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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491 - 챕터 1500

1509 챕터

제1491화

민이 이모는 신이 나서 뒷마당으로 가는 성도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설아 아가씨, 도련님은 강아지가 지내던 곳에서 살게 되었는데 왜 이렇게 기뻐하는 거예요? 뇌수술을 받았다더니, 설마 수술 중에 문제가 생겨서 바보가 된 건 아니죠?”민이 이모는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성도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뻔뻔스러워진 것도 이상한데 아무리 내쫓으려고 해도 마땅한 이유가 없어요.”“아니면 제가 나서서 내쫓아 볼까요?”민이 이모는 은근슬쩍 차설아를 떠보았다. 민이 이모는 차설아가 성도윤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성도윤을 대하곤 했다.만약 차설아가 성도윤을 싫어하면 민이 이모는 차설아보다 10배 더 싫어했다.반대로 차설아가 성도윤을 반긴다면 민이 이모도 성도윤에게 잘 해주었다.“가만히 내버려둬요. 저러다가 지치면 알아서 나갈 거예요.”차설아가 성도윤을 집안에 들인 것은 전부 두 아이를 위해서였다.“지금 저는 실명했고 아이들은 아직 어려요. 이모도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을 혼자 돌볼 수 없고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만약 이 집을 지탱해 줄 사람이 없을 때 어느 가문에서 우리한테 복수하겠다고 쳐들어오면 위험해져요. 일단 저 사람을 지켜보면서 같이 지내자고요.”“설아 아가씨의 말이 맞아요.”민이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골똘히 생각해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설아 아가씨는 도련님이 계속 남아계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도련님 때문에 아가씨의 기분이 영향받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있든 말든 상관없어요. 앞이 보이지 않으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을 거예요.”차설아의 애매한 대답에 민이 이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도련님이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온 거라면 너무 좋죠.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이에요. 예전에도 저희 곁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났잖아요. 갑자기 떠나면서 아가씨와 원이 도련님, 달이 아가씨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돌이켜보면 차설아와 성도윤은 달콤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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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성도윤이 곧 치열한 경쟁 속에 뛰어들어야 했기에 강아지가 지내던 곳에서 자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그저 장난 좀 쳤을 뿐이에요. 이모, 뒷마당에 있는 창고 방을 정리해서 도윤 씨가 지내게 해요. 그 방은 예전에 아빠가 장난감을 만들던 곳이에요. 아빠는 손재주가 좋아서 저랑 엄마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매일 만들어주셨어요. 그날에 불이 나서 차씨 가문 저택이 전부 타버렸지만 그 방만큼은 그대로였죠. 만약 아빠가 그 안에 있었다면 운 좋게 살아남았을 수도 있어요.”차설아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했던 그 방을 아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방에 다시는 아빠와 함께 들어갈 수가 없었다.“알겠어요. 지금 가서 도련님이 쓸 수 있도록 정리할게요.”민이 이모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설아 아가씨는 여전히 도련님을 마음에 두고 있어. 겉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닌 척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보호해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마음만 있다면 어떤 관계이든 상관없지.’뒷마당에 들어선 민이 이모는 키가 훤칠한 성도윤이 강아지가 지낸 곳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도련님, 설아 아가씨가 장난친 거예요. 이쪽으로 오시면 안내해 드릴게요.”민이 이모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도윤을 바라보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강아지가 지내던 집도 꽤 큰걸요. 얼핏 보면 1.2미터 정도 되는 침대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성도윤은 민이 이모마저 내쫓으려고 할까 봐 두려워서 괜찮은 척했다.“정말 장난친 것이니 신경 쓰지 말아요. 설아 아가씨께서 저 앞에 있는 오두막을 청소하라고 했어요. 예전에 대표님은 저 방 안에서 장난감을 만들었어요. 아직도 그 장난감들이 남아있을 거예요.”민이 이모는 앞장서면서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대표님이라면 설아의 아버지인가요?”성도윤은 민이 이모의 뒤를 따라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에는 서재, 거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다.재벌가 도련님인 성도윤에게는 한없이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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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그림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믿기지 않았다.그림속 여자는 다름 아닌 성도윤의 엄마, 소영금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성도윤은 바로 알아보았다.소영금의 모습은 젊었을 적이었는데 성도윤이 3살 때 기억했던 소영금의 모습과 똑같았다. 성도윤은 차설아의 아빠가 보던 책 안에 왜 소영금을 그린 종이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도련님, 다 정리했으니 편히 쉬세요.”청소를 마친 민이 이모는 성도윤의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성도윤이 그림을 치우려는데 민이 이모가 입을 열었다.“도련님도 이 그림 속의 여자에 대해 알고 계세요?”“저, 저는...”성도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반문했다.“이 여자와 차설아의 아버지가 어떤 관계인지 아세요? 친구인지, 누이인지 궁금해서요.”“그것까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대표님이 이 그림을 아주 아낀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어요. 대표님이 상상 속의 여자를 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제가 청소할 때마다 대표님이 이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것이 생각나요.”