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41 - Chapter 150
1432 Chapters
제141화 허리가 확실히 가늘어
민시영이 뭔가 눈치챌까 봐 권하윤은 꼼짝도 못 한 채 서서 민도준이 이상한 짓을 하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그녀의 신경은 마치 활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바람이 살짝 불어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올라가 2층 바닥이 보이자 권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바닥을 밟으려는 순간 등 위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힘 때문에 몸을 비틀거렸다.민도준이 그녀를 앞질러 가더니 조금의 미안함도 없는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동작이 너무 느려.”권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민도준이 주물러댄 덕에 여전히 허리에서 느껴지는 아프고 간지러운 감각에 어느새 귓볼까지 빨개졌다.그걸 모르는 민시영은 그녀가 화가 난 줄 알고 되려 민도준에게 화를 냈다.“오빠는 어쩜 매너가 없어. 권하윤 씨 넘어질 뻔했잖아.”민도준은 그 말에 손을 펴며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게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그러던 그때 그는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여성 의류 매장을 보며 흥분한 눈빛을 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제수씨, 나 제수씨한테 선물 한 번도 안 사준 거 같은데 저 매장 옷 괜찮아 보이네. 가서 입어 봐. 마음에 들면 내가 사줄게.”권하윤은 그의 말에 놀라 심장병이 걸릴 지경이었다. 때문에 당연히 그가 준다는 옷을 받을 리 없었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괜찮아요, 오늘 할아버님 생신 선물 고른다고 하셨으니 저는…….”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시영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에이, 오빠 너무 쪼잔하다. 한 벌밖에 안 사주려고 했어? 적어도 열댓 벌은 사줘야지. 내 것까지 대신 사주면 더 좋고.”웬일인지 오늘 유난히 대화가 잘 통하는 민도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서 골라.”그리고 권하윤이 거절할 새도 없이 민시영이 그녀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얼른 들어가요. 오늘 오빠 제대로 긁어먹자고요.”민시영이 잔뜩 흥이 난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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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안에 갇히다
권하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까무러칠뻔했지만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터라 속으로 그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이 사람이 뭐든 반드시 배로 갚는다는 거 왜 잊었지?’매번 민도준의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배로 당하지 않을 때가 없다.때문에 권하윤은 이내 목소리를 낮추며 사과했다.“어제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사과도 좀 성의를 보이면서 해야지.”“무슨 성의요?”민도준은 권하윤이 가슴을 막은 손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뜻은 무엇보다도 명확했다.순순히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던 권하윤이 시간을 끄려고 머리를 굴릴 때 민도준이 갑자기 피팅룸의 벽을 “똑똑” 두드렸다.놀란 권하윤은 눈을 휘둥그레 똑 욕지거리를 목구멍으로 삼켰다.“왜 그래요?”아니나 다를까 민시영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다 갈아입었어요?”“아니요. 실수로 부딪쳤어요.”“어디 다친 거 아니죠?”“아니에요. 저…….”말을 반쯤 했을 때 민도준이 또 노크하려 하자 권하윤은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거울에 비친 민도준은 그녀를 향해 악랄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가슴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고객이 옷의 디테일을 관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지 피팅룸의 불빛은 무척 밝았다.때문에 권하윤은 거울을 통해 자기 옷이 점점 흘러내리는 모습과 민도준의 손이 자기 몸에 닿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화면이 너무 수치스러워 권하윤은 눈을 감은 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옆 칸에 있는 아무 일도 모르는 민시영이 하필이면 자꾸만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모두 골라요. 도준 오빠가 사준다고 할 때 사양할 필요 없어요.”“네.”권하윤은 짧은 한마디만 내뱉을 뿐 긴말을 하지 못했다.“사실 도준 오빠가 사람은 무서워 보여도 소문처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하윤 씨도 알게 될 거예요.”권하윤은 입에 손가락을 문 채 말에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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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다 봤어요?
