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후부의 "단결"은 원경능 마음 속에 있던 반항적인 정신을 불러일으켰다.“셋 셀 동안에 비키십시오!”원경능은 난씨를 빤히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난씨는 희미하게 웃었다.“정말 비킬 수 없습니다. 왕비께서 경솔하셔서 노부인의 요양을 방해하실까 염려됩니다.”‘셋을 세다니, 유치하긴.’원경능은 그녀를 빤히 바라 보았다.“하나….”그녀는 두 손으로 난씨를 밀쳐냈다. 난씨는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죄송합니다!”원경능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아이고, 왕비가 저를 때립니다. 왕비가 저를 때리셔요….”난씨는 바닥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고함을 질렀다. 이에 경후부의 하인들은 모두 구경을 하러 나왔다. 원경능은 발걸음을 멈추며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리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난씨는 울며 말했다.“이러한 도리는 없습니다. 저는 그래도 왕비의 큰어머닌데 왕비라는 신분을 등지고 저를 때린단 말입니까? 친정에서 높을 항렬을 괴롭힙니다.”원경능은 고개를 떨구고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백모, 입 다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오늘 둘째 노부인도 감히 저를 저지하러 나오지 않는데, 당신이 도리어 앞장을 서시는 군요.”“왕비….무엇을 말하려는 겁니까?”난씨는 바로 울음소리를 그쳤다. 아무리 노력하여도 눈물 한 방울 짜내지 못하였다.“예전에 경후부로 돌아오려면 왕야께 재삼 청을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백모, 알겠습니까?”원경능은 음침하게 말했다. 난씨는 순간 멍해졌다.“왕비, 저를 겁주지 마십시오. 왕야께서는 당신을 안중에 두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날 당신들은 저희들에게 연기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그들은 확실히 그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럴 수록 그들은 더 의심이 들었다.“연기를 한다 하여도, 왕야께서는 저와 이 연기를 하기 원하십니다.” 난씨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원경능이 돌아왔을 때에는 늘 소심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 번 돌아왔을
원윤문이 떠나고 나서도 그러한 생각이 미쳐 날뛰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약상자를 살펴 보았다. 마취제, 붕대, 지혈제, 그리고 구급할 때 사용할 도파민과 아토르핀이 있었고 또 자질구레한 약들이 몇 개 있었다. 비수는 없었으나 서일에게서 빌리면 되었다. 만사가 준비되었고 조사만 남았다. 그녀는 혜정후가 어떤 곳에 드나들기를 좋아하는지, 어떠한 길로 가는지, 신변에 얼마나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지, 어떤 무기를 지니고 다니는지를 조사해야 했다. 서일은 최근 왕비가 매우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비수를 빌려달라고 하더니, 또 다른 암살 무기(暗器)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자신에게 남자의 가장 특출한 표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그전의 두 가지 물음은 괜찮았으나, 마지막 물음은 정말 대답하기 어려웠다. 남자의 가장 특출적인 표징은 우람진 가슴근육과 아랫도리의 그것이 아닌가?왕비는 실로 너무 단순했다.그렇게 어느 날, 서일은 왕비가 남자의 의복을 입고 외출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후문으로 나갔었는데 녹아도, 두 어멈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그는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왕비께서 이러한 취향이 있으시니, 실로 부끄러워서 물을 수가 없었다.두 번째 날, 왕비는 찐빵 두 개를 지니고 또 외출했다. 온 하루 밖에 있었는데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세 번째 날에도 그러했다. 서일은 왕야께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문호는 붓기가 빠진 뒤에 바로 경조부로 인수인계를 하러 갔다. 정식으로 경조부윤직을 인계 받은 것이었다.필연 새롭게 인사를 정리여야 했다. 경조부에는 크고 작은 관원 몇 십 명이 있었는데 각종 모순으로 복잡했다. 인간관계는 마치 나무뿌리처럼 얽히고 설켰으며, 각자의 단체가 있어 암투가 대단했다. 조금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우문호는 최대한 빨리 각종 업무를 익혀야 하는지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망했다. 이날 초왕부에 돌아오니, 서일이 다가와 말했다."왕야, 최근 왕비께서 매우 수상하십니다."우문호는 원래부
