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611 - Chapitre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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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1화

구치소에 나온 후 임유진은 하원 시간까지 아직 2시간이나 남은 것을 확인하고 탁유미의 분식집으로 향했다.분식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임유진은 또 한 번 지난번에 봤던 검은 승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해당 차량은 오늘도 탁유미의 분식집이 정확히 보이는 그늘 밑에 주차되어 있었다.임유진은 차량 주인이 이경빈이라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이경빈은 탁유미와의 모든 오해를 푼 후 그 뒤로 어떤 여자와도 스캔들이 나지 않았고 몇 년 전에는 아예 이강 그룹을 S 시로 거의 옮기다시피까지 했다.그 모든 것이 다 탁유미 때문이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다만 이경빈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어떤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두 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만약 그때 탁유미를 절벽 끝까지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이경빈은 어쩌면 지금쯤 탁유미와 잘 지냈을 수 있었을 것이다.임유진은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분식집 안으로 들어갔다.한가한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탁유미는 의자에 앉은 채 고무줄 팔찌를 만들고 있었다.고무줄 팔찌라면 임유진도 어릴 적 만든 적이 있다.“언니, 팔찌는 왜 만들어요?”임유진이 물었다.“어릴 때 생각나죠? 우리 때나 유행하는 건 줄 알았는데 요즘 애들도 이런 걸 좋아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애들 밥 먹으러 올 때 혹시라도 팔 수 있을까 해서 만들고 있어요.”탁유미가 웃으며 임유진에게 의자를 내밀었다.“그런데 여기까지는 웬일이에요?”“지나가던 차에 들렸어요.”임유진은 잠깐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아까 여기로 들어오기 전에 이경빈 씨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것을 봤어요. 요즘도 계속 찾아와요?”“그래요? 몰랐네요.”탁유미의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꼭 이경빈에 관해서는 아주 조금의 감정도 없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역시... 아직 이경빈 씨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언니, 그럼 혹시 누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아직 젊은데 평생 이렇게 혼자일 수는 없잖아요.”임유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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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그런데 입양이라뇨?”“네, 이웃집 아주머니가 그러는데 입양이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겸이 양아버지 되는 사람은 전처가 죽고 금방 다시 결혼해 아들을 얻었어요. 전처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겸이가 누나라고 따르는 여자애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딸과 아들을 모두 가졌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입양을 한 거 있죠. 따로 밖에 여자가 있는 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었는데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애래요. 이상하죠?”탁유미도 학교 근처로 이사한 지 오래됐기에 이웃 주민들의 일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임유진은 탁유미의 말을 듣고는 괜히 가슴이 찡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럼 저 겸이라는 애는 그 가족과 아예 남남이라는 거잖아. 지난번에 봤을 때도 계속 구박만 당하는 것 같던데 만약 그 누나라는 애가 없었으면 진작에 그 집에서 쫓겨났겠지...?’만약 입양 간 집에서 버려지면 아이들은 대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거나 운이 좋으면 바로 다시 다른 집에 입양을 가게 된다.하지만 재입양을 가게 되는 것도 나이가 어린 애들이나 가능하지 어느 정도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은 그 기회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게다가 겸이라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무뚝뚝한 편이라 아마 좋은 입양 가족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저 아이한테 가봐야겠어요.”임유진은 분식집에서 나와 학교 대문 앞으로 향했다.이 자그마한 뒷모습이 왜 이렇게도 신경이 쓰이는지 그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임유진은 아이의 앞으로 다가가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를 바라보았다.역시 아이는 다시 봐도 너무나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학교 안을 바라보는 공허한 눈마저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겸아.”임유진은 무릎을 구부린 채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누나 하교하길 기다리는 거야?”누나라는 두 글자에 아이는 그제야 반응하며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겸이는 누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아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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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임유진은 한참이나 아이와 함께 대문 앞에 있다가 율이와 현이의 하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겸아, 아줌마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겸이 만나러 올게.”아이는 마치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임유진은 그런 아이의 모습에 심장이 찌릿하며 아파 났다. 꼭 심장 조각이 억지로 떼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저 놀이공원에서 한번 마주한 것이 다인 아이일 뿐인데 대체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아이의 상황이 안쓰러워도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픈 건 정상은 아니었다.임유진은 이를 꽉 깨물며 마음을 다잡은 후 천천히 분식집으로 돌아왔다.“저 아이가 신경 쓰여요? 꽤 오래 함께 있던데.”탁유미가 물었다.