민도준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며 피팅룸에 걸려있는 옷중 민시영이 말했던 허리가 드러나는 옷을 집어 들었다.“이걸로 갈아입어 봐.”하지만 권하윤이 움직이지 않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낮게 협박했다.“아니면 이대로 나가고 싶어?”그러고는 자잘한 입맞춤이 권하윤의 어깨에 떨어졌다.“난 괜찮은데.”권하윤은 말문이 막혀 민도준을 째려보더니 그의 손에 있는 옷을 확 낚아채 몸에 걸쳤다.그 사이 민도준은 옆에 기대에 느긋하게 그녀를 쳐다보면서 때로는 손을 거들어 주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녀를 희롱하려는 의도가 도와주려는 의도보다 훨씬 컸다.민시영의 말대로 그 옷은 권하윤의 몸매를 더욱 부각해 주어 잘 어울렸다.마침 허리 위쪽까지 오는 상의와 타이트한 치마 덕분에 새하얗고 가는 허리가 훤히 드러났다.그렇게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은 오히려 사람을 더욱 자극했다.민도준은 거침없이 그녀의 허리를 쳐다보며 헐렁한 상의 사이로 손을 넣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피부를 긁어대기까지 했다.“정말 가느네. 힘 주면 부러질 것처럼.”민도준의 장난기 섞인 손길에 권하윤은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꾹꾹 눌러 참으며 이를 악물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다 봤어요? 실컷 봤으니 이제 방법 좀 생각하는 게 어때요? 제수씨랑 같이 피팅룸에 갇혀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요?”“응?”권하윤의 다급한 모습과 달리 민도준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이런 일은 하윤 씨가 나보다 경험이 더 많을 텐데.”말하는 도중 허리에 둘러 있던 손에 힘이 더욱 가해졌다.“어제 내 동생 달랠 때 잘하더구먼. 나까지 속아 넘어가게 했으니 공아름은 더 말할 것도 없겠네. 안 그래? 제수씨.”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한 말투에 권하윤은 민도준이 아직도 자신이 한 일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어쩔 수 없이 참을성 있게 먼저 그를 달래려 했지만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상태라 권하윤의 말에도 불평이 담겨 있었다.“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전화를 끊었다고 진작 말해줬으면 저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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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설마 도망치려는 거야?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도준 씨는 왜 아직도 안 돌아와?”다른 사람이라면 공아름은 기다리기는커녕 자신보다 늦게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마 화를 냈을 거다.그런 그녀가 신분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를 취하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민도준밖에 없다.친구의 푸념에 민시영은 시계를 힐끗 보더니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러게 말이야. 너무 오래 안 돌아오네.”그녀는 이내 쇼핑 가이드를 힐끗거리며 물었다.“혹시 아까 본 남성분 언제 갔는지 알아요? 혹시 언제 돌아온다고 말은 안 했나요?”“네?”쇼핑 가이드는 피팅룸을 힐끗 쳐다보더니 딱딱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방금 창고에서 정리하느라 못 봤어요.”“저 사람한테 뭐 하러 물어봐.”공아름이 귀찮은 듯 끼어들었다.“민도준 씨가 한낱 쇼핑 가이드한테 그런 걸 말해주겠어?”남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쇼핑 가이드는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끝내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던지 생각해낸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함부로 지껄이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전화해 볼게.”기다리다 못한 민시영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민도준의 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그의 문자를 받았다.“오빠가 안 돌아온대. 위층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겠다고 쇼핑 끝나면 찾아오라는데?”“그럼 기다릴 거 뭐 있어. 얼른 가자.”공아름은 민시영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일어섰다.“그런데 권하윤 씨가 아직 안 나왔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자.”“기다리긴 뭘 기다려? 그 여자도 손발이 달렸으니 알아서 오겠지.”권희연 때문에 권하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이 없었던 공아름은 민도준을 보고 싶은 마음에 민시영을 끌고 밖으로 향했다.갑자기 끌려가게 된 민시영은 다급하게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하윤 씨, 우리 맨 위층에서 기다릴게요. 다 갈아입으면 찾아와요.”“네.”권하윤은 대충 대답하고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문을 비스듬히 열고 살금살금 밖을 살폈다.민도준은 팔짱을 낀 채 옆에 기대어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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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자기야, 이따 봐
