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531 - Chapter 1540

1571 Chapters

제1531화

최군형은 최연준이 젊었을 적 강서연에게 자주 난감한 질문을 받았다고 들려주곤 했다. 그리고 최군형이 결혼한 후에도 강소아는 그런 질문을 자주 한다고 했다.이제는 차례가 최지용에게까지 돌아온 것이다.마치 최씨 가문의 남자들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처럼 보였다.“아니야, 아니야! 나는... 나는 절대 영미랑...”최지용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변명했지만, 백인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 백인서는 소고기 국수를 유난히 맛있게 먹으며 비로소 과거를 내려놓고 새롭게 걸음을 뗄 수 있었다....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영미와 정대명은 모두 마땅한 벌을 받았고 영미는 가문의 수치가 되었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표아정은 정대명이 그날 연회장에서 했던 헛소리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세간의 입은 날카로웠다. 이 소문은 이미 사교계 전반에 퍼졌다.하지만 표아정의 성격상,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수록 오히려 그들에게 맞서고자 했다.표아정은 백인서를 데리고 사교 모임에 자주 나섰고, 심지어 고스톱을 치러 갈 때도 그를 데려갔다. 매번 외출할 때마다 백인서를 정성스럽게 치장해 주기도 했다.“내 며느리가 되려면 절대 표씨 가문 얼굴에 먹칠할 수 없어!”표아정은 백인서의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봐. 표씨 가문의 품격을 보여줘야지!”한쪽에서 최연서는 체념한 표정으로 입을 삐쭉 내밀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며느리는 최씨 가문 사람인데... 최씨 가문이라고! 하...”최지용과 백인서는 눈을 마주친 뒤 살며시 웃음을 터뜨렸다.정승우는 여전히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산골에서 올라온 이 아이들은 이 소중한 기회를 누구보다도 아꼈고 있는 힘껏 공부에 매달렸다. 그들 중엔 타고난 재능으로 또래를 훨씬 앞서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여러 가문에게 발탁되어 집중적으로 키워지기도 했다.백인서와의 인연 덕분에 최군형과 강소아는 일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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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권욱과 조순영은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한때 그렇게 활기차고 밝던 딸이 지금처럼 힘없이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에 휩싸였다.의사가 최신 검사 결과지를 들고 다가왔다.조순영은 이미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고 권욱은 차마 눈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권욱은 결국 용기를 내어 한 마디 물었다.“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의사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권욱은 입술을 꼭 다물고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몇 달 동안, 그들은 연락 가능한 모든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권욱과 조순영뿐만 아니라 권씨 가문과 조씨 가문의 모든 가족이 적합성 검사를 받았지만, 그 누구의 결과도 일치하지 않았다.최근 검사한 사람은 권씨 가문의 먼 친척이었다.권욱은 고개를 벽에 기대며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고 조순영은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의사는 조심스레 한숨을 쉬며 위로했다.“사실 지금으로서는... 따님의 병세가 꽤 잘 억제되고 있습니다. 골수은행에서 계속 찾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아이를 하나 더 낳는다면요?” 권욱은 갑작스레 고개를 들며 말했다.“신생아의 탯줄혈액이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만...”“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의사는 사실대로 대답했다.“하지만 임신 과정이 너무 길어요. 두 분이 먼저 몸을 준비하는 데만 3개월가량 걸릴 테고, 임신에 성공한다 해도 열 달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그렇다고 제 딸이 죽어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권욱의 외침은 마치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처럼 절망에 빠진 목소리였다.바로 그때, 조순영의 눈이 반짝였다.“권욱, 우리에게 한 사람이 더 있잖아...”“누군데요?” 의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가족 중에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있어요!” 조순영은 구명줄을 붙잡은 듯 외쳤다.하지만 조순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권욱이 조순영의 손을 붙잡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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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결혼한 이후, 두 사람은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욱아, 제발 부탁이야...”조순영이 떨리는 손으로 권욱의 옷깃을 힘겹게 움켜쥐었다.“나 온유를 잃을 순 없어. 어떻게든 살려야 해. 당신이 우리 결혼 생활에 불만이 많았던 것도,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준 것도 다 알아.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남동생을 찾아 적합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 온유에게도 다시 희망이 생기는 거잖아, 안 그래? 단 한 줄기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온유의 엄마로서 부탁할게, 제발 다시 한번만 생각해줘.”조순영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끊겼고 권욱은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권씨 가문이라면 사람 하나 찾는 건 문제도 아니잖아. 필요하다면 우리 아버지도 힘을 보태실 거야.”“순영아.”권욱은 한참을 침묵하다 고개를 숙여 조순영의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동생... 남동생 아니야.”“뭐라고?”“그 당시 태어난 아이는 남동생이 아니었어. 여자아이였다고. 그러니까, 온유에겐 고모가 있는 셈이지!”...최근, 최군형은 꽤 우울한 상태였다.이제 막 한 살이 되는 딸을 품에 안아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린 가원이가 밤새 울며 젖을 찾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최군형은 직접 챙기려 애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역할은 집안의 보모들로 자연스레 넘어갔다.