“전에 놀이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저 아이랑 저 아이의 누나가 함께 있는 걸 봤어요. 양부모라는 사람들도 봤고요. 아직 어린데도 누나를 지켜주려고 하더라고요.”“애가 너무 따르니까 나도 처음에는 친남매인 줄 알았어요. 아주 껌딱지가 따로 없다니까요.”탁유미는 분식집에 자주 오던 두 남매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웃어주는 것도 누나 한정인 거 있죠? 남자애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말을 몇 번 걸어봤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더라고요.”“커서도 지금처럼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어요.”임유진은 가방을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언니, 만약 겸이랑 겸이 누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연락 줘요. 언제든지요.”“그렇게도 저 남매가 신경이 쓰여요?”탁유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네, 그래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우려고요. 내가 저 아이들을 도와주면 어딘가에 있을 내 아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잖아요.”임유진의 표정이 조금 쓸쓸하게 물들어갔다.“아...”탁유미는 그제야 임유진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이런, 시간이 너무 지체됐네요. 현이가 한소리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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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이경빈은 차 안에서 하교하는 아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들이 보이자 탁유미는 여느 때와 같이 아주 환한 웃음으로 윤이를 반겼다.예전에는 그 웃음과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해 있었는데 멍청하게도 그는 스스로의 두 손으로 그걸 부숴버리고 말았다.이경빈은 그녀의 다정함과 애정이 가득 어린 시선을 떠올릴 때마다 후회와 죄악감이 물밀 듯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그녀를 사랑했던 만큼 고통도 또한 그만큼 컸다.이경빈은 학교 앞을 잔뜩 메운 학부모들이 다 사라지고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차 안에 머물러있었다.멀리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으니 1초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었다.그때 분식집 불이 꺼지고 탁유미가 밖으로 나왔다.이경빈은 그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일과를 다 마친 듯이 천천히 시선을 거두어들였다.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 건가?사실 출근 도장 찍듯 매일 같이 찾아오는 그이지만 이곳에서 탁유미와 윤이를 바라보는 게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설레고 즐거운 마음보다는 미친 듯한 죄악감과 쓸쓸함이 더 컸으니까.아들인 윤이는 더 이상 그를 아빠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그리고 탁유미는 그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주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이경빈은 스스로의 처지가 궁상맞게 느껴지는 듯 쓰게 웃었다. 그러고는 시동을 켜려고 손을 움직였다.하지만 그 손은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몸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당연히 집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던 탁유미가 분식집에서 나온 후 난데없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가로등 불빛을 가득 머금은 채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스푼의 쓸쓸함이 담긴 한 폭의 그림 같았다.탁유미는 여전히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간이식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뒤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 수척해 보였다.아무래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 같다.이경빈은 일전에 몸에 좋은 것들을 보냈다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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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어쩔 줄 몰라 하는 이경빈과 달리 탁유미는 매우 평온해 보였다.“앞으로 찾아오지 마. 이 말 하려고 왔어.”그녀의 말에 이경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그냥 멀리서 보고만 있을게.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게. 그래도 안 돼...?”“응, 그러지 마. 우리한테 어울리는 끝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거야. 진작에 그래야 했어.”이경빈은 순간 심장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다.너무나도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나도 알아. 내가 너한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거... 하지만 유미야, 나한테 기회를 줘. 어떻게든 갚을게. 무슨 수를 써서든 만회할게.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멀리서만이라도 널 보게 해줘. 그것만은 빼앗아가지 말아줘...!”이경빈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애원했다.늘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을 것 같은 남자가, 그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남자가 지금은 제발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너무나도 애절하게 빌고 있다.하지만 그런 그의 애원에도 탁유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고 너랑 나 사이의 일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더는 여기로 오지 마.”“싫어. 못해... 유미야, 내가 널 얼마나 사...”“그만.”이경빈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탁유미는 단호하게 잘라버렸다.“더 이상 말하지 마.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마. 소름 끼치니까.”이건 진심이었다.탁유미는 할 수만 있으면 이경빈을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을 전부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이경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과거의 멍청하고 바보 같았던 스스로가 떠올라 참을 수 없었다.