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선 이혼, 후 집착 / Chapter 1481 - Chapter 1490

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481 - Chapter 1490

1590 Chapters

제1481화

서태원은 소영금을 한바탕 욕한 뒤, 서은아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서은아는 물에 빠져서 의식을 잃고 쇼크 상태가 이어졌다가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입원하면서 계속 지켜봐야 했다.“아빠, 어떻게 되었어요? 아주머니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제는 도윤이를 만날 수 있는 거예요?”서은아는 서태원이 오기 전까지 병실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 서은아가 입원한 뒤부터 매일 서태원한테 울면서 성도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서은아는 서태원의 힘을 빌려 성도윤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이제는 만날 수 없을 거야. 성씨 가문과의 협력은 더 이상 없어! 진작에 그래야 했는데 말이야.”서태원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실 서태원은 예전부터 성씨 가문을 완전히 끊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서은아의 체면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꾹 참았던 것이다.앞으로 성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뭐, 뭐라고요? 가서 성도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성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지하면 어떡하냐고요!”“은아야, 정신 좀 차려. 성도윤을 비롯한 성씨 가문 사람들은 서씨 가문을 업신여겼어. 무시당하면서 그 가문과 혼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서씨 가문의 사업 규모가 성씨 가문보다는 작아도 괜찮아. 혼약을 파기하면서 성씨 가문은 해안시의 웃음거리가 될 테니 말이야. 그동안 너 때문에 참았었는데 이제는 끊어내는 게 맞아. 우리 가문이 왜 성씨 가문의 시종처럼 끌려다녀야 해? 너는 평생 그렇게 살고 싶어?”서씨 가문은 이 혼약을 위해 굽신거리면서 부르면 달려가는 강아지 노릇을 했다. 서태원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불만이 아주 많았다.그러면서 성씨 가문에 악감정이 생겼고 성씨 가문이 파산하길 바랐다.“아빠, 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담은 적이 없어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는 성도윤뿐이라고요. 도윤이랑 겨우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성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지하면 나는 어쩌라고요? 내
Read more

제1482화

서은아는 손으로 얼굴을 막고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발이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다든지, 도윤이를 너무 그리워하다가 쓰러져서 입원했다든지... 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잖아요. 왜 하필 그 아이를 언급한 거예요? 그 아이는 성씨 가문의 보물이라고요.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면 나를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데, 그 아이를 언급했으니 어떻게 기회가 차려지겠어요? 아주머니와 도윤이는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전부 끝이에요...”마음 아파하던 서태원은 서은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은아야, 진정하고 아빠 말 잘 들어. 성도윤과 결혼할 방법은 그것 하나뿐인 게 아니잖아. 아빠가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좀 극단적이긴 해.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한번 들어볼래?”“그게 정말이에요?”서은아는 붉어진 두 눈으로 서태원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연하지. 아빠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어떤 방법인지 어서 알려주세요. 도윤이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성도윤은 성씨 가문의 도련님이라 바로 만날 수가 없어. 하지만 거만하던 도련님이 비굴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서태원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비굴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지난번에 성대 그룹이 위기에 놓였을 때, 우리 가문이 투자금을 내어준 덕분에 해결했잖아. 문제가 해결되니 성도윤은 여유가 생겼고 은혜도 모르고 너를 차갑게 대했지. 내 생각에는 더 큰 위기를 조성해서 성대 그룹을 날려버리는 거야. 완전히 추락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면 서씨 가문에 기대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네가 성도윤이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어줘. 그럼 너랑 결혼할 수밖에 없을 거야.”서태원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대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강한 자는 선택권을 얻고 약한 자는 탈락하거나 강한 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우리 은아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못
Read more