민이 이모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대표님과 큰 사모님은 금슬이 좋은 부부였거든요. 해안시 사람들은 두 분을 선남선녀라고 부르면서 아주 부러워했어요. 두 분은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큰 사모님이 이 그림을 발견하고 다투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이 그림을 버린 줄 알았어요.”“듣고 보니 어딘가 이상하긴 하네요. 설아도 이 그림에 대해 알고 있나요?”성도윤은 계속해서 민이 이모한테 물었다. 부모님 세대의 원한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설아 아가씨는 몰라요. 대표님과 큰 사모님이 싸운 건 설아 아가씨가 소풍을 간 날이었어요. 아가씨가 돌아올 때쯤에는 두 분이 화해하시고 티도 내지 않았어요. 이 그림은 본 적도 없을 거예요. 도련님, 이 그림에 관한 건 설아 아가씨한테 알려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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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차설아는 한참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요.”차설아는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차설아가 아는 성도윤은 침묵하거나 대답을 회피할 때도 있었지만 절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었다.성도윤은 심호흡하고는 밖을 내다보았다.“설아야, 오늘 날씨도 좋은데 근처에 있는 시장에 가서 장이나 볼까? 내가 맛있는 걸 해줄 테니 기대해.”“당신이 요리한다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우리 집 주방을 태워버리려는 건 아니죠? 갑자기 소름이 돋았어요.”“날 믿어줘.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요리만 연구했어. 계속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요리 실력이 늘더라.”성도윤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회사 일은 뒤로 하고 차설아와 만난 다음에 무엇을 해줄지 생각했다.성도윤은 차설아와 햇살을 맞으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차설아에게 전 세계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을 전부 해주고 싶었다.성도윤은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차설아를 놀라게 하고 싶었다. 진무열이 여러 가지 레시피 책을 구해오자 성도윤은 하루 종일 레시피를 연구하고 시도했다.차설아가 좋아할 만한 음식의 레시피를 죄다 외웠다.“당신은 너무 약해. 평소에 밥도 제대로 안 먹지? 내가 있는 동안에는 삼시세끼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당신을 위해 몇백 가지 요리를 연구했어. 한 끼도 겹치지 않게 식단표를 짜볼게.”성도윤은 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말했다.“당신은 할 일이 고작 그런 것밖에 없어요?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거냐고요!”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에 흔들렸지만 일부러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목청을 높였다.“이제는 좀 느긋하게 살아가려고...”성도윤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어.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다른 기획안을 검토했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알지 못했어. 잃어버린 나의 인생을 다시 찾으려고 해.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 몸도 저절로 낫겠지.”“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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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두 사람은 백화점 옆에 있는 식자재 마트로 향했다. 성도윤은 스쿠터를 세운 뒤, 차설아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시장 안으로 걸어갔다.성도윤과 차설아는 맨투맨을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얼핏 보면 퇴근하고 나서 장을 보러 온 신혼부부 같았다. 두 사람은 선남선녀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차설아는 성도윤의 팔을 감싸안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당신은 뭘 좋아해?”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는 차설아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원이는 물고기를 좋아하고 달이는 소고기를 좋아해요. 나는 가리는 게 없어서 다 잘 먹어요.”차설아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성도윤이 장 보러 가자고 할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은 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어느 날에 사고로 차설아가 죽게 되어도 두 아이는 성도윤의 보살핌 하에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다.“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이미 샀으니 당신이 좋아하는 걸 말해봐. 내가 맛있게 해줄게.”성도윤은 차설아가 좋아하는 것을 사려고 고집을 피웠다.“당신이 좋아하는 거라면 다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알려줘. 나는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그럼... 갈비찜은 할 줄 알아요?”차설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전에 차설아의 아버지가 해준 갈비찜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었다.아버지가 돌아간 후, 차설아는 갈비찜을 먹기 싫어했고 아버지가 해준 그 맛이 아닌 갈비찜은 절대 먹지 않았다.“갈비찜이라면 자신 있어. 오늘 제대로 된 갈비찜이 어떤 건지 보여줄게.”성도윤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도윤은 차설아가 마음을 열고 자신을 부려 먹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은 삶의 동력이자 사랑의 증표였다.차설아와 성도윤은 많은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같이 마트에 장 보러 왔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두 사람은 일반인처럼 생활하면서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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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알겠어요. 그럼 얼른 사고 돌아와요.”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의자에 앉았다. 고기 특유의 냄새와 피비린내를 싫어했기에 의자에 앉아 성도윤을 기다리기로 했다.