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나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혜정후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으니 아마 부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피 냄새란 말인가? 그 못난이가 이미 불행한 일을 당했단 말인가?이러한 생각이 미치자 우문호는 조급해 났다."본왕은 오늘 경조부의 병사를 거느리고 왕비가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러 왔다. 후야, 협력해주기를 바란다."혜정후는 예리한 눈빛을 서서히 거두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왕야의 위엄이 대단하군. 사건을 조사하러 왔으니 협조하지 않을 수 없지. 다만 이 혜정후부에서 초왕비를 찾지 못한다면, 본후는 폐하께 상소문을 올릴 것이다."위협 어린 말투였다. 당연히 상소문을 올리겠다는 위협만이 아니었다. 우문호는 연달아 두 가지 명령을 내렸다."참군, 탕양, 너희들은 병사를 거느리고 혜정후부를 수색하거라. 암실과 비밀 통로가 있는지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구석마저 놓치지 말아야 하느니라.""서일, 너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뒷문을 수색하거라. 수색이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혜정후부에서 나가지 못한다.""네!"병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미 몇 조로 나뉘어 수색하러 들어갔다.혜정후와 우문호는 의연히 제자리에 앉아있었다. 다만 우문호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올 때와 같은 확신이 없었다.그는 경조부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 혜정후는 협조를 할 것이지만 절대 이렇게 쉽사리 협조하지 않을 것이었다. 설마 원경능을 이미 처단한 것인가?혜정후는 우문호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싸늘하게 웃었다. 흉악한 얼굴에 눈빛은 음침했다."왕야, 만일 수색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기다려."우문호는 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매우 어두웠다. 혜정후의 눈빛에서 그는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서일이 함정에 빠졌을 수 있었다. 혜정후는 원경능을 납치하지 않았다. 아니면 혜정후가 원경능을 납치하였는데 저택으로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있었다.어느 가능성이라 하여도 그는 오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감정이 앞서 자세하게
우문호는 문을 열자 바로 소름이 쫙 돋았다. 흉터가 가득한 스무 몇 마리의 사나운 개들이 요란하게 그를 향해 짖고 있었다.경계와 분노로 인해 눈들이 시뻘겋게 물들었는데 우문호가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그를 물어뜯을 것 같았다.혜정후가 싸늘하게 말했다."왕야, 들어가기 무서운 건가?""왕야, 아니 됩니다!"탕양이 곧바로 저지했다. 비록 개를 키워보지는 못했으나, 이 개들의 상처를 보아하니 방금 전에 모진 매를 맞은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한창 독이 오를 때였다. 우문호는 정신을 가다듬고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사나운 개들의 위로 지나가려 했으나 심복이 개들에게 손짓을 하자, 개들은 일시에 미친 듯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개들이 뛰어들고 가로 막으니 우문호는 안쪽에 있는 방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그는 몇 번 도약했는데 소매와 옷자락은 이미 뜯겨져 있었다. 만일 반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면 살점도 함께 뜯겼을 것이다."왕야, 조심하십시오!"감자기 탕양이 그에게 외쳤다.우문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짧은 꼬리에 귀 끝이 뾰족한 개 한 마리가 공중에서 곡선을 그리며 뛰는 것이었다. 그 개는 마치 번개처럼 우문호의 등으로 돌격하였다.우문호는 재빨리 몸을 비켜 가까스로 피했다. 그러나 개의 발톱이 그의 뒷목덜미를 스치며 혈흔을 냈다. 탕양과 참군이 들어가려 했지만 혜정후가 막으면서 말했다."게 섰거라. 본후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이 정원에 들어가지 못한다."탕양은 혜정후 곁에 있는 심복이 부단히 손짓을 하고 휘파람을 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입으로 '후후후'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아마 공격을 하라는 명령인 것 같았다. 탕양은 크게 노했다."후야, 이는 악의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겁니다.""악의적이라고? 본후가 왕야에게 들어가면 안 된다고 경고하지 않았느냐? 왕야가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운 거고."혜정후가 냉담하게 말했다. 탕양은 이를 악물었다. 우문호의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그의 경공으로 벗어날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한다면 안의 방을 수색할 수