제1483화

민이 이모가 원이를 데리고 차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차설아는 원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문 앞에서 맴돌면서 안절부절못했다.일찍 자야 할 달이는 혼자 쉬기가 미안해서 차설아 곁에 꼭 붙어있었다.“엄마, 앞이 보이지 않으면 무섭지 않아요? 배고프면 과자를 가져다줄게요. 아니면 물이라도 마실래요?”달이는 주방으로 달려가서 따뜻한 물을 컵에 받았고 좋아하는 간식을 한 아름 안고 와서 책상 위에 놓았다.“우리 달이는 참 착해. 엄마는 배고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날이 이미 어두워진 거 아니야?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자.”차설아는 허공에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달이를 발견하고는 꼭 껴안았다.달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차설아를 올려다보면서 울먹였다.“엄마, 정말 곧 낫는 거 맞아요? 만약 엄마가 달이를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요?”“걱정하지 마. 엄마처럼 강한 사람은 빨리 나을 거야. 그리고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엄마한테는 너랑 원이가 있잖아. 달이는 엄마의 눈이 되어줄 거야?”“좋아요! 제가 엄마의 오른쪽 눈이 될게요.”달이는 작은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달이는 오늘부터 엄마의 눈이에요. 엄마가 가고 싶은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엄마의 곁에 꼭 붙어있을 거예요. 엄마가 원하는 건 전부 가져다줄 거예요!”“고마워, 우리 달이가 최고야.”차설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차설아는 달이를 꼭 안고 흐느꼈다.의사는 수술받은 뒤에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눈물을 흘리거나 자극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서 더 아플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울지 않을 엄마는 없을 것이다.이때 원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엄마, 드디어 돌아왔네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원이는 차설아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갔다.“원, 원이야?”차설아는 원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원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
Read more

제1484화

“거짓말이잖아요!”원이는 차설아의 말에 반박했다. 그러고는 어른처럼 엄숙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엄마, 솔직하게 말해줘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설마 성진이라는 사람이 엄마를 이렇게 만든 건가요? 눈이 멀어서 화가 나니까 엄마를 붙잡아서 엄마의 눈을 파버리고 시력을 회복한 거죠? 제 말이 틀렸어요?”“그, 그럴 리가 없잖아. 눈이라는 건 다른 사람의 것을 가졌다고 해도 시력을 회복할 수 없어. 원이가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엄마는 눈에 염증이 생겼을 뿐이야.”차설아는 손을 내저으면서 식은땀을 흘렸다.‘원이는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 거야? 하마터면 전부 들킬 뻔했잖아.’“엄마 말대로 눈이라는 건 쉽게 바꿀 수 없어요. 하지만 성진의 눈과 엄마의 눈이 매치되어 바꿀 수 있다면요?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위치 추적기가 나타낸 곳이 성진의 별장인 것도 전부 그래서죠? 그동안 눈을 바꾸는 수술을 한 거네요.”원이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계속해서 차설아를 향해 캐물었다.차설아의 휴대폰에 달아놓은 추적기가 신호를 보낸 곳은 성진의 별장이었다. 차설아가 갑자기 성진의 별장에 들어간 건 성진이 납치했을 가능성이 컸다.며칠 후에 돌아온 차설아가 앞을 보지 못했기에 원이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원이야, 아니라고 해도 왜 믿어주지 않아? 이제는 엄마가 물어볼 차례야. 왜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밖에 나갔어? 한 번만 또 말을 듣지 않고 나가면 화낸다고 했었잖아.”차설아는 굳은 표정을 하고서 진지하게 말했다.“어린아이가 혼자 밖에 나가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그것도 야심한 밤에 나갔다니... 혹시라도 인신매매 범죄자들을 만나면 너는 평생 엄마랑 달이를 만날 수 없을 거야.”“인신매매 범죄자가 있든 말든 무섭지 않아요.”원이는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엄마, 나는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아요. 엄마랑 달이가 누군가에게 괴롭힘당하거나 아플까 봐 두려워요. 나는 이 집의 유일한 남자로서 엄마랑
Read more

제1485화

“달이야, 네가 말을 잘 듣고 얼른 들어가서 가면 엄마의 눈이 빨리 나을 수도 있어.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은 네가 꾸는 악몽일지도 몰라.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자.”원이의 말에 달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민이 이모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엄마, 이제는 저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 있죠?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원이는 달이가 방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는 차설아를 향해 계속해서 캐물었다. 비록 원이와 달이는 나이가 똑같았지만 원이는 달이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똑똑했다.때로는 어른보다도 생각이 더 많았기에 차설아의 눈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에 의심이 들었다. 차설아는 달이와 민이 이모가 걱정할까 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원이는 달이와 민이 이모를 방에 들여보낸 다음에 물었다.“원이야, 너는 정말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 그럼 엄마가 쉽게 남에게 눈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엄마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차설아는 원이의 손을 붙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원이는 차설아의 뜻을 깨달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알아요. 엄마는 납치당한 게 아니라 그저 성진에게 눈을 내어주고 싶었던 거군요.”원이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그럼 앞으로도 엄마는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요?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거냐고요! 엄마, 뭐라고 말 좀 해봐요.”차설아는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숙였다.“엄마가 눈을 내어준다고 해도 성진은 받을 자격이 없어요. 성진의 눈을 멀게 한 건 엄마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엄마가 눈을 주는 건데요...”원이는 씩씩거리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성도윤, 차설아와 성진의 관계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빚을 진 사람이 갚아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어찌 되었든 차설아가 그 빚을 대신 갚아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엄마, 지금 당장 저랑 같이 성진을 찾으러 가요. 엄마의 눈을 돌려달라고 할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Read more

