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2278 챕터

제1271화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까?

반승제가 대체한 이 경호원은 평소 별장에서 존재감이 강하지 않았던 탓에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서 했다.하지만 이곳의 경호원으로 뽑혔다는 건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실력이 뒷받침해 준다는 걸 의미했다.그는 주방으로 다가가 셰프가 준비한 요리를 들고 조용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때 다른 경호원이 문을 활짝 열었다.“안 들어가고 뭐 해?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말고 얼른 들어가.”조명하나 켜지지 않은 방은 어두컴컴하기 그지없었다. 간신히 복도의 불빛에 의지해 어렴풋이 창가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음식을 들고 있는 반승제의 손은 저도 모르게 힘이 바짝 들어갔고 별장 전체를 부수고 싶은 충동이 마구 올라왔다.“잠깐만.”경호원 중 한 명이 그의 뒷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조커, 너 키 컸냐?”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때 또 다른 경호원이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어제 한숨도 못 자더니, 눈이 잘못됐구먼.”그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자, 방안은 또다시 어둠을 삼켰다.반승제는 조심스럽게 불을 켰고 마침내 창가에 앉아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천천히 다가가 옆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놓았다.성혜인은 발소리를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내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녀는 눈앞의 남자한테서 반승제와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하지만 곧바로 반승제가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다며 헛된 망상을 하는 스스로를 비웃었다.반승제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놓고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평소라면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성혜인 역시 그가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움직이려는 인기척조차 없자 미간의 주름은 더욱 짙어졌다.왜 나가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녀의 목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반승제는 그 소리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얼마 후 성혜인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8
더 보기

제1272화 누가 한 짓이야?

성혜인은 혈자리를 눌린 듯 얼어붙었고, 남자가 다가오자 반승제 특유의 숨결이 느껴진 듯 당황했다.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천천히 다물더니 곧바로 손을 뻗어 남자를 밀어냈다.이 사람은 반승제가 아니라 누군가 반승제로 위장한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성혜인을 덥석 끌어안았다.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은 채 허우적대며 그의 등을 내리쳤다.“악!”그녀의 목소리는 겨우 한 글자밖에 낼 수 없었기에 겁에 질린 채로 다급하게 등을 내리쳤다.반승제는 그녀가 내는 소리를 듣고 온몸이 굳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슴이 찢기는듯한 그 고통은 마치 칼로 온몸을 그은 듯 괴로웠고 영혼마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그는 성혜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목소리가 왜 그래?”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체를 숨기는 것도 잊었다.익숙한 느낌에 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듣고 있는 건가 싶었다.‘반승제?’그녀는 순간 눈을 부릅떴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더니 자신의 눈을 가리려고 했다.반승제는 두 손으로 그녀를 붙잡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눈은 어떻게 된 거야? 목소리는 또 왜 이런 거냐고? 도대체 누가 한 짓이야?”당황한 성혜인은 그를 밀치더니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다.그러나 눈이 안 보이는 탓에 밀어내는 순간 그녀 역시도 바닥에 주저앉았다.온몸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 반승제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일으켜 품에 끌어안았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내가 반드시 데리고 나갈 테니까 겁먹지 마.”“아, 아, 아!”성혜인은 다급하게 자신의 귀걸이와 밖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그녀의 의도를 알 리가 없었던 반승제는 단숨에 귀걸이를 떼어냈고, 아직도 빨갛게 부어오른 부위를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귀걸이를 창밖으로 던졌다.“혜인아, 무서워 하지 마. 나랑 같이 나가자.”성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갑자기 차분해졌다.그녀는 미스터 k가 자신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8
더 보기

제1273화 사랑일까?

