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317 챕터
81화 죄송합니다
우문호는 서일의 부축임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흰색의 비단옷에 허리는 금과 옥으로 만든 띠를 두르고 있었다. 수려한 얼굴은 태양빛에 둘러싸여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병약한 신선 같았다. 걸음걸이가 너무 느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전신의 힘을 다 소진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힘겹게 걸어온 그는 얼굴을 활짝 펴고 부드러운 눈매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원경능을 바라보았다.“왕야, 건강은 괜찮으십니까?”둘째 노부인이 바삐 문안을 전했다. 난씨도 얼른 일어났다. 좀 놀란 표정이었다. 우문호는 눈길을 원경능의 얼굴에서 둘째 노부인에게로 옮기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 노부인 덕분에 본왕이 많이 건강해졌습니다.”말을 마친 우문호가 천천히 원경능에게 걸어가더니 글쎄 볼멘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화 났어? 오늘 날 보러 오지도 않고. 이만 화 푸는 게 어때?”원경능은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고의로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녀를 위해서라 하지만,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저는 화 안 났어요.”그는 그제야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화 나지 않았다니, 다행이야. 허면 오늘 본왕과 함께 나가기로 한 건, 같이 갈 건가?”자신이 그런 말을 한적이 있었던가?“지금은 손님이 와서요.” 우문호는 난처한 표정으로 둘째 노부인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 “그래? 허면 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둘째 노부인은 바삐 말했다.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이 늙은이는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더 앉아있다 가시지요?”우문호는 아주 열정적으로 만류하는 듯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이 늙은이도 할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시간되면 다시 왕야....와 왕비를 뵈러 오겠습니다.”둘째 노부인은 말하면서 난씨와 원경병에게 눈치를 줬다.원경병이 말했다. “방금 큰언니가 말했어요. 제가 여기서 며칠 지내도 된다고요.”“그럼.....”둘째 노부인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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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황제가 내린 벌
우문호는 이를 악물고 가슴을 문지르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 일이 잘 해결되면 반드시 원경능을 암실로 끌고가 미친개를 풀어 그녀를 백 번 물게 하여 오늘의 이 원수를 갚을 거라고. 원경능은 ‘후’하며 숨을 내쉬었다. 온 몸이 다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마음도 아까처럼 불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노라니 확실히 조금 전에 너무 심하게 물어뜯은 것 같아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해요. 당신을 물어뜯으면 안 됐었는데.”우문호는 그녀의 진심 어린 맑은 눈동자를 보며 마음속으로 자신의 뺨을 내리치며 경고했다.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고. 이 여인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아니라 그저 진심인척 할 뿐이라고.“참,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미친 사람처럼 말이에요. 정말 미안해요.”원경능은 계속 사과했다. 낯빛도 의기소침하고 괴로워하는 듯했다. “저도 당신이 절 위해 그런다는 걸 알아요. 절 위해 친정식구들 앞에서 연기도 해주고 제가 술에 취해 집에 가고 싶다고 한 말도 기억해주고.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당신과 맞서기만 했던 것 같아요.”우문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됐어. 본왕도 당신하고 따지기 귀찮아.” 원경능은 감격해서 말했다. “저는 진작에 왕야가 도량이 넓은 분이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럼 태후 앞에서도 저를 위해 덕담 많이 해주세요.”“본왕은 당신과 한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아.”우문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에 원경능이 온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왕야.” ‘사내들은 달래기가 참 쉽네. 마구 칭찬해주면 되는군.’우문호도 속으로 자신이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여인과 똑같이 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 못생긴 여인과는.이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니 입궁하는 마음도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일년 전에 원경능을 맞이하고 나서부터 매번 입궁할 때마다 그는 기분이 나빴다. 궁의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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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다
