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1229 챕터

제1181화

소민아는 아파트 단지 마트에서 일상용품과 마실 것들, 그리고 냉동식품을 구매했다.그녀는 비를 맞으며 아파트 안으로 달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문에 지문을 찍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소민아는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채 벽에 밀쳐졌다. 이어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목을 겨누었다.“기... 기성은 씨?”소민아가 암흑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기성은이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불 켜요.”“네.”기성은은 소파에 앉아 들고 있던 단도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조명이 켜진 뒤, 소민아는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순간 그녀의 코에 역한 피비린내가 파고들었다. 그녀는 다급히 걸어가 소파에 앉아있는 창백한 얼굴의 남자를 살폈다.“다친 거예요?”기성은이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소민아가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내가 먼저 물었어요. 대체 어딜 다친 거예요? 병원엔 왜 안 간 건데요!”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인 피가 잔뜩 묻은 붕대를 본 소민아는 심장이 파르르 떨려왔다.그녀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먹먹했고,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기성은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상관할 필요 없어요. 별일 없으면 당장 돌아가요.”“분명히 말하지 않으면 안 갈 거예요. 다쳤으면서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은 거예요. 왜... 무슨 일이든 나한테 숨기는 건데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도 답장 안 하고... 우리 사귀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왜 아직도 날 이렇게 멀리하는 거예요?”“기성은 씨!”소민아는 벌컥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 가벼운 손길에도 기성은은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소민아는 다급히 그를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건장한 남자의 몸을 그녀가 어떻게 지탱하겠는가.소민아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기성은에게 깔려버렸다.그녀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기성은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괜찮아요?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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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그녀 몸 위에 엎드려 있던 남자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소민아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기성은을 부축했다. 그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끌어 침실로 데려갔다.피에 흥건히 젖어 있는 몸을 본 순간, 소민아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기성은 씨, 왜 이래요? 나 겁주지 말아요! 몸에 피가 왜 이렇게 많아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소민아가 아무리 목 놓아 울어도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애써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당황하지 말자. 병원에 안 간 건 기성은 씨만의 이유가 있었을 거야. 집에도 상처를 치료할 약이 있겠지.”소민아는 집안 전체를 뒤집다가 마지막으로 거실 탁자 밑에서 연고와 붕대를 찾아냈다.그녀는 가위로 기성은이 입고 있는 잠옷을 베어냈다. 상처가 나 있는 곳에선 피와 잠옷이 엉겨 붙어 있었다. 소민아는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깨끗이 씻어낸 뒤 연고를 발랐다.기성은은 통증이 느껴졌는지 얼굴을 찌푸렸다.소민아가 말했다.“조금만 참아요. 약 발랐으니까 이젠 안 아플 거예요.”의식을 잃은 기성은의 머릿속에 깊이 감춰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아빠진 지하실 안, 족쇄를 찬 몇십 명의 8, 9살짜리 어린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기성은도 그중 한 명이었다...기성은은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 어떤 아이들은 바깥에서 납치되어 왔지만, 그는...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다.아무리 극악무도한 일이 일어나도, 그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집에 갈 거예요!”“엄마아빠 보고 싶어요...”“제발 저희 내보내 주세요! 갖고 있는 장난감 모두 드릴게요.”차가운 지하실 안, 남자아이 한 명이 맨발에 누더기를 입고 무거운 물통을 나르고 있었다. 