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이 그 문자를 받았을 때 반승제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보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반승제가 평소에도 선물을 자주 보내서 그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문자에 답장을 보내려던 찰나 설우현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캐리어를 꺼내 짐을 싸기 시작하더니 세 시간 후 비행기를 타겠다고 말했다.“오빠, 이번에도 이렇게 짧게만 있다가 가는 거예요? 조금 더 있다 가면 안 돼요?”그러나 설우현은 움직임이 빨랐고 금방 짐을 다 싸더니 집을 나서기 직전에 차갑게 말했다.“혜인아, 반승제 좀 단속해. 오늘 밤 내가 보니까, 반승제가 룸 안에서 여직원이랑 아주 다정하더라. 심지어 여직원을 무릎에 앉히고 술까지 마시고 있더라고. 룸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봤어. 조심 좀 해라.”그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성혜인은 그 자리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반승제를 안 지 오래된 그녀는 그 정도의 신뢰는 가지고 있었다.아마도 반승제가 또 설우현의 신경을 건드린 게 분명했다.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그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이 두 사람 예전에도 주먹다짐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크게 싸운 거야?’한편, 설우현은 플로리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하지 않은 채 설연주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운명처럼, 그는 설연주와 오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오번은 피곤한 듯 몸을 기대고 있었고 설연주는 그런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설우현은 갑자기 가슴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연주!”설연주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왜 또 온 거지? 전에는 엄청나게 화내며 떠나지 않았나?’설우현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오번을 거칠게 밀쳐냈다.“설연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남녀유별도 모르냐?”설연주는 황당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가 이런 말을 하다니 마치 농담 같았다.이전에 그녀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