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웬 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통화는 바로 끊어졌다. 곧이어 술집 뒷문 쪽에서는 갑자기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한지훈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교회 두루마기를 걸친 한 중년 남자가 정장을 걸친 몇 명의 남자 뒤를 따라 재빠른 걸음으로 술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안돼!”한지훈은 급히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술집으로 뛰어들었다. 그 시각, 틸라는 다른 한 백인 남자와 함께 진상이 앉아있는 책상 앞에 둘러앉아 있었다. “틸라, 우리 사이에는 이젠 더 이상 아무런 거래도 없어. 게다가, 나는 이미 너의 아버지와 제대로 끝을 맺었어. 그러니 너도 이젠 만족하지 않아?”진강은 고개를 들어 틸라를 응시했다. “허허!”그러자 틸라는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진강, 너 한 가지 일을 잊은 것 같은데. 그때 네가 내 뺨을 때린 건 언제 정산할 건데?” 그리고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고, 그 시선의 끝은 양령아의 몸으로 향했다. 음흉하기 그지없는 그 눈빛은 양령아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그 순간, 술집의 분위기는 이미 매우 숙연해있었다. 용병들뿐만 아니라 양령아조차도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기운을 느끼게 됐다. “너한테 사과할게. 그럼 내 친구 몇 명들, 이젠 보내주지 그래?”진강은 말하면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하하!”그 말을 들은 틸라는 크게 웃으며 뒤에 있는 백인 남자 몇 명을 힐끗 보았다. “방금 한 말 다들 똑똑히 들었지? 자기 친구들을 보내달라고 하네? 진강, 설령 우리가 원수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 그 누구도 이 술집을 나설 수 없어!”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그는 옆에 있는 백인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백인 남자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의 유령처럼 살기 어린 눈빛으로 무표정하게 진강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가 손을 쓰려는 순간, 웬 돌멩이 하나가 날려와 그의 비수를 때렸다.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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