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들어 이마를 주무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설우현은 누가 봐도 감정에 휘말린 상태였다.그녀는 잠깐 침묵하다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오빠, 요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시환 씨랑 술 한잔하러 가는 건 어때요? 오늘 밤에 사람도 많대요. 승제 씨도 일찍부터 나갔는걸요.”“허, 반승제는 이제 애도 있는 놈이면서 아직도 밖에서 술을 마신다고? 혜인아, 네 남편 좀 잘 단속해. 밖에서 말썽부리지 않게.”성혜인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설우현은 항상 반승제를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결혼한 지 꽤 됐지만 여전히 반승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반승제가 좋은 남편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빠, 그냥 다녀오세요.”마침 설우현도 기분이 꿀꿀해서 그냥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게다가 눈앞의 두 아이를 보니 더더욱 허탈해졌다. 문득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 보려 했지만 도저히 상상되지 않았다.술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예전 같았으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차례로 비꼬며 한마디씩 던졌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하지만 그가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설우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온시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현 씨, 요즘 여자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조차도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온시환이 어떻게 그가 여자를 쫓아다니는 걸 알 수 있단 말인가.그는 무의식적으로 반승제를 바라보았다. 반승제는 눈을 내리깔고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설우현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반승제. 네가 내 뒤에서 험담한 거로군.’여자를 쫓아다닌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플로리아의 대표적인 귀공자였다. 여자를 쫓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손짓 한 번이면 여자가 줄줄이 따라왔으니까.반박하려는 찰나 온시환의 다음 말에 설우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이
Last Updated : 2024-12-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