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101 - Chapter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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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1화 당장 설연주를 나한테 보내

설우현은 잠시 발걸음을 주춤했다.‘이 여자는 어쩜 이렇게 뻔뻔해? 그래, 무릎 꿇고 싶으면 꿇으라지.’설연주는 두팔에게서 이미 잔혹한 고통을 겪은 뒤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설우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설우현의 부하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할까요?”그는 부하에게 설연주를 병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설연주는 이번에도 심하게 앓기 시작했고 지난번처럼 고열이 계속되었다. 의사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설우현은 그녀를 보내는 일을 미루고 오늘 밤 예정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그도 병원에 머물며 그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설연주는 그가 떠나자마자 오번에게 전화를 걸었다.“두팔한테서 나왔어요?”오번은 원래 두팔을 따라다니며 설연주의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떠난 뒤로 자신도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약 좀 구해줄 수 있어요? 당장 필요해요.”오번은 무슨 약인지 듣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연주 씨, 설마...”설연주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통화 중임을 깨닫고 바로 대답했다.“네, 바로 그걸 원해요. 곧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잡으려고 할 거예요. 설우현이 나를 보기 싫어하니까 그 전에 딱 한 번이라도 그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요?”오번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참 후에야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미쳤어요? 이 일이 들키면 우리 둘 다 끝장이야.”“그러니까 들키지 않게 도와줘요. 당신이라면 이런 약 구할 수 있잖아요?”오번은 망설이다가 결국 결단을 내리고 자신의 비밀 약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밤이 되어 설우현은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흰색 정장을 입고 설기웅의 뒤를 따라 몇몇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뒤 한적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그는 중간에 2층에 올라가 친구들을 찾으려 했지만 그들은 찾지 못하고 대신 술 한 잔을 마신 뒤 길게 이어진 복도의 끝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방의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급스러웠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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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2화 설우현에 대한 마음

설우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설연주는 나한테 없어. 원래 사람을 시켜서 멀리 보내려고 했는데 중간에 스스로 사라졌어.”이상하게도 설연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그는 설연주와 얽힌 일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설우현에게 있어 설연주는 그저 허튼수작을 부리는 여자일 뿐이었다.두팔은 격하게 기침하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설연주를 찾아, 이 땅을 전부 뒤져서라도 찾아내!”두팔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설우현은 이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를 떠났다.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설기웅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설기웅은 이미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말했다.설우현은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누구예요?”“최용호의 사촌 여동생이야. 한동안 널 좋아하며 따라다녔잖아. 넌 항상 무시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약까지 구해왔더군.”설우현의 가슴에는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 여자는 얼굴이 낯익었다. 오랜 시간 자신에게 집착했던 사람이었다. 외모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집착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형,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아버지를 찾아갔어. 아버지는 너와 그 여자의 결혼을 고려하고 계셔.”설우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하, 나더러 그런 여자와 결혼하라고?’하지만 이내 설기웅의 무거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없다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잖아.”설우현이 가문을 위해 혼인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특별히 마음에 둔 여자가 없다면 최용호의 사촌 동생과 결혼해도 문제가 없었다.최용호는 설기웅의 친구였고 최씨 가문도 플로리아에서 손꼽히는 재벌가였다. 이 결혼은 양 가문에도 손색없는 혼사였다.설우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형, 이 일은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그는 특정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자신이 여자의 계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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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3화 아내로 맞이 하겠습니까?

설연주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플로리아 국경 지역은 가난하고 혼란스러우며 인근 나라와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이곳은 빈곤하고 낙후하여 그녀와 같은 사람이 몸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오번이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어 이곳에서 위험한 일을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설연주의 머릿속에서는 설우현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 그가 그녀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설우현을 몰래 사랑하게 된 건 그녀의 잘못이라 생각했다.그녀의 마음이 그에게는 짐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었다.오번의 말처럼 결국 자신만이 감동받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설연주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약을 입에 넣었다.“그냥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줘요. 나 진짜 설우현을 좋아하거든요.”그녀는 자포자기한 듯 속삭였다.“어쩔 수 없이 좋아하게 됐어요. 왜 이렇게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벌 받는 거겠죠. 예전에는 남자들을 그저 돈줄로만 여겼으니까. 하지만 설우현은 달라요.”오번은 잠시 말문이 막혀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몸 상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연주 씨가 각오하고 있는 거라면 더 말릴 수는 없겠지만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해요.”설연주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설우현과 함께한 밤을 떠올렸다. 그는 침대에서 정말 대단했다.그가 그녀에게 남긴 흔적이 많았기에 임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로부터 일주일 후 설우현은 김현서가 피를 흘리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설우현은 줄곧 설연주가 약간의 잔꾀나 부릴 줄 아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독약을 구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설연주가 김현서를 처리한 건 과거에 김현서가 그녀를 괴롭혔기 때문일까?설우현은 설연주의 과거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동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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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4화 일 년 전에도 너였어?