배현우와 몇몇 김씨 가문 사람들은 BH 그룹에서 반승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위 임원들도 다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리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연결음뿐이었다.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난 배현우는 주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승제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봐요. 이렇게 많은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다니...”고위 임원들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BH 그룹은 이미 한번 정리되었고 지금 남은 사람들은 모두 반승제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니 고작 배현우의 몇 마디 이간질에 돌아설 사람이 아니었다.배현우는 안색이 안 좋은 김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봤다.“승제가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인가 보네요. 헛걸음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오늘은 못 만날 게 뻔하네요.”김씨 가문 사람들은 바람맞았다는 생각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고 특히나 김경자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욕설을 퍼부었다.“현우야, 네가 BH 그룹의 대표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김경자가 목소리를 높였으니 다른 김씨 가문 사람들도 하나둘씩 맞장구치기 시작했다.그들은 당장이라도 반승제의 주식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개인 소유라 그럴 수가 없었다.배현우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곧바로 예의를 차려 운전 기사에게 분부하며 김씨 가문 모두를 돌려보냈다.현재 시각 밤 10시, 다들 이번 일에 지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배현우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운전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그 시각 별장에 있던 반승제는 서주혁의 연락을 받았다.30분 전 그는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어 반승우 배후에 있는 세력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세력은 플로리아에 있고 최근에 밀입국한 사람 중에 반승우쪽의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그 말인즉 반승우는 지금 상부의 감시하에 있고, 제원내에서는 자신의 세력을 불러 모을 수 없다는 뜻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9
더 보기

제1274화 어떻게 그 요구에 답을 하겠어요?

다음 날 아침 6시, 성혜인은 익숙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발그레 붉어진 두 볼과 함께 반승제의 목을 감싸려고 손을 뻗었다.반승제는 입술에 키스하더니 곧바로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단단히 감았다.매우 안정적인 침대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성혜인은 자신이 소리를 낼까 봐 걱정되어 일부러 반승제에게 입을 맞추거나 그의 팔을 깨물었다.“혜인아.”그는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성혜인의 이름을 불렀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그녀의 목덜미에 떨어졌다.반승제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던 성혜인은 그저 말없이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전에 비해 많이 야윈 성혜인 모습에 건강이 걱정되었던 반승제는 무리하지 않고 한 시간 만에 끝냈다.그는 성혜인을 끌어안고 욕실로 가서 샤워한 후 다시 그녀를 안고 나와 침대에 눕혔다.“좀 더 자, 난 가봐야 해.”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덥석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에 글을 남겼다.묻고 있었다.“언제 이 별장을 떠날 거예요?”반승제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반승우의 최종 목표가 뭔지 알고 싶거든. 여기에 있으면 조사가 훨씬 수월할 거야.”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또다시 키스를 퍼부었다.온몸이 나른해질 때쯤 반승제는 뒤로 물러섰다.“밤마다 내가 옆에 있어 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성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승제가 떠나자 마침 두 경호원이 하품하며 깨어났고, 그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문을 지켰다.일곱 시.잠에서 깨어난 배현우는 눈을 뜨자마자 성혜인을 보기 위해 방으로 찾아왔고 아직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침대 옆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공포감에 성혜인은 줄곧 창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지냈는데 뜻밖에도 지금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이불은 어깨를 덮고 있었고 하얀 목덜미와 달리 그녀의 볼은 발그스름했다.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9
더 보기

제1275화 난 절대 두 번째 인격이 아니야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설기웅은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매우 후회했다. 말을 못 하는 데다가 눈까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그의 말에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성혜인에게 부탁하려면 직접 제원까지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설인아가 실종된 지 이미 24시간이 넘었고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거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졌다.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다.“혜인 씨를 이용해서 인아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내 줘요. 만약 인아를 찾지 못한다면 혜인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배현우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분노에 가까운 절망적인 목소리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그런 마음은 성혜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걸 용서할 만한 부처가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설인아가 얼른 사고를 당하기를 바라기도 했다.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설기웅이 설인아를 무척이나 아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가 설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에 잠기곤 한다. 그럼 설기웅은 멘탈을 무너질 게 분명하다.옆에 앉아 이런 생각만 해도 성혜인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곧바로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웃어?”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전과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배현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오늘 기분이 좋은가 봐?”성혜인은 루틴처럼 당연하게 그의 말을 무시했다.순간 발끈한 배현우는 이간질하기 시작했다.“반승제 옆에 너랑 엄청 비슷한 여자가 나타난 거 알아? 얼마나 좋았으면 호텔에서 3일 동안 나오질 않았대. 성인 남녀가 단둘이 호텔에서 뭘 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성혜인의 그의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어제 반승제의 몸에서 아주 옅은 향수 냄새가 난건 사실이지만 다시 그녀를 찾아왔을 때는 그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를 위해 일부러 옷을 갈아입은 게 틀림없다.“혜인아, 아버지랑 할머니한테 너랑 결혼할 거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9
더 보기

