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 제2106화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아서

공유

제2106화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아서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30 18:00:16
설연주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한밤중에 밖에서 나는 기척에 잠이 깼다.

오번이 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렸다.

“최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더는 여기 머물 수 없어요.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요. 내일 아침 여덟 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해요. 반년 동안 플로리아에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설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설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현 오빠, 일곱 시 경성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면 안 돼요? 제발요.]

메시지 끝의 몇 글자에서 비굴함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결국 그 메시지를 보냈다.

설우현은 요즘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심지어 어젯밤은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다.

설연주의 메시지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휴대폰을 옆에 던져두고 세면을 시작했다.

세면을 마친 그는 수영복을 입고 30분 정도 수영을 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자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

“도련님, 누군가가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설우현은 시간을 확인했다. 곧 일곱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목록에는 설연주의 번호가 떠 있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녀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전화가 다시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설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안 올 거예요?”

설우현은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얘기 없어.”

설연주는 휴대폰을 꽉 쥔 채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물었다.

“어젯밤 언제 깼어요? 내가 약 넣은 거 알고 있었어요?”

설우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설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

“오빠, 이번에 떠나면 반년 동안 돌아오지 못해요. 그저 한 번만 보고 싶었어요.”

오번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에게 혼자만의 감상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설우현은 그 아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따라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그 아이를 갖겠다고 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화 돈은 필요 없어요

    남자는 이미 잠들었는지 예리한 눈빛을 숨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성혜인은 무기력한 자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긴 생머리는 마침 예쁜 허리선을 보일 듯말듯 가렸다. 그녀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우려고 했을 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얼마면 돼?”그의 말투에는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젯밤 술에 의한 열정은 이미 싸늘하게식어버렸다.성혜인이 약간 멈칫하다가 다시 옷을 주워 들었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이라니, 퍽 우습기는 했다.3년 전, 성혜인은 BH그룹 회장인 반태승을 구하는 일이 있었다. 때는 마침 그녀 집안의 SY그룹에 자금난이 닥쳤을 때인데,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반태승은 자신의 손자 반승제와 성혜인을 결혼시키고 SY 그룹에 6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당사자인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코빼기를 비춘 적 없었고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된 후에야 성혜인은 자신의 남편이 외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3년 동안 허울뿐인 BH그룹 며느리는 많은 사람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그런 두 사람이 첫 만남을 침대 위에서 가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돈은 필요 없어요.”성혜인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숙취 때문인지 머리는 터질 것처럼 아팠다.“돈이 필요 없다면 이번 일을 핑계로 들러붙을 작정인가?”반승제는 피식 웃었고, 그 깊은 두 눈으로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뽀얗고 작은 얼굴에 적당히 좋은 몸매, 맑고 커다란 눈빛 덕에 얼굴도 예쁘장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꼼수를 부리는 여자는 많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은 여자는 또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반승제는 시선을 거뒀다.“네 몫의 돈은 섭섭지 않게 줄게. 하지만 네 몫이 아닌 것은 탐내지 마.”반승제는 어젯밤 확실히 술에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그는 여자의 몸에 이성을 잃을 위인이 아니었다. 문제는 분명 여자가 건넨 술에 있었다.옷을 다 입고 난 성혜인은 자세를 바로 했다.어젯밤, 반씨 저택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업계의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화 환자분, 신고 해드릴까요?