이경빈은 탁유미의 말에 몸을 휘청였다.“너와 너의 집안이 윤이와 만나는 것까지는 뭐라고 안 할게. 아빠 노릇이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하지만 거기까지야. 나한테까지는 넘어오지 마. 네가 이렇게 얼쩡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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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탁유미의 말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찔러댔다.“내가 남자를 곁에 둬야만 네가 이 짓을 그만두는 거면 그렇게 할게.”이경빈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과 함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내가... 그렇게도 혐오스러워?”숨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 탓인지 그는 아주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혐오스러울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악몽이 자꾸 떠올라. 그거 알아? 너는 나한테 악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이경빈, 나는 더 이상 과거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할 수만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날 찾아오지 마.”탁유미는 한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이경빈의 두 눈은 점점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탁유미의 팔을 잡았던 손은 진작에 힘이 빠져있었다.악몽.탁유미에게 그는 악몽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저 그녀의 상처만 자극할 뿐인 사람이었다.이경빈은 쌀쌀맞은 탁유미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이제 그녀와는 두 번 다시 연인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 말고는.“내 얼굴을 안 보는 게 네 소원이면... 그렇게 할게.”이경빈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지금 하는 이 결심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자신을 보는 게 악몽이라고 한다면 그녀를 위해 악몽을 없애줘야 하는 게 그가 해야 하는 일이다.이경빈은 탁유미와 대화를 나눈 몇 분 사이에 십 년은 늙은 듯 수척해졌다.“갈게. 다시는 너를 불편하게 하는 일 없을 거야.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나한테 연락하는 게 싫으면 회사에 연락해도 되고. 네 이름을 들으면 그 어떤 요구도 들어주라고 얘기해놓을게. 내 얼굴... 안 봐도 되게 할게.”탁유미의 얼굴에는 여전히 조금의 감정도 일지 않았다.이경빈은 탁유미의 얼굴을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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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입안이 썼다.이경빈은 무슨 말이라도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랐으니까.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싫어하는 그녀인데 과연 뭐라고 할 수 있을까.탁유미는 대화가 끝이 나자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의 발걸음에는 아주 조금의 미련도 없었다.이경빈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그녀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임유진이 S 시로 돌아온 지도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었다.라온시에 있을 당시 스승님을 따라 법률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이제 슬슬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움직였다.주말.임유진은 율이와 현이를 학원에 보낸 후 2시간 정도의 틈을 이용해 강지혁과 함께 근처 빌딩을 둘러보았다.“왜, 사무소라도 차리려고?”강지혁이 물었다.“응, 괜찮은 사무실 있으면 한번 생각해 보려고.”임유진은 그간 라온시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실력을 키우는 건 물론이고 인맥도 많이 넓혔다. S 시로 다시 돌아오게 된 지금은 많은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지만 그녀는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그럼 내가 고 비서한테 연락해서 괜찮은 위치로 알아봐 달라고 할게.”임유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너 고 비서님한테 제일 비싸고 으리으리한 곳으로 찾으라고 할 거지?”“왜? 그러면 안 돼?”강지혁이 되물었다.“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래. 나는 줄곧 라온시에서만 있어서 여기서는 거의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랑 다를 거 없단 말이야. 그리고 여태 스승님 아래서 배우는 입장이기도 했고. 그래서 아직은 천천히 한 단계씩 밟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나는 뭐든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어.”투자비용이 얼마가 되든 상관이 없다. 애초에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주는 것에는 조금도 아낄 생각이 없으니까.“알지.”임유진은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사무소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고 지금은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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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강지혁은 주위의 시선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임유진에게 물었다.“어떤 맛 좋아해? 아니면 여기 있는 거 전부 다 살까?”“안 돼. 어차피 다 못 먹잖아.”임유진은 강지혁이 멋대로 주문할까 봐 다급하게 말렸다.아마 강지혁의 재력이라면 케이크를 종류별로 다 살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아예 가게를 통째로 사들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하지만 임유진은 이런 곳에 괜한 돈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나는 초코케이크로 할래. 혁이 너는?”“나는 다 괜찮으니까 초코 다음으로 좋아하는 맛으로 골라.”사실 강지혁은 케이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곳으로 온 건 그저 임유진이 원했기 때문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이 달콤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나마 단맛이 적은 블루베리 맛으로 골랐다.케이크가 나오고 임유진은 초코케이크를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확실히 평소에 먹었던 초코케이크와는 다른 맛이었다. 