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간쓰레기에게 사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원경능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는 필히 시원시원하게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또한 그가 원한다 하여도 경후가 꼭 초왕의 말을 들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원경병의 생각은 너무나 단순했다.다만 우문호가 돕기를 원한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 “넌 먼저 방으로 돌아가 쉬렴. 이 일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을 하자꾸나.”원경능이 말했다. 원경병은 마음이 매우 아팠다.사실 정말 원경능에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초왕부에서 잠시 묶는 것도 한동안 피해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오늘 원경능이 궁에서 나온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물은 것이었다. 허나 사정하는 말을 내뱉자 조금의 기대를 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원경능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을 하자꾸나’라고 답하였다. 핑계를 대어 어물어물 넘기는 말이었다.언니는 평생 동안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었다. 심지어 초왕의 일에 대해서도 집착적인 마음으로 아버님의 말에 따라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언니는 무리한 수단으로 한 일은 좋은 결과가 없는 법이라는 걸 몰랐다. 초왕이 왕비로 맞이한다 하여도 잘 대할 리가 만무하였다.아버지는 궁지에 몰렸는지라 결연히 이러한 선택을 했었다. 이는 모험적인 행동이었다. 실패하더라도 딸 하나를 희생하는 것뿐이었다.그러나 언니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언니의 평생의 행복에 관계되는 일이었다.원경병은 실망한 기색으로 떠나갔다. 그저 원망과 미련만 원경능에게 남긴 채 말이다. 원경능은 기씨 어멈에게 물었다.“왕야께서는 무엇을 가장 즐겨 먹느냐?”“깻잎오리입니다.”기씨 어멈은 원경능을 바라 보았다. 왕비께서는 정말 원경병을 위해 사정하시려는 것인가?“가르쳐다오!”원경능이 말했다. 기씨 어멈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왕비, 이 일은 관여하지 않음이 좋을 듯싶습니다. 왕야께서도 꼭 도우실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왕야께서 허락하셔도, 왕야께서 동생분의
그렇다면 원경능도 사양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직설적으로 말했다.“왕야께 묻고 싶은 사람이 둘 있어요.”원경능은 부탁하는 일은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으로의 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요구를 꺼내면 안되었다.“누군데?” 우문호는 과연 반감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소요공(逍遥公)이요.”우문호의 낯빛이 조금 변했다.“그를 물어 무엇 하려는 건데?”“태상황께서 언급하신 적이 있어 조금 궁금해서요.”“본왕은 그에 대해 조금도 모르니, 물어볼 필요가 없어.”우문호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원경능은 조금 의아했다. 소요공은 전임 수부가 아니던가? 우문호가 그에 대해 어찌 하나도 모른다는 말인가?그녀는 곁눈질로 옆에 있는 탕양이 눈짓을 하는 걸 발견하였다. 그녀는 소요공이 아마 우문호와 원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럼 됐어요. 두 번째로는 혜정후 저대유에 대해 알고 싶어요.”우문호는 애써 미간을 찌푸리려 하였다. 빨갛게 부어 오른 눈썹은 기름기가 번들거렸다.“저대유?”“그 사람의 품성은 어때요?”원경능은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한 글자로 악랄해!”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악랄이라는 단어가 두 글자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참아냈다.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우문호의 성격으로 쉽사리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독설은 늘 그녀에게만 향했다.하지만 혜정후를 악랄하다고만 형용하는 것을 보아, 우문호는 정말 인간쓰레기였다. “상세한 내용을 들려주세요.”원경능은 바삐 물었다.“그에 대해 물어서 무엇 하려고?”우문호가 물었다. 원경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버님께서는 동생을 그에게 시집 보내려고 하셔요.”우문호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싸늘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당신 동생 시체를 거둘 준비나 해.”