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21 - Chapter 30

916 Chapters

제21화

하지만 그녀는 결정을 내렸고, 더는 아이를 낙태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백아영은 배를 움켜쥐고 몹시 심란해했다.문을 닫은 이성준은 더욱 냉담해졌고 방 안의 온도마저 얼음 동굴처럼 수십도 내려간 것 같았다. 태블릿에 연결되어 있던 위정마저 부들부들 떨었다."사장님, 선우 일가에 관한 단서를 찾았어요. 듣는 바에 의하면 선우 일가의 사람이 내일 HL 한의학 학술대회의 준결승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이성준은 곧바로 명령했다."일정을 바꿔, 내일 HL 한의학 학술대회에 갈 거야.”......백씨네.박라희는 백채영이 돌아오는 것을 보더니 급히 마중하러 나갔다."채영아, 오늘 밤 연회에서 한 임산부가 응급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처리했어? 꼬리가 잡히진 않았지?”이 얘기가 나오자 백채영은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며 욕설을 퍼부었다."온갖 관심은 백아영 그 천한 년이 뺏어갔어. 걔가 현장에서 임산부와 아이를 구했어! 하지만 걔는 의술이 뛰어나도 소용이 없지. 감옥살이했던 사실이 있으니 사람들이 모두 싫어해.”결국 백아영이 사람들에게 미움받으며 초라했던 모습을 생각하자 백채영은 기분이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박라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신당부했다."그래도 큰일은 아니어서 다행이네. 앞으로 조심해, 이런 일에 연루되면 너의 의술이 좋지 않다는 것이 들통날 거야.”백채영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퉁명스럽게 얼버무렸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백채영." 오재문은 침울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 "내일 HL 한의학 학술대회 준결승은 시내가 아닌 교외에서 열리는 거지? 내일 나를 몰래 데리고 가.”그러자 백채영은 단칼에 거절했다."내일 사람이 많아. 네가 따라오면 쉽게 들통날 거야!”"그럼 내가 들통나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 봐."오재문은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이곳에 틀어박혀 나갈 수 없고 일도 할 수 없어서 심심해 죽겠어. 난 내일 반드시 교외로 갈 테니까 잘 준비해둬. 그렇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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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오재문의 식은땀은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백채영도 몹시 긴장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기 힘들어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이성준이 설마 오재문을 알아본 건가? 아니야, 아니야, 어머니가 특별히 오재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장해 주셨는데 그렇게 쉽게 알아보지는 못할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백채영은 용기를 내어 애써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성준아, 네가 바쁜 줄 알고 초청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온 거야?”이성준은 예리한 눈빛으로 오재문을 빤히 바라보며 반문했다."얘는 누구야?"‘전에 백채영 근처에서 이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어렴풋이 낯익어 보이지만 어디서 만났는지는 모르겠네.’백채영은 순간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 자신 없이 대답했다."이 사람은 내가 새로 뽑은 비서야.”"그래?"믿는 건지 아닌지 이성준은 여전히 예리한 눈초리로 오재문을 노려보았다.백채영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데 펜션의 로비에서 갑자기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세련된 옷차림의 여자가 방 키를 들고 거만하게 “백영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당신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 못생긴 괴물과 함께 방을 쓰도록 배치한 거예요? 저 사람의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은데 한밤중에 보면 놀라 죽을 것 같아요!”대회 참가자는 2인 1실인 스탠다드룸에 묵는다.여자는 계속 불만을 터뜨렸다."나는 저 사람과 함께 방을 쓸 수 없어요. 다시 방을 나누세요. 저는 혼자 방 하나 쓸 거예요!”손가락질을 당하며 못생겼다고 놀림 받자 백아영은 순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그녀는 기분이 언짢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내 외모가 가짜인 것은 둘째치고, 진짜 용모가 망가졌다 하더라도 이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지!’"아가씨, 우리가 의술을 겨루려고 이곳에 왔어요. 화상만으로도 당신을 놀라게 하다니, 설마 당신은 평소에 탁상공론만 하고 실제로 화상 환자를 본 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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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때 문득 누군가가 백아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아까 그 여자의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의 아름다움은 외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에요. 마음이 아름다워야 진짜 아름다운 거예요.”백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민우진의 부드러운 미소가 보였다.‘이럴 때 나를 위로하러 오다니, 참 상냥한 사람이네.’백아영은 되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그저 저의 의술이 그녀를 짓누를 수 있을지만 신경을 써요.”......밤 9시가 넘었을 때 백아영은 갑자기 백채영에게 가서 서류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이불 밖으로 나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로열 스위트룸에 도착하자 짙은 향초 냄새가 확 풍겨왔는데 너무 느끼하여 재채기를 하고 싶어졌다.그녀의 발밑에는 새빨간 장미꽃잎이 수 놓여 있었으며 식탁까지 펼쳐져 있었다.식탁 위에는 커다란 하트 모양의 장미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향초를 피우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낭만적인 밤을 즐기려는 것이다!백채영은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과 붉은 입술을 뽐냈다."백영미,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성준이가 곧 목욕을 끝낼 거니까 내 아름다운 밤을 방해하지 말고 빨리 서류를 가지고 꺼져.”백아영은 희미하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편치 않아 서류를 들고는 이내 돌아섰다.