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월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용국이야!'” 이내 월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용국의 무종 그리고 무맹이야. 필경 용국은 매우 신비롭고 역사가 유구하잖아!”“수천 개의 종문 하나하나가 모두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 각 종문마다 얼마나 많은 천신급의 존재가 있는지 그 누구도 감히 가늠하지도 못해. 이 상황에 전 세계의 모든 무자들이 연합하여 함께 용국을 겨냥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용국을 상대할 용기가 있을까?”월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번 일은 용국, 부상, 기타 주변 여러 나라들 그리고 용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라들한테도 모두 중요한 하나의 대사였다. “역시나!”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초청한 사람들 중에 틀림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그들한테 매수되었을 거야!” 한지훈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 자리에서 초대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훗날 배신을 할 사람들은 아니라 생각했다. 믿음직한 동반자들이 아니고서야 무도 학원은 평온할 날이 없을 테니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까지 티 내면서 매수를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이 무도학원에 대해서는 우리가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긴 해. 나의 스승님은 동황도 전에 말씀하시길, 무도 학원은 결코 단지 용국을 상대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라고 하셨어!”“아마도, 그들은 전 세계 무도가의 이름을 걸고 어떠한 중요한 계약 하나를 수정할 수가 있다는 추측을 하셨어!”월영이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흥! 계약 수정은 무슨! 단지 평화의 수단을 통해 천신계의 강자가 세속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뿐이야! 유럽 놈들은 천신계라는 이 높은 경지라면 얼마든지 전 세계 어떤 세력도 압도할 자신이 있다고 믿거든!”“물론 그 세력에는 용국도 포함되고!” 창월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재로서 열국이 다들
핸드폰을 건네받은 당국호는 메시지를 흘깃 보았다. 방금까지 전혀 개의치 않던 모습을 보이던 당국호는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는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 “뭐라고요? 유럽의 이 놈들, 단단히 미친 거 아니에요? 일단 천신계의 강자가 세상에 들어서게 되면 그것은 세상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이미 백 세에 가까운 연세인 장로는, 그동안 천신계의 강자를 수도 없이 직접 만나봤기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년 전 당시에도, 두 개의 수류탄의 위력은 천신계의 강자가 뿜어낼 수 있는 파괴력에 훨씬 못 미쳤다. “대장로님, 사실 저희는 이번 일을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용국 그리고 용국 무종에 몇 명의 천신계의 강자가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국왕은 더없이 엄숙한 표정과 장엄한 말투로 물었다. “그... 자세히 얘기하자면, 이미 알려진 천신계의 강자는 대부분 무신종이긴 하지만 단 4명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잠잠하게 지내면서 무학에만 집착하여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종문은 많아도 10명은 넘지 않을 겁니다!”“천신계는 천왕계와는 다릅니다. 일단 천신계를 돌파한 무자들이라면 그 누구든지 모두 하늘의 은총을 받은 행운아들이고, 천부적인 재능이든 오성이든 모두 갖춘 최상위 포식자들입니다!”대장로의 이 말 뜻은, 결국 용국의 천신계의 강자는 사실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한 나라 혹은 두 개 나라를 상대하는 것까지는 괜찮을진 몰라도, 전 세계를 상대하는 건 용국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판도라의 마법 상자와도 같았다. 일단 열리게 되면 그 누구도, 국면을 뒤바뀔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때 진우도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굳어진 표정의 국왕과 대장로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그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폐하, 무슨 큰일이 난 건가요?”이내 진우는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
“한... 한 선생, 나... 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당장 너희 가문에게 연락해! 우선 네가 무사하다고 안부를 전하고, 어젯밤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 에먼로가 도망간 후 산토스가 또 직접 나서서 처단했다고. 난 이미 월영과 창월의 손에 죽게 됐다고!”이내 한지훈은 핸드폰 한 대를 제이슨 앞에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제이슨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전의 그는 가문을 팔아먹기는 했었지만, 배신을 한 적은 없었다. 만약 이 거짓말을 한 게 나중에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는 바로 아시란치 가문의 반역자로 전락된다. “한... 한 선생, 내... 내가 직접 그런 얘기를 전하는 건 아마 신빙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어. 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병신이라 내가 살아남게 된다는 건... 말이 되지도 않는 일이야!”제이슨은 덜덜 떨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뒤에 있는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 마. 넌 다치게 될 일은 없어. 저 거울을 보면 알게 될걸!”그 말에 놀란 제이슨은 창백해진 얼굴로 급히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그여진 긴 칼자국을 보고는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겨우 마음속의 분노를 참아내었고,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앞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입력했다. 그의 얼굴의 이 칼자국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어떻게든 러셀로란 가문과 아시란치 가문의 의심을 털어내는 것이었다. 만약 이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 칼은 다시 한번 그의 얼굴에 그리고 그의 목에 떨어질게 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휴대폰 너머로는 백발이 가득한 노인이 제이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 제이슨입니다!”“제이슨, 너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왜 그동안 연락이 안 된 거야! 그리고, 에먼로가 너에 대한 험담을 하던