제1486화

원이는 차설아를 부축하고는 2층에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차설아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에 물을 한 잔 떠서 옆에 놓아두었다.“엄마, 이쪽에 컵을 올려놓았으니 목이 마르면 마셔요. 뜨거우니까 식혔다가 마시고요.”원이가 다정하게 말했다.“원이야, 고마워. 너랑 달이는 엄마의 눈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엄마는 보이지 않아도 두렵지 않아. 예전보다 더 행복한 것 같아.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들이 아주 많거든...”차설아는 부드럽게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실명의 고통은 견딜 수 없었지만 아이들의 사랑은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다.이런 일이 없었다면 두 아이가 이렇게 든든하고 멋진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차설아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차설아의 앞에 서서 보호해 주었다.“엄마, 일찍 쉬세요. 엄마를 위해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엄마한테는 내가 있잖아요.”원이는 주먹을 꽉 쥐고는 큰 결심을 한 듯싶었다.“기회가 된다면 다시 너희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만 안 된다고 해도 상관없어. 엄마는 우리 원이랑 달이가 있어서 행복해.”‘나는 이미 많은 걸 가졌어. 더 이상 욕심내는 건 사치야. 이 정도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자.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어. 지나치게 완벽하면 모든 것이 흠이라고 할 정도야.’차설아에게는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있었기에 실명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서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했다.“원이야, 아까 네 아빠를 만나러 갔다고 들었어. 그 사람은 어때 보였어?”차설아는 머뭇거리다가 원이한테 성도윤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성도윤은 곧 수술받는다고 했지만 어떻게 되었는지 차설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원이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수술받은 후였어요.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Read more

제1487화

일주일 뒤,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원이, 달이와 민이 이모가 차설아를 극진히 보살핀 덕분에 차설아는 불편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차설아의 뛰어난 적응력도 한몫했다.차설아는 텔레비죤에서 방송되는 뉴스를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 차씨 가문 저택에만 있어도 차설아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성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협력이 중지되면서 성도윤과 서은아의 혼약이 취소되었다는 것, 성대 그룹이 자금과 기술적 문제로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많은 사람들은 해안시 8대 가문이 곧 완전히 바뀐다고 추측했다. 차설아는 뉴스 소식을 접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기쁘지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이상할 만큼 평온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고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것 같았다.차설아는 그 세상의 주인공에서부터 방관자로 전락하였다. 그러면서 마음이 더 편안해졌고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민이 이모는 아침마다 원이와 달이를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와서 차설아와 함께 저택의 앞마당에 있는 홰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차설아는 마당의 소파에 앉아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면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천천히 흐르는 이 행복한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설아 아가씨, 요즘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나요? 염증을 완화하는 약으로 만든 것이니 자기 전에 눈에 붙이고 있어요. 효과가 좋다고 소문이 난 약이거든요.”민이 이모는 의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차설아의 눈을 낫게 하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시도했다.만약 차설아한테 적합한 눈을 찾으면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야 했다. 그러나 기증자는 반드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어야 했고 수술하는 장소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차설아한테 적합한 눈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평생 찾아 헤매어도 찾기 힘들 것이다. 민이 이모는 차설아를 안쓰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록 차설아는 이미 적응했지만 적합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평생 어둠
Read more