백채영은 그녀의 낭패한 뒷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이후, 백영미는 감히 내 남자를 노리지 못할 거야!’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끄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준아, 다 끝났어? 내가 배가 좀 고파서 야식을 준비했는데 내 방으로 와서 같이 먹을래?"30분 뒤, 이성준이 찾아왔다.문을 들어서자 짙은 향초 냄새가 풍겨와 그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싫증을 느꼈다. 그는 이런 향을 가장 싫어하기에 문도 들어서지 않았다."성준아, 어서 들어와."백채영은 맨발로 바닥 위의 장미꽃을 밟고 그에게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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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었다.백아영은 허탕 칠까 봐 경기 입구에서 이성준을 기다렸는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나타났다. 그는 양복 차림에 풍채가 뛰어나 몇 번을 보아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라운 충격을 준다.“성준아.”백아영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내가 오…""성준아." 이때 백채영이 갑자기 뒤에서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이성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이성준은 냉담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백아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백채영의 앞에서 오재문의 존재를 폭로한다면 백채영은 분명 그녀의 신분을 의심할 것이고 그녀는 더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입을 열었다.“당신과 단둘이 얘기해도 될까요?"백채영의 얼굴에 띤 웃음꽃은 순식간에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더욱 세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대회를 앞두고 게스트와 따로 이야기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고 입방아에 오르기 쉬워요.”“성준아, 경기가 곧 시작되니 우리는 먼저 들어가자.”백채영의 경계하는 모습을 본 이성준은 불필요한 사람으로 인해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기며 백아영의 앞을 지나갔다.백채영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백아영을 향해 웃었다.백아영은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나란히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경기가 끝난 후에 다시 말하려고 다짐했다.어쨌거나 오재문은 지금 백채영의 비서이니 대회를 진행할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대회 전에 얘기하든 대회가 끝나고 얘기하든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백아영은 문득 오재문이 전혀 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설마 지금 도망친 건 아니겠지? 여기서 도망치면 더는 그를 잡기는 어려워!’백아영은 몹시 초조했지만 대회 도중인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애타는 마음으로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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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다행히 그녀는 인파 속에서 오재문을 발견했다.“오재문!”백아영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오재문의 팔을 확 잡았다.오재문은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백아영을 바라봤다.‘젠장, 곧 배를 타야 하는데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백아영의 손을 뿌리치고는 줄행랑을 쳤다.“거기 서!”백아영이 바로 그를 뒤따랐다.그렇게 두 사람의 추격전이 펼쳐졌다.두 사람은 부두와 점점 멀어지더니 한참 달려 바닷가까지 이르러서야 백아영은 그를 따라잡았다. 그러고는 은침으로 바로 그를 제압했다.오재문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지더니 원망의 눈빛으로 백아영을 쏘아봤다.“백아영, 우리 5년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낸 옛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거야? 꼭 이렇게 나를 궁지로 몰아야겠어?”“허, 옛정?”백아영은 코웃음을 쳤다.“사람 시켜 나를 죽이려고 할 때는 그 옛정을 생각하지 않았나 봐?”분명 먼저 모질게 군 사람은 오재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백아영도 선심을 쓸 필요가 없었다.백아영은 이성준의 전화번호가 없었기 때문에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시합이 끝날 시간이기도 했다.위정은 전화를 받고 바로 전화를 이성준에게 넘겨줬다.전화기 너머로 이성준의 여전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뭔 일이야?”“나 오재문 잡았어. 지금 부두에 있으니까 사람 데리고 올 수 있어?”이성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백채영은 마침 이성준 옆에 서 있었는데 전화기 너머로 백아영이 한 말을 엿듣게 되었다.‘오재문이 잡혔다고?!’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재문이 무조건 그녀를 팔아넘길 것이기 때문이다.만약 이성준이 그녀가 돈을 써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싫어할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지금 가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절대 이성준을 부두로 가게 할 수 없어!’백채영은 다급하게 이성준의 팔을 잡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성준아, 나 배 너무 아픈데 날 병원으로 먼저 데려다주면 안 될까?”자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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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백채영은 미칠 지경이었다. 식은땀도 전보다 더 많이 흘렸다.그녀는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이따가 오재문을 보게 되면 분명 내 이름을 댈 텐데, 그럼 내가 애써 이성준에게 남긴 좋은 이미지도 수포로 될 거잖아. 혹시 지금 이성준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날 용서할 거라는 가능성이 생기진 않을까?’요행을 바라며 그녀는 끝내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미안해, 성준아, 내가 너를 속였어. 사실 나랑 성...”“펑!”굉음과 함께 누군가가 차에 부딪혀 허공에 높게 뜨고는 바닥에 세게 떨어지게 되었다.