“하! 이 탐욕스러운 늙은 개 같으니라고!”제이슨이 이를 갈며 일그러진 표정을 띤 채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일어나, 네가 아직 가치가 있을 때 네 목숨이 보장되는 거다. 알겠나?”한지훈이 고개를 들어 제이슨을 향해 담담히 말하자, 제이슨의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했다.그는 결코 무능한 자가 아니었다. 아시란치 같은 대가문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세상사를 잘 알고 지혜롭기 마련이었다.한지훈이 지금 이 말을 꺼낸 것은 단순히 제이슨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지금 이 순간, 칼날이 제이슨의 목에 닿아 있는 상황에서 한지훈이 그를 협박할 필요는 없었다. “한 선생님,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제이슨의 표정이 한결 차분해졌다.방금 전 전화 통화 이후로, 제이슨은 생각이 번뜩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아시란치 가문은 결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오직 후계자로 내정된 자들만이 가문의 전폭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니 그는 단지 가문의 장난감일 뿐이었다. “아시란치 가문에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네가 마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나 그 문제와 연관이 있을 때, 넌 아시란치 가문의 중요한 사람이 되니 그때 네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거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제이슨의 푸른 눈동자가 한지훈의 얼굴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의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만요! 러셀로란 가문의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한 선생님께서는 제 경호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두 분은 우리 아시란치 가문과 이미 내정된 협약이 있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이는 정말 과감한 배반이었고, 제이슨의 마음속에는 이미 원대한 계획이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방관하는 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아시란치 가문이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 가문의 존폐 따위가 그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보아하니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 같군.”한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심은 믿겠다. 하지만 유회원은 어디에 있지?”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유 선생 말씀이군요... 그분을 만난다고 해도 데려갈 수는 없을 겁니다. 광명존의 두 심복이 항상 그의 곁을 지키고 있지요. 그들 중 한 명만 해도 에먼로와 맞먹는 실력을 지녔습니다.”“그를 빼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제이슨은 사실대로 말했다.그 두 사람은 각각 사성 천급 천왕의 경지에 올라 있으며, 더군다나 그들은 광명존이 직접 육성한 정예였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거대한 소음과 함께 헬리콥터 한 대가 술집 상공에 나타났다.헬기가 술집에서 불과 백 미터 거리에 착륙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헬기에서 뛰어내려 술집을 향해 달려왔다.“제이슨 도련님!”그들 중 리더가 큰 목소리로 술집 안을 향해 외쳤다.그들은 제이슨이 살아 있다는 정보는 받았으나, 정확히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몰랐다.“여기 있다! 들어와!”제이슨이 그들에게 손짓하며 부르며, 문을 열고 술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검은 옷의 경호원 몇 명이 술집에 들어서자, 창월과 월영이 무표정으로 한 술상에 앉아 있었고, 중간 체격의 아시아계 남성도 제이슨의 뒤에 서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제이슨 도련님, 저분은…”리더 경호원이 한지훈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내가 어제 새로 고용한 부하다. 본래 이곳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던 자이지. 이자 덕분에 어젯밤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너희는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말고,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입 다물고 있어라! 지금 내 기분이 매우 안 좋으니 말이야!”제이슨은 음험한 눈빛으로 경호원들을 훑어보고는, 리더에게 물었다.“러셀로란 가문의 사람들은 소식이 없나? 그 빌어먹을 로드 노인네, 설마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한 거래? 내가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하루나 기다리게 하다니!”“도련님, 진정하세요. 떠나기 전 셋째 어르신께