안엔 이들이 먹을 음식이 들어있었는데, 돼지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의 모습은 예쁜 옷차림의 다른 이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그는 종래로 이렇게 화려한 색감은 본 적이 없다.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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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핸드폰을 보던 신이랑의 마음에 약간의 불편함이 깃들었다.[민아 씨,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 없어요.]소민아는 15초 뒤에야 신이랑의 답장을 받았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방 안의 어지러운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핸드폰 진동 소리를 들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신이랑이 그녀의 휴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얼마 후, 신이랑이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소민아는 더러워진 옷들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이어 거실을 포함한 집안 전체를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했다.집안일을 모두 마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열한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소민아는 슈퍼마켓에서 사 온 물건들을 냉장고 안에 정리해 넣었다.그녀는 장갑을 벗고 땀에 흥건해진 채 깨끗이 청소된 바닥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녀 자신의 방도 이처럼 깨끗한 적이 없었다.주방 냄비에선 그녀가 만든 죽이 끓어가고 있었다.얼마 후 그녀는 약국으로 가 외상을 치료하는 연고와 붕대를 사 왔다. 집에 남아있던 건 이젠 다 떨어져 버렸다.소민아가 방에 돌아왔을 때, 기성은은 언제 깨어났는지 힘없이 침대에 앉아있었다.“왜 일어나 앉은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죽 가져올게요. 방금 끓인 거예요.”기성은은 손바닥으로 돌멩이라도 얹은 듯 무겁기 그지없는 이마를 만져보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던 탓에 몸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져 있었다.2분 뒤, 소민아가 갓 만든 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내려놓자마자 뜨거움에 더는 참을 수 없어 손가락으로 귓불을 잡았다.“왜 아직도 안 갔어요?”기성은이 물었다.소민아가 그의 침대 옆에 앉아 말했다.“성은 씨가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제가 어떻게 보고도 외면할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 큰일이라도 생기면... 성은 씨 같은 남자친구 또 어디에 가서 찾겠어요.”“됐어요. 얼른 죽 먹어요. 이랑 씨한테 5일 휴가 받았으니까 그동안 보살펴줄게요. 성은 씨가 침대에서 내려와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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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소민아는 서류와 사진을 들고 그에게 물었다. 자신과 신이랑이 함께 회사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니 심장이 떨려왔다.“왜 이런 사진을 찍은 거예요? 기성은 씨, 뒤에서 무슨 일이라도 꾸미고 있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나한테 알려줄래요? 내가 도울 수도 있잖아요.”기성은이 덤덤하게 사진에서 시선을 떼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민아 씨뿐만 아니라 송시아의 일거수일투족도 내 통제하에 있어야 해요. 이번 일은 안다고 해도 민아 씨한테 좋을 것 없어요. 난 민아 씨한테 이 사진의 목적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민아 씨는 이미 오래전에 이번 일에 연루되었어요. 이제 와 벗어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송시아는 언제든 민아 씨한테 손을 쓸 수 있어요. 알겠어요?”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저도 그리 나약한 사람은 아니에요.”그녀는 기성은의 옆에 앉아 차가운 그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주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무슨 일이든 난 성은 씨와 함께 견뎌내고 싶어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성은 씨는 절대 날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나한테 무슨 위험이 닥치든 바로 달려와 구해줄 거잖아요.”“정말 겁도 없는 여자라니까.”한결 부드러워진 기성은의 말투에서 소민아는 그가 마음속으로 자신을 받아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가까이 다가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성은 씨한테서 배운 거예요.”기성은의 깊은 눈동자에 예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소민아의 모습이 담겼다.“참, 이 서류는 뭐예요? 아까 저랑 상관있다고 했으니까 뜯어봐도 되죠!”기성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다음번에요. 