어진 다크서클을 바라보았다.도윤은 매일 밤 지아를 생각했고 다음 날 바로 지아에게 쫓겨날까 걱정하며 잠 못 이룬 탓에 다크서클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도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응, 눈만 감으면 그 생각이 떠오르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잠 못 잔다고 큰일 나지는 않으니까, 흠.”“이대로는 안 돼. 일단 약 먹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도윤은 분명 트라우마로 수면장애가 유발된 것이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게 말이나 되나?약을 마시던 도윤은 오늘 감기라도 걸릴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하지만 이곳은 사계절 내내 따뜻하고 밤에도 최저 기온이 10도 안팎이라 감기에 걸리기는 너무 힘들었다.오후가 되자 지아는 도윤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도윤은 처음 지아의 방으로 들어왔다.방에는 은은한 약 냄새가 났다.그는 며칠 동안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이렇게 물었다.“무무는?”지아는 도윤 앞에서 무무를 언급하는 것을 꺼렸고, 정체를 밝힌 뒤엔 다른 사람에게 잠시 무무를 맡겼다.괜한 걱정이 아니라 도윤은 그만큼 계산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과거 지아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강제로 낙태까지 시키려 했는데, 무무가 다른 사람 아이라는 걸 알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지금은 자신의 상황 때문에 무무를 건드리기 어려워도 몸을 회복하고 나서 무무에게 손을 대면 지아는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무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무무를 도윤에게서 떼어놓을 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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