창월과 월영은 무도 학원과 관련된 문서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유전 소유권 합의서만 들여다보며 꼼꼼히 살폈다.제이슨은 러셀로란 가문이 제공한 명단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키드가 누구죠, 그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교장이 될 수 있다는 겁니까?!”교장 자리가 러셀로란 가문에 넘어간다면, 아시란치 가문은 헛수고한 셈이 아닌가!판단을 내릴 위치에 있는 제이슨으로서는 가문의 이익을 지켜야 했다.비록 가문을 파괴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의도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혹시 거대한 곰, 캐럴에 대해 들어본 적 있습니까? 지난 100년간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천신계 강자이지요! 그자가 이전에 키드의 제자로 있었습니다!”“제가 확신하건대, 아시란치 가문이 이 무도 학원을 설립한 이유는 단순히 무인들의 경지를 올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신 경지의 강자들과의 관계를 위해서일 것입니다.”“연맹의 모든 천신계 강자들이야말로 아시란치 가문의 진정한 목적이며, 반드시 그날에 맞춰 동맹을 성사해야 합니다!”로드의 말은 은근히 암시적이었으나, 창월과 월영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그날이라니요?!”월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로드는 월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부상은 용국의 이웃 나라인데, 용국의 기운이 되살아나고 조룡이 부활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두렵다니요?”월영은 본능적으로 로드를 바라보며 물었다.“용국의 기운이 되살아나는 게 우리 부상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부상은 용국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거의 백 년 동안만 용국과 충돌이 있었고, 이는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용국 기운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용국 기운이 마지막으로 되살아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로드기 담담하게 물었다.“모르겠군요.”월영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대당 시기입니다!”로드는 전혀 숨기지 않고 말했다.“천 년 전, 용국의 기운이 되살아났을 때,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었습
제이슨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기운의 무서움이 그만큼 실감 난 것이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겉으로 냉소하며 말했다. “로드 씨, 기운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셀로란 가문이 교장의 자리를 독점하려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부교장 세 자리도 당신들 두 가문이 나눠 가졌지요. 동황 선생께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두 자리는 모두 당신들 아시란치 가문이 마음대로 추천할 수 있죠. 게다가 선생 자리도 아시란치 가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우리 여섯 가문은 단 12명의 자리를 요구할 뿐입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만족하시겠습니까?”로드는 여섯 가문 족장의 서명이 이미 적혀 있는 협의서를 꺼내 제이슨에게 건넸다.제이슨은 그 협의서를 받아 든 뒤 한참 동안 침묵했다.교장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러셀로란 가문이 내민 조건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 문제는 집안 어른들과 다시 상의해 봐야겠습니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제이슨은 말을 마치고 술집을 나와 차에 올라탔고, 한지훈에게 영상 통화를 걸라고 한 뒤 다시 셋째 어르신에게 설명했다. 러셀로란 가문이 교장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소식에 노인의 눈에도 한 줄기 섬뜩한 빛이 번졌다. 하지만 제이슨이 러셀로란 가문이 내놓은 조건을 전하자, 어르신 역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비록 무도 학원이 아시란치 가문에 의해 설립되었다고는 하나, 여섯 가문 역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했다.이 정도로 많은 자리를 넘기는 것도 상대방이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이익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아시란치 가문은 내부에서 분열을 겪을 위험이 컸다. 이 생각을 하자, 어르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러셀로란 가문의 제안을 따르는 게 좋겠다. 이 일은 또한 유회원에게도 알리도록 해라. 광명존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야!”말을 마친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광명존도 이 일에 관여하
월영과 창월은 유전의 소유권을 확보한 뒤, 한지훈과 제이슨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로드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제이슨에게 말했다.“역시, 아시란치 가문 사람들은 항상 현명하군요!”그는 서명된 문서를 챙겨 네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제이슨의 뒤에 서 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말했다.“제이슨 도련님, 셋째 어르신께서 가능한 빨리 가문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그러자 제이슨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경호원을 노려보고는 서명된 문서를 그의 품에 던지며 말했다.“셋째 어르신이라니! 네 눈에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 거냐?! 난 아직 카만에 한 번 더 가야 해. 셋째 어르신께서 계획이 바뀐 것을 유회원에게 직접 전하라고 하셨다!”말을 마친 그는 코웃음을 치며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한지훈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한 선생님, 헬리콥터를 조종할 줄 아십니까?”“물론이죠, 필수 기술 중 하나 아닙니까!”한지훈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한지훈이 제이슨과 함께 떠나려 다가가자,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이 한지훈의 앞을 막아섰다.