설우현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교회의 문이 벌컥 열리며 낯선 여자가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아기는 울고 있었고 두어 달 정도 되어 보였다.설우현이 이 무례한 방해자를 내보내라고 하려던 순간 중년 여성이 터뜨린 한마디에 모두가 술렁였다.“설우현 씨, 이 아이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때 연회에서 당신과 하룻밤을 보낸 사람은 사실 최서아 씨가 아니에요.”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설우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최서아를 바라보았다.최서아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스쳤고 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설우현은 이미 그 중년 여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최서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우현 씨,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결혼을 취소하려는 거예요? 이러면 우리 최씨 가문과 설씨 가문 모두에게 큰 타격이에요. 진짜 이렇게 할 거예요?”설우현은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날 속였어?”최서아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나도 어쩔 수 없었어.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당신을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당신이 밖에서 아기를 데려와도 상관없어요. 같이 키우면 돼요. 난 진짜 당신을 좋아해요. 그런데 왜 항상 나를 보지 못하는 거예요?”최서아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설우현은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 아이를 살펴보았다.순박해 보이는 중년 여성은 아이를 그의 품에 건네며 말했다.“설우현 씨, 저는 그저 일을 부탁받은 사람입니다.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돌아가 보려 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그분이 분명히 아이의 아버지가 당신이라 했습니다.”설우현은 말없이 품에 안긴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쩐지 이 아이가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우선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았다.현장에 있던 하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설씨 가문과 최씨 가문 사람들은 한데 모여 이번 일을 수습하기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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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5화 차라리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다

설연주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대충 넘겨보려 했지만 설우현이 턱을 잡아들어올렸다.“정말 내가 널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해?”그녀는 몇 번이나 그의 한계를 시험하려 들었다.설연주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마치 죽이려면 죽여보라는 표정이었다.설우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녀를 지나쳐 나가려 했다. 외투를 걸치던 중 설연주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그의 등 뒤에서 그를 안으며 애틋하게 말했다.“우현 오빠.”“여기 왜 돌아왔어? 최씨 가문 사람들이 널 찾고 있는 거 몰라? 일 년 전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아직도 그 일에 집착하고 있어.”두팔의 부모도 아직 그 문제를 놓지 않고 있는데 도대체 왜 다시 돌아왔단 말인가.“보고 싶었어요.”설연주는 그를 안고 놓치기 싫다는 듯 꼭 붙잡고 있었다.설우현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손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그 위에 얹으려 했지만 결국 멈추고 말았다.“놔.”“오빠.”설연주는 그가 이렇게 차갑게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서서히 그를 놓아주었다.설우현은 주저 없이 방 문을 열고 나가려 했고 설연주는 다급히 그를 붙잡으며 소리쳤다.“우현 씨!”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설연주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오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다 됐어요? 이제 더는 못 버텨요. 최씨 가문 쪽에서 난리예요. 늦어도 아침 일곱 시까지는 빠져나와야 해요.”“다 끝났어요. 지금 내려갈게요.”오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를 몰고 그녀를 데리러 왔다.설연주는 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맸다. 오번은 설우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말했다.“이번에 결혼식까지 망쳐놓고 아직도 설우현이 연주 씨를 좋게 봐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은 점점 미쳐가고 있어요.”설연주는 지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오번은 운전을 하며 말했다.“아기가 살아남지 못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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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6화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아서