초왕부 병사들이 달려갔다. 참군도 함께 뒤를 따라 원경능을 부축했다.정혜후는 뒤늦게 반응하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심복을 바라 보았다. 심복도 대단히 당황한 모습이었다.원경능이 부축을 당하면서 다가오자 우문호는 그녀를 와락 안았다. 그리고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원경능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숨을 가쁘게 헐떡였다.그녀의 얼굴을 팅팅 부어 있었고 뒤통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문호의 몸에 지탱한 채 혜정후를 가리키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이, 저 사람이 저를 납치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고문하면서 폐하께서 왕야를 경조부윤으로 임명하신 원인을 말하게 했습니다."우문호는 몸을 돌려 혜정후를 바라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새하얗게 질렸다."후야."우문호는 입 꼬리를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말을 이미 준비하셨지? 입궁할 것인가? 아니면 본왕과 함께 경조부로 갈 것인가?"혜정후는 어두운 얼굴로 우문호를 빤히 바라 보다가 한참 뒤에 고개를 돌려 분부하였다."수부대인을 경조부로 청하거라."그의 눈은 원경능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돌아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혜정후 눈 속의 원한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심지어 우문호에 대한 원한보다도 더 깊었다. 그 깊은 독기를 우문호도 느낄 수 있었다.그는 말없이 원경능을 바라 보았다. 자신의 품에 웅크려 몸을 떨고 있었는데 마치 악몽을 꾼 것 같았다.그는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만졌다. 손에 피가 흠뻑 묻자 마음에 왠지 모를 짜증이 솟아났다. 그는 탕양에게 말했다."먼저 왕비를 초왕부로 모셔가거라."원경능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가련한 얼굴로 사나운 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왕야, 혜정후가 개들로 사람을 해쳤으니 개들을 모두 데리고 가야 합니다.""때려죽이거라!"우문호의 눈 속에서 독기가 번뜩였다."안됩니다!"원경능은 다급히 말했다."죽이면 안됩니다."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속 궁리를 하고 있을 때 우문호가 이미 싸늘하게 말했다."그대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 줄 아는가? 혜정후 곁의 하인들이 이미 말했어. 그대가 며칠 동안 고의적으로 혜정후 주위에서 어슬렁거렸다고 말이야. 혜정후가 남자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남장을 하고 유혹하려 하다니, 그대의 머리에 지푸라기라도 들어찬 거야? 아니면 귀신에게 홀린 거야? 혜정후가 어떤 사람이라고 그를 건드리다니? 살기 귀찮다면 무덤을 파고 절로 드러누우면 돼, 본왕을 귀찮게 하지 말고 말이야. 본왕은 그대를 죽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원경능은 그의 노기등등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혜정후부에 있을 때 당신이 혜정후에게 한 말을 들었어요. 만일 제가 혜정후의 수중에서 죽는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복수해주겠다고. 왕야, 당신이 이렇게 절 사랑할 줄 몰랐어요."이는 아마 그가 입을 다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역시나 우문호의 노기등등했던 얼굴은 순식간에 딱딱해졌다. 입 꼬리에서 경련이 일어났는데 마치 중풍이 걸린 후의 후유증이 도진 것 같았다."제기랄, 무슨 사랑 같은 허튼 소리를 하는 거야?"당사자보다 제삼자가 더 잘 판단한다고 이에 대해 자세히 논쟁을 하려 하는데 곁에 있던 탕양이 담담하게 말했다."왕야, 부상을 입은 일을."우문호는 순간 깨닫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원경능의 말을 끄집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끌어 앉히고는 손을 높게 들었다. 그가 당장이라도 뺨을 갈기려 하자 원경능은 주저 없이 말했다."말할게요. 다 말할게요."우문호는 바로 그녀를 놓아주었다."오늘 그대와 소란을 피우지 않겠어. 만일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곤장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현재 원경능은 사악한 세력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앉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침상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목청을 가다듬었다. 꾸물거리는 모습에 우문호는 그녀의 귀를 잡고 크게 외쳤다."말하라고!"원경능은 억울한 듯이 목을 움츠리고는
