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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1331 챕터

제71화

차설아는 심호흡하고 성도윤의 사무실로 들어갔다.훤칠한 키, 넓은 어깨에 긴 다리까지 더해지니 창가 옆에 서 있는 그의 다부진 몸매가 유난히 더 시선을 사로잡았다.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은 주변공기마저 싸늘하게 만들었고, 보아하니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차설아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주식 양도서를 꺼내더니 그의 뒷모습을 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도윤 씨, 시간 있을 때 여기에 사인 좀 해줘. 일찌감치 재산 분배를 완벽하게 해놔야 며칠 뒤에 깔끔하게 이혼 증명서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그녀의 말에 성도윤은 몸을 돌렸고, 따스한 햇볕에 비친 그의 얼굴은 부드럽고 매혹적이었다. “이혼 증명서로 뭘 하려고 이렇게 재촉하는 거야? 설명해야지?”“설명?”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설명할 것도 없어. 첫째, 허광희가 당신한테 100억 요구한 건 그 사람 생각이고 믿든 말든 나랑은 아무런 상관없어. 둘째, 성대 그룹의 고객 시스템은 처음부터 허점이 많았고 공격받는 건 시간문제였어. 난 그저 당신들을 위해 미리 지뢰를 제거한 거고, 복수하고 싶으면 그냥 해. 셋째, 이혼 합의서에 법률사무소는 내 명의로 되어있어. 당신이 사인을 안 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강제 집행할 거야.”성도윤은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한참이 지나서야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소리야?”“내가 충분히 설명했잖아, 우물쭈물하지 말고 얼른 사인해!”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아주는 성도윤이었기에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걸 예상하였다.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방금 코드 쓰던 남자가 네가 자기 전 여자친구라고 하더라. 나랑 이혼하는 것도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줘.”“뭐라고? 전 여자친구?”그의 말에 깜짝 놀란 차설아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한참 동안 하고 있던데, 고작 당신한테 이런 얘기를 했다고?”“안 그러면?”“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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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뭘?”차설아는 마치 질식 전 산소를 되찾은 물고기처럼 두 눈이 반짝 빛나더니 생각에 잠겼다.“주식 양도서에 사인해달라며. 시간 지나면 안 할 거야!”도도한 태도의 성도윤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설마 동의한 거야?!’차설아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재빨리 양도서와 사인펜을 공손하게 남자에게 건넸다.“여기!”행여나 자기 행동이나 표정이 그의 눈에 거슬려 갑자기 변심하지 않을까 긴장한 채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성도윤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류에 깔끔하게 사인을 한 뒤 아무 감정 없이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충고하는데 이혼 협의서에 적힌 내용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 뒤에서 이상한 일 꾸미지 말고.”차갑고 잔인한 그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혔고 차설아는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허광희의 헛소리를 잊고 흔쾌히 양도서에 사인을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차설아를 믿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상관 없기에 차설아도 뭔가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이혼하게 된 마당에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 역시도 깔끔하게 이혼하려고 흔쾌히 서류에 사인한 게 틀림없다.“협조해 줘서 고마워. 별다른 일 없다면 아마 증명서 받는 날에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겠네. 이제 앞으로 각자 제 갈 길 가자고.”말을 마친 차설아는 서류를 건네받고 쿨하게 자리를 떴다.성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하루라도 빨리 그한테서 벗어나고 싶다는 차설아의 다짐이 눈에 보였다.그는 700여 억을 포기하고 기어코 법률사무소를 원하는 차설아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성운 법률사무소에는 하나같이 다 쓸모없고 괴팍한 인간들뿐인데 정말 잘 버틸 수 있을까?’...다음날, 차설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련된 오피스룩에 플랫 구두를 신고 씩씩하게 법률사무소로 향했다.이 법률사무소는 성대 그룹 소속이었지만 사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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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는 수수한 옷차림에 마스크를 쓴 채 사무실 테이블 위에 있는 화초의 나뭇잎을 하나하나 정성껏 닦고 있었다.남자는 차설아의 목소리를 듣고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흥미로운 듯 고개를 들었다.“당신이 우리 법률사무소에 새로 오게 된 사장이에요? 그 성도윤한테 버림받았다던 불쌍한 여자?”차설아는 난처해하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자세하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앞부분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마스크를 벗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40대 남성이었고 자료에서 봤던 오경철의 모습과 똑같았다.배경수가 보낸 자료에 따르면 성운 법률사무소는 세 명의 동업자로 이뤄졌고 여자 한 명에 남자 두 명, 오경철은 그중 한 명이었다.그는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았고 연륜 있어 보이는 모습은 다가가기 쉬울 것처럼 보였지만 겉모습과 달리 쉽게 마음을 터놓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서로 만난 적도 없고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절 알아보신 거죠?”“아주 간단해요.”차설아는 솔직하게 말했다.“사장으로서 직원들 사전 조사하는 건 필수 아닌가요? 오 변호사님은 식물 가꾸는 걸 좋아하죠. 정말로 청소부였으면 잎사귀 하나하나 닦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을 거예요.”“재밌네요.”