설연주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한밤중에 밖에서 나는 기척에 잠이 깼다.오번이 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렸다.“최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더는 여기 머물 수 없어요.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요. 내일 아침 여덟 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해요. 반년 동안 플로리아에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설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설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현 오빠, 일곱 시 경성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면 안 돼요? 제발요.]메시지 끝의 몇 글자에서 비굴함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결국 그 메시지를 보냈다.설우현은 요즘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심지어 어젯밤은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다.설연주의 메시지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휴대폰을 옆에 던져두고 세면을 시작했다.세면을 마친 그는 수영복을 입고 30분 정도 수영을 했다.수영을 마치고 나오자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도련님, 누군가가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설우현은 시간을 확인했다. 곧 일곱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부재중 전화 목록에는 설연주의 번호가 떠 있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녀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전화가 다시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설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안 올 거예요?”설우현은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설연주는 휴대폰을 꽉 쥔 채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물었다.“어젯밤 언제 깼어요? 내가 약 넣은 거 알고 있었어요?”설우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설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오빠, 이번에 떠나면 반년 동안 돌아오지 못해요. 그저 한 번만 보고 싶었어요.”오번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에게 혼자만의 감상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설우현은 그 아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따라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그 아이를 갖겠다고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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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7화 순간 스며들듯이

설연주는 이미 탑승구에서 대기 중이었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설우현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다시 오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꺼져 있었다.머릿속에는 오직 설연주가 말했던 그 아이만 떠올랐다. 외진 곳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그리고 어떤 심정으로 다시 플로리아로 돌아왔을지...설우현은 믿기 어려웠다. 그 작은 사기꾼이 자신을 정말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만약 좋아하지 않았다면 왜 이렇게까지 했겠는가.하지만 설연주는 좋아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했었는데 그는 그것을 단순히 농담으로 여겼거나 그저 자신을 잡아두려는 수작으로만 생각했었다.설우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저 답답함과 초조함만 느껴졌다.그는 곧 사람을 시켜 설연주의 항공편을 조회했다.곧바로 다음 비행편을 타고 그녀를 뒤쫓았지만 설연주는 이미 그 도시를 떠난 상태였다. CCTV에는 그녀가 다시 검은색 차를 타고 도망친 모습이 찍혀 있었다.그 순간 설우현은 그녀가 항상 국경 근처에서 지냈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아마 다시 국경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싶었다.하지만 이 나라의 국경은 너무 넓었다. 그녀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설우현은 그 주변을 헤매며 오랫동안 찾았지만 결국 그녀를 찾지 못했다.그렇게 반달이 지난 어느 날 설기웅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요즘 회사에 나가지도 않는다던데,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설우현은 침을 삼키며 무성하게 자란 턱수염을 매만졌다. 더 이상 플로리아에서의 깔끔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형, 여기서 조금 할 일이 있어요.”“무슨 일인데? 그쪽 요즘 상황이 어수선해. 폭동도 일어났고, 뉴스 안 봤어? 구청장이 유세하러 갔다가 총에 맞아 죽었잖아.”설우현은 미간을 문질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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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8화 좋아하지 않을 뿐

최용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은 꽤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보아하니 설우현이 직접 나서려는 것 같았다.그는 설기웅을 바라보며 그와의 우정을 생각해 한숨을 내쉬었다.“우현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리얼하게 해야 해. 우리 집안은 두팔 집안에 큰 신세를 진 게 있어. 우리 부모님께서도 설연주가 설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면 봐줄 필요가 없다고 하셔. 그러니까 절대 티가 나지 않게 하란 말이야. 안 그러면 나중에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설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제대로 처리해야 했다.그는 사흘 만에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신을 수습해 정교하게 작업한 후, 법의학 검사를 통해 설연주의 시신으로 밝혀졌다는 소식을 퍼뜨렸다. 그 소식은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설우현은 한편으로 최씨 가문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최용호에게 상황을 알렸다.최용호는 곧바로 답을 보내왔다. 아직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지만 곧 해결될 거라고 했다.설우현은 인내심을 가지고 하루 더 기다렸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최용호가 답을 보내왔다.“그쪽에서 믿긴 했어. 하지만 꼭 명심해. 앞으로 설연주가 다시 플로리아로 돌아오는 일은 없도록 해줘.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정말 난처해질 거야.”“알겠어요. 이건 제가 형에게 진 빚이라고 생각할게요.”최씨 가문 일이 마무리된 후 설우현은 비로소 자신이 설연주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설기웅이 그를 일깨워줬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설연주를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사랑이라는 말은 그에게는 더욱 부담스러운 감정이었다.설우현은 자신의 별장에서 사흘을 보낸 후 마침내 다시 설연주를 찾기로 마음먹었다.그러나 그의 사람들이 국경 근처에서 오랫동안 수색했음에도 여전히 찾지 그녀를 못했다. 설연주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설우현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직접 국경으로 다시 떠났다. 이번에는 드디어 단서를 찾았고 설연주가 그렇게 외진 곳에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곳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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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9화 알아서 살게 내버려둔다는 건가요?