원경능은 화들짝 놀랐다.“그렇게 엄중해요?”탕양이 옆에서 말을 이었다.“왕비, 혜정후는 전에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우문호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지 생각했다. 저명취가 있었지만 약점인 동시에 역린이었다. 그의 약점을 쥐는 동시에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라 결과가 매우 엄중할 것이었다.“됐어요, 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게요. 정말 안되면 제가 직접 그 혜정후를 만나봐야겠어요.”원경능은 노기등등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문호는 콧방귀를 뀌었다. 친히 혜정후를 만난다고? 원경능에게 그러한 담이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자신이 그녀를 낮잡아보는 것이 아니라, 경후부에는 감히 저씨 집안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원경능은 언행이 일치한 사람이었다. 다음날 바로 녹아더러 혜정부에 배첩을 전하라고 명하였다. 다만 혜정부는 경후부에서 나온 왕비를 낮잡아보는 것이 분명했다. 혜정부가 요 두 날 저택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단번에 거절했다.초왕부로 돌아온 녹아는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원경능의 면전에서 말했다. “혜정후는 왕비를 너무 존중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저택에 있었습니다. 문지기가 보고 하러 갈 때 마침 회랑에 있는 것을 소인이 다 보았습니다.” “녹아, 쓸데 없는 말은 하지 마!”기씨 어멈이 호통을 쳤다. 원경능은 담담하게 말했다.“폐하의 총애를 받는 후작(侯爵)으로서 틀을 차리거나, 나를 업신여기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니라.”“왕야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당연하다. 예전에 왕야께서 그의 부하로 있었으니.”누가 예전에 부하를 안중에 두겠는가? 그것도 자신에게 밉보였던 부하를 말이다.원경능은 속수무책이었다. 정상적인 혼인이라면, 혜정후가 경후부를 안중에 두었다면, 어떻게 하여도 미래의 처형인 자신을 만날 것이었다. 혜정후가 만나기를 거절한 것은, 사실 경후부를 매우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이 혼사는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왕비, 차라리 경후에게 사정을 해보십시오.”녹아가 말했다.“그에게 사정할 바에는 옥황상제에게 빌겠어!”원경능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옥황상제에게 빌러 갑시다.”녹아는 원경
경후부의 "단결"은 원경능 마음 속에 있던 반항적인 정신을 불러일으켰다.“셋 셀 동안에 비키십시오!”원경능은 난씨를 빤히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난씨는 희미하게 웃었다.“정말 비킬 수 없습니다. 왕비께서 경솔하셔서 노부인의 요양을 방해하실까 염려됩니다.”‘셋을 세다니, 유치하긴.’원경능은 그녀를 빤히 바라 보았다.“하나….”그녀는 두 손으로 난씨를 밀쳐냈다. 난씨는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죄송합니다!”원경능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아이고, 왕비가 저를 때립니다. 왕비가 저를 때리셔요….”난씨는 바닥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고함을 질렀다. 이에 경후부의 하인들은 모두 구경을 하러 나왔다. 원경능은 발걸음을 멈추며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리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난씨는 울며 말했다.“이러한 도리는 없습니다. 저는 그래도 왕비의 큰어머닌데 왕비라는 신분을 등지고 저를 때린단 말입니까? 친정에서 높을 항렬을 괴롭힙니다.”원경능은 고개를 떨구고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백모, 입 다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오늘 둘째 노부인도 감히 저를 저지하러 나오지 않는데, 당신이 도리어 앞장을 서시는 군요.”“왕비….무엇을 말하려는 겁니까?”난씨는 바로 울음소리를 그쳤다. 아무리 노력하여도 눈물 한 방울 짜내지 못하였다.“예전에 경후부로 돌아오려면 왕야께 재삼 청을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백모, 알겠습니까?”원경능은 음침하게 말했다. 난씨는 순간 멍해졌다.“왕비, 저를 겁주지 마십시오. 왕야께서는 당신을 안중에 두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날 당신들은 저희들에게 연기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그들은 확실히 그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럴 수록 그들은 더 의심이 들었다.“연기를 한다 하여도, 왕야께서는 저와 이 연기를 하기 원하십니다.” 난씨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원경능이 돌아왔을 때에는 늘 소심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 번 돌아왔을