가원이를 돌보기 위해 강서연은 최씨 가문의 대저택에 다섯, 여섯 명의 보모를 배치했고 육경섭과 임우정도 육씨 가문의 경험 많은 도우미들을 추가로 보냈다.한 아이를 돌보는 데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매달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수시로 찾아와 손녀를 챙겼다.최군형뿐만 아니라 엄마인 강소아 역시 육아라는 짐이 한결 덜어진 듯 느껴졌다.게다가 강서연과 최연준은 손녀를 유난히도 아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가원이를 여주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부모님 댁을 찾은 최군형은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풍경에 그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최연준이 호랑이 옷을 입고 바닥에 엎드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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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최군형은 약간 놀란 듯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권욱은 이미 3~4개월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는데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찾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왜, 형도 관심 있어?”최군성이 히죽거리며 물었다.“그럴 리가!”최군형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그냥 궁금하다는 거네?”최군성은 최군형을 쳐다보며 말했다.“형도 의외로 소문에 관심이 많네!”최군형은 손을 들어 최군성을 한 대 치려 했지만, 재빠르게 움직인 최군성이 곰 인형 머리를 최군형의 품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형, 이거 입어!”최군성은 당당하게 말했다.“곰돌이로 변신해서 가원이랑 놀아주면, 그때 이 얘기를 더 해줄게!”최군형은 눈을 연달아 굴리더니 결국 순순히 곰 인형 탈을 쓰고 옷까지 입은 후 가원이 앞에서 ‘발톱’을 들며 으르렁거렸다....집으로 돌아온 뒤, 최군형은 강소아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뭐라고요? 사생아를 찾고 있다고요?”강소아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래.”최군형은 정장을 벗고 목을 주무르며 소파에 기대앉았다.“군성이에게서 듣자 하니 권씨 가문의 사생아래, 권욱의 이복 여동생인 셈이지.”“권욱 씨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는 거예요?”“그러게, 나도 듣고 깜짝 놀랐어. 그런데 이건 분명한 사실이야. 권 회장님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건 권씨 가문에서 비밀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오랫동안 그 아이가 아들이라고 알려졌었는데, 사실 딸이었대.”강소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딸을 왜 지금 와서 찾는 거죠? 권오 그룹도 권욱 씨가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데, 괜히 문제를 키우려는 이유가 뭘까요?”최군형은 어깨를 으쓱하며 강소아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설마 사생아를 찾아서 재산이라도 나눠주려는 걸까?“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권욱이 아내랑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휴가 갔다던데요?”“뭐라고?”강소아는 계속해서 말했다.“인서가 요즘 공익학교 프로젝트를 돕고 있는데 한동안 권욱을 못 봤대요. 권욱에게서 딱 한 번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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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뭐라고요?”강소아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최군형에게 침대 위로 눌려졌다. 이불이 덮이는 순간, 둘의 ‘둘째 만들기'가 시작되었다......이른 아침, 최지용은 장을 봐서 백인서의 집으로 갔다.오랜만의 여유로운 주말이라 백인서는 늦잠을 즐기며 아직도 꿈속에 잠겨 있었다. 최지용은 침실 문 앞에 서서 창살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백인서의 몸 위에 드리운 모습을 보았다. 코끝의 부드러운 솜털은 아침 햇살 아래 금빛으로 빛났고 살짝 열린 입술은 마치 꿈결의 속삭임처럼 움직였다.최지용은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부엌에 두고 백인서에게 다가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백인서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최지용의 품에 파고들었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정승우가 점심 먹으러 온다길래 미리 장 봐서 준비했어.”“뭐예요?”백인서가 웃으며 말했다.“정승우에게 요리 실력 자랑하려는 거예요?”“당연하지! 형부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확실히 보여주겠어!”백인서의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고 눈빛은 행복으로 빛났다.어두웠던 날들은 이제 끝났다. 지금 창밖의 햇살 같은 새로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백인서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체온은 최지용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최지용은 힘겹게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최지용은 백인서를 꽉 안고 점점 장난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대놓고 장난치지는 않고 백인서의 허리를 따라 살짝살짝 손짓을 흘렸다.그런 그의 행동에 백인서는 간지러워 웃음을 터뜨리며 밀쳐냈고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졌다.“인서야.”최지용이 백인서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우리... 앞으로 여기서 같이 살까?”“네?”“나쁜 의도로 한 말 아니야.”최지용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냥 내가 봤을 때, 넌 네 몸을 잘 챙기지 않아. 같이 살면 내가 널 챙겨주기 편하기도 하고 정승우가 가끔 밥 먹으러 올 때 내가 직접 요리도 해줄 수 있고.”이 핑계가 너무 어설펐다. 백인서는 얼굴이 붉어지며 웃음을 터뜨렸다.“정승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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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최지용은 여전히 의문스러웠다.“그런데 병원에는 무슨 일로 갔던 거야?”정승우는 목이 마른 듯 컵에 가득 물을 따라 단숨에 마신 뒤, 천천히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사실 정승우가 처음 이 광경을 본 것은 병원이 아니었다.