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551 - Chapter 1560

1571 Chapters

제1551화

최지용은 백인서의 손을 잡고 병원 건물 안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종수는 멀리 가지 않았다. 종수는 건물의 어두운 모퉁이에 숨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솔직히 성격만 놓고 보자면 백인서는 백홍을 더 많이 닮았다. 겉으론 차갑고 냉정해 보이지만 내면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었다.반면 백시연은 완전히 달랐다.백시연은 종수가 어린 시절부터 돌봐온 아이였기에 그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백시연은 겉으로는 열정적이고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듯 보였지만 내면은 차갑고 냉정했다. 백시연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라면 그게 뭐든 이용하려 했다.종수의 마음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종수는 백시연에게 너무나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수년간, 백홍은 일이 바빠 딸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사실상, 수년 동안 종수와 백시연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그래서 백시연이 어떤 큰 죄를 짓더라도 종수는 백시연을 벌할 마음이 없었다.종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백시연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날 본 것들을 모두 보고한 뒤 자료를 넘겨주었다.자료봉투 안에는 종수가 비밀리에 수집한 정보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두툼한 사진 더미에는 전부 백인서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사진 한 장 한 장마다 백인서의 미소와 표정이 담겨 있었고 백인서가 강소아와 최지용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백시연은 사진을 들춰보며 기뻐했고 종수의 능력을 끊임없이 칭찬했다.종수는 백시연을 흘깃 쳐다보더니 몇 장의 대표적인 사진을 골라 벽에 붙였다.“백인서의 삶을 대신하고 싶다면 백인서로 완벽히 변해야 해. 할 수 있겠니?”“당연하죠.”백시연은 별다른 감정 없이 대답했다.백시연의 시선은 최지용이 찍힌 사진 한 장에 고정되었다.백시연은 사진 속 최지용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백시연은 백인서의 남자 친구가 재벌 2세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가 잘생겼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사진 속 최지용의 또렷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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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종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름진 얼굴 위로 무력감이 스쳐 지나갔다.“종수 아저씨.”백시연은 최지용이 나온 사진을 골라 베개 옆에 두고는 종수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다.“언젠가 이 남자를 진짜로 내 옆에 눕게 만들고 말 거예요!”“시연아!”“축복해 주실 거죠?”종수는 잠시 백시연을 바라보다가 눈에 비친 희미한 빛이 점차 어두워졌다.“아저씨가 정말 저를 딸로 생각하신다면 축복해 주셔야죠.”“네가 정말 내 딸이라면...”종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총으로 한 방에 보내 버릴 거야...”“뭐라고요?”종수의 말이 어렴풋해서 백시연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예쁜 눈망울로 종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봤다.종수는 천천히 다가가 백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년 전 백홍이 자신을 구해준 순간을 떠올렸다.그때 백홍은 지금처럼 종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로 얼룩진 이마를 닦아주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물었다.“앞으로 나와 함께할 생각 있어?”그 순간 떠오른 기억은 종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백시연에 대한 실망을 서서히 지워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무조건적이고 끝없는 애정이었다.마치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처럼.설령 백시연이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 미쳐간다 해도 종수는 백시연와 함께 지옥까지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종수 아저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별거 아니야.”종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까 한 말은... 너는 언제나 내 딸이라는 거야.”“그거면 됐어요!”백시연은 승리한 듯한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 종수 아저씨. 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없애주시고 제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 남을 수 있게 해주세요!”...백인서와 최지용은 다시 병원을 찾아 권온유를 보러 갔다.지난번 논의했던 이야기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백인서는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그날 병원에서 강소아를 만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소아의 말투는 어찌나 확신에 차 있었던지 뭔가 석연치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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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백인서는 한 번도 온유를 겁준 적이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온유가 백인서를 무서워한다고 말했다.마치 병원에서 강소아를 본 적이 없는데도 강소아는 자신이 백인서를 보았다고 단언하는 것처럼.백인서는 자신의 기억에 공백이 생긴 건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예전에 봤던 육연우의 어머니처럼 다중인격 장애로 인해 또 다른 인격이 생긴 건 아닐까?“누나? 누나!”정승우가 백인서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아, 아무것도 아니야.”백인서가 정신을 차리고 친절하게 정승우에게 설명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요즘 별안간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정승우는 의아한 듯 최지용을 바라보았다. 최지용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정승우도 다소 놀란 듯 조용히 생각하다가 농담 섞인 말로 말했다.“누나, 혹시 이 세상에 또 다른 누나가 있는 거 아니에요?”“너... 