원경능은 자신의 그의 마음에 들었음을 눈치 채고 애써 진정하려 하였다.그녀의 계획은 먼저 자신에게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손을 쓰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혜정후가 손을 쓸 기회를 다시 안배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어찌 그를 단번에 생포하지 못하겠는가?그리하여 원경능은 여기까지만 하고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서일은 탕양의 분부에 따라 요 이틀간 계속 원경능의 뒤를 따랐다. 원경능의 경성소축에 들어갔을 때 그도 측문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자리에 앉지 않고 문에 기대어 보기만 했었다.서일도 혜정후를 보았으나, 왕비는 아마 혜정후와 무슨 교제가 없을 것이었다. 왕비가 떠나는 것을 본 서일은 천천히 뒷문으로 나가 멀리찍히 떨어져 걸었다.원경능은 걸어가고 있었다. 며칠동안 다니면서 부근 일대의 길은 이미 매우 익숙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고대의 거리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북당의 경성은 매우 번화했는데 점포가 늘어졌고 시장이 매우 창성하였다. 비단 가계, 보석 가계, 쌀가게, 연지 가게들에는 손님들이 북적였다. 원경능은 걸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한눈에 이루 다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곁에 마차 한 대가 서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마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원경능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이 올려지더니 혜정후가 눈에 안겨왔다.원경능이 요 며칠간 모두 이 사람을 위해 분주했었다. 비록 깜짝 놀랐으나 너무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멍한 표정으로 혜정후를 바라 보았다.그녀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늘 말을 타고있었는데 왜 오늘에는 마차를 탄 것인가?"공자,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혜정후가 말했다. 원경능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집이 가까운지라 조금만 걸으면 도착합니다."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어떤 대비와 배치도 하지 않았었다. "방금 공자와 함께 경성소축에서 노래를 들었었습니다. 공자도 감수성이 풍부한 분이라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서일은 고개를 수그리고 들어왔다. 그는 감히 우문호 눈 속의 노기를 직면하지 못했다."소인이 요 두 날 계속 왕비의 뒤를 따라다녔었습니다. 왕비께서는 오늘 남장을 하시고 경성소축에서 노래를 들으셨는데 혜정후를 만났습니다. 떠날 때 혜정후의 마차가 왕비를 막아 섰었는데 무엇을 말했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왕비는 그저 두어 마디만 답하고 떠났습니다. 소인은 계속 뒤를 따랐었는데, 뜻밖에도 혜경후의 마차가 휙 지나더니 왕비가 사라졌습니다. 소인은 왕비가 혜정후에게 납치당했다고 의심합니다.""남장을 했다고?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냐?"우문호는 화가 나기 그지 없었다. 원경능은 자신이 이미 사면초가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 감히 남장을 하고 외출을 하다니. 이러한 사람은 죽지 않아도 다른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관여하지 말거라. 죽게 내버려 둬."우문호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탕양이 권고했다. "왕야, 현재 홧김에 그러한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왕야께서도 혜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왕비의 신분을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 왕비가 그의 수중에 놓였으니, 죽는 것이 가장 경한 일일 겁니다.""다 왕비가 자처한 일이지. 누가 그녀더러 함부로 돌아다니라고 하였어?"우문호는 불현듯 눈을 가늘게 떴다."아니야. 왕비는 절로 혜정후를 접촉하려고 나간 것이 아니냐? 자신 여동생의 혼사를 위해서 말이야."탕양은 그의 대담한 추측에 깜짝 놀라 공포에 질려 말했다."아닐 겁니까? 왕비께서는 그렇게 대담하시지 않을 겁니다.""그러한 담이 없으나 아둔한 사람이지."우문호가 버럭 화를 냈다. 서일이 물었다."그렇다면 지금 어쩝니까? 바로 혜정후부에 가서 사람을 찾아야 합니까?""가지 않을 것이야!"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탕양도 맞장구를 쳤다."왕야께서 사람을 거느리고 혜정후부에 가는 것은 좀 모험적입니다. 필경 서일의 추측뿐이니, 만일 혜정후부에 사람이 없다면 왕야는 난처하게 될 것입니다. 왕야께서 금방 경조부윤의 직무를 맡았는데