우문호는 퉁명스럽게 태의의 뒷모습에 소리를 질렀다."왕비는 언제 깨어나는 거야?""왕비께서는 피로하신데다 피를 많이 흘리셔서, 한동안 조용히 휴식을 취한 뒤 곧 깨어나실 겁니다."태의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물러났다."역시 여인은 귀찮아!"우문호는 혼절해있는 원경능을 흘겨보았다."이정도 부상을 입고도 쓰러지다니, 부끄럽군."서일은 왕야가 조급 각박하다고 생각했다. 서일은 왕비의 정신상태가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혜정후부에서 맞은 뒤에 도주하였고, 다시 개구멍으로 돌아와서 그들을 난처한 국면에서 구해주었었다.보통여자들이라면 어찌 이런 패기와 용기가 있을까? 아마 혜정후부에 잡혀 들어갔을 때부터 울 것이었다, 죽을 때까지."어멈더러 시중을 들게 할까요? 왕야께서는 먼저 관아로 돌아가지 않으시겠습니까?"서일이 물었다. 왕야가 계속 여기에 남아 왕비를 자극시킬 것 같아서였다."그럴 필요가 없다. 본왕이 여기를 지키고 있을 테니 네가 명을 전하거라. 죽이나 국 같은 것을 끓여 왕비가 깨어나면 마실 수 있게 하도록."우문호가 말했다."네!"서일은 답하면서 나갔다."탕양."우문호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너는 관아로 돌아가 혜정후의 상처와 치료를 주시하거라. 그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적어도 부황께서 객관적으로 이 일을 아시기 전에는 혜정후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꼭 우리가 지정한 의원이어야 한다. 저수부가 찾은 의원은 안돼. 태의라 하여도 먼저 본왕께 묻고 들이거라.""왕야, 그렇다면 언제 입궁하셔서 폐하께 아뢸 생각이십니까?"탕양은 시기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우문호가 말했다."급해할 필요가 없다.""그렇지만, 저수부가 먼저 입궁하여 사죄를 할까 두렵습니다. 그의 입에서 먼저 이 일이 토로된다면, 왜곡될 수 있습니다."우문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부황께서는 일찍부터 저씨 가문의 행동이 선을 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다만 꼬투리가 없어 처단하지 못하니 골머리를 썩이셨
원경능은 움직이기 귀찮았다. 우문호를 깨우게 된다면 또 질책할 것이 뻔한지라 해석하기도 싫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꿈 안의 모든 것들을 회상해보았다. 꿈속은 작은 장식품마저도 자신을 애틋하게 만들었었다.왜 깨어나야만 하는 걸까?그녀는 손오공의 데이터를 전에도 몇 번이나 봤었다. 약물에는 확실히 얼마간 작용이 있었다. 뇌파도를 보지 않고 일상 속의 행동을 보더라도 총명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몰래 달아나 차에 치어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문득 기발한 생각이 들었다. 손오공이 차에 치여 죽은 뒤에도 혹시 타임슬립 하여 마침 이곳에 오지 않았을까? 참, 기상천외한 생각이었다.어떤 이의 머리는 매우 무거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자세히 바라 보았다. 그가 잘 때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관찰할 수가 있었다. 그녀가 낯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우문호는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몇 번 흘깃대도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엄격히 말한다면 우문호는 확실히 잘생겼다.오관은 거의 완벽했는데 굳이 트집을 잡는다면 얼굴의 선이 너무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었다. 이러한 사람은 웃고 있어도 상대방에게 싸늘한 느낌을 주었다.특별히 눈을 뜨고 있을 때 굳이 싸늘한 눈빛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마치 지금처럼 번개와 같은 눈빛으로 훑으면서...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언제... 언제 깨어났어요?"우문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대가 거리낌없이 본왕을 쳐다볼 때부터.""일어나세요. 당신이 제 팔뚝을 눌러서 저릿해요."원경능은 소심하게 그의 머리를 톡톡 쳤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가 팔을 빼내게 하였다. 침상에 베개 하나밖에 없었는데 원경능이 베고 있었는지라 그는 그녀의 팔뚝을 베고 누울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팔뚝을 베고 잤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쪼잔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무엇을 보고 있었어?"우문호가 물었다."당신의 상처가 잘 아무는지 보았어요. 오해하지 마세요."원경능은 냉큼 해명했다. 우문호는 오해하지 않았다.