서류 잘못 가져왔어요.”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예요? 대체 누가 성은 씨를 해친 거예요? 우리... 신고 안 해요?”신고? 기성은은 이렇듯 순진한 사람은 종래로 본 적이 없다.그가 말했다.“송시아가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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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대표님의 유서에는 대체 뭐가 쓰여 있길래 송시아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성은 씨 상처만 보면 마음 아파 미치겠다고요!”기성은은 하나하나 그녀의 질문에 답하며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갔다.“사고가 있던 날, 모든 사람들은 당황하고 도망칠 수 있었지만, 유독 나만은 그럴 수 없었어요. 만약 대표님이 다쳤다는 소식이 새어나가면 성세 그룹 국내외 백여만 명의 직원들이 영향을 받게 될 테니까요.”그의 말에 소민아는 예전의 자신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줄곧 그가 무정하다며 원망만 했지,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지는 헤아리지 못했다.“만약 정말 유서라고 해도 이상하잖아요! 성은 씨는 대표님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에요. 왜 성은 씨한테 얘기하지 않았겠어요? 제일 궁금한 건 유서에 무슨 내용을 썼느냐예요. 설마 유산 상속일까요?”소민아는 조심스레 기성은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대표님한테 대체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있어요?”“알고 싶어요?”“그냥 궁금해서요. 단지 돈이 많다는 것만 알지 그 액수는 상상도 못 하겠어요. 대표님이 소월 언니한테 준 그 결혼반지만 해도 몇백억이잖아요.”“장소월을 찾으면 다 알게 되지 않겠어요?”“하지만, 제가 소월 언니를 찾는 순간 송시아도 찾게 될 거예요. 그럼 소월 언니가 위험해지는 거잖아요. 그럴 거면 차라리 몇 년 동안 편히 지내게 하다가 대표님이 깨어나셨을 때 다시 얘기하는 게 나아요.”기성은은 피곤함이 깃든 얼굴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이 여자의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단 말인가?“나가요. 나 쉬고 싶어요.”“이 늦은 시간에 쫓아낸다고요?”기성은의 잠옷을 몸에 걸친 소민아는 뻔뻔하게 이불을 들어 올리고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오늘 밤엔 같이 자요! 저도 피곤하단 말이에요.”기성은은 침대에 앉아있었음에도 그녀보다 빠르지 못했다. 소민아가 머리만 이불 밖에 빼꼼 내놓고 반짝반짝하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공간 조금만 내어주면 안 돼요? 기성은 씨 상처에 닿을까 봐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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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소민아는 오랜만에 평온하게 다음 날 아침까지 숙면을 취했다. 이불 속에서 허리를 펴다가 차갑게 식은 옆자리에 손이 닿은 순간 무언가 생각났는지 번쩍 눈을 떴다. 그녀는 단번에 잠을 깨고 슬리퍼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거실로 달려나갔다.주방에 서 있는 남자를 본 순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옷 차림의 그가 한 손으로 주전자를 들어 물을 따르려 하자 그녀는 빠르게 뛰어가 그의 손에서 주전자를 빼앗고 컵에 따라주었다.“여기요.”소민아가 건네준 컵을 받은 뒤, 기성은의 시선이 슬리퍼도 신지 못한 그녀의 맨발에 닿았다.“집에서도 이미지 챙겨야죠. 얼른 가서 신발 신어요.”소민아는 금방 잠에서 깨었던지라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작게 중얼거렸다.“성은 씨가 도망쳤을까 봐 놀라서 그랬잖아요.”그녀는 기성은의 뒤를 따라 주방에서 나갔다. “기성은 씨 상처는 2주 정도는 지나야 회복될 거예요. 집에 붕대도 다 떨어졌으니까 같이 사러 나갈래요? 나가서 가끔씩 햇빛 쪼임도 해야 해요. 집에만 있어도 안 좋아요.”기성은은 늘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에게 훈계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기성은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갑 침대 옆에 있으니까 가져가서 사고 싶은 거 사요. 난 할 일이 있어요.”“안 돼요. 꼭 저랑 같이 나가야 해요. 아니면 저 이제 밥 안 할 거예요.”그녀를 보고 있는 기성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사람에겐 종래로 보인 적 없는 부드러운 모습이었다.기성은은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고 소민아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그녀는 출발하기 전 그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머리 좀 숙여봐요. 기성은 씨 키 너무 커요.”기성은이 움직이지 않으니 그녀는 발뒤꿈치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소민아는 목도리를 그의 어깨에 올린 뒤 힘껏 당겨와 끝을 묶었다. 힘이 꽤나 셌는지 기성은의 몸이 흔들거렸다.“앞으로 또 이상한 생각 하면 밧줄로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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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송시아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3일 안에 끝내.”