뭐라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게 설명되지 않잖아요.”백인서는 할 말을 잃었다. 정승우의 농담 섞인 말이 오히려 백인서의 불안을 더 키웠다.정말 정신과 의사를 만나봐야 하는 걸까?“아, 누나!”정승우의 목소리가 백인서의 생각을 끊었다.“온유가 주사 다 맞았대요. 우리 들어가요!”백인서는 병실로 들어갔다.지난번 온유를 ‘겁줬다’는 오해를 받은 후, 백인서는 온유가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도록 무척 노력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온유의 태도가 드디어 조금 누그러졌다.적어도 이제는 온유의 반감이 전만큼 강하지 않았다.백인서는 조용히 온유 곁에 앉았다. 방금 주사를 맞은 온유는 창백한 얼굴로 두 손에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 백인서가 두 팔을 벌리자, 온유는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백인서의 품에 안겼다.“고모...”이 한마디에 백인서의 마음이 시큰해졌다.최지용은 정승우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 병실에는 백인서와 온유 둘만 남았다.항암 치료 때문에 온유의 머리카락은 모두 빠져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백인서는 안쓰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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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최지용은 잠시 멍해졌다.특수부대 출신의 본능이 깨어나 최지용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에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품었다.최지용은 백인서를 조심스럽게 뒤로 물렸다. 최지용과 종수의 시선이 부딪히는 순간, 종수는 최지용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짝 긴장했다.“이분은...”“아저씨, 이분은 제 남자 친구예요.”백인서가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지용 씨, 이분이 바로 그날 제가 만났다던 아저씨예요.”최지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종수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남자 친구분이 정말 잘생겼네. 아가씨랑... 참 잘 어울려.”“아저씨, 뭐 도와드릴까요?”“아...”종수는 잠시 망설였다.방금 그 ‘잘 어울린다’는 말은 사실 진심이었다. 그 순간, 종수는 문득 자신의 계획을 접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은인의 딸이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백인서만큼은 백홍이나 백시연처럼 평생 불행 속에 갇히지 않길 바랐다.하지만 백시연을 떠올리면...종수는 주먹을 꽉 쥐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젊은이.”종수가 최지용을 바라보며 말했다.“짐 좀 들어주실 수 있겠나?”백인서는 최지용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군인으로서의 품격을 지닌 최지용은 노인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네, 들어드릴게요.”최지용은 바로 승낙했다.“짐은 어디에 있나요?”종수는 택시 트렁크를 가리켰다.트렁크 안에는 큰 가방 하나가 있었고 최지용은 그것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젊은이는 힘도 좋구나!”종수가 웃으며 말했다.“걸음이 빠르니 내 짐을 먼저 위층으로 옮겨줘! 내 병실은 10층 1005호야. 고마워!”최지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백인서는 남아서 종수를 부축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백인서는 걸음을 옮기며 종수에게 발밑을 조심하라고 부드럽게 당부했다.종수는 걸음을 옮기다 문득 백인서를 살짝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아저씨, 혼자 입원하신 거예요?”백인서가 물었다.“가족은요?”“나...”종수는 입꼬리를 살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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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아가씨.”종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아직 아가씨 이름을 모르네?”“제 이름은 백인서에요.”“백인서...”종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백인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종수를 바라봤다. 그 순간, 자애롭던 종수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종수의 눈은 어둠 속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백인서가 반응할 틈도 없이 종수는 재빨리 준비해 둔 손수건을 꺼내 백인서의 코와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으윽...!”백인서는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평소 같았으면 백인서의 힘으로 이 정도의 노인을 제압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엔 이상하게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고 눈꺼풀이 천근같이 무거워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흐려진 백인서는 종수의 팔에 기대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종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리고 한참 뒤, 종수는 백인서 앞에 쪼그려 앉아 정말로 기절했는지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시연아... 나야. 지금 병원으로 와서 백인서와 옷 바꿔 입어.”...최지용은 이미 짐을 1005호 병실에 옮겨두었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백인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백인서는 받지 않았다. 최지용의 가슴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최지용은 점점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혀 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초조하게 주위를 살폈다.그때였다. 익숙한 모습이 최지용의 눈앞에 나타났다.“인서야!”최지용은 가슴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가 내려가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고 한달음에 달려가 백인서를 와락 끌어안았다.“대체 어디 갔던 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최지용은 위아래로 백인서를 훑어보며 한없이 부드럽고 애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백시연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이 남자를 처음 봤을 때부터 배시연의 눈에는 전에 없던 빛이 비쳤다.처음 본 순간부터 최지용은 백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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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인서야.”