초코 맛이 조금 더 짙고 우유 맛도 더 강했다.“맛있네. 이거 먹어볼래?”임유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포크로 케이크를 집어 강지혁의 입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 움직인 뒤에야 이곳은 집이 아닌 사람들 다 보는 공공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건 여전히 부끄러웠다.임유진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케이크 쪽이 아닌 케이크를 쥔 포크를 주려는 듯이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걸 건네기도 전에 강지혁이 입을 크게 열더니 그대로 케이크를 받아먹었다.“응, 괜찮네.”강지혁의 부드러운 미소에 임유진은 마치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미친, 방금 케이크 먹여주는 거 봤어?”“근데 저 남자 연예인이야? 왜 저렇게 잘생겼어?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혹시 근처에 카메라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야?”임유진과 강지혁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손님들은 케이크를 먹여주는 장면을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얘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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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그냥 인사하는 것뿐이잖아. 그리고 연우진 씨는 지영이 친구야.”임유진이 말했다.“그럼 왜 아까 눈도 안 깜빡이고 봤어?”강지혁이 되물었다.“그, 그건 그냥 궁금하니까. 지영이 남자친구인 줄 알았단 말이야.”임유진은 혹시라도 그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해명했다.“그리고 나는 다른 남자한테 관심 없어. 내가 사랑하는 건 너니까!”강지혁은 그 말에 입꼬리를 예쁘게 위로 말아 올렸다. 그녀에게서 이 말을 들으려고 일부러 유도한 것 같기도 하다.임유진의 얼굴은 어느새 또다시 빨갛게 물들었다.강지혁은 몸을 살짝 기울인 채 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다시 한번 말해봐.”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럴 때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한 이불 덮고 자는데도 여전히 막 사랑의 감정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녀처럼 볼이 빨개지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한 번만 더.”강지혁은 귀 바로 옆까지 다가와 계속해서 은근한 목소리로 유혹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혁이 너야. 나는 너밖에 없어...”그리고 임유진은 그의 소원대로 나지막이 사랑을 속삭였다.한편, 한지영과 함께 케이크 고르러 온 연우진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지 아직도 멍한 얼굴이었다.“방금 그 사람... 강지혁 씨라고 했죠?”연우진은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재차 확인했다.“네.”한지영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GH 그룹의 그 강지혁 회장 맞죠...?”“네, 맞아요.”연우진은 한지영의 답변에 저도 모르게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 설마 SNS에서 가장 핫한 케이크 집에서 그 유명한 강지혁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게다가 더 놀라운 건 그 강지혁의 아내가 바로 한지영의 친구라는 것이다.“왜 그래요?”한지영은 멍한 얼굴의 연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지영 씨 친구분의 남편이 강지혁 씨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조금 놀랐어요.”“뭐 저도 처음에는 깜짝 놀라긴 했죠. 아, 혹시 불편해요? 그러면 이따 케이크 나오면 우리 먼저 가죠.”“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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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한지영은 속으로 결혼에 관해 생각하다 갑자기 난데없는 백연신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녀는 자기가 떠올리고도 깜짝 놀라며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그렇게 잊겠다고 해놓고 또다시 백연신을 떠올리다니, 정말 구제 불능이 아닐 수 없었다.케이크를 고르고 다시 임유진과 강지혁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을 때 한지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며 발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그도 그럴 것이 절친한 친구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강지혁에게 케이크를 받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얼씨구, 아주 깨가 쏟아지네.’한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친구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우여곡절 끝에 이어진 두 사람이기에 잘 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5년이나 지났음에도 다시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의 마음이 여전히 서로를 향해 있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한지영은 대화를 나누다 임유진이 법률 사무소를 차릴 예정이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그럼 너 개업하는 날에 내가 축하 화환이랑 엄청 큰 선물을 줄게!”“약속한 거야?”“그럼!”“우진 씨도 시간 나면 지영이랑 함께 놀러 오세요.”“꼭 그럴게요.”연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대화를 통해 연우진이 대기업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이라 경쟁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그런 쟁쟁한 사람들을 제치고 팀장 자리까지 차지한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능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강지혁은 대화에 거의 끼지 않았고 임유진을 먹이는 데만 집중했다.임유진은 케이크를 다 먹은 후 아이들에게 줄 케이크도 주문했다. 현이는 달콤한 걸 좋아하는 아이라 분명히 엄청 좋아할 게 분명했다.케이크 포장을 받은 후 가게에서 나온 네 명은 짧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여러분, 그 망할 변호사 여기 있어요!”그리고 곧이어 한 무리 사람들이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곧장 임유진 쪽으로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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