차설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성도윤한테 의지하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만약 성도윤이 갑자기 떠나가 버리면 성도윤에게 기대는 것이 습관된 차설아는 공허함 때문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이다.성도윤이 고기를 사러 간 후, 차설아는 혼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후각과 청각은 아주 예민했다. 고작 몇 분이 흘렀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차설아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수군거렸다.이때 차설아의 손에 말캉한 무언가가 닿았다.“누구야!”깜짝 놀란 차설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그 물건을 내쳐버렸다. 그러자 한 남자아이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이 누나가 나를 밀쳤어요. 빨리 혼내줘요. 나를 밀면서 욕했다고요!”그 남자아이는 차설아가 진짜 보이지 않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손을 만진 것이었다.차설아는 놀란 마음에 밀쳤고 남자아이는 바닥에 넘어졌다. 남자아이의 엄마는 세일 상품을 고르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재빨리 달려왔다.“아들, 도대체 왜 넘어진 거야? 누가 너를 괴롭혔어? 엄마한테 당장 말해. 내가 가서 그년을 죽여버릴게.”험상궂게 생긴 뚱뚱한 여자는 얼핏 보아도 성격이 괴팍해 보였다.“이 누나가 나를 밀었어요. 가만히 있길래 마네킹인 줄 알고 손을 만졌을 뿐인데 나를 힘껏 밀쳐서 넘어졌어요. 엄마, 너무 아파요! 흑...”남자아이는 차설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울먹였다. 조금 전부터 차설아의 앞에 서서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껴도 감출 수 없는 미모 때문인지 남자아이는 다가가서 손을 만져보고 싶었다.그런데 차설아가 벌떡 일어나면서 밀쳐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자아이는 화가 나서 엄마한테 일러바쳤고 차설아를 혼내라고 했다.뚱뚱한 여자는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몸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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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차설아는 처음에 압도적인 기세로 사람들을 눌렀지만 선글라스가 바닥에 떨어진 뒤로 적잖이 당황했다. 제일 아픈 상처를 들킨 순간, 무척 괴롭고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차설아는 고개를 깊게 숙였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나약한 모습을 낯선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차설아는 쭈그려 앉아 선글라스를 찾고 있었다.“저기요. 저의 선글라스를 좀 찾아주세요.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셔도 돼요. 누구 없어요? 저를 도와주세요.”차설아는 손으로 더러운 바닥을 마구 휘저었다. 온몸을 덜덜 떨었고 울컥해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모여있던 사람들은 차설아의 나약한 모습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차면서 수군거렸다.“이제야 굽신거리네. 조금 전과는 너무 다른 거 아니야? 너 같은 년은 꼭 혼내야 정신을 차리더라.”“맹인이면 성격이 괴팍해도 우리가 받아줘야 해?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건 용납 못 하겠어. 그리고 어쩌다가 눈이 멀었는지 알 게 뭐야? 이런 사람은 불쌍하지도 않아.”모여 있던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줍지 않고 발로 더 멀리 차버렸다. 뚱뚱한 여자는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여기고는 차설아를 내려다보면서 씩 웃었다.뚱뚱한 여자는 차설아의 머리채를 잡고 말했다.“눈은 멀었어도 귀는 들리잖아. 당장 사과하지 못해? 내 아들을 밀쳤으면 당장 사과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네 귀를 뜯어버릴 거야.”소란스러운 현장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들었다. 한편, 성도윤은 마트에서 제일 비싼 소갈비를 샀다. 차설아가 좋아하는 갈비찜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원이가 좋아하는 물고기를 사러 가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가 앉아 있던 곳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본 성도윤은 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설아야!”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재빨리 인파 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차설아가 모여든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순간, 성도윤은 화가 솟구쳐 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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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차설아는 성도윤의 품에 안겨서 어깨를 꽉 잡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차설아는 성도윤의 품이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성도윤을 안고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여겼다.성도윤은 선글라스를 한참 동안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선글라스를 들이밀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빠, 선글라스가 저 멀리에 떨어져 있었어요. 얼른 언니한테 씌워주세요.”“아가야, 고마워.”성도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선글라스를 건네받고는 차설아한테 끼워주었다.선글라스를 낀 차설아는 심호흡하면서 겨우 진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리에 놀란 차설아는 아직도 손을 덜덜 떨고 있었고 성도윤한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강철 멘탈을 지닌 차설아는 실명한 뒤에 여러 일들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심리 준비를 했다.예상했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차설아는 자신이 생각보다 더 나약하고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사악하고 나빴다.조금 전에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발가벗은 것처럼 수치스러웠던 순간은 차설아한테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설아야, 이제는 내가 있으니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해. 무서우면 더 꽉 안아도 돼.”성도윤은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다정하게 말했다. 