제1276화 인과응보

반승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두 번째 인격?’그는 돌아온 반승우가 예전의 성격과 달리 많이 변해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했다.연구기지에서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성격이 바뀐 건가 싶었으나 제2의 인격이 있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만약 눈앞의 이 비열한 남자가 두 번째 인격이라면 이 몸의 소유자인 반승우는 아직 잠들어 있다는 뜻인가?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자리를 떴고, 배현우는 누군가 자신의 말을 엿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별장의 CCTV에서 벗어난 반승제는 햇빛이 들지 않은 구석에 서서 핸드폰을 꺼냈다.특정 시스템이 탑재된 이 핸드폰은 다른 사람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기에 그가 지금 배현우의 별장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반승제가 핸드폰을 켜자 그곳에는 수백 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그중에서도 설기웅이 제일 많이 연락했었는데 아마도 설인아의 행방을 알고 싶었나 보다.비웃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성혜인의 처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던 반승제는 곧바로 장미에게 문자를 보냈다.[눈 멀게 하고 벙어리로 만들 수 있는 약 있지? 그거 설인아한테 먹여.]장미는 잔인한 그의 방법에 놀란 듯 물음표를 잔뜩 보내왔다.설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설씨 가문에서 수년을 지낸 사람인데 설의종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시키는 대로 해줘.]그의 지시를 어긴 적인 단 한 번도 없었던 장미는 곧바로 독주 한 그릇을 들고 설인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반승제가 설기웅에게 얘기해줬듯이 설인아는 진작에 지하 격투장으로 보내졌다.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여자를 모욕할 수 없었던 반승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을 택했다.장미가 방문을 열자 곧바로 설인아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이거 풀어! 당장 풀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플로리아로 보내질 때 줄곧 혼수상태였던 설인아는 본인이 이미 제원을 떠난 줄도 몰랐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19
더 보기

제1277화 돌려보내

장미는 설인아가 다 심킨 걸 보고서야 경호원에게 힘을 풀라고 눈치 줬다.목은 물론이고 온몸이 아파진 설인아는 피를 한 모금 토하기도 했다.순간 그녀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난 장미는 어쩌면 이곳에서 살아 나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방을 나갈 때쯤 곧바로 설인아의 비명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성혜인, 죽여버릴 거야. 내가 여기서 나가면 넌 내 손에 죽었어.”목이 터지라 울부짖으며 또 한 모금의 피를 토했다.장미가 밖으로 나오자 누군가 다급하게 다가왔다.“설기웅 씨가 또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 저마다 손에 총을 들고 있습니다.”장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곧 홀까지 따라갔다.홀 중앙에 설기웅이 서 있었고 주위에는 도박이나 장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이런 상황은 지하 격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문제를 일으킨 게 설씨 가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플로리아의 제1 명문 가문이자 황실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지하 격투장은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구역이다. 이곳으로 도망쳐 온 사람들은 거의 모두 사기 행각을 벌인 사기꾼이거나 사람 수십 명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들이다. 총격전은 자주 있었던 일이기에 그들은 자리를 피하기는커녕 되레 쇼를 보기 위해 머물렀다.키가 1.9m에 육박한 설기웅은 플로리아에서도 군계일학의 존재였다.검은색 장갑을 낀 채 손에 총을 들고 있던 그는 장미가 나오자 입을 열었다.“내 동생 지금 어딨어?”설기웅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을 찾아왔지만 워낙 능구렁이인 장미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장미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채 요염하게 걸으며 앞으로 다가왔다.“도련님, 격투장에서 총을 쓰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아직 모르시나 봐요?”설기웅은 총구를 장미에게 겨눴다.“다시 한번 물어볼게. 내 동생 어딨어?”장미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동생? 누구죠?”그녀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20
더 보기