원윤문이 떠나고 나서도 그러한 생각이 미쳐 날뛰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약상자를 살펴 보았다. 마취제, 붕대, 지혈제, 그리고 구급할 때 사용할 도파민과 아토르핀이 있었고 또 자질구레한 약들이 몇 개 있었다. 비수는 없었으나 서일에게서 빌리면 되었다. 만사가 준비되었고 조사만 남았다. 그녀는 혜정후가 어떤 곳에 드나들기를 좋아하는지, 어떠한 길로 가는지, 신변에 얼마나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지, 어떤 무기를 지니고 다니는지를 조사해야 했다. 서일은 최근 왕비가 매우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비수를 빌려달라고 하더니, 또 다른 암살 무기(暗器)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자신에게 남자의 가장 특출한 표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그전의 두 가지 물음은 괜찮았으나, 마지막 물음은 정말 대답하기 어려웠다. 남자의 가장 특출적인 표징은 우람진 가슴근육과 아랫도리의 그것이 아닌가?왕비는 실로 너무 단순했다.그렇게 어느 날, 서일은 왕비가 남자의 의복을 입고 외출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후문으로 나갔었는데 녹아도, 두 어멈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그는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왕비께서 이러한 취향이 있으시니, 실로 부끄러워서 물을 수가 없었다.두 번째 날, 왕비는 찐빵 두 개를 지니고 또 외출했다. 온 하루 밖에 있었는데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세 번째 날에도 그러했다. 서일은 왕야께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문호는 붓기가 빠진 뒤에 바로 경조부로 인수인계를 하러 갔다. 정식으로 경조부윤직을 인계 받은 것이었다.필연 새롭게 인사를 정리여야 했다. 경조부에는 크고 작은 관원 몇 십 명이 있었는데 각종 모순으로 복잡했다. 인간관계는 마치 나무뿌리처럼 얽히고 설켰으며, 각자의 단체가 있어 암투가 대단했다. 조금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우문호는 최대한 빨리 각종 업무를 익혀야 하는지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망했다. 이날 초왕부에 돌아오니, 서일이 다가와 말했다."왕야, 최근 왕비께서 매우 수상하십니다."우문호는 원래부
원경능은 자신의 그의 마음에 들었음을 눈치 채고 애써 진정하려 하였다.그녀의 계획은 먼저 자신에게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손을 쓰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혜정후가 손을 쓸 기회를 다시 안배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어찌 그를 단번에 생포하지 못하겠는가?그리하여 원경능은 여기까지만 하고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서일은 탕양의 분부에 따라 요 이틀간 계속 원경능의 뒤를 따랐다. 원경능의 경성소축에 들어갔을 때 그도 측문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자리에 앉지 않고 문에 기대어 보기만 했었다.서일도 혜정후를 보았으나, 왕비는 아마 혜정후와 무슨 교제가 없을 것이었다. 왕비가 떠나는 것을 본 서일은 천천히 뒷문으로 나가 멀리찍히 떨어져 걸었다.원경능은 걸어가고 있었다. 며칠동안 다니면서 부근 일대의 길은 이미 매우 익숙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고대의 거리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북당의 경성은 매우 번화했는데 점포가 늘어졌고 시장이 매우 창성하였다. 비단 가계, 보석 가계, 쌀가게, 연지 가게들에는 손님들이 북적였다. 원경능은 걸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한눈에 이루 다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곁에 마차 한 대가 서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마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원경능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이 올려지더니 혜정후가 눈에 안겨왔다.원경능이 요 며칠간 모두 이 사람을 위해 분주했었다. 비록 깜짝 놀랐으나 너무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멍한 표정으로 혜정후를 바라 보았다.그녀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늘 말을 타고있었는데 왜 오늘에는 마차를 탄 것인가?"공자,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혜정후가 말했다. 원경능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집이 가까운지라 조금만 걸으면 도착합니다."