“당신의 임무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제이슨 도련님은 우리가 보호합니다!”그들은 말하며 동시에 뒷짐을 졌다.그들의 의도는 한지훈을 적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이슨 일행의 대화가 지나치게 많은 기밀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따라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한지훈을 제거해 입을 막는 것이었다.그때, 제이슨이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카그, 충고 하나 하지. 이분은 용병들 사이에서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니 목숨을 잃기 싫으면 이 서류를 가지고 돌아가 셋째 어르신이나 뵈러 가라고! 그리고 내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제이슨은 몇몇 경호원을 싸늘하게 쳐다본 뒤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방 안의 경호원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다.한지훈이 있는 한 이 몇 명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가 이 말을 남긴 것은 단
만약 이리나의 경쟁자인 이소스였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것이고 이 고성이 다른 손에 넘어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한 선생님, 뒤따라오는 차가 좀 수상합니다!”필칸트가 백미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그들의 차를 바짝 쫓고 있었다.“몇몇 잡것들일 뿐이야.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가.”한지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사실 필칸트가 다섯 번째 대로를 막 벗어났을 때부터, 한지훈은 이미 상대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차 안에는 네 명의 이성 천왕계 강자들이 있었다.하지만 이성 천왕 따위, 네 명이 아니라 네 배가 되어도 한지훈의 경계심을 일으키기엔 한참 모자랐다.천신계와 천왕계의 격차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천신계 강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오성 용급 천왕계 고수들이 달려들어도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체의 강도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특히 한지훈의 육체는 이미 뇌해에서 단련된 상태였고, 그 단단함은 천왕계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필칸트는 차를 한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세웠다.한지훈과 필칸트가 막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뒤따라오던 검은색 승용차도 바로 멈춰 섰다. 그중 한 명은 망설임 없이 한지훈에게 다가갔고, 그의 눈빛에는 서슬 퍼런 살기가 서려 있었으며 손에는 한 자 정도 길이의 단검이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들의 살기를 느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스테이크 두 개를 시켜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창밖의 경치를 즐겼다.그러는 사이,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그의 바로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그중 앞장섰던 남자가 전광석화처럼 단검을 뽑아 한지훈의 등에 찔러넣으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기괴한 힘이 갑자기 튀어나와 그 남자의 손목을 강하게 가격했다!그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깨닫기도 전에, 단검은 허공에서 휙 돌더니 오히려 그의 목덜미를 향해
한지훈이 이렇듯 태연하게 반응하자, 이리나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스쳤다.한지훈은 분명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오륙 전체에서, 감히 그녀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그녀가 드류 가문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만으로도 작은 나라의 군주와도 맞먹는 위상이었다!한지훈이 돌아서서 가려 하자, 이리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한 선생, 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네요!”“어떤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오히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죠! 특히 이 고성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돌아서서 성을 나가버렸다.이리나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자신이 용국의 젊은 상인에게 무시당하다니?!깊게 숨을 들이쉰 후, 이리나는 다시 그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그녀가 성문에 도착했을 때, 한지훈은 이미 차에 올라탔고 필칸트는 곧장 시동을 걸어 그녀에게 다시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차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리나의 눈빛에는 뚜렷한 불쾌함이 어렸다.그때, 그녀의 뒤에 있던 중년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아가씨, 저런 사람에게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세상에는 관짝을 보기 전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제 생각에는, 내일 해 뜨기 전에 성을 넘기지 않으면 그냥 죽여버리는 게 낫습니다!”그 중년 남자는 드류 가문의 호위대장이자, 사성 천급 천왕계 강자였다. 그의 눈에 한지훈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저 강자에게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비록 한지훈 뒤에 칸트 가문이 있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칸트 가문이 한낱 용국 상인 하나 때문에 드류 가문을 적으로 돌릴까?신분과 지위를 따져도, 칸트 가문의 가주조차 이리나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판이었다.한지훈이 감히 이리나를 무시하다니, 그건 죽고 싶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로저스, 그는 그저