제1488화

그런데 차설아는 갑자기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면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멈춘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막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민이 이모예요?”차설아의 앞에 선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설아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차설아는 청각과 촉각이 아주 예민했기에 눈앞에 있는 사람이 거칠게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아주 따가운 시선이 뚜렷이 느껴졌다.차설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이 이모가 아니네요. 그럼 당신은 누구죠?”민이 이모는 키가 크지 않았기에 불어오는 바람을 완전히 막아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앞에 나타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지도 않았다.제일 중요한 건 민이 이모한테 이런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옅은 풀 향에 무화과 냄새가 섞인 중성적인 향, 은은히 풍기는 소독수 냄새까지 전부 낯설었다.눈앞에 선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차설아는 이미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차설아는 잔뜩 긴장했지만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물었다.“성도윤 씨,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죠?”성도윤은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믿기지 않는 듯 입을 틀어막았다. 조각상 같은 얼굴에 어둠이 한층 내려앉았다.“당신 왜 그래? 앞이 안 보여?”“결국 약속대로 왔군요.”차설아는 성도윤이 곧 찾아올 거라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뇌수술을 받은 후, 적어도 두 주일 정도는 휴식해야 하지만 성도윤은 불과 일주일 뒤에 차설아를 찾아왔다.‘지금쯤이면 수술 자국이 채 아물지도 않았을 텐데, 성도윤은 어쩌자고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당신 눈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알려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성도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물었다. 차설아의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여자한테 하자가 있다는 것을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내가 실명한 거지, 당
Read more

제1489화

“우리가 이제는 남이라고?”성도윤은 차설아를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잖아.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는 거야.”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고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다.“그런 장난은 재미없어요. 나를 놀리지 말고 이만 가보세요.”차설아는 성도윤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마음이 상할 대로 상했었다.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될 것이다.“그래, 내가 장난이 심했어. 당신이 싫다고 하면 이런 장난을 하지 않을게... 미안해.”성도윤은 심호흡하고는 차설아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덤덤하게 말했다.“다시 시작한다는 건 남녀관계를 뜻하는 게 아니야. 나는 그저 당신과 처음부터 서로 다시 알아가고 싶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전부 운명에 맡기고 말이야. 우리는 협력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당신은 아이들의 엄마고 나는 아빠니까 어느 정도 합이 맞을 수 있잖아. 당신 생각은 어때?”성도윤의 말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차설아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면 내가 이렇게 된 틈을 타서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온 거예요?”차설아는 스스로 생활할 수 없었기에 성씨 가문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걸고 고소한다면 아이들을 쉽게 빼앗아 갈 수 있었다.“아니, 당신이 아이들의 엄마고 내가 아빠인데 빼앗는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잖아.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누구랑 같이 살든 나는 상관없어.”성도윤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만약 당신만 허락한다면 나의 양육권을 당신에게 넘기고 싶어.”차설아는 깜짝 놀라더니 배를 부여잡고 깔깔 웃었다.“당신처럼 큰 아기를 나더러 키우라고요? 나를 죽이려고 애를 쓰네요.”성도윤은 차설아를 따라 웃으면서 대답했다.“비록 성인이지만 아직도 보호자가 필요해. 수술받은 후에 회복
Read more

제1490화

이렇게 큰 저택에 성도윤처럼 만능인 ‘집사’를 들인다면 손해 볼 것이 없었지만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거만하고 차갑던 성도윤은 수술을 받은 뒤로 갑자기 차설아를 달래면서 다정하게 굴었다.“손해 볼 것이 없다면 오늘부터 당신의 집에서 지내는 걸로 하자. 내가 일을 잘 못한다 싶으면 언제든지 내쫓아도 돼. 당신이 이 저택의 주인이니까 당신의 말대로 할게.”성도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차설아를 설득하고 있었다. 차설아는 거절할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서 손을 내저었다.“알겠으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들어가세요. 어차피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데 당신이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그럼 내가 여기에서 지내는 걸 허락한 거야?”성도윤의 두 눈에 생기가 돌더니 반짝반짝 빛이 났다. 생각보다 순리롭게 얹혀살게 되어서 아주 기뻤다.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더니, 그 말이 맞았어.’이때 저택 안에서 민이 이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설아 아가씨, 이 캐리어는 처음 보는 것인데 누구...”민이 이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을 열고 나오다가 성도윤을 발견했다.“도련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 우리 설아 아가씨한테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온 거냐고요!”민이 이모는 재빨리 차설아의 앞을 막아서면서 성도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나가주세요!”차설아는 손을 내저으면서 민이 이모를 말렸다.“이모, 내버려두세요. 돈도 안 받고 재워만 주면 저택의 모든 일을 다 하겠대요. 이모가 알아서 일을 배정해 주세요.”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손을 한곳에 모았다.“맞아요. 오늘부터 궂은일이든 쉬운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제가 다 할 테니 맡겨만 주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네? 이게 갑자기 무슨...”민이 이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내가 잠깐 들어갔다 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제는 그렇고 그런 관계인가?’“이모, 이 사람이 캐리어도 가져왔더라고요.
Read more
PREV
1
...
147148149150151
...
15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