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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물에 젖은 두 사람이 한데 얽혔고 도윤은 엉망진창이 된 채 일어나려고 허둥대다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원래는 침착하고 자제력이 뛰어난 남자였지만, 지아만 보면 침착함이나 자제력이 모두 사라졌다.

조심하면 할수록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움직이지 마, 내가 할게.”

지아는 힘없이 말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어떻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괜히 도윤이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까 일단 그를 다독인 뒤 지아는 깨끗한 옷을 그의 손에 건넸다.

“여기 옷과 바지야. 알아서 갈아입을 수 있지?”

“응, 그런데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야?”

“됐어, 내가 할게.”

어차피 남자의 몸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지아는 체념하고 손가락으로 허리에 묶인 끈을 잡아당겨 가운을 벗겼다.

남자의 탄탄한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3년 전 지아를 구하느라 남은 흉터였다.

지금도 지아는 그때의 처참한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지났다니, 시간이 참 무섭다.

지아는 깨끗한 수건으로 도윤의 얼굴과 몸에 묻은 물기를 부드럽게 닦아주었고, 도윤은 얌전한 대형견처럼 그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전에는 이럴 때가 있었나?

도윤은 워낙 강한 남자였고,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

과거 도윤과 만날 때 그는 일부러 자신의 마음을 숨겼고, 지아는 가까이 지내면서도 그를 전혀 몰랐다.

살결이 부딪힐 때에야만이 비로소 도윤의 존재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도윤이 자신의 마음을 전부 꺼내 지아에게 보여주어도 보는 척도 하지 않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는 수염이 두툼하게 자랐고 머리카락도 조금 더 길어졌다.

게다가 중독된 탓에 사람이 무척 초췌해졌다.

도윤은 눈을 가린 붕대를 뜯어내자 지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금 지아의 시선도 하늘의 달빛처럼 부드러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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