예전에는 항상 설우현이 다른 사람을 비아냥거렸지만 이번에는 그가 당했다. 그것도 자신이 하찮게 여기는 오번에게.전에 그를 봐준 건 서주혁의 체면을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이 인간은 고마워할 줄도 몰랐다.설우현은 코웃음을 치며 물통을 오번 옆에 내려놓고 설연주를 바라보았다.“최씨 가문 문제는 이미 해결했으니까 나랑 플로리아로 돌아가자. 너를 잘 돌보게 할 게.”설연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오번이 끼어들었다.“잘 돌보게 한다는 게, 또 남한테 떠넘기고 알아서 살게 내버려둔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현 씨는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어요. 괜히 희망을 주고 다시 절망을 안기려고 왔어요?”설연주는 속눈썹을 살짝 떨며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오번 씨.”오번은 입꼬리를 비틀며 다시 땅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설우현 씨,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세요?”설우현은 잘 알지 못했다.‘설마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건가?’이 근처 사람들은 대부분 채소를 재배하며 지냈고 그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주민들은 주로 물물교환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채소를 키우는 거 아니에요?”“아니요, 꽃을 키우고 있어요. 연주 씨가 당신 별장에 핀 꽃이 너무 예뻐서 여기도 꽃을 피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여기 사람들은 다 먹고살기 위해 채소를 심는데, 연주 씨는 꽃을 심겠대요. 낭만을 택하느라 목숨은 뒷전인 거죠.”설우현은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도 꽃을 좋아했지만 항상 정원사에게 맡겨두었고 정작 설연주가 꽃을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오번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설우현은 시선을 돌려 설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저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연주야?”그가 다시 부르자 설연주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우현 씨, 그냥 돌아가요.”“나랑 같이 돌아가. 이번에는 절대 너를 남한테 넘기지 않을 거야.”그러나 설연주는 방금 오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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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0화 반승제는 좋은 남편감이 아니야

성혜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들어 이마를 주무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설우현은 누가 봐도 감정에 휘말린 상태였다.그녀는 잠깐 침묵하다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오빠, 요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시환 씨랑 술 한잔하러 가는 건 어때요? 오늘 밤에 사람도 많대요. 승제 씨도 일찍부터 나갔는걸요.”“허, 반승제는 이제 애도 있는 놈이면서 아직도 밖에서 술을 마신다고? 혜인아, 네 남편 좀 잘 단속해. 밖에서 말썽부리지 않게.”성혜인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설우현은 항상 반승제를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결혼한 지 꽤 됐지만 여전히 반승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반승제가 좋은 남편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빠, 그냥 다녀오세요.”마침 설우현도 기분이 꿀꿀해서 그냥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게다가 눈앞의 두 아이를 보니 더더욱 허탈해졌다. 문득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 보려 했지만 도저히 상상되지 않았다.술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예전 같았으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차례로 비꼬며 한마디씩 던졌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하지만 그가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설우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온시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현 씨, 요즘 여자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조차도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온시환이 어떻게 그가 여자를 쫓아다니는 걸 알 수 있단 말인가.그는 무의식적으로 반승제를 바라보았다. 반승제는 눈을 내리깔고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설우현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반승제. 네가 내 뒤에서 험담한 거로군.’여자를 쫓아다닌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플로리아의 대표적인 귀공자였다. 여자를 쫓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손짓 한 번이면 여자가 줄줄이 따라왔으니까.반박하려는 찰나 온시환의 다음 말에 설우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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