상대방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네, 부대표님.”장소월, 영원히 꼭꼭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절대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너를 도운 사람들은 모두 전생에서 네 편에 섰던 사람들처럼 너 때문에 죽어갈 거야.송시아는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난 뒤 병원으로 향했다.경호원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병실 안, 간호사가 혼수상태의 남자에게 주사를 놔준 뒤 의료용품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그때 마침 병실로 향하고 있던 송시아와 마주쳤다.“부대표님.”간호사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본 송시아의 이마가 조금 찌푸려졌다.“고생했어요. 연우 씨 상태는 어떤가요?”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듯한 처음 보는 간호사였다. 송시아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아래위로 그녀를 훑어보았다.간호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의 몸은 이제 거의 회복되었고, 위험에선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대표님은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고 계시니 틀림없이 빠른 시일 내에 깨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송시아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말을 꽤 잘하네요. 앞으로는 연우 씨 담당 간호사로 일해줘요.”“안됩니다. 병원엔 규정이 있어 간호사가 단독으로 환자 한 명만 케어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임시로 이곳에 옮긴 것뿐입니다.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다면 수간호사님께 말씀드려 더 실력 좋은 간호사로 바꾸셔도 됩니다.”보아하니 그녀의 대답은 송시아를 비교적 만족시킨 듯했다.“알겠어요. 일 봐요.”“네, 부대표님.”간호사가 떠난 뒤, 송시아는 순식간에 확 바뀐 얼굴로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앞으로는 그게 누구든 여자는 절대 접근하게 해서는 안 돼. 담당 간호사도 남자 간호사로 바꿔.”“네, 부대표님.”송시아가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 안엔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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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병실 안에 간사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리석은 사람 같으니라고. 장소월은 다시 태어나 모든 것을 바꾸려 했겠죠. 하지만 결국 바뀐 게 뭐죠? 장씨 집안은 무너졌고, 장해진은 죽어버렸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렇게 내 옆에 남게 되었고요. 또한 성세 그룹도 내 수중에 들어왔죠.”“당신이 장소월을 위해 남긴 그 유서만 찾아낸다면, 당신이 깨어나기 전 말끔하게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 있어요.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도 절대 두 사람 만나지 못하게 만들 거예요.”송시아는 전연우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천천히 한 마디 내뱉었다.“이건 저번 생에서 당신이 나한테 진 빚이에요.”...카트를 밀고 가던 소민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눈까풀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 것이다.소민아는 이런 느낌을 자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안함이 생길 때마다 늘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소민아는 어렵게 그와 함께 평온한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오늘 밤 럭셔리 만찬을 준비하려 식자재들도 한가득 사 왔다. 또 기성은이 와인 창고에 넣어두었던 값비싼 와인까지 꺼냈다.한 병에 몇백만 원은 족히 하는 와인이었다... 또한 그녀는 한 잡지에서 이 연도에 생산한 와인은 시중에 몇 병 나오지 않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그녀는 와인 뚜껑을 연 뒤 스테이크를 구웠다.기성은은 조금도 마음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서재로 직행했으니 말이다.그녀 혼자서만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띵동.문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소민아가 장미꽃 한 다발을 주문했던 것이다.문을 열어보니 배달원이 도착해 있었다.소민아는 앞치마에 손을 문질러 물기를 닦은 뒤 빨간색 장미꽃을 꽃병에 꽂고는 식탁 중앙에 올려놓았다. 그 옆 금색 촛대에는 빨간색 초 두 대를 꽂았다.