    심인우는 방금 목격한 장면을 생각하고 있다가 번뜩 정신 차리고 대답했다.“바로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반승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성혜인이 저급한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조사한다면 그녀의 덫에 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됐어요.”‘어차피 알아서 다시 나타날 사람인데 조사는 무슨...’성혜인은 후다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구석구석 몇 번이나 씻은 다음에야 침대에 누웠다.눈을 감으면 아직도 어젯밤의 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소한 느낌과 심장이 터질 것만같은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솔직히 첫 경험 상대가 반승제라는 것은 그다지 나쁜 일도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단미, 윤단미...’어쩌면 이게 바로 반승제가 이혼하려는 이유일 지도 몰랐다.정신이 극도로 피곤한 와중에도 신체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성혜인은 몸을 돌렸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그래서 아예 몸을 일으켜 서랍 속의 혼인증명서를 꺼냈다.두 사람이 결혼할 때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반태승의 힘으로 성혜인 혼자서도 혼인증명서를 받아올 수 있었다.성혜인은 처음으로 혼인증명서 속에 함께 적혀 있는 자신과 반승제를 이름을 찬찬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다시 서랍을 닫고 성혜원을 만나러 병원으로 출발했다.성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고 병실을 지키고 있던 간병인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혼자서 조용히 쉬고 있던 성혜원은 성혜인을 발견하자마자 기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언니가 어떻게 왔어?”성혜원의 안색은 약간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똘망똘망했다.“아빠가 또 헛걱정하고 있지? 내가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믿지 않는다니까.”성혜인은 침대 옆에 앉아 따듯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그게 어떻게 헛걱정이야.”성혜원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자주 입원했었다. 그래서 성휘도 그녀를 유난히 아꼈다.“그래도 난 병원에 있기 싫어. 엄마가 감시하고 있지, 끼니도 죽으로 밖에 못 때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3화 억울하면 네 부모를 탓해

    정장을 차려입은 성한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그가 불편했던 성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성혜원의 약을 건넸다.“저는 이미 혜원을 만나고 왔어요. 이 약은 저 대신 이모한테 전해줘요.”성한은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같이 가자. 우리도 오래간만에 만났잖아.”“아니에요. 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서...”성혜인은 약만 건네주고 바로 병원에서 나왔다.성한은 제자리에 멈춰선 채 성혜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저도 모르게 성혜인이 들고 있던 약을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가 연고를 들고 산부인과에서 나왔다라... 이 장면을 보고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성한은 입꼬리를 쓱 올렸다. 그는 차가운 인상의 성혜인이 이토록 문란한 사생활을 즐길줄은 몰랐다. 남편이 3년 동안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독수공방에 지친 그녀가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급할 것 없어. 혜인이 집으로 돌아온 순간 나에게도 기회가 생길 테니까.’성혜인은 차에 올라타고 나서고 기분이 약간 언짢았다.소윤이 자식 둘을 데리고 성씨 저택에 와서부터는 매일 성한과 마주쳐야 했는데 성혜인은 그가 상당히 불편했다.성휘는 성한을 내보내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의 난감한 표정에 도무지 그렇게 하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소윤과 성혜원에게 미안했던 성휘는 성한에게도 아주 잘해줬고, 그 속에 껴서 불편하게 지내기 싫었던 성혜인은 단호히 집을 나왔다.이제 와서 보니 그녀야말로 성씨 집안의 제삼자 같았다.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혜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온 사람의이름을 확인하고 나자 안 그래도 언짢았던 기분이 더 나빠졌다.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어머니.”전화를 건 사람은 반승제의 어머니인 백연서였다.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부터 재벌 집 출신인 ‘시어머니’는 성혜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성혜인도 반태승 앞에서만 손자며느리 역할을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4화 안녕하세요, 반승제 씨