그 순간, 또 한 명의 방해자가 나타나자 이리나의 얼굴이 즉시 싸늘하게 굳어졌다.“이봐요, 신중하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이 고성은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에요. 설령 당신이 낙찰받는다고 해도, 오래 소유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이 고성에 대한 소문쯤은 들어봤을 테죠? 그러니까 제 충고를 듣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성은 나한테 양보하는 게 당신에게도 나을 거예요.”“미안하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순순히 넘겨주는 성격이 아닙니다.”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리나는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용국 출신의 젊은이에 불과했다.그의 옆에 있는 필칸트도 꽤 배경이 있는 사람이긴 했지만, 드류 가문의 위상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드류 가문은 십 대 가문 중 두 번째로 강력한 세력이며, 칸트 가문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이리나는 필칸트가 이런 용국 청년 하나 때문에 드류 가문을 적으로 돌릴 리 없다고 확신했다.하지만 이리나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경매인의 망치가 땅에 떨어졌다.“축하합니다, 이 고성은 36억에 낙찰되었습니다!”말이 끝나자, 두 명의 직원이 빠르게 한지훈과 필칸트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필칸트는 서둘러 나가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마친 뒤, 돌아와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님, 여기에 서명만 하시면 이 고성은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에게 집중됐다.필칸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한지훈은 완전히 낯선 얼굴이었다.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칸트 가문의 신성이 이토록 공손하게 대하는 걸까?이리나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한지훈에게서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평범함 그 자체였다.그런 인물에게 이 고성을 넘긴다는 건, 그녀 눈엔 정말 낭비처럼 보였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이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에게 다가갔다.“저기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요?”이리나는 비록 불
필칸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 선생님, 제가 바로 모시고 가겠습니다!”그러고는 바로 차를 출발시켜 고성을 향해 달렸다.차가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칸트 가문의 신성인 필칸트는 어디를 가든 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그래서 그와 한지훈이 문을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직원들이 다가와 정중하게 그들을 옆쪽의 전용 객실로 안내했다.비록 임시로 마련된 객실이었지만, 그런 전용 공간 자체가 신분의 상징이었다.“사실 이 성에 진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십 대 가문의 인물들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원해도, 애초에 이걸 살 만한 능력이 없으니까요.”필칸트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찰리 대제가 머물렀던 고성이기에, 아무리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고 해도 가치가 엄청났다.그래서 시작가부터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한지훈과 필칸트가 도착했을 때, 경매는 막 시작된 참이었다.홀에 앉아 있는 이들 대부분은 오륙에서 사업하는 아시아계 상인들이나 외국의 고위 인사들이었다.혹여 십 대 가문에서 이 성에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하기만 하면, 이들은 헐값에 신분의 상징 같은 이 고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행운은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경매가 시작되자마자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불과 5분도 채 안 되어 가격은 20억까지 치솟았다!게다가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사람은 신비로운 한 여성이었고, 그녀의 눈빛에서 이 성을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강한 집착이 느껴졌다.필칸트는 그녀를 보자마자 정체를 알아채고, 한지훈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한 선생님, 저 사람은 드류 가문의 사람인 이리나입니다. 젊은 세대 중에서도 상당히 무서운 인물이죠. 나이가 어리지만 이미 이성 현급 천왕의 실력자입니다. 젊은 여자로서 그 경지에 오른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필칸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리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30억!”그들 둘 다 이 성을