원경능은 혜정후 뒷문으로 들어갔다. 남장을 한 산발인 여인을 본 혜정후부 사람은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버릇이 되어 예사로운 일로 돼버렸다.후야의 이 취향을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본후가 용무를 보러 갈 테니 너희들은 저 여인을 잘 살피고 있거라!"혜정후는 원경능을 방 안에 끄집어 들이고는 곁에 있는 시녀에게 분부했다."네!"두 시녀는 허리를 숙이며 응하였다. 원경능은 이 두 시녀의 우람진 체격과 두툼한 손목을 보고 무술을 익힌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이 두 사람 수중에서 벗어나려면 절대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되었다.허나......원경능은 소매 안의 약상자를 매만졌다. 그녀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저기, 일을 보고 싶은데 뒷간이 어딥니까?"원경능이 물었다.원경능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고 남장을 입었지만 여인의 아름다움을 잔뜩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요염한 눈빛을 살살 흘리고 있어 기루나 꽃배의 기생일 것이었다. 두 시녀는 원경능이 자발적으로 온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후야께서는 잘 살피라고 하셔서 이렇게 말했다."병풍 뒤로 가시면 변기가 있습니다.""뒷간이 없습니까?"원경능은 미간을 찌푸렸다."멀리에 있습니다. 후야께서는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저택에 사나운 개가 있는지라 낭자께서 놀라실 수 있습니다."사나운 개라? 원경능은 들어올 때 확실히 요란한 개 짖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아마 사나운 개를 한 무리 길러 저택을 지키는 것 같았다.병풍 뒤에도 약상자를 꺼낼 수 있으니 괜찮았다. 자신이 일을 보는 것까지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었다.원경능은 병풍 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세히 밖의 동정을 들었다. 두 명의 시녀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녀는 살금살금 약상자를 꺼냈다. 전에 서일에게서 비수 한 자루를 빌려 약상자에 넣으려 했었다. 그러나 약상자를 소매 안에 넣으려 할 때, 비수가 있어서 작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비수를 넣지
"두려운 것이야?"혜정후는 사악하게 웃었다."본후도 너를 탄복할 수 밖에 없구나. 우문호를 위해 본후를 무너뜨리려고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으니."분노로 인하여 원경능은 도리어 침착해졌다. 그녀는 혜정후를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후야께서는 잘못 말했습니다. 저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그런가? 그렇다면 누굴 위한 것이야? 설마 본후가 너의 아름다운 육체를 즐기게 하기 위함이냐?"혜정후는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사악한 눈빛은 원경능의 몸에서 맴돌다가 결국엔 그녀의 가슴에 고정되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긴 그의 눈빛에는 잔인함과 난폭함이 어렸다.원경능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소매 안에 넣고 유일한 마취제를 잡았다."여인은 모두 위풍당당한 장군을 좋아합니다."원경능은 넋을 잃은 듯 그를 바라 보았다. 한 걸음 더 가까이로 다가선 그녀의 눈빛은 몽롱했다."아쉬운 것은, 저는 우문호를 잘못 선택하였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겁쟁이였습니다.""그런가?"혜정후는 촛불을 버리고 원경능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까이에 이끌며 고개를 숙이고 잔인하게 웃었다."지금 후회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우문호는 원래부터 겁쟁이다. 우문호가 다 무엇이란 말이야."원경능은 손톱을 그의 살에 박았다. 이에 혜정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살짝 몸을 떨었다. 그는 이 미미한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원경능은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댔다. 이럴 때일 수록 그녀는 더더욱 침착했다. 주사기를 아까 전에 손톱을 박았던 곳에 주사하였다. 또 다른 손가락으로 그 자리 곁의 피부근육을 움켜쥐었다.억센 손이 그녀의 목을 조였다. 정혜후는 손을 뻗어 등뒤에 원경능이 꽂은 주사기를 뽑았다. 분노로 인해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는 원경능의 뺨을 갈겼다."암살 무기를 사용해?"원경능은 맞은 쪽의 얼굴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한참이 되어서야 얼얼했던 반쪽 얼굴이 불에 타는 듯이 아팠다. 눈 앞이 새카매졌고 머리가 아찔했다. 입에서는 비릿한 피의 냄새가 느껴졌다.