    드디어 문이 열리고 반승제가 아닌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반승제의 비서인 심인우였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건 사모님께 전해달라고 하신 선물입니다.”백연서는 반승제에게 돌아와서 저녁밥이나 먹으라고 했지 성혜인이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그의 성격으로 원래 오려고 했던 것도 안 올수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심인우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그래, 승제가 바쁜 건 나도 알고 있으니... 대신 몸조리 잘하라고 전해주렴.”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집 안으로 들어온 백연서는 성혜인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손을 휘적였다.“너도 이만 돌아가. 승제가 시간 있을 때 다시 부를 테니까.”“네.”성혜인은 애초부터 남아서 밥 먹을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심인우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흐릿한 뒷모습 만으로도 반승제가 아님을 알아차렸다.게다가 오늘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혼 서류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다시 차에 올라타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성혜인은 빨간불을 기다리며 회사 단톡방을열어 봤다.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톡방은 아주 시끄러웠다.‘반승제가 이번에 결혼하러 돌아왔다면서요? 네이처 빌리지에 비싼 값을 주고 펜션을 샀다고 하던데 곧 인테리어도 하겠죠?’‘사장님이 반승제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혹시 실내 디자인 일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을까요?”“만약 가능하다면 저희가 엄청 덕을 보겠는데요? 반승제 정도의 재벌이라면 일은 둘째 치고 말이라도 섞어보고 싶어요...”반승제가 결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뉴스에도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일이었다.이 화제에 관심 없었던 성혜인은 휴대전화를 끄려고 했는데 마침 사장 양한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지금 잠깐 문라이트로 올 수 있어? 네가 디자인했던 펜션에 관심 있는 고객이 있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5화 일을 시작한 지 3년이나 됐어요

    반승제 근처의 아우라는 마치 여름이란 겪어본 적 없는 것처럼 차가웠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가지.”성혜인은 반승제를 따라 문라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저마다 단정한 태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그렇게 조용히 걷고 있던 반제승가 갑자기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 성혜인도 따라 멈춰서서는 덤덤하게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다.“너 임경헌한테서 얼마나 받았어?”성혜인은 임경헌과 반승제가 어떤 사이인지 몰랐다. 반씨 일가의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니 이것도 당연하였다.반승제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그녀는 그냥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다.“사장님 말로는 2억 정도 한다고 했어요.”“이 짓거리를 하는데 사장도 있어?”반승제는 진심으로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문라이트에서 비밀스러운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임경헌에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될 줄은 또 몰랐다.어찌 됐든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와서 고민하기에는 늦었다.반승제는 다시 몸을 돌려 룸으로 걸어갔고 성혜인도 묵묵히 따라갔다.“임경헌 말로 너희가 부르는 값은 높지만, 서비스는 확실하다고 했지?”성혜인은 그동안 많은 고객을 만나왔다. 대부분 사람이 다 부자라서 가격만큼은 충분하게 줬지만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다.성혜인은 반승제의 말을 듣자마자 기계처럼 대답했다.“반승제 씨, 가격에 관해서는 충분히 서비스와 정비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서비스와 정비례 한다라...’반승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 만약 내가 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어색한 반응에 가만히 있을 줄밖에 모르던 성혜인에게는 서비스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반승제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가 수억 원을 주고 살 정도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돈 벌기 참 쉬운 직종이군.’성혜인은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 하나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최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6화 좋아하는 여자

    잠깐 놀란 건 사실이지만 성혜인은 상대가 자신을 알아볼 걱정은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명절에도 반태승만 따로 만났기에 반씨 집안의 다른 가족들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반제승 본인도 자신의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다른 사람은 더 알 턱이 없었다.어두운 표정으로 떠난 반제승을 떠올리며 성혜인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반승제 씨는 아무래도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요.”예쁜 여자라면 직업이고 뭐고를 떠나 사족을 못 쓰는 임경헌은 물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럴 리가요. 혜인 씨의 디자인은 제가 본 것 중 최고였어요. 저희 사촌 형이 경영을 배우는 동시에 예술도 배웠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보아냈을 거예요. 오늘은 그냥 이혼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 같아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양한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반승제 씨가 결혼했다고요?”임경헌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진작에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이혼하느라 변호사랑 골머리를 앓는 모양이에요.”임경헌은 성인이 되고 나서 흥청망청 노느라 집으로 돌아간 적이 별로 없었다. 그도 그저 반승제에게 할아버지가 찾아준 아내가 있다는 것만 알았다.결혼 얘기를 처음 들은 양한겸은 궁금한 듯 계속해서 물었다.“저는 네이처 빌리지의 펜션이 신혼집인 줄 알았어요. 만약 신혼집이 아니라면 혼자 사시는 집인가요?”임경헌은 성혜인에게 와서 앉으라고 손짓하며 말했다.“신혼집이기는 해요. 저희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지금의 형수랑 결혼했거든요. 그래서 이 집은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하면 같이 살려고 준비하는 것 같아요.”임경헌은 이렇게 말하면서 성혜인에게 주스를 건네줬다.“형이 곧 다시 온다고 했으니, 그때 다시 혜인 씨의 설계도를 보여주자고요. 형도 무조건좋아할 거예요.”성혜인은 주스를 받아 들면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제가 후에 꼭 밥 살게요.”임경헌은 성혜인의 당당한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7화 거래도 인연을 따져요