우문호는 열심히 땅바닥을 쓸었다. 바닥을 쓰는 일은 간단해 보였지만 거기에도 학문은 있었다. 예를 들면 낙엽은 될수록 한 무더기로 모여놓아야 했다. 체적이 커야 바람이 불어도 잘 날리지 않았다. 여러 무더기로 해놓으면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다 날려가 버리고 만다.쓸고 있노라니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도 많이 후련해졌다.“왕야, 난각(暖阁) 쪽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무 위에 말벌둥지가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태워버릴 예정인데 벌들을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큰 일 납니다.”상공공이 주의를 주며 말했다. “말벌둥지?”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 원경능에게 물어뜯긴 가슴이 아직도 은근히 아팠다. 원경능을 쓸게 했어야 했는데.“네, 이 말벌들은 굉장히 사납습니다. 낮에는 감히 태우지 못했습니다. 태상황이 창문을 닫으려 하지 않으셔서 저녁에만 태울 수 있습니다.”상공공이 말했다.“알겠네.”우문호가 말했다.상공공도 그를 관계하지 않고 태상황을 시중들러 들어갔다.계책이 떠오른 우문호가 탕양에게 명령했다. “가서 왕비를 모셔 오거라. 본왕이 청소하는 곳을 바꾸어 준다고 하거라.”탕양이 말했다. “왕야, 어서방 그곳에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왕야가 가기에는 좀 부적절 한 것 아닙니까?”. 우문호는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괜찮다. 고사가 거기 있으니 그때 가서 고사더러 좀 주위를 살펴보라 하면 된다. 사람들이 오면 숨으면 그만이다.”탕양이 자리를 떠났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자신과 바꾸어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자신이 창피 당하는걸 막으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의 호의를 받아 들여야지.그녀는 빗자루를 들고 건곤전으로 돌아 왔다. 그는 이미 앞 마당을 다 쓸어놓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우문호가 걸어오며 말했다. “본왕이 그대를 생각해주지 않는단 말은 하지 말아. 이 빗자루가 무거우니 당신은 힘이 없어 잘 쓸 것 같지 못해서 본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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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누가 변했나
명원제는 상주서(奏折)를 읽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기 직전에 손 대학사(孙大学士)가 나갔다. 손 대학사는 입이 가볍기로 이름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가 우문호가 어서방에서 청소하는걸 보았다면 아마 하루가 안돼 조정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다 알게 될 것이다.“고개를 들거라!”명원제의 목소리가 그의 왼쪽 어깨 너머에서 들려왔다.우문호는 걸레를 들고 천천히 돌아섰다. 마치 비파를 끌어안고 절반 얼굴을 가리듯, 억지 웃음을 지어냈다. “부황!”명원제는 입술을 실룩거렸다. 몇 초 응시하다가 자신이 확실히 폭소를 참을 수 있다고 확신하자 냉랭하게 말했다. “못난 놈이 더 못된 짓을 많이 한다더니.”우문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이것과 못난 놈이 더 못된 짓을 많이 한다는 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목여, 거독 연고(祛毒膏)를 가져다 다섯째에게 발라주거라!”명원제가 명을 내렸다.“거독 연고요?”목여공공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그건 …”“무슨 허튼소리가 그렇게 많은 것이냐?”명원제가 차갑게 말했다.목여공공은 응하며 장롱 속에서 대모(玳瑁) 모양의 작은 상자를 꺼내 우문호 앞에 와서 웃으며 말했다. “왕야 좀 참으십시오. 이 거독 연고는 바르면 좀 많이 따끔거리실 겁니다.”“괜찮네. 본왕은 아픔이 두렵지 않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조금 감동했다. 부황은 참 자애로우신 분이었다.하지만 왜 목여공공의 눈에 안쓰러움이 스친 것인가?얼마 되지 않아 그는 더 이상 이유를 할 수 없었다. 거독 연고를 바르자 이 아픔이 어딜 봐서 따끔거리는 아픔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가슴에 사무치는 아픔이었다. 마치 하나하나의 바늘이 살을 뚫고 심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살살하게 살살하게!”“이런 아픔조차 견디지 못하다니, 너한테 전도가 있긴 하느냐?”명원제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우문호는 막 입 밖에 나오려는 고통의 신음소리를 되삼켰다. 하지만 정말 아팠다. 그는 그제야 왜 목여공공의 눈가에 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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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산책하다
