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함이 박힌 그 말을 들은 설기웅은 꼼짝도 못 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그렇게 몇 분 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하늘은 우중충하게 변했다.사람의 감정은 날씨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던 설기웅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차 한 대를 발견했다.차가 멈춘 후 설우현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어 반승제와 성혜인도 함께 내려왔다.성혜인을 본 설기웅은 온몸의 가시를 곤두세웠다.“여기가 어디라고 와? 죽고 싶어?”성혜인은 반승제 옆에 서 있었다. 우산을 들고 있던 반승제는 행여나 그녀가 비를 맞을까 봐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있었다.“형!”설우현은 혼자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이대로 떠날까 봐 걱정하는 듯 안절부절못했다.“형, 제발 그만 좀 해요!”설기웅의 얼굴은 매우 싸늘했다.“우현아, 넌 도대체 왜 저런 여자를 설씨 가문에 데려온 거니? 우리 집이 더러워져도 된다는 거야?”설우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해다.“일단 아버지 만나러 올라가요. 형, 아무리 이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제가 아버지한테 말하려는 게 뭔지 듣고 가세요.”설기웅은 온몸으로 화를 내뿜었다. 그는 성혜인뿐만 아니라 반승제마저 원망하고 있었다.바람둥이 반승제 때문에 설인아가 이렇게 비참한 처지가 됐으니까.‘인아가 설마 반승제를 만나려고 그레이 지대에 갔던 건가? 빌어먹을! 쟤네가 우리 인아를 망쳐버렸어.’“아무 말도 안 듣고 간다면 전 이제부터 형이랑 연을 끊을 거예요.”예상치 못한 협박에 잔뜩 긴장한 설기웅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성혜인도 설기웅이 짜증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반승제가 옆에 있어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됐지만 설기웅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한 무리의 사람이 설의종 옆으로 다가가자, 도우미들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반승제는 백발이 된 설의종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비록 설우현을 통해 들은 얘기였지만 직접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심지어 성혜인조차도 놀라서 눈살을 찌푸렸다
Last Updated : 2024-06-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