    “무슨 얘기?”반승제의 말투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앞으로 네 마음대로 이상한 여자 소개해 주지 마.”자신의 사촌 동생이 고객 중 한 명이라니, 반승제는 도저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런 것을 더 즐기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금욕적인 생활을하는 반승제는 당연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임경헌이 밖에서 이상한 것을 배워왔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만간 잔소리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형, 진짜 안 올 거예요? 제가 형이랑 맞는 사람을 찾느라 한참 헤맸단 말이에요.”인테리어가 필요한 집이라면 임경헌에게도 몇 채 있었기에 그는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형이 싫으면 제가 냉큼 데려갈 거예요. 저는 아주 마음에 들거든요.”반승제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너 이제 이상한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BH그룹으로 와서 인턴부터 시작해. 네 어머니가 이미 나한테 다 얘기했어. 그러니 넌 내일부터 출근해,”반승제는 임경헌에게 반발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임경헌은 난감한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성혜인은 바로 자신이 거절당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했다.“괜찮아요. 반승제 씨가 따로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가 있나 보죠.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펜션이라면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임경헌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없는데... 저는 아직도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고 들었거든요.”성혜인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거래도 인연을 따져요. 저랑 반승제 씨는 인연이 아닌가 보죠.”“제가 후에라도 다시 물어볼게요. 만약 형이 싫다고 하면 제집을 디자인해 줘요. 저는 혜인 씨의 스타일이 엄청 마음에 들었거든요.”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알아봐 주셔서 고마워요.”임경헌은 또 전화 한 통을 받더니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제가 낼게요.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줄 수 있어요? 저희는 다음 날에 다시 만나요.”성혜인은 주저 없이 자신의 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8화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성혜인의 표정이 너무도 태연한 나머지 반승제는 자신이 너무 단순해서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 싶었다.반승제는 마치 조각상이라도 된 것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성혜인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이라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 쟁취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체면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깟 체면에 비해 반승제가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반승제 씨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돈을 받지 않고 포기할게요.”반승제는 도대체 어떻게 이 여자를 형용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는 한참이나말문이 막혀서 가만히 있다가 겨우 한마디 했다.“고객이라면 이미 있잖아?”성혜인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혹시 본인의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까 봐 이러는 건가?’동시에 여러 고객의 일을 하는 디자이너도 물론 있지만 성혜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반승제 씨를 맡게 되면 다른 고객은 받지 않을 거예요. 만약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한테 5분만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관심 없어.”반승제는 먼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섰다. 양한겸을 부축하고 있는 성혜인은 어찌 따라갈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양한겸을 데리고 대리 기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양한겸은 술에 취했어도 성혜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성혜인이 문라이트 밖으로 나서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서 예쁜 여자한 명이 내려왔다.여자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성혜인의 뺨을 때렸다.“너지?! 회사에서 물어볼 게 있다며 귀찮게 굴 뿐만 아니라 집으로 ‘사랑의 커피’를 보낸 사람이 너지?! 내가 진작에 발견했어. 너 오늘은 내 남편이랑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양한겸을 부축하고 있느라 미처 피하지 못한 성혜인은 뺨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여자는 화를 주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6화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아서