성도윤이 기억하는 차설아는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차설아는 거만한 여왕처럼 당당했고 절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도윤은 차설아가 진짜 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한 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차설아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누군가가 지켜주길 바랐다. 성도윤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점점 들끓었다.‘차설아는 내가 평생 책임져야 할 여자야.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여자야!’“다, 당신 뭐야? 이 술은 당신 때문에 깨진 거야.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으니 너희들이 물어내!”뚱뚱한 여자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면서 성도윤과 차설아를 가리켰다.“술값을 배상하는 건 상관없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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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말이 끝나자 뚱뚱한 여자는 성도윤과 차설아의 앞에 털썩 무릎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제가 잘못했어요. 당신들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어요, 용서해 주세요.”성도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기가 눌린 뚱뚱한 여자는 그들의 배경이 만만치 않음을 알아채고 바로 무릎을 꿇고 꼬리를 내렸다. 더욱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우리 이제는 가요.”차설아는 성도윤의 옷깃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는 그냥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저를 데리고 떠나주세요.”조금 전 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차설아는 사람들이 싫어졌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저 뚱뚱한 여자는...”분노에 찬 성도윤은 그의 아내를 괴롭힌 뚱뚱한 여자를 혼내주려고 했다.“뚱뚱한 여자는 관심 없어요.”선글라스 속 차설아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어디 한 명뿐이겠어요, 뚱뚱한 여자도 그중 한 명일 뿐이에요. 죽인다고 한들 뭔 소용 있겠어요.”괴물처럼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평가의 상대가 되고 싶지 않았던 차설아는 단지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그래, 우리 가자.”더 이상 뚱뚱한 여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았던 성도윤은 구매한 식재료를 들고 차유라와 함께 마트를 떠났다.차에 탄 후 운전하던 성도윤은 우울하게 차창에 기대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차설아의 모습을 보았다.방금 그녀가 겪은 일은 과거의 고난과 역경에 비하면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이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그 순간 차설아는 자신이 어린이마저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나약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신호를 기다리던 성도윤은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차를 운전하는 내내 차설아가 걱정된 성도윤은 그녀를 위로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말이 그녀에게 압력을 가할까 봐 계속 고민하며 망설였다.그러나 참을 수 없었던 성도윤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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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당신이 아직 잘 몰라서 그래. 꽃병은 선천적으로 예뻐서 진열만 해놓아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사람들은 그것을 보물로 여겨 대가를 치르지... 박물관에 진열된 보물들을 보면 진정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 있어?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어. 당신은 우리의 보물이기에 우리가 지켜줄 거야. 그러기에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진심으로 차설아를 위로한 성도윤은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사실 성도윤은 애초에 차설아를 지켜주려고 했지만 남자 못지않게 성격이 강하고 완벽을 추구했던 그녀는 오히려 그를 지켜주려고 했다.그러나 오늘날 차설아가 무너지자 성도윤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존재감과 자아 가치를 되찾게 되었다.“저는 싫어요...”차설아는 슬프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구나 꽃병처럼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누구도 평생 한 사람을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하지 못해요.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마다 자신의 사명이 있는데, 일편단심으로 상대방을 위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있을까요?”“지금 나의 진심을 의심하고 있는 거야?”성도윤은 슬픔이 묻은 차설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는 그녀의 슬픔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있었다.“당신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에요. 도윤 씨도 사명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어요. 단지 모든 일은 진심만 있다고 해서 다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차설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신이 저를 선택하면 서씨 가문과의 관계도 끊어질 거예요. 지금 성대그룹이 위기에 놓여서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는데 저를 돌볼 여유가 있겠어요?”차설아는 성도윤에게 정신 차릴 것을 알려 주었고 자신도 이 보호 속에 갇혀 있지 말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아름다운 것은 항상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잃을 때 가슴 아파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그 아름다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모두 신경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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