원경능이 청진기를 꺼내 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안 할래요. 황조부를 진찰해드릴게요.”태상황은 익숙한 동작으로 자리에 누워 옷을 거두고 그 차가운 물건이 그의 심장에 놓이기를 기다렸다. 그가 머리를 옆으로 돌려 원경능을 보며 말했다. “과인도 심장소리를 들을 거다.”원경능은 청진기를 그의 귀에 꽂아주며 말했다. “박동소리를 세면서 자세히 들으세요.”태상황은 숨을 길게 내쉬고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이건 한 곡의 자장가 같았다.“얼마예요?”원경능이 일분이 됐을 거라 생각하고 물었다.“쉰여섯이다.”태상황은 이를 들어내고 웃으며 말했다. 이빨이 누랬다.원경능이 청진기를 가져와 들어본 후 말했다. “기준에 달하진 않지만 그래도 많이 진보했습니다.”상공공도 호기심에 머리를 가까이하며 물었다. “이 물건이 재미있습니까? 소인도 들어 보면 안됩니까?”원경능은 웃으며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럼, 귀에 걸고 여길 심장에 대면,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네.”상공공은 원경능의 지시대로 했다. 그리고는 눈썹을 휘날리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참 신기하군요. 마치 북을 치는 것 같습니다. 쿵덕 쿵덕 하네요.”그는 매우 아쉬워하면서 원경능에게 돌려줬다. “이 물건은 어디에서 팝니까? 소인에게도 구해주면 안됩니까?”“내가 나중에 물어보고 있으면 하나 구해다 주지. 그럼 상공공이 날마다 책임지고 태상황의 심장소리를 들으면 되네.”“좋습니다!”상공공이 기뻐하며 말했다. 복보가 쪼르르 달려와 원경능의 발 밑에서 꼬물거렸다.원경능은 허리를 굽혀 복보를 끌어안았다. 복보는 혀를 날름거리며 그녀의 손을 핥았다. 원경능은 너무 간지러워 그의 혀를 누르며 말했다. “이 장난꾸러기!”복보는 침을 흘리고 있었는데 아주 즐거운 기색이었다.“복보가 모처럼 이렇게 사람에게 친근하게 굽니다.”상공공이 말했다.“개도 총기가 있어 분별할 줄 아는 걸세.”원경능은 복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지, 복보야?”복보는 멍멍 두 번 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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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이 여인은 참으로 비열했다
귀비가 문안인사를 드리러 가자 황후와 현비도 계속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함께 몸을 일으켰다. 원경능은 태상황을 부축하며 호숫가에서 거닐었다. 태상황은 조금 피로하여 호숫가 나무의자에 걸터앉았다. 원경능은 그를 위해 겉옷을 잘 여며주었다. 비록 추운 날은 아니었지만 마냥 따뜻하지도 않았다.“됐다. 이렇게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태상황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당연합니다. 여기까지 꽤 많이 걸었는지라 땀이 나셨을 겁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시면 안됩니다.”원경능이 말했다.“어린 나이에 잔소리가 많구나.”태상황은 목을 빼고 원경능이 옷을 정리하게 했다. 그렇게 머리를 들자 황후 등이 오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태상황은 눈썹을 아래로 드리웠다.“재미없게 되었네.”원경능은 뒤로 흘끔 보고 나서 바로 곧게 서며 두 손을 늘어뜨렸다. 그녀도 속으로 말했다.‘재미없게 되었네.’황후와 귀비, 현비 세 사람이 출동하였는지라 자연히 많은 궁인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호호탕탕하게 걸어오자, 사람으로 하여금 어화원이 비좁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원경능은 다가가 단정하게 문안인사를 올렸다.“황후마마를 뵈옵니다. 귀비마마를 뵈옵니다. 현비마마를 뵈옵니다.”맞지 않는 문안인사였다. 사실 원경능은 황후를 모후로, 고귀비를 적귀모비(狄贵母妃)로, 현비를 현모비로 불러야 했다. 하지만 태상황이 자리에 있으니 원경능과 그것을 따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들은 함께 다가와서 인사를 올렸다.“신첩, 태상황을 뵈옵니다.”오늘 태상황은 온화한 영감이었다. 그는 입술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다들 여기에 있었구나.”황후는 한 걸음 다가가며 공손하게 답했다.“태상황께 아룁니다. 오늘 날이 좋은지라 동생들과 함께 활동하러 나왔습니다. 신체는 괜찮습니까?”“좋지, 좋지 않으면 나와서 산책을 하겠느냐?”태상황은 기력이 충천된 모습으로 말했다.“태상황의 강녕이 바로 북당의 복입니다. 초왕비, 그렇지 않느냐?”현비가 웃으며 말했다. 원경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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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원경능은 불현듯 손을 빼며 그를 밀쳐냈다.“뭐 하는 거예요?”우문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 보았다.“뭐가?”“당신 얼굴이!”원경능은 그를 질책하였다. 치한이기까지 하다니, 이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문호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이 나를 누른 게 아닌가? 