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어떤 대비와 배치도 하지 않았었다. "방금 공자와 함께 경성소축에서 노래를 들었었습니다. 공자도 감수성이 풍부한 분이라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서일은 고개를 수그리고 들어왔다. 그는 감히 우문호 눈 속의 노기를 직면하지 못했다."소인이 요 두 날 계속 왕비의 뒤를 따라다녔었습니다. 왕비께서는 오늘 남장을 하시고 경성소축에서 노래를 들으셨는데 혜정후를 만났습니다. 떠날 때 혜정후의 마차가 왕비를 막아 섰었는데 무엇을 말했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왕비는 그저 두어 마디만 답하고 떠났습니다. 소인은 계속 뒤를 따랐었는데, 뜻밖에도 혜경후의 마차가 휙 지나더니 왕비가 사라졌습니다. 소인은 왕비가 혜정후에게 납치당했다고 의심합니다.""남장을 했다고?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냐?"우문호는 화가 나기 그지 없었다. 원경능은 자신이 이미 사면초가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 감히 남장을 하고 외출을 하다니. 이러한 사람은 죽지 않아도 다른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관여하지 말거라. 죽게 내버려 둬."우문호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탕양이 권고했다. "왕야, 현재 홧김에 그러한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왕야께서도 혜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왕비의 신분을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 왕비가 그의 수중에 놓였으니, 죽는 것이 가장 경한 일일 겁니다.""다 왕비가 자처한 일이지. 누가 그녀더러 함부로 돌아다니라고 하였어?"우문호는 불현듯 눈을 가늘게 떴다."아니야. 왕비는 절로 혜정후를 접촉하려고 나간 것이 아니냐? 자신 여동생의 혼사를 위해서 말이야."탕양은 그의 대담한 추측에 깜짝 놀라 공포에 질려 말했다."아닐 겁니까? 왕비께서는 그렇게 대담하시지 않을 겁니다.""그러한 담이 없으나 아둔한 사람이지."우문호가 버럭 화를 냈다. 서일이 물었다."그렇다면 지금 어쩝니까? 바로 혜정후부에 가서 사람을 찾아야 합니까?""가지 않을 것이야!"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탕양도 맞장구를 쳤다."왕야께서 사람을 거느리고 혜정후부에 가는 것은 좀 모험적입니다. 필경 서일의 추측뿐이니, 만일 혜정후부에 사람이 없다면 왕야는 난처하게 될 것입니다. 왕야께서 금방 경조부윤의 직무를 맡았는데
원경능은 혜정후 뒷문으로 들어갔다. 남장을 한 산발인 여인을 본 혜정후부 사람은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버릇이 되어 예사로운 일로 돼버렸다.후야의 이 취향을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본후가 용무를 보러 갈 테니 너희들은 저 여인을 잘 살피고 있거라!"혜정후는 원경능을 방 안에 끄집어 들이고는 곁에 있는 시녀에게 분부했다."네!"두 시녀는 허리를 숙이며 응하였다. 원경능은 이 두 시녀의 우람진 체격과 두툼한 손목을 보고 무술을 익힌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이 두 사람 수중에서 벗어나려면 절대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되었다.허나......원경능은 소매 안의 약상자를 매만졌다. 그녀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저기, 일을 보고 싶은데 뒷간이 어딥니까?"원경능이 물었다.원경능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고 남장을 입었지만 여인의 아름다움을 잔뜩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요염한 눈빛을 살살 흘리고 있어 기루나 꽃배의 기생일 것이었다. 두 시녀는 원경능이 자발적으로 온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후야께서는 잘 살피라고 하셔서 이렇게 말했다."병풍 뒤로 가시면 변기가 있습니다.""뒷간이 없습니까?"원경능은 미간을 찌푸렸다."멀리에 있습니다. 후야께서는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저택에 사나운 개가 있는지라 낭자께서 놀라실 수 있습니다."사나운 개라? 원경능은 들어올 때 확실히 요란한 개 짖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아마 사나운 개를 한 무리 길러 저택을 지키는 것 같았다.병풍 뒤에도 약상자를 꺼낼 수 있으니 괜찮았다. 자신이 일을 보는 것까지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었다.원경능은 병풍 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세히 밖의 동정을 들었다. 두 명의 시녀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녀는 살금살금 약상자를 꺼냈다. 전에 서일에게서 비수 한 자루를 빌려 약상자에 넣으려 했었다. 그러나 약상자를 소매 안에 넣으려 할 때, 비수가 있어서 작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비수를 넣지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