제1278화 살아야만 한다

차 안.설기웅은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설인아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설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눕히고서야 설인아는 의식을 되찾았다.“아! 아! 아!”설인아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주위를 더듬기 시작했고 어디로 보내졌는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녀를 덮쳤다.설기웅은 사방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에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인아야, 왜 그래?”그의 목소리를 들은 설인아는 잠시 당황하더니 자신의 목과 눈을 번갈아 만지기 시작했고 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그제야 알아차린 설기웅은 손을 들어 흔들었으나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그는 이내 설인아의 목을 향해 손을 얹었지만 돌아오는 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초라한 모습뿐이었다.나미선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래층에서 걸어 올라왔다.“무슨 일이야? 제원에 갔다던 애가 왜 이렇게 된 거야?”나미선의 목소리를 들은 설인아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발버둥 쳤다.나미선은 그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인아야, 엄마 여기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설인아는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지만, 목은 이미 완전히 쉬어 한 음절조차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온몸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 설기웅은 안타까운 마음에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반승제의 복수라는 걸 깨달았다. 성혜인이 겪었던 모든 일을 그대로 똑같이 겪게 만든 게 분명했으니까.설기웅은 입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는 당시 독약 한 그릇으로 성혜인을 벙어리로 만든 스스로를 자책했다. 반승제가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머리가 아픈 듯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기 시작했고 이내 나미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인아야, 엄마가 의사 선생님 찾아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도대체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니?”그녀는 눈물을 흘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20
더 보기

제1279화 날 사랑해 줘

저녁.최근 반승제가 다른 그룹을 마구 인수하자 사람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었다.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그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고 그제야 모두 경계 태세를 늦췄다.동시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새벽 1시가 된 별장.성혜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밀치며 손끝으로 그의 손바닥을 두드렸다.“이러다 들켜요.”배현우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기에 어젯밤에 안 들켰다고 하여 오늘 밤도 그럴 거란 보장이 없다. 심지어 그녀는 배현우가 어떠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반승제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살살할게.”살살하기는커녕 어찌나 힘이 넘치는지 저녁 11시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성혜인이 어깨를 깨물자 아픈 듯 ‘스읍’하는 소리를 냈다.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갑자기 방문을 두드렸고 이내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아직 안 자지?”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성혜인은 나가라며 재빨리 반승제를 밀쳤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아무 답도 하지 마.”반승제는 땀범벅으로 된 성혜인의 이마를 보고선 가슴이 아픈 듯 손을 들어 닦더니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한 뒤 더 빠르게 움직였다.성혜인은 그의 강심장에 혀를 내둘렀다. 배현우가 바로 앞에 있는데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그 시각 밖에 있던 배현우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저녁에 약 먹었어?”경호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약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으니 지금 이 시간이라면 잠을 자는 게 정상이다.의심이 들었지만 자는데 방해가 될까 봐 굳이 들어가서 확인하지는 않았다.같은 시각 방안의 반승제는 성혜인의 이마를 맞대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었다.성혜인은 바깥의 불빛을 빌려 홧김에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머리를 잡아당겼다.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달랬다.“괜찮아, 안 들어올 거 알아.”성혜인은 화가 난 듯 그를 피했고 반승제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 입맞춤했다.“지난번에 네가 말했던 미스터k를 조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20
더 보기

제1280화 등잔 밑이 어둡다,

제원의 새벽 4시는 만물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다.남자는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는 데 특별히 사용되는 작은 이어폰을 손끝에 쥐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제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설마 바보같이 반승제의 달콤한 말 몇 마디에 흔들린 건가?’손에 쥐고 있던 이어폰을 내려놓자 누군가 조용히 물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성혜인을 계속 배현우의 곁에 놔둘 수는 없었다.남자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떴고 그의 아우라에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한참 후, 그는 이어폰 한쪽을 휴지통에 버렸다.“배현우에게 반승제가 그 별장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말을 마친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눈을 감았다.“아참, 그리고 성혜인한테 얘기해. 임지연의 생사를 개의치 않는다면 쭉 지금처럼 반승제랑 붙어있으라고. 어차피 난 다음 달 5일 저녁에 떠날 거니까 손잡을지 말지는 성혜인한테 달려있어.”“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길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 눈앞의 이 남자는 BK를 질서정연하게 관리하는 최강의 존재나 다름없었다.경호원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30분 후, 배현우는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반승제가 여기에 숨어있다고?”그는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주위의 경호원들을 훑어보았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현우는 손을 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야.”성혜인이 방에서 쉬고 있던 그때 창가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그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건 미스터 K였다. 그는 임지연의 생사를 정말 신경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그럴 리가 있겠는가.성혜인이 고개를 숙인 그때 누군가 방문을 털컥 열고 들어왔다.배현우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욕실로 직행했다.욕실에는 성혜인의 세면도구만 있었는데 거울 뒤편의 서랍을 열자 역시나 남성용 세면도구가 잔뜩 나왔다.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그는 살기를 내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5-20
더 보기
이전
1
...
126127128129130
...
22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