바로 이 때문에, 십 대 가문의 모든 정예들을 무도 학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서른도 채 안 된 절세 천재가 등장했다는 건, 오륙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이 몰아칠 것을 의미했다.만약 이러한 인물이 나타난다면, 오륙은 물론 전 세계가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과거의 찰리 대제조차 오륙을 정복하는 데 그쳤고, 그것도 당시의 과학기술이 낙후했고 사람들의 대륙에 대한 인식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그때의 오륙 강자들은 오륙이 곧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고, 오륙을 정복하면 세계를 정복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세계의 지리와 지형은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었다!이때, 먼 곳의 한 고성에서 하이얼 로드는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멀리서 피처럼 붉게 타오르는 빛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할아버지, 저 빛은 아마도…”에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나 말끝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하... 네가 저 빛이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알겠느냐,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저 빛은 오륙에 피바람이 불어닥칠 걸 예고한다. 심지어 십 대 가문이 완전히 재편될 수도 있어!”“십 대 가문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오직 하늘의 뜻에 달렸다.”그렇게 말한 뒤, 하이얼 로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에밀리에게 말했다.“에밀리,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반드시 끌어들여야 하고, 우리 가문은 오륙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마라.”“이제 가서 쉬어라. 내일 아침, 무도학원이 개학하니 늦지 않도록 해.”에밀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방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오륙 전체가 이 사건으로 떠들썩했다.하지만 아무도 그 신비로운 진법 상자를 연 사람이 바로 용국에서 온 젊은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지훈도 물론 이런 소문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차에 앉아 플랜지 제국 수도 교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차창 밖으로
한지훈의 말을 들은 필칸트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눈앞에서 양피지 문서가 천천히 타들어 가더니, 이내 새까만 재로 변해버렸고 이제는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필칸트의 가슴이 미어졌다.양피지가 타오르면서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던 은백색 광채가 점점 붉게 변하더니, 반 시간 후에야 서서히 사그라들었다.필칸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한 선생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무도 학원에 오는 목적이 바로 이 진법 비급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그걸 거들떠보지도 않고 불태우셨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대체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올 이유가 있지.”그에게 있어 그 양피지에 기록된 진법 따위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왜냐하면 이미 오래전에 그는 진법의 핵심을 깨우쳤기 때문이다.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도 학원에 잠입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곧 역외에서 강자들이 돌아올 것이며, 이는 세계 질서가 다시 재편되는 중대한 순간이 될 것이다.그렇다면, 그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같은 시각, 오륙 전체가 붉은 광채에 뒤덮였다. 이때까지 아무도 열어보지 못했던 유금의 상자가 드디어 열렸다는 것을 모든 이가 깨달았다.게다가, 칭기즈칸이 남긴 유서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 있었다.‘그 상자 안의 것이 파괴될 경우, 하늘을 붉게 물들일 불꽃이 솟아오를 것이다!’즉, 단순히 누군가 상자를 연 것뿐만 아니라, 그 안의 물건을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뜻이었다!물론, 진법 비급을 손에 넣은 후 파괴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이것은 단순한 비급이 아니라, 오륙 전체의 신화이자 희망이었다!자연히 오륙의 모든 이목이 이 사건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특히, 십 대 가문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그 어느 가문도 자신이 아닌 다른 가문의 사람들이 오륙에서 가장 신비롭고 강력한 진법을 얻는 것을
진법루 전체가 한낮처럼 환하게 빛났다!플랜지 제국의 수도 어디에서든, 진법루에서 솟아오른 저 눈부신 빛기둥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시각, 수십 리 밖의 한 장원에서 안드레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 은백색 빛줄기를 목격했다.“이... 이게 뭐지? 누군가 그 가장 신비로운 진법 마법 상자를 열었단 말인가?!”안드레는 무심결에 놀란 목소리로 내뱉었다.그 곁에 있던 십 대 가문의 몇몇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는 몇백 년 동안 오륙에서 아무도 열지 못했던 진법 마법 상자였다.그들 중엔 그 안의 진법을 단 한 번이라도 보기만 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던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천신계 강자라 할지라도, 그 무시무시한 진법의 반격을 견디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잿더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어서 진법루 안의 가장 비밀스러운 진법 상자를 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도록! 오륙에 이런 인재가 나타났다면, 우린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라도 키워야 한다!”안드레는 옆에 서 있던 시종들에게 소리쳤다.“예!”시종들은 즉시 장원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지만 바로 이 순간, 가까이에 있던 한지훈은 자신이 플랜지 제국 전체, 나아가 오륙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눈을 빛내며 유금 상자 속의 낡은 양피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그 위에는 용국 고대의 전서체로 된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이것이 먼 동방에서 온 물건이라는 증거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양피지에는 장씨 가문의 삼절진을 완성시킬 수 있는 보완 진법이 기록되어 있었다.