어느 날 밤, 정승우는 악몽에 놀라 깨나게 되었다. 꿈속에서 온유는 방금 묘사한 그대로였다. 그 모습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 정승우는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얼어붙은 듯 다시 잠들지 못했다.그날 이후, 그 꿈은 밤마다 정승우를 괴롭히며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꿈속에서 온유는 무력한 눈빛으로 정승우를 바라보았다. 때로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움직였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정승우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직접 찾아갔다.“그리고... 정말 온유를 봤어요.”정승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유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가 온유를 천천히 밀고 있더라고요. 저는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멀리서 따라갔었어요. 병실 문 앞까지 따라가 조심스럽게 온유를 불렀어요. 온유가 뒤돌아본 순간,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어요!”최지용과 백인서는 정승우의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어쩌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두 아이를 서로 이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정승우는 과거에 온유를 구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온유를 다시 구할 수 있을까?“누나.”정승우는 백인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온유가 아프다는 걸 온유 부모님은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을까요?”최지용은 최군성이 했던 ‘사람을 찾는다’라던 말을 떠올렸다.정승우의 이야기로 미뤄볼 때, 온유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권욱이 찾고 있는 사람은 온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일까?“우선 너무 걱정하지 말자.”백인서가 정승우를 달랬다.“병에 걸렸다는 걸 남들에게 알리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 좋은 일이 아니니까. 네 형부가 먼저 상황을 알아본 다음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네...”정승우는 갑자기 놀란 듯 멈칫하더니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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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여자의 입술 끝이 순간 굳어졌다.그녀가 착용한 정교한 황금 가면은 세밀하고 복잡한 디자인과 함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가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이 가면은 여자의 얼굴 윗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드러난 건 오직 그녀의 입술과 턱뿐이었다.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권욱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그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그렇게 오래 찾아다니고 이런 사람 하나 데려온 거야?”“대표님.”부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뿐만 아니라 오성의 최고급 사설탐정들까지 동원했습니다. 주신 단서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이분을 찾았습니다.”부하는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자료를 건넸다.권욱은 복잡한 심경으로 자료를 넘겨 보았다. 자료에는 여자의 사진은 없었고 단순한 신상 기록만 담겨 있었다.백시연.어릴 적부터 남양에서 생활하며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남양의 조폭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백시연의 어머니는 악명 높은 인신매매범이자 무명 인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백홍이었다.“이름이 백시연이라고?”권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어머니가 백홍이야?”“네, 그렇습니다.”백시연이 대답했다. 백시연의 차갑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는 고난을 겪어온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목소리가...”“제 목소리가 다소 거칠어서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백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3년 전 사고를 겪으면서 얼굴과 성대가 모두 손상됐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이 가면을 만들어 주셨죠. 그 후로 이 가면을 계속 쓰고 지냈고 단 한 번도 벗어본 적이 없습니다.”백시연은 손을 들어 가면에 박힌 초록 보석을 만졌다.그것은 진짜 에메랄드였다. 권욱과 조순영은 이미 수많은 진귀한 물건을 많이 봐왔기에 단번에 진품임을 알아차렸다.이런 가면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백홍이라는 여자가 정말 딸을 많이 아끼는 듯했다.“혹시 제 신분이 의심스러우시면 이걸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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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백시연이 골수 검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조순영은 크게 동요했다.결국 조순영은 망설임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조순영!”권욱이 갑자기 조순영을 불러 세우며 고개를 저었다.조순영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권욱의 표정을 살피더니 결국 두 걸음 물러섰다.백시연은 계속해서 조건을 내세웠다.“골수 검사를 하려면 먼저 저에게 10억을 송금하세요. 계좌 번호는 곧 알려드리죠. 그리고 이식이 성공하면 저는 권씨 가문의 재산 절반을 요구하겠습니다!”“뭐라고?”권욱의 마음속에 점점 더 의심이 피어올랐다.“왜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백시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권씨 가문은 지금껏 저에게 어떤 도움도 준 적 없잖아요. 그런데 첫 만남에 제 골수를 가져가시겠다고 하니 보상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권욱은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사실 백시연이 보상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권욱은 적절한 보상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먼저 요구하자 그 말이 어딘가 불쾌하게 들렸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조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해 버렸다.