민도준에게 바로 속마음을 들켜버린 권하윤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공아름이 전에 권희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봤었던 기억이 순간 되살아났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얼마나 민감한데 만약 그녀가 이상함이라도 눈치채는 순간 자기 최후가 비참할 거란 공포감이 휩쓸려 왔다.게다가 전에 자주 아버지의 연주회를 들으러 왔었던 민시영도 언제 그녀를 알아볼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기에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더군다나 비위를 맞추기 어려운 민도준까지 있으니 권하윤은 혼자 호랑이 굴에 들어간 토끼나 다름없었다.때문에 민도준이 안으로 들어가면 몰래 도망치려 했는데 그 계획까지 민도준에게 발각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권하윤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무슨 그런 말을, 도망치다니요. 제가 어떻게 도망치겠어요.”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그래, 안 그럴 것 같았어. 하윤 씨가 도망쳤다가 내가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하면…… 그렇잖아. 그런 일은 하윤 씨도 안 하겠지.”노골적인 위협에 권하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럼요. 그러니 먼저 들어가요. 저 곧 따라 들어갈 테니.”“응.”민도준은 만족한 듯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권하윤의 어깨를 잡은 채 그녀의 귓가에 소곤댔다.“자기야, 이따 봐.”“네.”억지 미소를 지으며 민도준을 떠나보낸 권하윤은 그가 시선에서 사라지는 순간 웃음이 사라졌다.‘상황 정말 개 같네!’-펜트하우스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야외에 있었고 자리마다 가림막이 놓여 있었다.이미 해가 저물어 네온사인이 밝아진 야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민도준은 갑자기 나타난 공아름을 보고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민시영을 힐끗 스쳐봤다.“이 수법 이젠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민시영은 일부러 모르쇠로 잡아뗐다.“무슨 소리야? 아까 아래층에서 만나서 내가 데려온 건데.”“하.”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담배 한 갑을 꺼내 입에 물더니 그제야 공아름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래요?”공아름은 민도준이 시선을 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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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민도준 씨한테만 보여주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을 바라보는 공아름의 눈빛에는 이내 적개심이 묻어났다.“무슨 뜻이에요?”민시영은 공아름이 오해라도 할까 봐 얼른 끼어들었다.“하윤 씨, 오빠한테 고맙다고 해야죠. 나도 그렇고.”그러더니 이내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흔들며 입을 열었다.“재물신께서 저희한테 돈 뿌려줘서 고마워요.”“고마워요, 민 사장님.”권하윤도 얼른 한 마디 보탰다.한바탕 소동이 끝내 잠잠해 졌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공아름은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와 민도준의 관계를 꿰뚫어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공아름의 그런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권하윤은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승현이가 저 수수하게 입는 거 좋아해서 평소에 이런 옷 못 입어봤어요. 시영 언니가 추천해 주지 않으면 아마 평생 입어보지도 못했을걸요.”그 말에 민시영은 이내 피식 웃었다.“그자식을 뭐하려 신경 써요? 예쁘면 입는 거지.”권하윤은 고개를 떨구며 일부러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승현이 말 듣는 게 좋아요.”“아휴, 아직 결혼도 안 했으면서 이렇게 금실이 좋다니.”그녀의 말이 역시나 먹혀들었는지 공아름은 이내 눈빛을 거두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권하윤을 그저 남자 말만 듣는 재미없는 여자로 생각해 민도준이 절대로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공아름이라는 위기를 해결하자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잔으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그녀가 물을 마시려 할 때 테이블 밑에 놓인 다리 위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순간 당황한 그녀는 몇 초간 경직되어 있더니 아무 일도 없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눈길이 민도준을 스치는 순간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에 대고 몇 글자 타자 타자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전송을 누르는 순간 권하윤 가방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눈치를 챈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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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자기라고 불러 봐