원경병은 경후부로 돌아갔다. 떠나기 전에 그녀는 원경능을 안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감사해요, 큰 언니."이 부름에 원경능은 마음이 말랑해졌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려를 거쳤지만 그래도 원경능이 말한 것처럼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왕야께서는 저택에 계시느냐?"원경능이 기씨 어멈에게 물었다."계십니다. 서재에 계십니다.""왕야를 찾으러 가겠어."원경능은 의복을 정돈하고 곧 문을 나섰다.저녁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정원에 저녁 노을이 물들자 뜻밖에도 부드럽고도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주방에서는 하얀 연기가 천천히 위로 피어 올랐다. 인간세상의 일상적인 숨결이 저택 곳곳에서 꽉 차있었다.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인지 환각인지 가늠할 수 없게 하였다.오늘 일로 하여 원경능은 자신의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살맛이 느껴졌다. 그저 단순하게 명을 이어가기 위함이 아니라.서재에 도착한 원경능은 시녀가 음식을 문어구로 가지고 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내가 하마!"시녀는 인사를 올렸다."네!"원경능은 음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 안에 촛불 두 개가 켜있었다. 촛불은 하느작거렸지만 빛이 매우 어두웠다.우문호는 책상 앞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었는데 땅에는 많은 폐지들이 버려져 있었다. 원경능은 그것들을 밟으며 다가갔다. 매 한 장의 종이 뒷면에도 모두 먹이 배여 들었는데 참을 ‘인(忍)’이 적혀있었다.발자국 소리를 들은 우문호는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는 불빛에 그의 얼굴은 밝았다가도 어두워졌다. 눈꼬리와 눈썹은 모두 치켜 올려져 있었는데 엄숙하고도 암울해 보였다. 눈꼬리부터 귀 끝까지에 이르는 흉터가 싸늘한 기운을 더 불어넣었다."그대는 무엇 하러 왔는가?"우문호는 붓을 내려놓고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음식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다가가며 말했다."식사를 하셔요.""먹지 않을 거다. 가져가!"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인’이 적혀진 종이 위에 서서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했다. 그녀는 두 손을 앞에 포개었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으나 탕양이 먼저 돌아왔다. 탕양은 옷이 누더기가 된 처참한 몰골로 들어왔다."이미 왕비의 은인들은 별원에 안치했습니다. 다만 그 중 한 은인이 기를 쓰고 따라오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왔습니다."원경능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어느 강아지가 기를 쓰고 따라오려 한 것이지?'서일이 꼬리가 짧고 귀가 뾰족한 검은 강아지를 끌고 왔다. 바로 원경능에게 빨리 달아나라고 말했던 그 강아지였다. 현재 바닥에 앉아있었는데 귀를 세우고 있었다. 입을 벌려 반점이 있는 혀를 내밀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온몸이 더러웠는데 상처로 가득했다. 털은 피로 물들었고 채찍질의 흉터가 온몸에 가득했다. 흉터가 있는 곳은 살갗이 뜯겼고 어떤 곳들은 털이 떨어져 피범벅이 된 살이 보였다. 매우 끔찍한 모습이었다.현재 그는 땅에 앉아있었는데 전의 난폭한 기운과 흉악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눈은 매우 동글동글했는데 그렇게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원경능은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 강아지의 온몸에는 머리밖에 성한 곳이 없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착한 아가야.""왕왕왕!"검은 강아지는 그녀를 향해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는 것 같았다. 탕양이 다가가자 원경능은 몸을 돌려 말했다."약가루와 뜨거운 물을 준비하게."강아지는 매우 얌전했다. 목욕을 시키고 상처를 처치하는데 한번도 짖지 않았다. 원경능이 자신에게 소독하고 약을 바를 때 가만히 있었다. 탕양과 서일은 원래 다가가 도우려 했다. 원경능은 필요 없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내쫓았다. 모든 것을 치운 원경능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후로 나를 따라 다니렴. 궁에는 복보가 없으니 너는 다보(多宝)라고 하자, 어때?""왕왕왕!"다보은 세 번 짖었는데 좋다는 뜻이었다. 아까 처음 만났을 때 다보는 그녀 때문에 처참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모든 강아지들이 심하게 맞았다는 것이었다.원경능은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