선홍색 피가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고 현장은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바닥에 떨어져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은 백채영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오재문이었다!‘사, 사고가 난 거야?’이성준도 사고를 눈치를 채고는 바로 시선을 오재문에게 향했다.그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같은 시각, 다급하게 바닷가에서 달려오고 있던 백아영이 방금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너무 놀라 제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아무리 선글라스를 썼다고 한들 방금 그 장면은 그녀에게 강한 충격은 안겨주었다.은침의 효력은 너무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기에 백아영은 끈을 찾아 오재문을 묶어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가 끈을 찾으러 간 틈을 타 오재문이 어떻게 은침을 빼냈는지 싶었다.백아영이 그가 도망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오재문은 이미 도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그녀는 그렇게 오재문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다.5년 동안 사귀었고 오재문에게 사랑보다 증오의 감정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가 생기를 잃은 채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백아영은 코끝이 찡했다.곧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왔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경찰이 도착한 후 현장을 통제하고는 조사를 시작했다. 상황을 알아본 경찰들은 오재문과 다툼이 있었던 백아영을 찾아갔다.“사건 진술하러 경찰서에 가시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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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경찰서에서.백아영은 조서를 작성하다가 취조실로 옮겨졌다. 사망자 가족이 변호사를 데리고 와 백아영을 과실치사죄로 고소했기 때문에 그녀는 심문을 받아야 했다.협소하고 답답한 취조실에 도착한 백아영은 괜히 마음이 찝찝했다.2년 전에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썼던 일이 떠올라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않았고 그녀를 돕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희망과 미래는커녕 그녀를 기다리는 건 끝이 없는 욕설과 비난이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다시 한번 더 펼쳐질까 그녀는 두려웠다.백아영은 두렵고 조급한 마음에 입이 마르도록 미친 듯이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끝내 구치소로 옮겨졌다. 두려운 마음은 여전했다.“어이, 거기.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 아까 피해자 가족이 데려온 변호사를 봤거든. 양 변호사라고 엄청 유명한 사람이야. 죽은 것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재주가 대단해. 그 사람한테 찍히면 거의 무죄는 힘들다고 봐야지.”한 중년 여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백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어떻게 벗어났는데, 그녀는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있을 만한 곳도 아니었고.게다가 그녀는 지금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어서 절대 이대로 감방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보살핌도 받지 못할 테니까.상대는 유명한 변호사를 쓰고 있다는데 그녀는 변호사를 구할 돈도 없었다...백아영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구석에 웅크려 앉았다. 차가운 바닥에서 한 쌍의 손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백아영 씨, 나와요.”새벽 두 시에 한 경찰이 백아영을 불렀다.백아영은 또 취조를 당할 줄 알았으나 보석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경찰서밖에 서 있던 이성준을 발견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두려운 마음이 들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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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백아영은 무사히 준결승을 치르고 결승에 들어갔다.결승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며칠의 시간이 남았다.그동안 백아영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라도 벌려고 했다. 마침 알고 있던 선배한테 연락이 오기도 했고.선배는 그녀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녀가 아무리 감옥에 간 적이 있다지만 그녀를 한약방 직원으로 고용했다.게다가 일당으로 계산해줬기 때문에 당장 쓸 돈이 필요한 백아영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다.그렇게 그녀는 순조롭게 한약방에서 며칠 일하게 되었다.어느 날, 그녀는 예상 밖으로 한약방 창문 밖에서 이성준의 어머니인 오미란을 발견했다.휠체어에 앉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는데 풍기는 아우라는 여전히 우아했다.그녀처럼 높은 분이 잘 알려진 의사를 찾아간 게 아니라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한약방을 찾아왔을까?“이준엽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의술이 뛰어나시다고 들었었는데 저희 사모님께서 다년간 병을 앓고 계셔서 선생님께서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유 아줌마가 휠체어를 밀고 진료실로 들어가고는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백아영은 문발 뒤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었다.오미란은 워낙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 명의들은 물론, 길거리 병원도 안 찾아가 본 데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 별 소득이 없었다.백아영은 마음이 착한 사람이기도 했고 이성준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으니 내심 오미란을 도와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그녀는 진료실 문발 뒤에 숨어서 몰래 진료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이준엽이 약을 지을 재료를 건네줄 때 백아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선생님, 혹시 저분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세요?”