    설연주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한밤중에 밖에서 나는 기척에 잠이 깼다.오번이 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렸다.“최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더는 여기 머물 수 없어요.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요. 내일 아침 여덟 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해요. 반년 동안 플로리아에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설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설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현 오빠, 일곱 시 경성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면 안 돼요? 제발요.]메시지 끝의 몇 글자에서 비굴함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결국 그 메시지를 보냈다.설우현은 요즘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심지어 어젯밤은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다.설연주의 메시지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휴대폰을 옆에 던져두고 세면을 시작했다.세면을 마친 그는 수영복을 입고 30분 정도 수영을 했다.수영을 마치고 나오자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도련님, 누군가가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설우현은 시간을 확인했다. 곧 일곱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부재중 전화 목록에는 설연주의 번호가 떠 있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녀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전화가 다시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설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안 올 거예요?”설우현은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설연주는 휴대폰을 꽉 쥔 채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물었다.“어젯밤 언제 깼어요? 내가 약 넣은 거 알고 있었어요?”설우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설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오빠, 이번에 떠나면 반년 동안 돌아오지 못해요. 그저 한 번만 보고 싶었어요.”오번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에게 혼자만의 감상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설우현은 그 아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따라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그 아이를 갖겠다고 고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5화 차라리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다

    설연주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대충 넘겨보려 했지만 설우현이 턱을 잡아들어올렸다.“정말 내가 널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해?”그녀는 몇 번이나 그의 한계를 시험하려 들었다.설연주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마치 죽이려면 죽여보라는 표정이었다.설우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녀를 지나쳐 나가려 했다. 외투를 걸치던 중 설연주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그의 등 뒤에서 그를 안으며 애틋하게 말했다.“우현 오빠.”“여기 왜 돌아왔어? 최씨 가문 사람들이 널 찾고 있는 거 몰라? 일 년 전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아직도 그 일에 집착하고 있어.”두팔의 부모도 아직 그 문제를 놓지 않고 있는데 도대체 왜 다시 돌아왔단 말인가.“보고 싶었어요.”설연주는 그를 안고 놓치기 싫다는 듯 꼭 붙잡고 있었다.설우현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손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그 위에 얹으려 했지만 결국 멈추고 말았다.“놔.”“오빠.”설연주는 그가 이렇게 차갑게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서서히 그를 놓아주었다.설우현은 주저 없이 방 문을 열고 나가려 했고 설연주는 다급히 그를 붙잡으며 소리쳤다.“우현 씨!”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설연주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오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다 됐어요? 이제 더는 못 버텨요. 최씨 가문 쪽에서 난리예요. 늦어도 아침 일곱 시까지는 빠져나와야 해요.”“다 끝났어요. 지금 내려갈게요.”오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를 몰고 그녀를 데리러 왔다.설연주는 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맸다. 오번은 설우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말했다.“이번에 결혼식까지 망쳐놓고 아직도 설우현이 연주 씨를 좋게 봐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은 점점 미쳐가고 있어요.”설연주는 지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오번은 운전을 하며 말했다.“아기가 살아남지 못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4화 일 년 전에도 너였어?