오경철은 흥미롭다는 듯 차설아를 보더니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전 조사를 해보셨다면 우리가 쉬운 상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계시겠네요? 똑똑한 사람이라면 알아서 포기해요.”“공교롭게도 전 도전적인 일을 좋아해요.”차설아의 목소리에서는 열정이 느꼈고 반짝 빛나는 두 눈은 마치 포기를 모르는 한 마리의 치타처럼 굳세고 강인했다.차무진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그런 유전자를 몸에 지닌 채 어떻게 쉽게 물러설 수 있겠는가!“성도윤이 3년 동안 해내지 못한 일을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전 3년이 아니라 3일이면 됩니다!”“젊은 사람이 용기가 대단하네요. 정신적으로나마 응원할게요.”오경철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인수한 법률사무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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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삼 일 뒤.해안시에서 유명한 ‘별밤’ 클럽은 격조 있는 우아한 분위기에 상하 2층으로 나뉘어 있다.사도현과 강진우는 탁 트인 시야에 프라이버시까지 보장할 수 있는 2층 VIP석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성도윤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도윤 형 왜 아직도 안 와? 골드 3인방 4년 만의 모임인데 설마 이렇게 바람맞는 건가?”사도현은 술잔을 들고 초조해하며 클럽 입구를 살폈다.“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만나기로 한 건데, 오늘 못 만나면 정말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골드 3인방 중 맏형인 강진우는 줄곧 온화함을 유지하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침착해. 도윤이 성격 너도 잘 알잖아. 기분이 수시로 변하는 녀석인데 우리가 바람맞는 것도 이상한 것 없잖아?”그러나 오직 성도윤만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사도현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안 되겠어, 바로 전화해 볼 거야!”그는 핸드폰을 꺼내 성도윤의 번호를 눌렀다.그 시각 한창 일하느라 바쁜 성도윤은 싸늘한 말투로 기다리지 말라고 전했다.‘정말 안 올 생각이야?’그는 일 중독자인 성도윤을 불러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던 순간 클럽으로 들어오는 대여섯 명의 남녀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저마다 화려한 모습이었다.그중 하얀 원피스에 검은 긴 생머리의 여성이 가장 돋보였는데 바로 차설아였다!그녀는 웃음꽃을 활짝 피운 채 함께 온 비슷한 또래의 남자한테 귓속말하고 있었고 둘은 한없이 친근해 보였다.그는 성도윤이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형, 무조건 와! 차설아 지금 웃으면서 다른 남자랑 껴안고 있어.”핸드폰 너머로 정적이 흘렀고 곧이어 노트북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별밤 클럽? 지금 바로 갈게.”강진우도 차설아를 발견하고선 부드럽고 점잖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도윤이 와이프 저번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참 재밌는 여자야.”그 시각 차설아는 성우 일행과 함께 1층의 테이블에 앉았다.불과 사흘 전만 해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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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성도윤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성우가 술을 따르고 있지?’삼 년 전, 성대 그룹이 성운 법률사무소를 인수했을 때 성우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그러나 업무 능력이 뛰어났던 성우는 성대 그룹의 모든 법무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했고 그의 실력을 생각하며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관건적인 순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기에 돈을 벌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근 몇 년 동안 사무소에 일절 손대지 않았다.배려해 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도 모자랄 상황에 되려 연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그는 700여 억을 포기하고 손해만 보고 있는 법률사무소를 택한 차설아의 선택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또한 차설아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절대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직접 모든걸 겪어본 후에 재산 재분할 요청할 거라고 확신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불과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차설아와 변호사들은 성도윤이 온 걸 알아채지 못했고, 성도윤도 인사를 건네지 않은 채 곧장 2층 VIP석으로 올라갔다.사도현은 참고 있던 불만을 내뱉았다.“형, 드디어 왔네. 차설아 얘기에 그 바쁜 사람이 바로 달려온 것 좀 봐. 역시 친구보다는 애인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네!”“걔랑은 상관없어.”성도윤은 싸늘하게 답하고선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은 곳은 마침 차설아의 맞은편이었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자리에 앉은 그는 뚫어져라 차설아만 바라봤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하얀 원피스에 레드립, 청순함과 섹시함이 모두 공존한 차설아는 너무 매혹적이었다!‘설마 미모로 저 사람들을 설득한 건가?’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술을 마셨고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스쳤다.“형, 내 말 듣고 있어?”사도현은 손을 흔들며 성도윤을 불렀고 투덜거림은 멈출 줄 몰랐다.“그만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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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아래층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남다른 분위기를 뽐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차설아와 변호사들은 외부와 단절된 듯 즐겁게 술 마시며 놀고 있었고, 그렇게 두 도련님은 찬밥신세가 되었다!어딜 가나 환영만 받던 사도현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홀대에 기분이 상했고 옆에 있는 성도윤을 대신하여 분풀이하듯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술 게임 하는데 뭘 이렇게까지 흥분해, 유치하지도 않나?”