이준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글쎄,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처방한 약도 그저 몸조리에 도움이 되는 약뿐이에요.”“혹시 저분의 증상을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제가 한 번 약을 지어보고 싶은데요.”이준엽의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웠다.“정말이에요? 그럼 잘됐네요. 아영 씨의 의술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잖아요. 저분 복 받으셨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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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백아영과 이성준이 같은 집에 살고 있으나 마주칠 일은 극히 드물었다.설사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이성준은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무시하곤 했다.그날 밤, 뚱보 아줌마가 퇴근한 백아영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전했어요. 내일 사모님 51세 생일 파티를 열 테니 아영 씨도 참석하라고요.”이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대부분 백아영이 어떻게 이 가문에 시집을 오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어 그녀를 싫어하고 기피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하지만 착한 뚱보 아줌마만이 그녀를 챙겨주곤 했기에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아줌마, 저 뭘 준비해야 해요?”“드레스나 선물은 도련님이 알아서 챙겨가실 거니까 아영 씨는 그냥 가도 돼요. 하지만...”뚱보 아줌마가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사모님이 편찮으시니 보약 같은 걸 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아영 씨 마음에 감동하여 아영 씨에게 더 잘해줄 수도 있잖아요.”백아영은 오미란이 자기를 더 좋아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뚱보 아줌마가 귀띔했으니 오미란에게 보약을 사가면 약효를 더 빨리 낼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일 듯싶었다.이튿날, 준비를 마친 백아영은 이성준과 같이 이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오미란의 생일 파티였기 때문에 저택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백아영은 며느리로서 일손을 도와 같이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제일 빨리 도착했다.그녀는 이성준과 같이 홀로 들어서자 우아한 한복차림의 오미란이 소파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화장까지 했는데 혈색이 많이 좋아 보였다.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시들시들 앓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엄마...”이성준은 깜짝 놀랐다.“이제 일어설 수 있으신 거예요?”오미란은 이성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일부러 병세가 호전된 사실을 숨겼다.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준아, 엄마가 대단하신 선생님을 만났어. 이제 병은 거의 다 나았어.”항상 차갑기만 하던 이성준의 얼굴에는 보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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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백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민우진을 발견했다.회색 정장을 입은 그는 우아한 젠틀맨이었다. 그는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행복하신 줄 알았는데.”오미란은 백채영만 예뻐해 주고 이성준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게다가 생일 파티에서 백아영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민우진은 백아영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성준까지 백채영의 존재를 허락했으니 백아영도 더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척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명문 가문에서의 결혼 생활이란 다 이런 거 아니겠어요?”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녀를 보며 민우진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가 침착하게 사람을 구하는 걸 본 순간부터 민우진은 단단히 그녀에게 빠져버렸다.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다. 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었기 때문에 민우진은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기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민우진은 정장 재킷을 벗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백아영에게 걸쳐줬다.“아영 씨는 더 좋은 삶을 살아야 해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어요.”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흠칫했다.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욕하고 아무 가치 없는 사람으로 비하해도 민우진만이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우진 도련님, 고마워요.”백아영이 미소를 활짝 짓고는 정장 재킷을 벗었다.“그런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보면 오해...”그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의 싸늘한 눈빛이 느껴져 등골이 오싹했다.이성준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채 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길쭉한 다리로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백아영은 삽시에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졸라매는 것 같은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백아영, 그새를 못 참고 또 민우진을 꼬시고 있어?”그의 말에 백아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가 변명하려던 참에 민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젠틀하던 그도 안색이 점점 어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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