    설우현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교회의 문이 벌컥 열리며 낯선 여자가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아기는 울고 있었고 두어 달 정도 되어 보였다.설우현이 이 무례한 방해자를 내보내라고 하려던 순간 중년 여성이 터뜨린 한마디에 모두가 술렁였다.“설우현 씨, 이 아이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때 연회에서 당신과 하룻밤을 보낸 사람은 사실 최서아 씨가 아니에요.”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설우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최서아를 바라보았다.최서아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스쳤고 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설우현은 이미 그 중년 여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최서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우현 씨,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결혼을 취소하려는 거예요? 이러면 우리 최씨 가문과 설씨 가문 모두에게 큰 타격이에요. 진짜 이렇게 할 거예요?”설우현은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날 속였어?”최서아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나도 어쩔 수 없었어.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당신을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당신이 밖에서 아기를 데려와도 상관없어요. 같이 키우면 돼요. 난 진짜 당신을 좋아해요. 그런데 왜 항상 나를 보지 못하는 거예요?”최서아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설우현은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 아이를 살펴보았다.순박해 보이는 중년 여성은 아이를 그의 품에 건네며 말했다.“설우현 씨, 저는 그저 일을 부탁받은 사람입니다.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돌아가 보려 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그분이 분명히 아이의 아버지가 당신이라 했습니다.”설우현은 말없이 품에 안긴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쩐지 이 아이가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우선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았다.현장에 있던 하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설씨 가문과 최씨 가문 사람들은 한데 모여 이번 일을 수습하기 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3화 아내로 맞이 하겠습니까?

    설연주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플로리아 국경 지역은 가난하고 혼란스러우며 인근 나라와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이곳은 빈곤하고 낙후하여 그녀와 같은 사람이 몸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오번이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어 이곳에서 위험한 일을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설연주의 머릿속에서는 설우현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 그가 그녀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설우현을 몰래 사랑하게 된 건 그녀의 잘못이라 생각했다.그녀의 마음이 그에게는 짐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었다.오번의 말처럼 결국 자신만이 감동받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설연주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약을 입에 넣었다.“그냥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줘요. 나 진짜 설우현을 좋아하거든요.”그녀는 자포자기한 듯 속삭였다.“어쩔 수 없이 좋아하게 됐어요. 왜 이렇게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벌 받는 거겠죠. 예전에는 남자들을 그저 돈줄로만 여겼으니까. 하지만 설우현은 달라요.”오번은 잠시 말문이 막혀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몸 상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연주 씨가 각오하고 있는 거라면 더 말릴 수는 없겠지만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해요.”설연주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설우현과 함께한 밤을 떠올렸다. 그는 침대에서 정말 대단했다.그가 그녀에게 남긴 흔적이 많았기에 임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로부터 일주일 후 설우현은 김현서가 피를 흘리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설우현은 줄곧 설연주가 약간의 잔꾀나 부릴 줄 아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독약을 구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설연주가 김현서를 처리한 건 과거에 김현서가 그녀를 괴롭혔기 때문일까?설우현은 설연주의 과거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동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2화 설우현에 대한 마음

    설우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설연주는 나한테 없어. 원래 사람을 시켜서 멀리 보내려고 했는데 중간에 스스로 사라졌어.”이상하게도 설연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그는 설연주와 얽힌 일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설우현에게 있어 설연주는 그저 허튼수작을 부리는 여자일 뿐이었다.두팔은 격하게 기침하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설연주를 찾아, 이 땅을 전부 뒤져서라도 찾아내!”두팔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설우현은 이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를 떠났다.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설기웅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설기웅은 이미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말했다.설우현은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누구예요?”“최용호의 사촌 여동생이야. 한동안 널 좋아하며 따라다녔잖아. 넌 항상 무시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약까지 구해왔더군.”설우현의 가슴에는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 여자는 얼굴이 낯익었다. 오랜 시간 자신에게 집착했던 사람이었다. 외모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집착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형,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아버지를 찾아갔어. 아버지는 너와 그 여자의 결혼을 고려하고 계셔.”설우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하, 나더러 그런 여자와 결혼하라고?’하지만 이내 설기웅의 무거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없다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잖아.”설우현이 가문을 위해 혼인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특별히 마음에 둔 여자가 없다면 최용호의 사촌 동생과 결혼해도 문제가 없었다.최용호는 설기웅의 친구였고 최씨 가문도 플로리아에서 손꼽히는 재벌가였다. 이 결혼은 양 가문에도 손색없는 혼사였다.설우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형, 이 일은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그는 특정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자신이 여자의 계략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1화 당장 설연주를 나한테 보내