사람들은 그제야 그들을 발견했고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서로 눈이 마주친 성도윤과 차설아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봤고 아무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불꽃이 튀고 있다는 걸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옛사장과 현 사장 사이에서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고 행여나 말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하나같이 침묵을 유지했다.결국 차설아가 정적을 깨며 입을 열었다.“같이 놀래?”“이런 유치한 게임을 누가 좋아한다고...”“그래.”사도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성도윤은 이미 자리에 앉았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 사도현도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고 옆자리에는 그의 ‘유일한 구원자’ 성우가 있었다.그간 줄곧 미지근한 태도로 성도윤을 대해온 성우는 오늘 기분도 좋고,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저희랑 놀아주신다니 다 같이 간단하게 진실게임 해요. 일단 각자 번호 하나씩 뽑아요. 주사위 굴려서 나온 사람이 아무나 한 명 골라 질문하고 만약 상대방이 답을 못하면 벌칙 받는 거 어때요?”“이럴 줄 알았어, 엄청 유치하네!”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싶은 사도현이었지만, 우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도윤의 모습을 보고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우물쭈물하지 말고 얼른 시작해!’시종일관 싸늘한 태도를 유지하며 일 중독인 성도윤이 한가하게 어린애들이랑 이런 유치한 게임을 하고 있으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설마 진짜 차설아한테 넘어간 건가?’갑자기 끼어든 두 사람에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게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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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성도윤과 사도현 두 도련님에게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성우는 방금 전 번호표를 나눌 때 일부러 6번을 사도현에게 건네줬다.8대 가문의 도련님들이 서로 30초 동안 키스를 나눈다는 상상을 하니 기분이 짜릿해졌고 정말로 한다면 아마 전설로 남을 것이다.“6번 누구예요, 얼른 일어나세요!”성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사람들을 보며 물었고 화가 난 사도현은 성우를 가리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너 이 자식 무슨 속셈이야? 감히 우리 형을 갖고 놀아? 죽고 싶어 환장했어?”성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무덤덤했다. 변호사 생활하면서 그간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사도현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도 성우 앞에서는 꼼짝 못 하며 그를 공손히 대했다.“벌칙을 쿨하게 받으세요. 대표님과 도련님이 저희랑 함께 게임을 하겠다고 한 이상 적어도 기본적인 룰은 지켜야죠.”말을 마친 성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스톱워치를 켰다.“두 분 얼른 하세요. 별거 없어요. 미남 두 명이 키스하는 장면은 아름답게 느껴질 거예요.”사람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사도현은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왜 다들 날 봐, 나 6번 아니야.”그는 고개를 돌려 성도윤을 바라보며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형, 그냥 한번 걸어봐. 여자애들이 다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키스 30초 한다고 손해 볼 건 없잖아. 정말 운 안 좋게 남자가 걸린다면 내가 이 테이블 뒤집어엎을게.”“6번이 아니라고요?”성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몇 번이세요?”“나 9번이야.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하던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번호표를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쳤다. 정말 9번이었다!성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9번을 6번으로 착각한 것 같다.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 말을 바꾸기도 애매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사람들을 부추겼다.“도대체 6번 누구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상대가 누가 됐든 성도윤이 키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너무 흥미로운 일이었다.“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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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몹시 난처해하는 차설아의 모습에 성우는 재빨리 말을 덧붙여 그녀를 도와줬다.“솔직히 저도 이 벌칙은 지루한 것 같네요. 대표님 같은 분한테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일인데 제가 경솔했어요. 벌칙은 제가 포기할게요.”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잡아먹을 기세로 밀어붙일 땐 언제고 새 사장을 위해 편드는 모습이 너무 눈에 훤히 보였다.성도윤은 줄곧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고 어두컴컴한 조명에 비친 그의 싸늘한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봤다.“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돌릴 수 있다니, 당신의 매력을 내가 과소평가했네.”“...”도저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차설아는 그저 반듯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왜 갑자기 또 발끈하는 거야? 벌칙 안 받게 했으면 고마워해야지. 표정은 또 왜 저래?’게임은 계속 진행됐고 주사위를 돌리자, 사도현이 나왔다.“하하하!”복수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박장대소했고 골탕 먹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그는 유부녀와 친하게 지내는 성우가 눈에 거슬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성도윤에게 망신 준 차설아가 못마땅하게 느껴졌다.정말로 사랑한다면 어떻게 키스를 지루하다고 느낄 수가 있겠는가?