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몸 위에 엎드려 있던 남자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소민아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기성은을 부축했다. 그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끌어 침실로 데려갔다.피에 흥건히 젖어 있는 몸을 본 순간, 소민아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기성은 씨, 왜 이래요? 나 겁주지 말아요! 몸에 피가 왜 이렇게 많아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소민아가 아무리 목 놓아 울어도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애써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당황하지 말자. 병원에 안 간 건 기성은 씨만의 이유가 있었을 거야. 집에도 상처를 치료할 약이 있겠지.”소민아는 집안 전체를 뒤집다가 마지막으로 거실 탁자 밑에서 연고와 붕대를 찾아냈다.그녀는 가위로 기성은이 입고 있는 잠옷을 베어냈다. 상처가 나 있는 곳에선 피와 잠옷이 엉겨 붙어 있었다. 소민아는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깨끗이 씻어낸 뒤 연고를 발랐다.기성은은 통증이 느껴졌는지 얼굴을 찌푸렸다.소민아가 말했다.“조금만 참아요. 약 발랐으니까 이젠 안 아플 거예요.”의식을 잃은 기성은의 머릿속에 깊이 감춰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아빠진 지하실 안, 족쇄를 찬 몇십 명의 8, 9살짜리 어린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기성은도 그중 한 명이었다...기성은은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 어떤 아이들은 바깥에서 납치되어 왔지만, 그는...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다.아무리 극악무도한 일이 일어나도, 그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집에 갈 거예요!”“엄마아빠 보고 싶어요...”“제발 저희 내보내 주세요! 갖고 있는 장난감 모두 드릴게요.”차가운 지하실 안, 남자아이 한 명이 맨발에 누더기를 입고 무거운 물통을 나르고 있었다. 안엔 이들이 먹을 음식이 들어있었는데, 돼지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의 모습은 예쁜 옷차림의 다른 이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그는 종래로 이렇게 화려한 색감은 본 적이 없다. 파란
최신 업데이트 : 2024-11-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