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한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고 민시영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하지만 공아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공은채의 죽음이 자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듯. 심지어 조금 짜증이 섞여 보이기도 했다.침묵 속에서 권하윤은 민도준의 반응을 몰래 관찰했다. 이 기회에 그가 공은채에 대한 태도를 알아낼 생각이었다.하지만 민도준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담배만 피워대는 바람에 그녀는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끈 민도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적을 깨트렸다.“오늘은 이만 갈게.”그가 일어서자 민시영과 공아름도 함께 일어났다.게다가 공아름은 아예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기려다가 민도준의 곁눈질 한 번에 화를 삼키며 손을 거두어들였다.하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저 경성에 온 지도 며칠 됐는데 야경 한 번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오늘 함께 구경하면 안 돼요?”민도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키를 손에 쥐며 민시영을 향해 턱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네가 같이 가줘. 뭘 사든 내가 계산할 테니.”“아니, 오빠!”민도준이 미련 없이 떠나가자 공아름은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제가 돈이 부족할 것 같아요? 그저 도준 씨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하지만 민도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손을 흔들었다.옆에서 구경하던 레스토랑 손님들은 공아름이 남자에게 거절당한 거라고 생각했는지 자꾸만 그녀를 힐끗거렸고 그걸 본 공아름은 그들을 째려보며 소리쳤다.“보긴 뭘 봐!”그걸 본 민시영은 권아름이 화라도 내면 수습하기 어려울까 봐 곧장 그녀의 팔짱을 끼며 달랬다.“오빠가 정말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 우리끼리 쇼핑 해. 아까 우리한테 옷 몇 벌 사줄 때는 한참을 시간 끌더니 너는 마음대로 사라잖아. 네 덕분에 나 이번에 오빠 돈 제대로 뜯어먹어야겠어.”이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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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내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은 많아
민도준의 요구에 권하윤은 눈앞이 깜깜했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민도준은 오히려 역할극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화가 나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에 그녀는 침묵을 유지하며 항의를 표했다.“안 불러?”차 안에 앉아 있던 민도준은 선팅이 되어 있는 차 유리로 밖을 내다보여 입을 열었다.“왼쪽으로 돌아봐.”그의 차는 마침 기둥 뒤에 세워져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방을 경계하고 있던 권하윤은 이내 발견했다.곧이어 들려오는 차 문 여는 소리에 권하윤은 운명을 받아들인 듯 낮게 얘기했다.“가서 봐, 자기야.”“착하네.”민도준은 사실 자기야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권하윤이 내키지 않으면서도 할 수 없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제기했지만 상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글자를 내뱉는 순간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때문에 그는 자비를 베풀 듯 다시 차 문을 닫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전화를 끊은 권하윤은 마치 뭐라도 찾는 듯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발견한 민시영은 걱정하는 듯 먼저 물어왔다.“왜 그래요?”“저 차키 레스토랑에 두고 왔나 봐요.”“네? 제가 같이 가줄까요?”“아니에요.”권하윤은 계획이 틀어질세라 두려워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먼저 가세요. 저 차키 찾는 대로 바로 집에 돌아갈 거라서.”“그래요 그럼. 도착하면 전화해요.”어렵사리 두 사람을 떼어낸 권하윤은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가더니 두 사람의 차가 주차장을 나서는 걸 보고 나서야 쪼르르 민도준 차로 달려갔다.민도준은 조수석에 앉아 그녀가 도둑고양이처럼 경계하며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자 피식 웃었다.“무슨 도둑도 아니고. 뭐 비슷한가? 도둑은 물건 훔치고 하윤 씨는 사람 훔치고.”“…….”권하윤은 말없이 안전벨트를 매더니 조수석에 앉은 민도준을 바라봤다.“우리 어디 가요?”그 말에 민도준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댔다.“밥 먹으러.”“밥은 방금 먹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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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취해서 진심을 말해버리다