본왕은 그저 고개를 돌리려 한 것뿐이야. 당신과 닿는 것이 싫어서 말이지.”“그러니 나의 잘못이란 말이에요?”“그러면 본왕의 탓인가? 본왕을 짓누르 라고 당신을 끌어당겼나?”우문호는 바로 앉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뭐가 대단하다고, 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또 당신도 본왕의 알몸을 보지 않았는가? 본왕이 불쾌해하지도 않았는데.”원경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저는 왕야의 상처를 처치해준 것이잖아요.”“누가 쓸데없는 짓을 하라고 했어?”“이럴 줄 알았다면 당신을 관여하지 말아야 했어요. 왕야께서 이후에 합방하지 못하고, 아이를 가지지도 못하게 말이에요.”원경능은 자신의 화를 억누르기가 점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주요한 원인은 우문호가 너무했기 때문이었다.“당신은 본왕의 왕비야. 본왕이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면, 당신도 아이를 낳지 못해.”“당신은 이후에 저와 이혼할 것이에요.”원경능은 눈을 가늘게 떴다.“우리 약속했잖아요.”“이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당신이 부황에게 한 승낙부터 잘 생각해봐. 일년 안에 손자를 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잖아.”우문호는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원경능은 느긋하게 답했다.“일년 안에 나타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지금 생각해도 다 부질없어요.”우문호는 답을 하지 않았으나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느긋한 모습과, '변수'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가는 동안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얼마간 떨어져 앉았는데 서로 싫어하는 눈치였다.왕부로 돌아온 원경능은 곧장 봉의각으로 돌아갔다. 장원안에서 원경병은 기씨 어멈이 만들어준 홍두탕(红豆汤)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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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인간쓰레기에게 사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원경능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는 필히 시원시원하게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또한 그가 원한다 하여도 경후가 꼭 초왕의 말을 들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원경병의 생각은 너무나 단순했다.다만 우문호가 돕기를 원한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 “넌 먼저 방으로 돌아가 쉬렴. 이 일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을 하자꾸나.”원경능이 말했다. 원경병은 마음이 매우 아팠다.사실 정말 원경능에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초왕부에서 잠시 묶는 것도 한동안 피해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오늘 원경능이 궁에서 나온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물은 것이었다. 허나 사정하는 말을 내뱉자 조금의 기대를 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원경능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을 하자꾸나’라고 답하였다. 핑계를 대어 어물어물 넘기는 말이었다.언니는 평생 동안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었다. 심지어 초왕의 일에 대해서도 집착적인 마음으로 아버님의 말에 따라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언니는 무리한 수단으로 한 일은 좋은 결과가 없는 법이라는 걸 몰랐다. 초왕이 왕비로 맞이한다 하여도 잘 대할 리가 만무하였다.아버지는 궁지에 몰렸는지라 결연히 이러한 선택을 했었다. 이는 모험적인 행동이었다. 실패하더라도 딸 하나를 희생하는 것뿐이었다.그러나 언니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언니의 평생의 행복에 관계되는 일이었다.원경병은 실망한 기색으로 떠나갔다. 그저 원망과 미련만 원경능에게 남긴 채 말이다. 원경능은 기씨 어멈에게 물었다.“왕야께서는 무엇을 가장 즐겨 먹느냐?”“깻잎오리입니다.”기씨 어멈은 원경능을 바라 보았다. 왕비께서는 정말 원경병을 위해 사정하시려는 것인가?“가르쳐다오!”원경능이 말했다. 기씨 어멈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왕비, 이 일은 관여하지 않음이 좋을 듯싶습니다. 왕야께서도 꼭 도우실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왕야께서 허락하셔도, 왕야께서 동생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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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여인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원경능도 사양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직설적으로 말했다.