최지용이 백인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백시연은 정신을 차리며 무의식적으로 소매를 내리고 손목 위에 새겨진 검은 나비 문신을 감췄다.“저... 그냥 잠깐 나가서 좀 걷고 싶어요.”백시연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지용 씨, 우리 쇼핑몰에 구경이나 하러 갈까요?”최지용은 잠시 멈칫했다. 오늘의 백인서는 평소와는 정말 다르게 느껴졌다.백인서는 늘 소박하고 단순한 사람이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았고, 옷도 늘 기본적인 스타일만 고집했으며 화장품도 거의 없었다. 여자들의 취미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그리고 쇼핑하자고 먼저 말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최지용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을 느꼈다. 눈앞의 그녀는 분명 백인서가 맞지만, 또 어쩐지 백인서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지용 씨, 왜 그래요?”백시연은 백인서처럼 보이려고 애쓰며 말했다. 심지어는 먼저 다가가 최지용의 손을 잡으려 했다.“저랑 같이 가기 싫어요?”“아, 괜찮아.”최지용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에 띄지 않게 손을 빼냈다.“가자.”최지용은 백시연을 데리고 DL 타워로 갔다. 이곳의 화려한 인테리어에 백시연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교육받은 직원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매니저까지 직접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백시연은 주변 곳곳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빛나는 명품들은 마치 눈부신 다이아몬드 같았고 백시연의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었다.이곳의 많은 물건들은 한정판으로, 단순히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여러 브랜드는 고객의 신분과 배경을 더욱 중시했고 특정 계층에 속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했다.백시연의 눈이 반짝였다.남양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이곳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백시연이 살던 남양의 하층 사회는 그저 돈만 조금 있을 뿐, 아무런 지위도 없는 환경이었다. 이런 화려한 생활은 백시연에게 있어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꿈의 세계였다.백인서가 매일 최지용과 이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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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백시연은 순간 멍해졌다. 백시연의 눈에 비친 당황과 의문은 최지용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최지용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항상 하던 대로'의 규칙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그것은 둘 사이의 작고 은밀한 애정 표현이었다.백인서의 앞머리가 길어지면 최지용이 잘라줬고 최지용의 수염이 길어지면 백인서가 면도해 줬다.“인서야.”최지용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늘 하던 거, 정말 기억 안 나?”백시연은 속이 타들어 갔고 눈은 사방을 헤맸다.“인서야! 오늘 너 왜 이래?”“아, 맞다, 지용 씨!”백시연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저기 편집숍 보세요! 안에 있는 옷들이 정말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인서야...”“가요, 가서 구경해요!”백시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최지용을 편집숍 쪽으로 부드럽게 이끌었다.“저 드레스 사줘요. 전 드레스 입는 걸 가장 좋아하잖아요!”최지용은 백시연의 손에 이끌려 DL 타워를 한 바퀴 돌았다. 드레스를 구매한 후, 백시연의 쇼핑 욕구는 더욱 불타오르는 듯했다. 최지용은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채 백시연을 따라다녔고 백시연이 마음에 들어 한 것을 모두 계산했다.단 2시간 만에 백시연은 억 단위의 숫자를 훌쩍 넘어서는 돈을 썼다.백인서와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이런 거액을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쓴 돈은 아깝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번지는 의문을 지울 수는 없었다.“저기... 지용 씨.”마지막으로 백시연이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좀 피곤해졌어요. 이제 쇼핑 그만할까요?”최지용은 백시연을 깊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백시연은 계속 거짓말을 이어갔다.“저 학교에 좀 들르려고요. 정승우가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오늘 주말인데도 일하러 가야 해?”“그게...”백시연은 눈동자를 굴리며 말을 꾸며냈다.“야근하는 거, 가끔 있는 일이잖아요! 지용 씨는 집에서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게요.”백시연은 그렇게 말하고 방금 산 물건들을 들고 바람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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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뭐라고?”종수는 경계하며 물었다.“최지용이 너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고?”“맞아요!”종수의 눈이 가늘게 좁아지며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시연아, 가지 마!”“왜요?”백시연은 쇼핑백에서 한정판 드레스를 꺼내 몸에 대어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아저씨, 이 드레스가 얼마인지 아세요? 남양에서 봤던 적이 있는데, 이 디자이너는 오직 남양 왕실을 위해서만 옷을 제작한다고요! 그런데 여기선 최지용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한테 사줬다니까요!”종수는 백시연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과 걱정 속에 빠져들었다.백시연은 마음이 깊지 않았다. 백시연의 날카로운 가시와 끝없는 탐욕은 감출 수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몇 벌의 드레스와 몇 개의 가방만으로도 백시연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었다. 남양에서도, 사람들이 조금의 이익만 챙겨줘도 백홍이 고생하며 쌓아 올린 재산을 무너뜨리는 데 서슴지 않았다.종수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이 아이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아끼며 키운 아이였다. 종수는 백시연을 친딸처럼 아꼈고 단 한 번도 백시연이 고통을 겪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게 두지 않았다. 