상 위에 술이 올라오자 권하윤은 손을 뻗어 그것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민도준이 그녀를 막으며 직접 그녀에게 술 한 잔을 따라주었다.“마셔 봐.”은은한 술 냄새가 나는 액체가 청록색을 띤 자기 술잔에 담기자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그것을 받아 든 권하윤은 이내 액체를 홀짝였다. 그러자 순간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위까지 덥혀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때?”마치 아까 벌어진 일을 잊은 듯 웃으며 물어오는 물음에 권하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조금 매운 걸 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이 술은 음미해야 해. 다시 마셔 봐.”민도준은 또 술 한 잔을 따라 그녀에게 밀었다.그가 식사를 하는 도중 권하윤 그렇게 한 모금 한 모금 술을 홀짝였다.역시나 민도준의 말처럼 처음 마셨을 때 느꼈던 매운맛은 점차 사라지고 짙은 과일 향이 느껴지면서 깊은 맛이 났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쓴맛도 조금 섞여 있었다.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술인지라 권하윤은 두잔 정도 홀짝이고는 잔을 내려놨다.하지만 그 두잔 만으로도 그녀의 머리는 어지러워졌다.취했다는 느낌보다는 몸에 열기가 오르는 듯한 느낌이 더욱 심했다.‘대체 몇 도인데 이렇게 강한 거야?’그사이 식사를 마친 민도준은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치더니 권하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저 여기 있잖아요.”권하윤은 취기가 돌았는지 반응이 조금 더뎠다.하지만 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민도준은 그녀의 팔을 확 끌어당겼고 그 힘 때문에 그녀는 민도준의 품에 안겼다.민도준은 권하윤의 허리에 팔을 두른 뒤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취했어?”권하윤은 그 말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저 조금 더워요.”“주량이 말이 아니군. 더 연습해야겠어.”민도준은 말하면서 한 손으로 술을 따라 권하윤 입가에 갖다 댔다.하지만 권하윤은 취할까 봐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민도준의 의견을 물었다.“그만 마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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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왜 공씨 가문을 무서워해?
민도준은 권하윤이 취한 틈에 인사불성이 된 그녀를 달래며 사실을 알아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자기 행동에 부끄럽지 않은 태도였다.‘그러게 누가 이렇게 경계심이 많으랬나?’사실 그가 주문한 술은 특별히 제작된 거다. 주량이 안 좋은 권하윤이 아니라 주량 좋은 남자가 마셔도 몇 잔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한 술.그런 술을 여러 잔 마셨으니 권하윤은 당연히 무사할 리 없었다. 이미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나른하게 민도준의 어깨에 기대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민도준이 그녀의 등을 받쳐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을 거다.민도준은 그 자세 그대로 마치 아이 달래듯 몸을 흔들며 권하윤을 달랬다.“착하지. 말하면 이뻐해 줄게.”술에 취한 권하윤의 목소리는 마치 물복숭아처럼 말캉했다.“제가 권씨 가문 무서워하는 건…….”“응 왜 무서워?”“그건, 그건 도준 씨가 공아름 씨와 결혼할까 봐.”민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권하윤은 무거운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묻으며 낮게 중얼거렸다.“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마요.”“제수씨?”“권하윤?”민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권하윤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를 자기 몸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가 이미 잠들었다는 걸 발견했다.“하.”‘아주 좋아. 이렇게 취했으면서 거짓말을 한다고?’그는 권하윤의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낮게 읊조렸다.“자기야, 우리 어디 천천히 놀아 봐.”이미 잠든 권하윤은 귓가로 불어오는 숨결에 간지러웠는지 몸을 움직이더니 편안한 자세를 찾아 다시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씁! 머리야.’겨우 눈을 뜬 권하윤은 그제야 이미 날이 밝았다는 걸 발견하고 이불을 들췄다.다행히 옷은 멀쩡히 입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젯밤의 일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민도준과 함께 식시하러 가서 술을 마신 것 같았는데…… 그래 술!’어제의 기억이 미세하게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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