즉, 이 진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장씨 가문 사람이거나, 삼절진에 정통한 자뿐이었다!그리고 저 글자를 완벽하게 해독해야만 삼절진의 진정한 위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알고 보니, 조룡이 후손들에게 남긴 진법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것이 아니었고,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오도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그 진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한지훈과 필칸트는 천천히 진법루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 목조 탑형 건물은 매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혹은 원래 고대에 남겨진 목조 건물일 수도 있었다. 나무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양쪽 벽의 장명등이 스스로 밝아져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두 사람이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등불이 일제히 켜지며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눈앞에는 거대한 책장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수백 개의 유려한 금빛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상자마다 희미하게 흐르는 광채가 감돌았고, 그 안에는 진법의 비밀들이 숨겨져 있었다.한지훈은 손끝으로 상자들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책장 사이를 걸어갔다.놀랍게도, 그의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상자에서 한 줄기 빛이 피어올랐다!필칸트는 입을 벌린 채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진법루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고급 진법을 얻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재능과 기연에 달려 있었다.비록 경비원이 막지 않더라도 기회가 없고 인연이 닿지 않으면 상자는 끝내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상자를 열어서 그 안의 진법의 비밀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니 학원 측에서도 팔칸트의 요구를 모두 눈감아 주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법루에 어찌 일찍 들어가게 하겠는가?!심지어 방금 전 필칸트도 이미 시도를 해보았지만, 꼭대기 층의 이러한 진법은 확실히 등급이 매우 높았기에, 그가 어떤 상자를 만지더라도 모두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완전히 달랐다. 그의 앞에서는 모든 상자가 밝게 빛났고, 이는 그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모든 진법이 그를 주인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드레조차 한지훈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지훈은 상자 안의 진법에 전혀 흥미가 없는 듯,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상자를 닫아버렸다.그렇게 상층을 한 바퀴 돌던 한지훈은, 마침내 꼭대기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나무로 만든 고대의 단상 앞에 멈
곡형은 단번에 젊은 남자의 경지를 정확히 간파했다.용국 내에서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미 오성 용급 천왕계에 오른 자는 한지훈 외엔 없었다!그런데 이 남자의 기세는 한지훈보다 한 수 위였다!“서 도련님, 앉으시죠!”주 씨 어르신은 옆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진 않았지만, 눈빛에서 서 도련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뚜렷이 드러났다.젊은 남자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을 뿐, 감사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정중히 소개해 드리죠. 이분은 100년 전, 용국에서 역외로 떠난 서천술의 적자인 서영호입니다!”주 씨 어르신이 손으로 젊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 씨 어르신, 몇 번이나 말했죠? 외부인 앞에서 아버지를 언급하지 말라고요!”서영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예,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곡형께서도 국왕께 보고를 드려야 하니 이해해 주십시오. 국왕께서 친히 말씀하시길, 이 증표를 한군림이라는 자에게 넘기라 하셨습니다.”“한군림? 그가 대체 누구죠? 곧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겁니다. 한용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입니까?”“한씨 가문은 이미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역외 강자들도 한씨 가문이 더 이상 용국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전의 한지훈은 너무 많은 규칙을 어겼습니다!”“규칙도 모르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가문은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서영호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대꾸했다. “서 도련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선 그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도록 하죠. 이건 진법루에 들어가는 유일한 증표이니 도련님께서 잠시 보관해 주시길 바랍니다. 게다가 오륙에 파견된 선생님과도 연락이 닿았으니, 그분께서 서 도련님을 전폭적으로 도와주실 겁니다!”주 씨 어르신은 작은 방패를 서영호에게 건넸고, 곡형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곡형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주 씨 어르신의 강한 태도와 역외 강자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흠, 주 씨 어르신,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