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서경왕부.“쿨럭, 쿨럭...”유만수가 침대 끝에 앉아 온몸을 떨며 기침했고 바닥은 그의 피로 흥건했다.“여보, 여기 약이요.”유만수의 기침 소리에 이의진은 재빨리 약을 갖고 방 안으로 달려왔다.그리고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얼마간 시간이 지나 유만수의 기침이 마침내 멈췄고 백지장처럼 창백한 그의 얼굴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빨리 약 드세요.”이의진은 약 그릇을 그에게 넘겼다.“너무 써서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유만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약그릇을 밀어냈다.“쓴 약이니까 몸에 좋죠. 빨리 마셔요.”이의진은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곧 죽을 사람인데 마시든 안 마시든 아무 소용이 없어.”유만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에요! 당신은 반드시 오래 살 수 있어요!”“그래, 그래. 오래 살게.”이의진의 단호한 얼굴에 유만수는 자기도 모르게 싱긋 미소를 짓다가 다시 약을 바라보더니 이를 악물고 한꺼번에 들이켰다.천군만마를 마주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던 유만수가 약 한 그릇에 얼굴 전체가 일그러졌다.그리고 입에 사탕 한 알을 물어서야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좀 괜찮아요?”이의진은 수건으로 유만수 이마의 땀을 정성스레 닦아줬다.“응. 많이 좋아졌어.”유만수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었다.모두 귀한 약재지만 시간도 많이 흘렀고 약효도 떨어져 이 쇠퇴해진 몸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여보, 전에 다친 상처도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데 일찍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잠이 안 와.”이의진의 당부에 유만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아, 맞다. 진우랑 천우 쪽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네?”“잘 안됐나 봐요.”이의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채원진, 그 교활한 인간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접선 장소도 호룡각 기밀기지로 옮겼대요. 특히 유태범이 흑초산에 들어간 뒤로는 아예 사라져서 행방이 묘연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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