“왕야께 묻고 싶은 사람이 둘 있어요.”원경능은 부탁하는 일은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으로의 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요구를 꺼내면 안되었다.“누군데?” 우문호는 과연 반감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소요공(逍遥公)이요.”우문호의 낯빛이 조금 변했다.“그를 물어 무엇 하려는 건데?”“태상황께서 언급하신 적이 있어 조금 궁금해서요.”“본왕은 그에 대해 조금도 모르니, 물어볼 필요가 없어.”우문호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원경능은 조금 의아했다. 소요공은 전임 수부가 아니던가? 우문호가 그에 대해 어찌 하나도 모른다는 말인가?그녀는 곁눈질로 옆에 있는 탕양이 눈짓을 하는 걸 발견하였다. 그녀는 소요공이 아마 우문호와 원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럼 됐어요. 두 번째로는 혜정후 저대유에 대해 알고 싶어요.”우문호는 애써 미간을 찌푸리려 하였다. 빨갛게 부어 오른 눈썹은 기름기가 번들거렸다.“저대유?”“그 사람의 품성은 어때요?”원경능은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한 글자로 악랄해!”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악랄이라는 단어가 두 글자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참아냈다.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우문호의 성격으로 쉽사리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독설은 늘 그녀에게만 향했다.하지만 혜정후를 악랄하다고만 형용하는 것을 보아, 우문호는 정말 인간쓰레기였다. “상세한 내용을 들려주세요.”원경능은 바삐 물었다.“그에 대해 물어서 무엇 하려고?”우문호가 물었다. 원경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버님께서는 동생을 그에게 시집 보내려고 하셔요.”우문호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싸늘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당신 동생 시체를 거둘 준비나 해.”원경능은 화들짝 놀랐다.“그렇게 엄중해요?”탕양이 옆에서 말을 이었다.“왕비, 혜정후는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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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꿈도 꾸지 마십시오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우문호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지 생각했다. 저명취가 있었지만 약점인 동시에 역린이었다. 그의 약점을 쥐는 동시에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라 결과가 매우 엄중할 것이었다.“됐어요, 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게요. 정말 안되면 제가 직접 그 혜정후를 만나봐야겠어요.”원경능은 노기등등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문호는 콧방귀를 뀌었다. 친히 혜정후를 만난다고? 원경능에게 그러한 담이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자신이 그녀를 낮잡아보는 것이 아니라, 경후부에는 감히 저씨 집안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원경능은 언행이 일치한 사람이었다. 다음날 바로 녹아더러 혜정부에 배첩을 전하라고 명하였다. 다만 혜정부는 경후부에서 나온 왕비를 낮잡아보는 것이 분명했다. 혜정부가 요 두 날 저택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단번에 거절했다.초왕부로 돌아온 녹아는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원경능의 면전에서 말했다. “혜정후는 왕비를 너무 존중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저택에 있었습니다. 문지기가 보고 하러 갈 때 마침 회랑에 있는 것을 소인이 다 보았습니다.” “녹아, 쓸데 없는 말은 하지 마!”기씨 어멈이 호통을 쳤다. 원경능은 담담하게 말했다.“폐하의 총애를 받는 후작(侯爵)으로서 틀을 차리거나, 나를 업신여기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니라.”“왕야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당연하다. 예전에 왕야께서 그의 부하로 있었으니.”누가 예전에 부하를 안중에 두겠는가? 그것도 자신에게 밉보였던 부하를 말이다.원경능은 속수무책이었다. 정상적인 혼인이라면, 혜정후가 경후부를 안중에 두었다면, 어떻게 하여도 미래의 처형인 자신을 만날 것이었다. 혜정후가 만나기를 거절한 것은, 사실 경후부를 매우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이 혼사는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왕비, 차라리 경후에게 사정을 해보십시오.”녹아가 말했다.“그에게 사정할 바에는 옥황상제에게 빌겠어!”원경능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옥황상제에게 빌러 갑시다.”녹아는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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