    설우현은 잠시 발걸음을 주춤했다.‘이 여자는 어쩜 이렇게 뻔뻔해? 그래, 무릎 꿇고 싶으면 꿇으라지.’설연주는 두팔에게서 이미 잔혹한 고통을 겪은 뒤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설우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설우현의 부하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할까요?”그는 부하에게 설연주를 병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설연주는 이번에도 심하게 앓기 시작했고 지난번처럼 고열이 계속되었다. 의사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설우현은 그녀를 보내는 일을 미루고 오늘 밤 예정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그도 병원에 머물며 그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설연주는 그가 떠나자마자 오번에게 전화를 걸었다.“두팔한테서 나왔어요?”오번은 원래 두팔을 따라다니며 설연주의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떠난 뒤로 자신도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약 좀 구해줄 수 있어요? 당장 필요해요.”오번은 무슨 약인지 듣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연주 씨, 설마...”설연주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통화 중임을 깨닫고 바로 대답했다.“네, 바로 그걸 원해요. 곧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잡으려고 할 거예요. 설우현이 나를 보기 싫어하니까 그 전에 딱 한 번이라도 그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요?”오번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참 후에야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미쳤어요? 이 일이 들키면 우리 둘 다 끝장이야.”“그러니까 들키지 않게 도와줘요. 당신이라면 이런 약 구할 수 있잖아요?”오번은 망설이다가 결국 결단을 내리고 자신의 비밀 약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밤이 되어 설우현은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흰색 정장을 입고 설기웅의 뒤를 따라 몇몇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뒤 한적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그는 중간에 2층에 올라가 친구들을 찾으려 했지만 그들은 찾지 못하고 대신 술 한 잔을 마신 뒤 길게 이어진 복도의 끝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방의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급스러웠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00화 정말 무릎을 꿇었다

    평소 설연주는 다른 남자들에게 무척 차갑고 계산적인 태도를 보였다.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지만 유독 설우현에게만큼은 어딘가 진심이 담긴 듯한 모습이었다.그 마음이 특별하다는 것은 그녀와 가까이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설우현이 그녀의 그런 마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설연주가 더욱 처량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설연주는 두팔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조용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반면 두팔은 그녀의 이런 상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래전부터 설연주를 탐하고 싶었고 지난번 사람을 시켜 길들였지만 그녀는 끝내 도망쳤다.이번에는 누구도 그녀를 구해줄 수 없을 것이다.두팔은 설연주를 침대에 내리눌렀다.설연주의 얼굴에 잠시 공포가 스쳤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게 변했다.두팔은 그녀의 겉옷을 벗겨내고 더 안쪽 옷까지 벗기려 했지만 설연주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설우현이 그녀를 두팔에게 넘겼다는 사실 때문인지 설연주는 반항할 마음조차 사라진 것 같았다.심지어 마음속 깊이 설우현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후회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후회하거나 괴로워하길 바라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설연주의 머릿속엔 온통 설우현 생각뿐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고개를 돌려 두팔의 표정을 보지 않으려 했다.두팔도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침대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마침내 그가 그녀의 마지막 옷을 벗기려던 순간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두팔의 부하가 문 앞에 서서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형님, 저희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깜짝 놀란 설연주는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설우현이 서 있었다. 그는 헝클어진 옷차림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상황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두팔은 그를 알아보고 즉시 옷을 바로잡았다.“우현 씨가 여긴 또 무슨 일로 찾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99화 설우현에게 특별한 감정이라도 있나 봐?