모든 것은 예상 밖으로 순조로웠다.그녀는 단번에 철창을 딛고 순조롭게 담을 뛰어넘었다. 슈퍼맨처럼 뛰었지만 매우 처참한 몰골로 떨어졌다. 뒤통수가 돌에 부딪친 것 같았는데 손으로 만지니 피가 묻어났다.그녀는 많은 것을 고려할 사이가 없었다. 그녀는 미친 듯이 뛰었고 사나운 개들도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쫓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잡으려는 병사들을 가로막으려는 것이었다.개들의 보호 하에 원경능은 순조롭게 뒷문으로 달아났다. 뒷문을 나선 원경능은 의연히 부리나케 달렸다. 심지어 자신이 이 재난에서 벗어난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그녀는 먼 곳으로 달아난 뒤 작은 모퉁이에 숨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숨을 가쁘게 헐떡였다. 그제야 자신의 심장이 거의 터질 것 같음을 발견하였다.머리도 아프고 얼굴도 아프니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얼른 약상자를 꺼내 붕대에 소독약을 묻혀 머리를 싸맸다. 여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일단 초왕부로 돌아가야 했다. 조금 후 혜정후부의 병사들에게 잡힌다면 죽을 것이 분명했다.일어서서야 자신의 다리가 매우 떨리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두 생을 살았지만 이렇게 스릴이 넘치는 일은 처음 경험해보았다.전생의 그녀는 유명한 ‘엄친아’였는데 땡땡이를 친 적도 없었다. 그러니 망명을 한 적은 더욱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나운 개들을......아니, 강아지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었다.주인은 공격했으니 아마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들을 구해줄 능력이 없었다.원경능은 매우 슬펐다. 짧은 꼬리에 귀 끝이 뾰족했던 검은 강아지는 친절하게도 그녀더러 달아나라고 귀띔까지 해주었다.혜정후는 난폭한 사람이었다. '검은 강아지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리친 사람을 도와주었으니, 어찌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됐다, 먼저 초왕부에 돌아간 뒤에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지.'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그래야만 양심이 조금 덜 아플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골목을
우문호는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나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혜정후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으니 아마 부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피 냄새란 말인가? 그 못난이가 이미 불행한 일을 당했단 말인가?이러한 생각이 미치자 우문호는 조급해 났다."본왕은 오늘 경조부의 병사를 거느리고 왕비가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러 왔다. 후야, 협력해주기를 바란다."혜정후는 예리한 눈빛을 서서히 거두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왕야의 위엄이 대단하군. 사건을 조사하러 왔으니 협조하지 않을 수 없지. 다만 이 혜정후부에서 초왕비를 찾지 못한다면, 본후는 폐하께 상소문을 올릴 것이다."위협 어린 말투였다. 당연히 상소문을 올리겠다는 위협만이 아니었다. 우문호는 연달아 두 가지 명령을 내렸다."참군, 탕양, 너희들은 병사를 거느리고 혜정후부를 수색하거라. 암실과 비밀 통로가 있는지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구석마저 놓치지 말아야 하느니라.""서일, 너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뒷문을 수색하거라. 수색이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혜정후부에서 나가지 못한다.""네!"병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미 몇 조로 나뉘어 수색하러 들어갔다.혜정후와 우문호는 의연히 제자리에 앉아있었다. 다만 우문호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올 때와 같은 확신이 없었다.그는 경조부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 혜정후는 협조를 할 것이지만 절대 이렇게 쉽사리 협조하지 않을 것이었다. 설마 원경능을 이미 처단한 것인가?혜정후는 우문호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싸늘하게 웃었다. 흉악한 얼굴에 눈빛은 음침했다."왕야, 만일 수색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기다려."우문호는 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매우 어두웠다. 혜정후의 눈빛에서 그는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서일이 함정에 빠졌을 수 있었다. 혜정후는 원경능을 납치하지 않았다. 아니면 혜정후가 원경능을 납치하였는데 저택으로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있었다.어느 가능성이라 하여도 그는 오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감정이 앞서 자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