한 시간 뒤, 기성은이 물컵을 들고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만연하는 거실을 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그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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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소민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나치게 솔직한 목석같은 남자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성은 씨 바보예요? 센스가 왜 그렇게 없어요? 난 그냥 오늘 예쁘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것뿐이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모를 수가 있어요?”소민아가 두 손으로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쓸어내리며 말했다.“저 섹시하지 않나요? 예쁘지 않아요?”기성은은 분노에 씩씩거리는 그녀를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난 그런 거 볼 줄 몰라요.”“음식 다 만들었으면 밥이나 먹죠.”잠옷 차림의 남자는 이미 일어나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어두운 거실 안, 조명 몇 개가 남아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빛을 밝히고 있었다. 식탁 옆엔 장미꽃 꽃잎까지 흩뿌려져 있었다.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라면, 이 생화와 촛불을 본 순간 설레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하지만 기성은은 목석 그 자체였다.그가 성큼성큼 걸어가 조명을 켰다.“이렇게 어두운데 밥 어떻게 먹어요?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소민아가 못마땅한 얼굴로 걸어가 스위치를 껐다.“몰라요. 난 오늘 꼭 불을 끄고 밥 먹을 거예요. 그래도 켜고 싶으면 먹지 말아요.”기성은은 의자에 앉아 익숙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었다.“마음대로 해요.”소민아는 자리에 앉아 와인 한 모금 마시며 화를 가라앉혔다.“기성은 씨가 다치지만 않았다면 일찌감치 목 졸라 죽였을 거예요.”소민아는 고급 와인으로 숙성시킨 스테이크를 먹어서인지 순간 얼굴에 취기가 피어올랐다. 흐릿한 정신으로 휘청이다가 기성은의 몸에 쓰러지고 말았다.“난... 기성은 씨랑 같이 먹고 싶다고요. 그리고... 당신 진짜 낭만이라는 것도 모르고 연애하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 눈이 뼜나 봐요. 왜 당신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됐을까요?”소민아는 기성은의 무릎에 앉아 그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녀는 이미 메이크업이 살짝 지워졌던 얼굴에 화장을 덧칠했다. 몽롱한 두 눈동자에는 남자에 대한 감출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밥 다 먹으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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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분출하고 싶지만 차마 할 수 없는 그 기분은 그야말로 사람을 미쳐버리게 했다.기성은은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보았다. 필경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이 돈과 여자니 말이다.성욕을 참기 힘든 상황도 적잖게 마주했지만, 그는 종래로 여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일수록 더더욱 그랬다.예쁘고 배경이 없는 여자는 결국 거래의 도구로 사용되기가 일쑤기 때문이었다.깨끗하지 않은 일엔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기성은이다.“소민아 씨,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그만 해요.”소민아는 식탁 위 와인잔을 들어 반 잔 정도 입에 넣고는 그의 입술을 벌려 안에 넣어주었다.“이렇게 비싼 와인을 마시지 않는 건 낭비잖아요.”그녀는 다시 와인병을 들어 잔을 채우려다 조심하지 않은 척 일부러 그의 목에 쏟아버렸다.“전 왜 이렇게 허둥댈까요. 와인을 기성은 씨 몸에 다 쏟아버렸어요. 제가 깨끗이 핥아줄까요?”딱딱한 그곳을 누르고 있는 소민아의 하반신은 움직일 때마다 그곳에 자극을 주었다. 기성은은 온몸에서 피가 펄펄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거기다 따뜻한 액체가 부드럽게 그를 휘감고 있으니 정신이 아찔해졌다.소민아는 조금씩 그의 몸을 점령해나갔다. 급기야 조금 전 그녀가 키스했던... 남자의 가장 나약한 곳에까지 다다랐다.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극이 기성은의 모든 세포를 흥분시켰다.기성은은 이제 자신의 몸에 나 있던 상처까지 모두 잊어버렸다. 소민아는 여전히 끊임없이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위험이 눈앞에 닥친 것도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저 왔어요! 너무 좋아요! 이제 안 움직이고 싶은데 기성은 씨가 움직여주면 안 돼요?”소민아는 술에 취해 몽롱한 정신으로 기성은의 넓은 어깨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최고조에 다다른 오르가즘이 그녀로 하여금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그녀는 이제 완전히 만족하고 있다!하지만 괴로운 사람은 기성은이다.이대로 끝내겠다고?기성은은 어느새 묶여 있던 팔을 풀고 한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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