순간 그녀가 성도윤에게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던 그는 차설아를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남편 사랑해? 첫날밤도 남편이랑 보낸 거야?”난감한 질문이긴 했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성도윤은 착잡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오매불망 그녀의 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거절할게요.”사람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 찼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에 부부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고작 게임 하나에 서로 똑같이 행동하는 걸 보니 부부가 맞는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때로는 침묵이 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사도현은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고선 가치 없는 사람에게 감정 낭비하고 있는 그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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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클럽에서 나온 차설아는 일행한테 인사를 건넨 뒤 혼자 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스치니 정신도 덩달아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날씬한 몸매에 흰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고 있었고 예쁘장한 얼굴에서는 슬픔이 느껴져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였다.많은 남자들이 차를 세워 경적을 울리거나 휘파람을 불며 수작을 부렸고 험악한 눈빛으로 쏘아보자 전부 놀란 채 도망쳤다.그러던 중 또 한 대의 차가 다가왔고 마음 준비를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안에는 성도윤이었다.험악하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고 마치 모르는 사람인 듯 차가웠다.“같이 갈래?”성도윤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같은 길 아니야!”차설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바로 앞인데 같은 길이 아니라고?’불편함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을 성도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어떻게 팬 픽션의 원작자가 될 수 있었을까?정신병자가 아니라면 지금 연기를 하는 게 분명했다!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그는 클럽에서 망신당한 일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차설아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핸들을 돌려 고개를 내밀며 다시 한번 얘기했다.“얼른 타, 가면서 법률사무소에 관해서 얘기해줄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야.”“필요 없어.”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턱을 높이 들더니 싸늘하고 도도하게 답했다.“적어도 너보다는 잘할 거야.”성도윤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성우만 해결하면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성우가 아니라고!”그녀는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는 이현을 가리키는 것임을 단번에 알아챘다.능력이 뛰어나고 강한 여장부 스타일인 그녀야말로 성운 법률사무소의 진정한 핵심 인물이었다.만약 이현을 정복하지 못한다면 법률사무소는 가지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골칫덩이로 남게 된다!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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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은색 스포츠카에는 배경수가 있었고 그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았다. 행여나 차설아가 다치지는 않을까, 뱃속의 두 아이가 놀라지는 않을까 주의를 기울였다.“설아, 넌 정말 말썽꾸러기야. 임신한 채로 술 마시러 나오다니, 시대를 앞서나간 태교 방법인데?”“난 술 안 마셨어.”조수석에 앉은 차설아는 머리를 짚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걱정거리가 많은 모습이었다.털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배경수는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는 단번에 차설아가 성도윤과의 일로 골치 아파하는 걸 알아챘고 떠보듯 물었다.“설아, 아직 완전히 이혼한 건 아니니까 선택은 그 쪽한테 맡기고 임신했다는 사실을 얘기해 보는 건 어때? 내가 관찰했는데 그 사람 너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어. 적어도... 소유욕은 있어.”그렇지 않으면 배경수 차에 올라타는 걸 보고 표정이 굳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남자의 입장으로 볼 때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 남아있는 한 그들 관계는 끝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더군다나 설아가 목숨 걸고 그 사람을 구했으니 널 선택하겠지.”“그만해!”차설아는 그의 말을 자르고선 싸늘하게 노려봤다.“내가 왜 그 사람한테 선택받아야 하는데? 나한테 좋은 게 뭐가 있어? 천대받는 며느리 생활? 아니면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거?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어떻게 버텨!”소유욕은 사랑이 아니다. 임채원을 대하는 성도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맞는 말이야!”정신 차린 차설아의 모습에 배경수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4년 동안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다가 정신 차린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네! 그래도 아이한테는 아빠가 필요하니까 내가 계속 연기할게.”배경수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애틋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차설아는 그를 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맞고 싶어?”순간 움찔한 배경수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얌전해졌다.“알겠어, 삼촌이야, 삼촌. 이제 됐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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