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그림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믿기지 않았다.그림속 여자는 다름 아닌 성도윤의 엄마, 소영금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성도윤은 바로 알아보았다.소영금의 모습은 젊었을 적이었는데 성도윤이 3살 때 기억했던 소영금의 모습과 똑같았다. 성도윤은 차설아의 아빠가 보던 책 안에 왜 소영금을 그린 종이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도련님, 다 정리했으니 편히 쉬세요.”청소를 마친 민이 이모는 성도윤의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성도윤이 그림을 치우려는데 민이 이모가 입을 열었다.“도련님도 이 그림 속의 여자에 대해 알고 계세요?”“저, 저는...”성도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반문했다.“이 여자와 차설아의 아버지가 어떤 관계인지 아세요? 친구인지, 누이인지 궁금해서요.”“그것까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대표님이 이 그림을 아주 아낀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어요. 대표님이 상상 속의 여자를 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제가 청소할 때마다 대표님이 이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것이 생각나요.”민이 이모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대표님과 큰 사모님은 금슬이 좋은 부부였거든요. 해안시 사람들은 두 분을 선남선녀라고 부르면서 아주 부러워했어요. 두 분은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큰 사모님이 이 그림을 발견하고 다투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이 그림을 버린 줄 알았어요.”“듣고 보니 어딘가 이상하긴 하네요. 설아도 이 그림에 대해 알고 있나요?”성도윤은 계속해서 민이 이모한테 물었다. 부모님 세대의 원한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설아 아가씨는 몰라요. 대표님과 큰 사모님이 싸운 건 설아 아가씨가 소풍을 간 날이었어요. 아가씨가 돌아올 때쯤에는 두 분이 화해하시고 티도 내지 않았어요. 이 그림은 본 적도 없을 거예요. 도련님, 이 그림에 관한 건 설아 아가씨한테 알려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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