    오번은 설우현의 선택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는 설연주를 정말로 혐오하는 듯했다. 결국 오번은 자기 힘으로 계속 설연주를 찾아야 했다.그러던 이틀 후 그에게 또 다른 의뢰가 들어왔다. 마침 그 의뢰는 두팔과 관련된 것이었다. 두팔이 그를 영입하려 하고 있었다.오번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대화 속에서 설연주의 이름이 언급되자 마음이 흔들렸다.“형님, 설연주를 계속 무릎 꿇리고 있을까요?”두팔은 손에 든 휴대폰을 보며 설우현의 사람들이 직접 설연주를 넘겼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전에 설연주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는 무척 당당하더니 이제는 그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린 모습이었다.“사흘 동안 계속 무릎 꿇리고 있어. 음식은 주지 말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내버려둬.”오번은 통화 속 두팔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설연주가 두팔에게 넘어갔다니 믿기지 않았다. 두팔은 다시 한번 조건을 제시하며 웃음을 띠고 물었다.“듣자 하니 해킹 실력이 대단하다던데, 우리 쪽으로 와볼 생각 없나? 충분한 보상은 보장하지.”오번은 고민 끝에 결국 두팔에게 가기로 결심했다.그날 밤, 그는 설연주를 만났다.설연주는 이미 이틀 밤낮을 무릎 꿇은 채로 있었다. 그녀의 등은 채찍 자국으로 가득했고 목에는 쇠사슬이 걸려 있었으며 그 끝은 두팔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설연주는 고개를 떨군 채 누구의 시선도 마주하지 않았다.두팔은 갑자기 사슬을 세게 잡아당겼고 그녀는 바닥에 엎어졌다.이윽고 두팔은 사슬을 조금씩 당기며 설연주의 온몸이 떨리는 것을 보고 비웃음을 터뜨렸다.“연주야, 성씨를 바꿔가며 꼼수를 부렸지만 결국 설우현이 직접 널 내게 넘겨줬잖아. 기분이 좀 상했겠다?”설연주는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두팔의 구두가 그녀의 손등을 짓밟았다.설연주는 손가락을 오그리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꾹 참았다.두팔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내려다보았다.“저번에 겨우 길들였더니 네가 도망갔잖아. 이번에는 도망갈 기회를 줄 생각 없으니까 각오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98화 인생이 충분히 망가질 수 있다

    설우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설연주는 이미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그는 한 치의 연민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 같은 여자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입가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아팠다. 말만 해도 상처가 당겨져 입술이 따끔거렸다.그는 휴대폰을 넣고 차에 오르려는데 그때 설기웅에게서 전화가 왔다.“오늘 밤엔 집에 와서 저녁 먹자.”“네, 형.”설우현은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짜증이 피어올랐다.마침 설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설기웅과 설의종은 아직 설연주가 설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설씨 가문 저택에 도착하자 그는 우연히 설다연이 담벼락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설다연은 담벼락에 걸터앉아 옆에 있던 꽃을 하나씩 따서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이전에는 계절의 변화도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몰랐던 그녀는 설씨 가문에 들어온 후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처음 몇 달 동안 설우현이 집에 들를 때마다 그녀가 설기웅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오빠, 이거 뭐야?”“이건?”“그럼 이건 뭐지?”솔직히 설우현이라면 그런 질문에 답할 인내심이 없었을 것이다.설다연은 사람을 죽이는 법 외엔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왜 꽃이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지, 왜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지, 심지어 물속에 왜 물고기가 있는지조차도 몰랐다.예전에 그녀의 세상은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들과 시험관들뿐이었고 그 안엔 약품 냄새 말고는 다른 냄새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녀는 살인 병기로 길러졌고 잔인한 본능을 깨우기 위해 어릴 적부터 생고기를 먹도록 훈련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것조차도 몰랐다.결국 설기웅이 하나하나 가르치며 그녀의 세계를 재구성해주었다. 설우현 역시 처음으로 형이 그토록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벽 아래 서서 설다연이 여전히 꽃을 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 꽃들은 왜 따는 거야?”설다연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려 설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