“당신 미쳤어?”권욱은 참다못해 소리쳤다.“권욱, 미친 사람은 당신이야!”조순영도 크게 외쳤다.“난 지금 우리 딸이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야. 온유를 꼭 살려야 해!”“너...”권욱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백시연의 얼굴에 떠오른 의기양양한 미소가 권욱의 눈에 들어왔다.가면 속에서도 드러나는 백서연의 미소는 권욱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권욱은 깊은숨을 내쉬며 분노를 억누르려 애썼다. 그러나 백시연은 이미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이 부부가 자신과 무조건 협상하려 들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백시연이 멀어지자, 권욱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의 정체는 불분명해. 이 여자가 하는 말, 난 단 하나도 믿지 못하겠어.”“권욱!”조순영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권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침착하게 대답했다.권욱은 조순영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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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하지만 백시연이 권욱의 여동생일 가능성도 50%였다.권욱은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 순간, 권욱의 머릿속에 묻혀 있던 기억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조순철의 연회 날, 영미가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백인서의 엄마는 인신매매범이에요! 백인서는 어릴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인신매매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요!”권욱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당신... 왜 그래?”권욱의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자 조순영이 혼란스러워하며 권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조순영은 눈물을 닦아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제가 너무 성급했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가 방법을 찾아서 백시연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 것 같아. 그러면 모두가 더 이상 다른 걱정하지 않을 거야. 내가 직접 백시연과 이야기해 볼까?”“그럴 필요 없어.”권욱은 거의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만나봐야겠어.”“누군데?”“영미.”조순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영미? 영미는 지금 감옥에 있잖아. 심지어 가족도 영미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던데!”“맞아. 그래서 누군가 영미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감정이 격해져서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어.”...권씨 가문을 떠난 뒤, 백시연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다른 길로 돌아 병원으로 갔다.경호원들이 동행한 덕분에, 백시연은 쉽게 온유의 병실을 찾을 수 있었다. 백시연은 경호원을 돌려보내고 간호사와 의료진에게도 자리를 비우라고 지시했다.‘권씨 가문의 사생아'라는 신분은 여전히 유효했다.모두가 백시연을 권욱의 여동생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백시연이 말하는 대로 따랐다.백시연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백시연의 시선은 침대 위에 누운 작고 연약한 아이에게 머물렀다. 백시연은 미간을 살짝 움직였고 천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수액 주사를 막 맞은 듯한 온유의 가냘픈 몸과 하얀 손에는 멍과 자국이 선명했다. 온유의 작고 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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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온유가 병에 걸렸다는 정승우의 이야기를 들은 백인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으로 서둘러 갔다.병원으로 가는 내내 백인서는 권욱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왜 온유의 병을 숨기고 있었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온유가 정확히 무슨 병에 걸린 것인지 알고 싶었다.그러나 권욱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조순영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응답은 없었다.백인서가 다시 한번 권욱의 번호를 누르려 할 때, 최지용이 백인서의 손을 막았다.“그만해.”최지용이 담담히 말했다.“딸이 아픈데, 그들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 게다가 병에 걸렸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걸 세상에 떠들고 다닐 수는 없지.”“하지만...”“인서야.”최지용이 잠시 머뭇거리면서 말했다.“사실 그 사람들에게 넌 그냥 외부인이야. 온유가 평소에 너를 고모라고 부르긴 하지만, 결국 넌 외부인이잖아.”백인서는 시선을 떨구며 침묵했다.최지용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백인서는 권욱에게 어떤 존재일까? 겨우 예전 동료이자 지금 함께 학교를 운영하는 사업 파트너일 뿐이었다.상사의 집안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병원 입구에 다다른 백인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 그러나 온유가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에 백인서는 결국 올라가 보기로 마음먹었다.간호사의 안내로 병실에 들어선 백인서는 침대 위에 웅크린 온유의 모습을 발견했다. 작은 손에는 수액을 막 맞은 듯 붕대가 감겨 있었다. 간호사는 온유의 혈관이 너무 가늘고 잦은 주사 탓에 손에 멍이 들어 붕대를 감았다고 설명했다.백인서의 마음이 저릿했다. 백인서는 곧바로 간호사에게 물었다.“이 아이 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건가요?”“백혈병입니다.”간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이렇게 어린 나이에...”백인서의 귀에 충격적인 말이 울려 퍼졌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러면...”얼마나 살 수 있냐는 질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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