종수는 백시연을 위해 화려한 유리성을 세워 세상의 험난함으로 완전히 차단하려 했다.하지만 그는 잊고 있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는 무모한 자신감과 거리낌 없는 소비 외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을.“최씨 가문은 최고 명문가야. 그렇게 만만하게 볼 집안이 아니라고.”종수는 백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최지용과 너무 가까워지다가 네가 손해를 볼까 봐 걱정된다.”“손해요?”백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늘 쇼핑한 ‘전리품’을 모두 보여줬다.“최지용이 오늘 저에게 얼마를 썼는지 알기나 해요?”“시연아, 너...”“됐어요, 그만하세요!”백시연은 짜증 난 듯 손을 휘저었다.“또 설교하려는 거 알아요. 조그만 이익에 넘어가 대국을 잃지 말라는 얘기하려는 거죠? 그런데 아저씨, 최지용은 달라요! 그리고 제가 백인서를 대신하려면 결국엔 최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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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종수는 백시연을 답답한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다가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며 말했다.“난 이미 최지용을 네 손에 넘겨줬어! 백인서를 납치한 것만으로도 네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한데, 이제 남녀 사이의 일까지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겠니?”종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휙 젓고 떠나버렸다.남겨진 백시연은 멍한 표정으로 한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화가 치민 백시연은 드레스를 바닥에 던지려다 망설이더니 결국 소파 위로 힘껏 내던졌다....하지만 백시연은 종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밀고 나가기로 했다.백시연은 최지용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은 권온유와 시간을 더 보내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핑계를 댔다. 최지용은 잠시 멈칫하다가 잠깐의 침묵 후 말했다.“알았어. 온유에게 내 안부도 전해줘. 너도 몸 잘 챙기고 쉬도록 해.”“네, 알겠어요.”“아, 맞다. 인서야.”전화를 끊기 전, 최지용이 물었다.“내일 저녁에 우리 집에서 밥 먹자. 우리 엄마가 너를 오랜만에 보고 싶어 하셔.”백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승낙했다.다음 날 저녁, 최지용은 백시연과 함께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표아정은 백시연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만나자마자 백시연의 손을 잡아 자기 팔에 끼워 넣었다.백시연은 이런 신체 접촉에 익숙하지 않아 본능적으로 뿌리치고 싶었지만 백인서라면 평소 이렇게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미소를 띤 채 팔을 더 세게 잡았다.저녁 식사를 하기 전, 표아정은 백시연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인서야, 오랜만에 봤는데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네? 무슨 일 있었던 거니? 지용이가 널 잘 챙겨주지 않니?”“아니에요.”백시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지용 씨는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백시연은 최지용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남자의 눈에 깃든 따스함이 백시연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동시에 질투로 가슴을 뜨겁게 태웠다.그 따스함은 자신이 아닌 백인서를 향한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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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최지용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자 표아정은 백시연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인서야, 잠시만 앉아 있어. 난 주방으로 가봐야 해!”“어머님, 하지만...”백시연은 조금 놀란 듯 물었다.물에 손끝 하나 담글 것 같지 않은 귀부인이 백인서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한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너 내가 만든 송어찜을 제일 좋아하잖아. 오늘 한 마리 준비했으니까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게!”백시연은 기뻐하며 활짝 웃었고 표아정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표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보며 말했다.“지용아, 넌 주방에 와서 날 좀 도와줘.”최지용은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표아정과 함께 거실을 나섰다.거실에 홀로 남겨졌지만, 백시연은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 백시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최씨 가문의 화려함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명황산은 최씨 가문의 소유지로 가문의 대부분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연서의 ‘서원’은 명황산 저택 중 가장 운치 있는 곳으로 손꼽혔다.최지용에게는 별도의 독립된 집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곤 했다.백시연은 넓은 거실을 천천히 걸으며 감상했다.최연서가 서화와 골동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거실에 진열된 몇 점의 옥기와 도자기는 하나같이 우아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색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무거나 집어 들어도 값어치가 엄청날 것임이 분명했다.만약 자신이 최연서의 외아들인 최지용과 결혼하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되지 않겠는가?백시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이미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한편, 표아정은 우아한 걸음으로 거실을 벗어나더니 서둘러 방음 처리된 비밀 방으로 들어갔다.표아정은 문을 닫고 돌아서서 최지용을 바라보았다. 최지용은 이미 초조함으로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엄마...”최지용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표아정은 손을 들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다 알아.”표아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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